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천마학관 (8) (70/80)



〈 70화 〉천마학관 (8)

사람을 녹여도 이상하지 않을 뜨거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자설화.

“보면 몰라요? 저는 이곳에서 오빠와 뜨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말을 하면서 나에게 달라붙으며 안기는 탁부용.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탁부용은 마치 ‘내가 승자야’라는 눈빛을 자설화에게 보내고 있다.

그런 탁부용을 지켜보는 자설화.

그녀가 분노로 폭주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피식. 미소를 보이는 그녀.

“내가 바보로 보여요? 탁 낭자! 두 사람은 땀을 흘린 흔적밖에 없어요.”

“...”

자설화가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탁부영 너가 어떻게 나오나 지켜봤더니 아주 재미있게 논다?!’ 딱 이렇게 말하는걸로 여겨지는 자설화의 표정이다.

자설화에게 한 방을 맞았다고 생각한 탁부용.

그녀는 대담하게도 오히려 나를 더 세게 끌어안는다.

“흥! 이제부터 하면 되니까 그쪽은 비켜주시죠.”

“뭐라고요?”

키스를 할  혀를 넣는 것도 모르는 부용이가 이제 할 거라고 비켜주라는 소리까지 하고 있다.

 치졸한 싸움이 열릴  빤한 상황.

나는사태를 수습하기 위하여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고 싶은데. 틈을 주지 않는 것들이 있다.
여기에 계속 있으려면 많은 의미로 용기가 필요하니 장소를 바꾸는 선택을 하려고 하는 나.

분위기를 돌리기 위하여 차분한 어투로 두 여자에게 말했다.

“우리 밥이나 먹자.”

내가 두 사람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자 둘은 다툼을 멈추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

탁부용이 빠르게 다가오며 나의 오른팔을 잡고 팔짱을끼려고 했다.

탁. 그걸 예상하고 있었는지 자설화가 탁부용의 손을 살짝때리더니 잽싸게 내 오른팔을 잡았다.

“용 공자는 예전에 제 팔이 잡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는데 지금은 제가 먼저 잡아주니까 너무 좋지 않아요?!”

“...”

기분이 아주 좋다고 답을 하고 싶은데어느샌가 왼쪽으로 와 내 팔을 잡은 탁부용으로 인하여 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된다.

“오빠가 자 낭자의 말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하잖아요.”

“그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심장이 요동치는 거에요. 느껴지지 않아요? 사촌!”

“내가 그 사촌이라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죠?”

“사촌을 사촌이라 부르지 뭐라고 불러요?”

나는 둘이 티격태격하는 바람에 머리를 지그시 누르고 싶었다.

그런데 양팔을 잡혀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다.

잠시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탁부용보다 서열이 더 높아 먼저  옆으로 와서 자리에 앉는 자설화.

우리 둘은 그렇게 나란히 앉아서 식사를 하려고 했다.

그때 식사를 가지고 내 앞으로 와 멈춰 선 탁부용.

“오빠 옆으로 가. 내가 왼쪽에 앉을 거야.”

당장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없다고 여긴 탁부용이나보고 가운데 앉으라고 한다.

“어. 아. 알았어.”

탁부용의 무서운 눈빛에 위축이  나는 자설화와 함께 옆으로  칸을 옮겨 좌우에 미녀를 하나씩 앉히고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미녀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식사 시간.

대부분의 천마학관 동기들이 상당히 불쾌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반역자의 새끼가 신성한 천마학관에 연애하려고 왔냐?

누구도 이렇게 말은 하지 않고 있으나 다들 눈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로써 나는 여기에 있는 많은 남자들과 철저하게 척을 지게 되었음이 확정되었다.

고맙다. 탁부용 그리고 자설화.

식사가 끝나고 어제에 이어 저녁 서열전이 다시 시작되었다.

“오빠에게 나의 능력을 보여줄 거야. 이제부터 매일 한 단계씩 올릴 거니까 지켜봐.”

“그래! 믿을 게. 용아.”

자설화가 식사 시간에 내 옆으로 오는 것으로 인하여 화가 나는지 서열 28위에 있는 탁부용이 본격적으로 서열을 올릴 준비에 나섰다.

탁부용이 강하면 나에게 그만큼 유리하다. 나는 그녀를 누구보다 응원한다.

“서열 28위 마마 탁가의 탁부용이 서열10위 합마의 후예 이우신에게 도전합니다.”

작고 귀여운 탁부용이 도전한 상대는 덩치가 무척이나 크고 몸이 합마의 후예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두꺼비처럼 생긴 남자였다.

“이우신은 합마공을익혀 상성이 아주 나쁜데... 탁 낭자가 이 대결에서이긴다면 상성을 뒤집을 능력을 보유한 고수라는 걸 입증하는 결과가 나오는 거에요.”

“자 낭자. 자세히 이야기해주세요.”

“호호. 저의 무학에 대한 견해가 궁금한가 보군요. 용 공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무공에 대해서 아는  전혀 없어서 그러는 거야.

자설화의 엉터리 해석이지만 나에게 손해는 없어서 미소와 긍정의 끄덕임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이우신의 합마공은 상대의 공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거기다 천마구품의 체를 익혀 상대의 공격을 흡수화고 되돌리는 능력을 극대화 시키고 있기도 하고요. 병장기도 없는 탁 낭자는 천마구품의 각을 익혔죠. 저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발의 힘만으로 상대의공격을 흡수하는 합마공을 뚫기란 상당히 어려울 거에요. 내공이 있다면 몰라도 이번 대결은 무모한 선택에 가까워요.”

“그렇군요. 그래도 다 이유가 있으니까 도전했겠죠.”

나는 부용이가 무리한 도전을 했다는 자설화의 말에 그녀가 걱정되었으나 자설화에게는 믿고 있는 모습만 보였다.

이게 나만 바라보는 탁부용에 대한 예의라 여겨서다.

“어쩌면 공자에게  보이고 싶고, 저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상당히 무리하는 걸 수도 있어요.”

자설화의 말에 초조함이 생긴다.

그리고  두꺼비 같은 이우신의 행동은 나의 초조함을 키우고 있다.

바로 대결을 시작할거라 예상했는데 아직도 몸을 풀고 있는 이우신.

“죄송합니다. 제가 유연함이 중요한 몸을 가져 확실하게 몸을 풀어야 하거든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서글서글하면서 넉살이 좋다. 그만큼 덩치에 안 어울리는 유연함도 몸을 푸는 과정에서 보인다.

상대가 보기보다 강해 보여서 걱정이 생긴 나는 조용히 탁부용의 뒤로 다가갔다.

“부용아. 이길 수 있겠어? 너 무리하는 거 아니지?”

“지금 제 걱정하는 맞죠? 오빠?”

지금 상황에서 그게 중요하냐? 너무 철이 없어 보이는 탁부용.

내 근심이 더 커진다.

“당연히 걱정하지. 그래도 용아가이길 거라고  오빠는 믿고 있어.”

너는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내 편이야. 당연히 누구보다 아껴야지.

“저 무리하는 거 맞아요. 자 낭자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너무 싫어요.”

“그렇구나. 그래도 힘내자! 넌 할  있을 거야.”

“... 저 오빠!”

“응. 왜?”

“내가 이기면 오빠가 내 소원을 들어줘. 그럼  이길게.”

나는 이 순간 느꼈다.
부용이가 이런 말을 하는  보니 그녀는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다.

“이기는 걸로 어떻게 소원을 들어 주냐. 한 방에 보내는 거면 몰라도.”

“지. 진짜  방에 상대를 제압하면 내. 내 소원을 들어줄 거야?”

“물론이지! 단 내가 할  있는 거야 가능해. 나와 관련한 것에 한정해서 말이야.”

현재 이곳에 있는 모두가 내공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정확하게 하면나는 예외적으로 내공을 사용할 수 있지만 내공이 없는 상황이고.

이우신은 상대의 공격을 흘리는 능력에 특화되어 있어 두들겨 패도 쉽게 쓰러질 자가 결코 아니다. 나는 합마의 후예인 이우신이 연약하게 보이는 탁부용에게  방에 무너질 리는 없다고 확신했다.

한참이나 몸을  이우신. 그렇게 둘의 대결이 시작되려고 한다.

“합마의 후예인 이우신 공자에게 말하겠어요. 저에게 기권을 하세요. 저는 한 수에 모든 걸 걸기로 했거든요. 그러니 물러날 것을 권하고싶어요.”

“아무리  낭자가 십대 마가의 하나인탁가의 후예라 해도 제가 한 수에 무너질 리 없습니다. 이건 저의 상대가 패력용마 탁재군 가주님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넉살이 좋은 이우신도 탁부용의 도발적인 말에 살짝 화가  표정이다.

나는 그의 자신감 넘치는 말을 듣자 마음이 놓였다.
혹시 탁부용이 한 수에 이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사라지는 기분 때문이다.

탁부용의 성격상어떤 것을 부탁하려는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탁부용이 이우신을 적당히 두들겨 패다가 이겼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군요.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할게요. 이우신 공자.”

“흥! 나는 절대 그렇게 약하지 않습니다.탁 낭자.”

탁부용의 말에 성격이 좋아 보이는 이우신이 화가 났음을 숨기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이우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탁부용.

그녀는 양손을 들었다.

어라? 천마구품의 각을 선택한 부용이라 화려한 발차기를 보인다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두 손은 투명한 하얀색의 옥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천마학관의 많은 이들이 놀랐다.

“며. 명옥소수야.”
“탁부용이 소. 소수공을 익히고 있어.”

여기저기에서 명옥소수공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수에 무너지지 않을 거라 굳게 믿었던 이우신이 지금 덜덜 떨고 있는 상황.

명옥소수공이 도대체 뭔데 저렇게 놀라지?!

들었던 기억은 있는 것도 같은데... 아직은 모르겠다.

“이럴 수가. 정도의 공격에 탁가가 피해를 입을 때 탁부용 낭자는 왜 가문에 없는지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이유가 밝혀졌군요.  낭자가 소수의 후계자일 줄이야.”

소수의 후계자?

아아! 어렴풋이 떠오르던 추국도에게 들었던 말이 확실하게 기억났다.

천마신교에는 삼대 무공이 있다.

천마의 천마신공.
소수신녀의 명옥소수공
파멸마의 탄금파멸유희

이렇게 세 가지를 신교의 3대 무공이라 부른다.

그중 소수신녀의 명옥소수공은. 수공의 궁극에 이른 무공으로 이 무공을 익히면 모든 걸 파괴할 수 있다고 했다.

파괴력에 있어서는 천마신교를 넘어 무림 최고라 알려진 수공이 바로 명옥소수공.

일인전승으로 내려오는 이 무공은 오로지 여인만이 익힐  있다.

지금 그 놀라운 무공이 탁부용을 통하여 천마학관에서 펼쳐지려고 한다.

그녀의 하얀 손이 앞으로 나아갔다.

내공이 없는 사람의 움직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나아가는 탁부용.

당황했던 이우신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탁부용의 공격을 흘리기 위하여 몸을 심하게 진동시키고 있다.

퍼엉.

상대의 부드러운몸과 강력한 흔들림.

소수 앞에서  필요 없었다.

탁부용의 손은이우신의 심장을 뚫을 수 있다는 듯 점점 파고들고 있다.

“그만!!!”

강력한 내기가 섞인 교관의 외침이 울리 듯 들렸다.

“더 이상은 위험하다. 탁부용. 너의 승리이니 여기서 멈춰라.”

광기에 물들었던 탁부용의 눈이 차츰 정상으로 돌아왔다.

“고마워요. 교관님. 방금 전의 마룡음이 아니었다면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거에요. // 이우신 공자께도 죄송해요. 소수란 펼치면 회수가 되지 않는 무공이라서요.”

“명옥소수공을 상대로 죽지 않은 것에 만족합니다. 탁 낭자.”

이우신은 가슴에 구멍이 뚫리다 말아서 그런지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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