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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04_ 보컬 트레이너 로즈 쌤 (1) (11/849)



〈 11화 〉#04_ 보컬 트레이너 로즈 쌤 (1)


[미친.]
“응?”
[이게 왜 터져?]
“…뭐가 터졌어?”
[아니, 하!]

포니는 빙글빙글 정신없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뭐야, 뭔데? 얼마나 올랐어? 왜 말을 안 해?”

정확히 수는 없으나 분위기상 뭔가 잘못   아닌 것 같다.
그 빛은 따듯하면 따듯했지 결코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 좋은 일이 일어났던 것 같은데, 포니의 반응이 영 별로였다.

‘이 쉐끼, 내가 생각보다 잘 돼서 배라도 아픈 건가?’
[아우우!!! 열 받아!]

씩씩대는 포니를 휙! 낚아챘다.

[꺅!]
“야, 내가  돼는 게 그렇게 싫냐?”
[이, 이게 무슨 짓이야!! 당장 안 놔?!]

말풍선이 커지며 단어가 강조 된다.
그래 봤자 말풍선.
더불어 포니는 날벌레 수준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당장 말해.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씨이!!]
“그렇게 노려봐도 하나도 안 무서워. 빨리! 시간 없어. 몇 퍼센트 오른 거야?”

언제 선생님이 오실지 모르는데 계속 여기서 시간을 보낼  없었다.

[…2.32% 올랐어.]
“2%가 넘게 올랐다고? 1% 이상은 잘  오른다고 하지 않았어?”

저 말을  게 불과 몇 분 전이다.

[그러니까!! 원래 그게 정상이야! 지금 이 상황이 되게 비정상적인 거라고!]

0.09%가 올랐을 때 눈에 띄게 발재간이 부드러워졌는데, 포니의 말대로 2.32%가 올랐다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난 거 아닌가?
당장 늘어난실력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잠깐 방심을 한 사이 내 손아귀에서 벗어난 포니가 다시 한 번 부산스럽게 내 주변을 날아다녔다.

“정신 사나워! 그만 좀 날아다녀. 코인 하나 남은 것도 써줘.  말고 노래로.”

춤에서 대박이 났으니 마지막 남은 건 노래를 올리기로 했다.
춤을  올려야 하는 게 아닌가 살짝 고민이 되긴 했지만, 노래로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애초에 계획했던 게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이지 않은가?
예상하지 못한 대박이 터졌으니 지금 춤 실력은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대신 능력을 올리지 못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노래 실력을 커버하기로 했다.

[흥, 두 번이나 대박이 터질 거라고 기대하지 마. 아~주 아주 희귀한 일이었고, 두 번은 그런 기적이 일어날 리 없으니까!]

파아아앗 파아아앗 파아아아앗!
번쩍 번쩍!
포니의 몸이 반짝이다가 이내 그 빛이 내 몸 속으로 흡수됐다.

[역시! 이게 정상이거든. 훗!]
“얼마 올랐어?”
[노래 실력 0.12% 올라갔어.]
“0.12%? 겨우?”

2.32%가 올랐던 걸 비교해보면 0.12%는 너무 작은 숫자였다.
하지만  말에 포니가 씩씩대며 화를 냈다.
솔직히 쟤를 놀리려는 의도로 한 말이긴 했다.

[이게 복에 겨워 가지고 뭐라는 거야? 겨우라니!! 이게 정상이야!! 짜증나. 이제 할 거 없지?]
“잠깐만! 어디가려고? 코인만 쓰고 가버린다고? 물어 볼 말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아참! 나도 할 말 있다. 깜빡하고 갈 뻔했네. 너 콘돔 못 껴. 콘돔 끼려고 하면 자꾸 찢어지고 그러지?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네 임무가 뭔지 똑바로 기억하라고.]
“뭐, 뭐? 야! 야야!! 잠깐! 야!!!!”

자기  말만 남기고서 포니가 뿅하고 사라져버렸다.
홀로 남겨진 나는 눈만 껌뻑대며 사라진 포니의 빈자리를 허망하게 바라봤다.

“시발,  혼자 말하고 튀었어?”

나중에 보면 절대 가만히 안 둔다!!
이 분노는 꼭 갚아주고야  거다.
그나저나.

‘콘돔을 못 쓴다고? 좃 됐네.’

포니 녀석이 내게 바라는 게 여자들을 임신시키는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헌데 콘돔을 쓰지못하게 해버리는 극단적인 저주를 걸어놨을 줄은 몰랐다.
모텔에서 콘돔 2개가 이상할 정도로 잘 찢어진  상품 탓이 아니었던 거다.

‘이 새끼, 진짜 만나면 짤짤이 털어버려야지.’

 분함과 분노를 가슴 속에 묻어두고 단단히 기억하리라!

“행님!! 여기 계셨네. 뭐하고 계셨어요?”
“어, 우연아. 왜?”
“쌤 오셔요!”
“헉! 가자.”

오전에 받았던 보컬 트레이너 선생님은 황성만 선생님보다 더 까칠한 사람이었다.
누군들 내 실력을 보고 칭찬을 할 리가 없기는 하다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녀의 수업을 받는 연습생들을 일괄적으로 까댔다는 게 문제다.
내가 보기엔 새로 배운 춤을 잘 따라 추고 있는  같았는데, 그것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풀지 않았다.
수업하는 내내!!
연습생 애들에게 독설을 뱉어내면서 말이다.
때문에 그녀보다 늦게 연습실로 들어가는 건 절대  될 일이었다.

“빨리빨리  들어가고 뭐하고 있는 거지?”
“으앗! 죄송합니다.”

우연이와 내가 연습실로 들어오자마자 뒤를 이어 보컬 트레이너 로즈 선생님이 들어왔다.
연습생들은 로즈쌤이라고 부르는데, 활동명이고 본명은 따로 있다.
본명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
연습생들 사이에서 로즈 선생님이 본인의 이름에 콤플렉스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이 소문은 당연하지만 기우연의 입을 통해 알게 된 정보였다.

“연습은 좀 했나?”
“넵.”
“호오, 그래?”

오전에 수업을받았던 걸 기억하고 있던 로즈 쌤이 나를 콕 짚어서 지목했다.
나도 모르게 우렁차게 대답을 해버렸다.
뒤늦게 잘못 걸렸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그녀의 손가락이 앞으로 나오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불과  시간 만인데 말이야. 그 사이에 얼마나 발전했는지 한 번 보자고.”

이게 바로 지뢰를 밟은 심정이 아닐까 싶다.

  ♣

오전반에서 나는 음색 이외의 모든 것에 혹평을 받았다.
음정도 흔들리고 발음도 고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호흡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배운 게 없던 나는 쌩목으로 노래를 불렀고, 복식호흡을 배워야만 했다.
앞으로  길이 너무 멀어서 로즈 선생은 내가 이런 애를 가르치게 될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데뷔조에 들어오기 전, B클래스 혹은 A클래스에서 기본을 배우고 올라오는 게 정상인데 나는 그걸 싹 다 건너 뛴 탓이었다.

“이게 말이 돼?  시간 전까지만 해도 쌩목으로 부르던 애가 오후에 복식 호흡을이렇게 잘 한다고?”

독설가 로즈 쌤.
그런 그녀가 오후 수업 때 나를 칭찬하고 있었다.
오전만 해도 나를 구제불능 문제아로 봤으면서 말이다.
그녀의 태도가 바뀐 것은 1코인을 써서 포니에게 노래를 올린 덕분이었다.
0.12%.
숫자로만 보면 정말 별 거 없는 수치다.
가챠 게임에서 뽑기 확률에서나 볼 법한 수치이지 않은가.
하지만 0.12%가 현실로 적용이 되었을  효과는 엄청났다.
복식호흡을 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감도 못 잡고 있는 생초보였던 내가 무려 복식호흡을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수군수군-

연습생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히기 시작했다.
오전 수업에서 내 수준을 보았고,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기우연은 너무 놀라서 눈이 동그레져 있었다.

“오전 수업 때 뭐라고 했던 게 자존심 상했던 모양이네. 이렇게까지 악착같이 연습해올 줄 몰랐는데 말이야. 너희들도 이런 건 본받아야 돼. 데뷔를 하려면 독기가 있어야 한단 말이야. 연예계 생활이 쉽지가 않거든. 실력이 없어도 독기가 있고, 자존심이 있으니까 저렇게 악착같이 노력을 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야. 근데 독기가 없으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시작됐다! 로즈  스킬 일장연설!’
“데뷔했다가 멘탈 갈려서 나가리 되는 애들 많아. 내가 독하게 말 퍼붓는 거 일부러 이러는 거야. 데뷔하면 내가 하는 말은 아마 생각도 안 날 걸? 지금은 분하 내 독설도 못 견딜 거면 데뷔할 자격 없는 거야. 그걸 알아둬야 돼, 너희. 독하게 살아. 독하게.”

이런 말을 들었으면 눈에 독기가 서려야 하는데, 대부분의 연습생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시큰둥하거나 듣기 싫은 잔소리를 들었다는 태도다.
저들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동안 연습생으로 생활하다 보니 날카로웠던 모서리가 둥글어지듯 의지가 꺾이고, 독기가 꺾이게 된 것이다.
다만 아예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몇몇의 아이들에겐 그녀의 말이 효과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저런 아이들만 살아남는 거지.’

내 눈이 대단히 예리하고 날카로운 건 아니다.
다만 데뷔조 아이들 중에서 쟤는 나중에 뭐든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애들이 몇  있었다.
예를 든다면 지금 내 곁에 있는 기우연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이런 애야 말로 연예인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낱 연습생인 나도 그걸 느끼는데, 수많은 연습생들을 가르쳐 온 선생님인 로즈 쌤이라고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연습생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잠시 한심함이 스쳐 지나갔다.

“들어가.수업 시작하자.”

냉큼 연습생들 사이로 몸을 움직였다.
내가 자리로 들어가자 어제 인사를 나눴던 연습생들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부러움이 담긴 장난을 걸어왔다.
자기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나이지만, 로즈쌤에게 칭찬을 받을 정도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것은 부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수업이 시작 됐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 그녀에게 받았던 찬사는 어디로 갔는지 다시 독설이 쏟아졌다.

“너 운동 하니? 고작 이 정도에 음정이 이렇게 떨리면 춤추면서 노래 어떻게 부를래?!”
“노래가 장난이야?! 연습도 실전처럼 가사 하나하나 똑바로 불러야지!”
“너 이빨 없니? 치아 교정 시켜 줘야 돼? 발음이 왜 그따위야. 한국말 몰라?”
“그만!! 그만!  썩을 것 같으니까 멈춰!”
“고음 잘 낸다고 네가 노래 잘 하는 것 같아? 그럴 거면 나가서 락이나 해. 새끼야!”

수업이 끝나고 로즈쌤이 연습실에서 나간 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았다.

“형, 괜찮아요?”
“아니. 안 괜찮은 것 같아.”

이게 정상이야?
굳이 저렇게까지 하면서 노래를 배워야 해?
충분히 부드럽게 가르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한 마디로 천  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있겠나?
로즈 쌤은  한 마디로 수백 명의 원수를 만들 사람이었다.

“원래 로즈 쌤 수업 처음 들으면 멘탈 나가는  정상이에요. 자주 들어서 익숙해졌는데도, 가끔 삐끗해서 멘탈 털려 우는 연습생 형, 누나들도 많고요.”
“이게정상인 게 맞아? 다른 곳도 이렇게 배워?”
“트레이너 쌤 스타일에 따라 수업 분위기가 다르긴 하죠. 근데 로즈 쌤 능력이 워낙 대단하셔서 다들 꾹 참고 버티는 거에요. 배울 때는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고, 눈물 콧물 다 쏟는데 결과가 너무 좋아서 할 말이 없는 거죠. 안 좋던 버릇이 고쳐지고 안 올라가던 고음이 올라가고 하니까요.”

기우연은 자신도 로즈 쌤 수업에서 한 100번은 운 것 같다며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래도 행님은 대단하신 거에요. 일단 울지 않으셨잖아요. 로즈 쌤한테 처음 수업 듣고 안 운사람 손!”

기우연이 돌발적으로 외쳤고, 연습생들은 아무도 들지 않았다.

“실화야? 진짜 다 울었어?”
“네. 무조건이에요.”

“눈 뜨고 있는데 코가 베인 기분이야.”
“오죽 심하면 이런 일도 있었어요. 로즈 쌤 옆구리에 칼 맞은 흉터가 있거든요? 물론 제가 직접 본 건 아니에요. 근데 그게 쌤한테 수업 받다가 멘탈 갈려서 연습생 때려 쳤던 사람이 칼로 찌른 거라고 하더라고요.”

“헐, 진짜?”

그녀의 수업을 들어보지 못한 자는 공감하지 못할 말이었지만, 그녀의 수업을 들은 나는 충분히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에요. 여자 연습생들이 로즈쌤이랑 같이 목욕탕 갔는데 흉터 보고 깜짝 놀라서 물어봤었대요. 그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칼빵을 맞았는데 알고 보니까 범인이 자기가 가르치던 연습생이었다고 직접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대단하지 않아요?”
“와~ 로즈  진짜 대단하시다. 그런 일을 겪고도 계속 이런식의 수업을 밀고 나가는 거야?”
“그러니까요. 여러모로 대단하신 분이에요.”

실력과 인성은 비례하지 않는다.
로즈 쌤은 실력을 얻은 대신 인성을 잃었다는 게 정설이라고.

‘엄청난 소문을 몰고 다니는 분이네.’

꿀꺽-

어쩐지 침이 삼켜진다.
한 때 가수로 활동을 했다는 그녀는 꾸준한 자기 관리로 몸매가 매우 좋았다.
아이돌 지망생들과 비교가 되는 탓에 예쁘다고는 볼 수 없는 평범한 얼굴이었지만, 몸매 부분에서는 한없이 마르기만 한 연습생들과 비교할  없는 건강미가 흘러 넘쳤다.

‘구릿빛 피부에 넘치는 건강미!’

쌉가능이긴 한데... 잠깐 고민하던 나는 때려치기로 했다.

'널린 게 여자인데.'

굳이 저런 여자를 상대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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