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03_ 데이트 (2)
“마, 많은 걸 바라는게 아니에요!”
“네?”
“저의 처음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소중한 추억으로 평생 기억할게요!”
“…….”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야?
처음이 되어달라고?
무슨 처음?
순진하게 저게 키스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더불어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본능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덥썩!
망했다는 듯 얼굴이 새빨개져서 울먹이고 있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앗?”
“일어나요.”
“네, 네, 네?!”
어느 정도 밥도 다 먹었겠다,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직 시간 남았어요.”
“시, 시, 시간이요?”
계속 말을 더듬는 것으로 보아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여기서도 미친 게 맞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게 미친 소리라고 해서 내게 손해가 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갑시다. 모텔.”
가뜩이나 큰 주아씨의 눈이 거의 얼굴의 반이 될 정도로 동그래진 순간이었다.
♣ ♣ ♣
‘지, 지, 진짜 와, 와버렸어!’
솨아아-
진해솔이 오전 수업 때문에 땀 냄새가 난다며 씻으러 들어가버리고 모텔 침대에 홀로 남겨진 진주아는 초조해져 손톱을 물어 뜯었다.
조금 과장하면 월말 평가를 치를 때보다 더 긴장 되고 심장이 뛰었다.
‘진짜 한다고? 이렇게 다짜고짜?’
일을 저질렀을 때 단단히 각오를 했다.
미친년 소리 들을 거라고 생각했고, 자칫 잘못하면 뺨을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그녀가 한 말은 ‘네 몸을 노리고 접근한 거다. 연애는 싫고 너랑 한 번 자고 싶다.’ 라는 뜻이 담겨 있었으니까.
자신에게 호감은 있지만 시간이 없어서 더 깊은 사이는 부담스럽다는 의미의 말을 들은 이상 이판사판이었다.
이대로 물러나기엔 너무 아까운 남자였다.
‘그리고 성공했어.’
두근두근!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의 박력에 홀려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는 사이 모텔에 도착했고, 그가 직접 자기 돈을 써서 방까지 잡았다.
“핫! 내가 냈었어야 했는데! 바보!”
이게 무슨 똥매너란 말인가?
남자에게 모텔비를 내게 하다니.
다른 사람이 그랬다는 말을 들었다면 비웃고 난리가 났을 거다.
얼마나 병신이면 그런 짓을 하냐면서 말이다.
꿀꺽-
그나저나.
진짜 하는 건가?
찌르르-!
아랫배가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다리를 비비적거리며 자꾸만 마르는 침을 꼴깍꼴깍 넘기던 중.
화장실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끊겼다.
덜컹-
문이 열리고 그녀가 첫 눈에 반해서미친 짓을 저지르게 한 진해솔이 나타났다.
‘무, 물에 젖은 미남!’
주르륵-
훗날 그녀가 이 순간을 되새김할 때, 코피가 터진 건 불가항력이었다고 증언할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모습을 한 진해솔의 등장이었다.
“어? 주아씨, 코피나요.”
“네에↗?”
진주아가 삑소리를 내며 한 대답을 들은 나는 상대가 영 나빠 보여 걱정이 됐다.
‘섹스 해야 되는데 피곤하다고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
최대한 빨리 씻고 나온 건데!
근처에 있는 휴지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황급히 휴지로 코피를 닦고 코를 막았다.
“이, 이게 갑자기 왜 이러징? 헤헤! 별 거 아니에여.”
“그래도 코피가 났는데….”
“진짜 괜차나여! 자깐만 기다려주세여. 딱구 올께여.”
주아씨가 후다닥 화장실로 들어갔다.
얼떨결에 침대에 홀로 남겨진 나는 두근대는 심장에 손을 올렸다.
“진해솔. 너 남자다. 알지?”
동정 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다.
물이나 좀 마실까 싶어서 복도로 나가 자판기에서 물을 뽑아왔다.
덜커덕!
‘아, 젠장. 안 시원하네.’
물이 시원하지 않아 속으로 투덜대며 방문을 열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코피를 다 닦고 몸도 씻고 나왔는지 진주아씨가 방에 서 있었다.
“벌써 다 씻으셨어요?”
물병 뚜껑을 따며 다가가 물었다.
그 순간.
휘익~!
쿵!
‘으억!’
몸이 휙 돌아가며 침대에 처박혔다.
“가, 가, 가버린 줄 알았다고요. 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 여기에 있었는데! 그랬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니까 아무도 없고 비, 빈자리만 있었다고요. 버려진 줄 알았어!”
“잠깐 물 좀 사오느라 나간 거에요.복도에 자판기가 있길래 그거 생각나서요.”
“내, 내가 어, 얼마나 놀란지 알아요? 수, 순간 벼, 병신이 된 기분이었다고요!!”
“미안해요. 본의 아니게 그런 오해하게 해서. 제가 오자고 했는데 왜 주아씨를 버리고 가겠어요?”
“흐으으응…!”
나를 순식간에 침대에 메다 꽂아버린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아니, 사람을 침대에 꽂아놓고 선즙 짜면 다야?!
말은 또 왜 이렇게 더듬는 건데!!
‘사람 무섭게!!’
훌쩍훌쩍 울던 그녀가 내 위에서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점점 이곳에 온 첫날 있었던 꿈과 비슷한 상황이 펄쳐지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또 여자한테 당하라고? 그건 안 되지.’
아무리 남녀역전 세계에 왔다고 해도 이대로 당하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여자에게 힘을 쓰는 게 꺼려져서 최대한 쓰지 않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숨겨 둘 생각은 없었다.
나와 주아씨의 몸이 빙글 돌아갔다.
이제 침대에 누워 있는 건 진주아고, 나는 그녀의 위를 점하는 상태였다.
“어?”
무언가 알 수 없는 광기를 보이던 그녀의 눈빛이 풀린 건 그 순간이었다.
“나 이제 섹스할 건데.”
“으…아?”
“주아씨는 어때요?”
잘 생긴 남자의 눈웃음을 받아라!
이제 아이돌이 될 테니 팬들을 위해 끼부릴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연습했던 표정이 있다.
바로 눈웃음.
내 입장에선 역겹고 토 쏠리는 짓인데, 미모 버프가 들어간 덕에 제법 봐줄 만은 하더라고.
이게 얼마나 먹힐지 써본 적이 없어서 모른다.
“힉! 하, 할래요. 저도 할래요!!”
약간 정신 놓은 듯 해보였던 진주아씨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대답했다.
예상한 것보다 효과가 좋아 보인다.
“그럼 일단 맛부터 볼까요?”
아앙-!
♣ ♣ ♣
츄웁! 쯉! 쮸웁!
혀가 섞인다.
격렬하다.
혀뿌리가 뽑힐 것 같았지만 이 행위를 멈추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혀에 집중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내 손이 부지런히 움직여 주아씨의 가슴을 주물럭거리고, 다른 한 손은 엉덩이의 보드라운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가슴!!!
미녀의 가슴은 감촉도 남다르다.
아이돌을 준비하는 탓에 꾸준한 운동을 하고 관리를 받아서 그런지 탱탱함과 보드라움이 공존했다.
가슴에 대해 진심인 나에겐 참을 수 없는 유혹이기도 했다.
우리의 만남을 방해하는 귀찮은 옷부터 벗겨내자.
휙!
내가 옷을 벗기려는 것을눈치 챈 것인지 센스 좋게 그녀가 스스로 움직여 옷을 벗었다.
출렁~
‘역시!’
그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브라에는 아무런 뽕도 없었음이 증명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짙은 고동색이군.’
색깔이 짙다고 해서 가슴이 맛없어지는 건 아니다.
좋은 냄새와 함께 따스한 체온이 녹아든다.
쭈읍, 쭈읍, 쭈읍, 쪼오오옥!!
키스 할 때처럼, 가슴을 공략할 때에도 천박한 소리가 요란했다.
하지만 그 천박함이야 말로 인간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하악! 거, 거기 위험햇!”
파르르!
주아 씨는 놀랍게도 가슴으로 느끼고 있었다.
가슴으로 제대로 느끼는 여자는 흔하지 않다.
얼굴이 빨개지고 눈빛이 몽롱해지는 것으로 보아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색이 짙으면 어때? 이런 반응을 보여주면 쌉가능이지!’
엉덩이를 주물거리던 손이 좀 더 대담해졌다.
다리 사이를 향해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아응!”
질척-!
찌거억~!!
그녀의 다리 사이 극점에 손이 닿은 순간 느껴지는 촉촉 아니, 흥건한 물기에 살짝 당황했다.
‘고작 이 정도 애무에 이렇게 된다고?’
처녀 고백이 아니었다면 이미 발기 된 자지가 그녀의 몸속을 범했을 터.
하지만 나는 주아씨가처녀라는 사실을 이미 들어 알고 있는 상태였다.
‘여자가 자기 처녀를 바치면서 감사 인사를 들어버렸다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줘야지 그럼.’
그렇지 않고서는 남자로서 체면이 살지 않는다.
“젖었네요. 엄청.”
찌걱찌걱찌걱-
“힉!”
손가락을 움직여 일부러 소리를 내게 만들자 순식간에 주아씨의 얼굴이 빨개진다.
그 와중에 느꼈는지 파르르 떨리는 몸.
꼴린다!!!!!!!!!
포니의 배려로 새롭게 태어난 자지가 팬티와 바지에 갇혀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고 있었다.
자랑을 해도 부족할 판에 숨겨두고 있을 이유가 없는 똘똘이였기에 거침없이 바지와 팬티를 벗어던졌다.
“헙!”
내 똘똘이를 본 주아씨의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왜 이렇게 커요?”
“하.”
만약 그녀가 남자를 아는 여자였다면 일부러 부추기기 위해서 저런 소리를 한 거라고 오해했을 거다.
“좋은 시도였어요. 훌륭히 먹혀들어갔어.”
똘똘이가 잔뜩 성이 나 뜨끈뜨끈 열기를 내뿜었다.
형아, 나 저곳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미칠 것 같애!!
그래! 고생했다. 가자! 천국으로!!
‘콘돔은 껴야지.’
찌익!
모텔에 비치되어 있는 콘돔을 잽싸게 낚아채 뜯었다.
성인 소설에서 콘돔 안 끼는 미친놈들이 주인공으로 자주 나오는데 아주 매너 없는 짓이다.
이건 여성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매너라는 걸 기억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
미끌- 찌직!
“어?”
“왜요?”
“아, 콘돔이 찢어졌어요.”
“아~”
“잠시 만요. 하나 더 있었어요.”
콘돔 처음 껴보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다시 콘돔을 착용했…?
찌직!
“아!”
“에?”
이번엔 주아씨도 내 똘똘이를 지켜보고 있었기에 콘돔이 찢어지는걸 목격했다.
도대체 얼마나 싸구려면 이렇게 잘 찢어지는 거야?
쪽팔리네.
힐끗 주아씨를 보니 콘돔이 찢어진 것에 대해 별 다른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나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하고 있다는 뜻이다.
“…모텔에서 주는 게 싸구려라 그런가 봐요.”
“으음, 이제 없는 것 같은데.”
“밖에자판기 있어요. 가서 사올게요.”
뜨겁게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식어버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바지를 다시 주워 입으려던 순간.
덥석!
“안 끼어도 괜찮아요! 아니 괘, 괜찮지 않을까요? 저 오늘 안전한 날인데! 완전 안전 그 자체인데!”
“예??”
“정말 안전한 날이에요. 그리고 임신해도 발목 안 잡을 자신 있어요! 애초에 임신도 안 될 테고요.”
임신이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 포니가 떠올랐다.
계획 된 임신이라면 환영 받고 축복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임신은 여성에게 치명적인 일이 될 거다.
“저 어차피 연습생도 그만 뒀잖아요. 제발요.”
왜 이렇게 필사적인 걸까?
이유가 뭐든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꽂자.
시발, 인생 뭐 있냐?
여자가 콘돔을 끼지 말아달라는데 여기서 거절하고 콤돔 사러 가는 새끼가 과연 세상에 존재할까?
물론있을 수야 있겠지.
근데 나는 아니다.
말로 하는 대답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