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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화 〉더티케인 (1) (51/71)



〈 51화 〉더티케인 (1)

‘비교적 쉽게 얻어낼 수 있는 아이템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네. 마음 같아서는  검을 찾으러 바로 가고 싶긴 한데.’

아르키아 대륙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위력을 가진 검. 민준은 그 검이 있는 장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허나 그 장소가 보통 위험한 곳이 아니었으므로 지금 자신의 무력으로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빨리 찾긴 해야지. 내가 가기 전에 다른 누군가 낚아채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 물론 사용 조건이 매우 까다로우니 발견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지만.’

아이템을 얻는 것도 좋지만 성장도 신경을 써야 한다.

‘스탯이 60을 넘고 나서부터 자연적인 성장도 매우 더뎌졌고. 시련의 1차시기처럼 급격한 성장은 이제 힘들 거야.’

민준이 시련 세계에서 1차 시기를 보낼 때는 그 성장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었다.
2차 시기부터는 시련에 적용된 패널티를 감안하더라도 레벨업과 스탯 성장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실로 온 뒤로도 꾸준히 마나 호흡을 돌리고 있는데 마력 스탯이 하나도 오르지 않았으니까.’

마나 호흡으로 마력이 쌓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영구적으로 축적되는 속도가 느려졌을 뿐.
경지가 오를수록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테다.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민준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체크해 놓은 수첩의 한 페이지를 쳐다보았다.

‘이게 좋겠다. 난이도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해당 장소로 가려면 또 이동 편을 구해야한다.
민준은 아르키아 대륙 전역이 그려져 있는 지도를 쳐다봤다.

‘많이 머네. 중간에 다른 일들을 하면서 효율적인 루트를 잡아야 하나?’

아무래도 계획을 더 손봐야 할듯하다.
그때, 민준은 자신이 까먹고 있던 일을 하나 떠올렸다.

‘아. 등급패. 일주일이 훨씬 넘었네.’

지금은 늦은 밤. 모험가 길드가 밤이라고 운영을 멈추진 않을 것이나, 등급패가 급한 것은 아니니 내일 가서 받아오기로 했다.

***

민준 모험가 길드에서 새로 발급된 등급패를 받아 여관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민준은 상태창을 열어 등급의 변동이 있나 확인했다.

강민준/모험가(6등급. 임시.)

‘내가 생각한 대로네. 실제로 모험가 등급을 부여받아야 상태창에도 적용이 되는 거구나.’

임시라도 6등급이 되었으니 수행할 수 있는 의뢰의 폭도 더 넓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의뢰를 받을 생각은 없었다.

‘당장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의뢰는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으니까.’

민준은 일주일 내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중간에 무얼 하면서 가야 할지 고민했것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 개쩌는 이동 수단이 있었을 줄이야.’

이번에 아르키아 대륙에 대한 정보를 공부하며 알게 된 사실.
신세계에는 장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워프 장치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민준이 머물고 있는 펠리스에도 워프 장치가 존재했다.

‘이동 시간은 엄청나게 줄일  있는데. 꽤 비싸다는 게 흠인가.’

워프 장치는 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이용 가격도 비싸졌다.
민준이 다음 목적지로 정한 지역의 이름은 베니샤.
베니샤는 펠리스 처럼 엄청  도시가 아니었기에 직접 통하는 워프 장치는 없었다.

근처의 대도시로 워프를 한 후 베니샤로 이동을 해야했다.
대충 예상하는 워프 금액은 30골드 안팎.
민준이 현재 400골드를 조금 넘게 보유하고 있으니 적지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평범한 이동수단으로 베니샤에 가려면 한 달이 넘게 걸린다.
이를 절반 이상 단축해 주는 것이니 비용이 들더라도 워프 장치를 이용하는 게 좋았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한다고 해도 최소 골드 단위가 필요하다 했지?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이용할 엄두도 못 내겠네.’

워프 장치 이용에 그렇게 비싼 비용이 드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장치를 이용하는  사용되는 연료가 금이었기 때문.
워프 장치를 제공하는 쪽에서 얻는 수수료도 있어야 했기에 그 가격이 비싸지는 게 당연했다.

‘...나비 여왕이 엄청난 존재이긴 했어.’

그라티로 이동할 때는 나비 여왕의 공간 이동 마법을 통했다.
그때는 단순히 대단하다 정도의 감상밖에 느끼지 못했었다.

‘근데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거였지.’

민준이 그 후에 알게 된바. 공간 이동 마법은 초희귀 마법이었다.
마법에 대한 경지도 높아야  뿐만 아니라, 타고난 적성이 없으면 절대 사용할 수 없는 특이 마법.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민준은 곧 여관에 도착했다.
자신의 방으로 이동해 베니샤에 관련된 자료를 정리해놓은 수첩을 펼쳤다.

아르키아 대륙은 크게 동과 서로 나누어진다.
동쪽의 바키아 제국. 서쪽의 로도찰리 공화국.
현재 민준이 거주하고 있는 펠리스는 아르키아 대륙 동쪽. 즉 제국의 영향 아래 있는 지역이다.

다음 목적지인 베니샤도 대륙 동부에 있는 지역으로 드레이코 백작이 다스리는 영토다.

민준은 정보상으로부터 받은 자료 중, 베니샤에 대해 언급된 부분을 옮겨 적은 문구를 읽었다.

[ 드레이코 백작령인 베니샤와 이를 둘러싼 인근 영토에서 정체불명의 오염 현상이 발생했다.]

[ 현재 1년이 흘러서까지 그 오염 현상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당연히 해결 또한 되지 않았다.]

[ 오염 현상은 점점 심해져 토지에서는 온통 악취가 흘러나왔다. 식수는 물론 베니샤 근처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물이 더러워져 주민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여건이 안되는 주민들은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식수와 먹을 것에 사용해야 했다. ]

[ 드레이코 백작은 현상을 해결하거나 이에 도움이 되는 실마리라도 제공하는 자에게 어마어마한 보수를 줄 것을 약속했다. ]

“흐음...”

민준은 이 오염 현상이 무엇 때문에 일어난 건지, 어떻게 해야 이 오염을 멈출 수 있는지도 알고있었다.

한가지 고민이 되는 자신이 원인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네리엘을 치료해 주기 위해 율리어트를 찾아갔을 때는 상당히 무식한 방법을 사용했다.
다짜고짜 나는 딸을 치료해 줄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

율리어트는 개인이었지만 이번 일은 하나의 지역이 걸린 일이다.
게다가 백작에게 보수를 받으려면 민준이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확실한 입증이 필요하다.

혼자 일을 처리해버리곤 ‘내가 해결 했는데요?’ 같은 방식은 절대 통하지 않을 터였다.

‘적어도 지역을 관리하는 높은 인물과 동행한 상태에서 일을 처리해야 해.’

그러려면 적어도 이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만한 근거가 필요했다.

‘일단 그 몬스터에 대한 자료가 완전히 사장된  아닐 거야.’

베니샤를 오염되게 만든 원인은 바로 몬스터였다.

지금은 전부 멸종되어 그 모습을 볼 수 없고 남겨진 기록조차 찾기 힘든 고대의 몬스터.

‘더티케인. 아르키아 연대기에선 베니샤가 갱생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게 된 후에야 놈이 원인이라는  알아냈었지.’

더티케인은 넓은 지역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위험한 몬스터지만, 녀석을 처리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베니샤의 경우는 더티케인이 지역 전역에 마수를 뻗치기 전까지 녀석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다.

만약 더티케인에 관련된 서적이나 자료가 남아있다면 설명이 훨씬 쉬워진다.

‘그래. 자료를 찾아보자.’

아무래도 정보상에  번 더 들려야 할 듯하다.
딱히 다른 할 일이 없었으므로 즉시 정보상으로 향했다.

끼이익

민준은 이전에 이용했던 정보상을 찾아가 문을 열었다.

“어서오십쇼. 아. 또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맨 처음 민준의 의뢰를 받았던 직원이 그를 맞이했다.

“네. 안녕하세요.”
“제가 없을 때 결과물을 다 받아가셨더군요. 오늘도 의뢰를 위해 오셨습니까?”
“네. 오늘은 전이랑 많이 다른 유형의 의룁니다.”
“어떤 정보를 원하시는지?”
“특정 몬스터에 대한 자료를  얻고 싶습니다.”
“특정 몬스터라. 미리 알고 계신 정보가 있습니까?”
“몬스터의 이름은 더티케인입니다. 아마 근래에 나타난 적은 없는 녀석일 겁니다.”
“이름은 더티케인...”

직원은 민준이 말하는 것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엄청 오래된 몬스터 사전을 찾아야 할 겁니다. 고대  같은 거요.”
“그렇군요. 특징은 없습니까?”

‘특징은... 아 이런.’

민준은 문득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혹시 더티케인에 대해 알게 된 후 먼저 선수를  버리면 어떡하지?’

이번에 직원이 더티케인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베니샤의 오염 현상과의 연관성을 느끼게 된다면 조금 곤란해진다.

‘많고 많은 사건들 중 하나니까. 기억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굳이 더티케인의 특징에 대한 부분은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제가 아는 정보는 그게 끝입니다. 역시 이름만 가지고는 뭘 알아내기 힘들겠죠?”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름은 몬스터를 특정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한 번 찾아보도록 하죠.”
“네. 3일 뒤에 다시 들리겠습니다. 그때까지만 알아봐 주시죠.”
“알겠습니다. 근데 이런 경우는 저희가 보수를 책정하기가 조금 애매해지는데...”
“선수금으로 50실버. 몬스터에 대한 자료를 찾을 시  50실버. 어떻습니까?”
“충분하네요. 열심히 찾아보도록 하죠.”

민준이 50실버를 꺼내 주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끼이익

민준은 정보상을 나왔다.

‘...생각이 조금 짧았나? 아냐. 더티케인에 대해 알게 되어도 곧바로 베니샤와 연관 짓지는 못할 거야.’

민준은 자료를 받은 즉시 베니샤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정말 운 나쁘게 직원이 그 연관성을 알아차린다 해도 자신보다 빠르게 행동할 수는 없었다.

민준은 크게 걱정하지 않기로 한  약속한 날짜가 되기를 기다렸다.

***

3일 후.

정보상에게 의뢰한 것을 받기로 한 날.
민준은 여관의 퇴실 절차를 거치고 정보상으로 갔다.

정보상에 도착한 민준은 직원에게 더티케인에 대한 자료를 받았다.

민준의 손에 들린 것은 대충 그려진 그림 하나와 글  줄이 들어있는 종이 한 장.

“관련된 자료가 아예 없더군요.  기록도 겨우 하나 건져낸 겁니다.”

직원은 혹여나 민준이 결과물에 실망해 보수를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민준은 종이에 든 내용을 확인했다.

그림은 더티케인의 외형을 묘사해놓은 듯했다.

둥근 몸통에 여러 갈래의 촉수가 뻗어나 있는 모습.
몸통과 촉수에는 핏줄처럼 굵은 선들이 울퉁불퉁 솟아나 있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몹시 징그러운 문어와 비슷한 생김새라 보면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더티케인의 모습 그대로네.’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이 그림은 흑백 그림이라는 것.
소설에서 보아 알고 있는 더티케인의 모습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생긴 꼬라지야 그렇다치고 색깔이 아마 짙은 선홍빛 이었는데. 실제로 보면 존나 징그럽겠지? 아으.’

이어서 더티케인의 특징에 대한 부분을 읽어내렸다.

-땅에 뿌리를 박은 채 고정된 장소에서 살아가는 몬스터.
-그 뿌리를 통해 주변 일대의 양분을 먹어치우며 살아간다.
-본체가 되는 몸통은 수십의 촉수가 달려 있으며 그 촉수를 이용해 자신을 위협하는 외부의 적을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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