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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04_ 보컬 트레이너 로즈 쌤 (8) (18/849)



〈 18화 〉#04_ 보컬 트레이너 로즈 쌤 (8)

주아 누나의 조언에 따라 150만원이라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 동사무소에 갔다.
정말 놀랍게도 남자라는 이유로 나라에서 돈을 주는 게 맞았다.
심지어 내가 고아라는 이유로 183만원이라는 돈이 나오더라.
성인이  20살 1월 때부터 4월인 지금까지 누락 된 금액인 732만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1561만원이 통장에 있었고, 732만원이 더해지며 2,293만원이 되었다.

‘아니, 싀바. 돈이 복사가 된다고?’

놀라워서 말이 안 나온다.

“나 이제 이 세상을 사랑할  있을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에요, 형?”
“그냥 삶이 참 아름답다고.”
“아무래도 연습하다가 정신을 잠깐 놓으셨나보네요.”

이놈들은 처음부터 너무 좋은 세계에 태어나서 보조 지원금을 받는다는  얼마나 엄청난 혜택인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당연한 건데 그게 뭐?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하여튼 복에 겨운 것들.”

저놈들이 지구에 태어나서 헬적화가 되어야 이 세계가 얼마나 행복한 곳인지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지구 사람을 데려올  아니라 이놈들을 지구로 데려가서 1년만 굴리면 끝날 일이 아닌가 싶다.
특히 군대에 보내면?
여자들 치마만 봐도 빨딱빨딱 세우며 남자 인구수 증가를 노려볼  있지 않을까?

“복이요? 혹시  봤어요? 나랑 같이 가지!!”
“너야 말로 무슨 소린데. 어린애가벌써부터 점을 찾아.”
“미신이라고 무시하지 마요. 진짜 잘 맞는단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한  가려고 했는데, 같이 점 보러 가실래요? 우리 궁합도 봐두면 좋을 것 같은데.”

기우연으로부터 재빨리 떨어졌다.

“내가 너랑 궁합이 좋아서 뭐하냐?”
“아니, 형 그렇게 경멸할 것까지는 없잖아여! 완전 너무하시네~! 같이 데뷔하면 합이 좋아야 하잖아요.  궁합을 말한 거져!!”
“…뭐, 맞말이긴 하네. 인정. 오해해서 미안하다.”

기우연이 서운하다는 둥 장난을 쳤지만 철벽을 쳐서 막았다.
나는 남자를 놀릴지언정 놀림감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형, 다 쉬었으니까 시작할까요?”
“후~ 오케이!”

벌떡 일어나서 다시 대형을 잡고 섰다.
 또한 데뷔조소속이기에 월말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뚜루루뚜웅 뚠 뚜루루뚜웅~

요즘 가장 핫한 남돌 노래가 틀어진다.
열심히 코인을 모아서  실력을 늘려도 시간을 단 번에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여기 연습생들 중에서 나보다 실력이 안 좋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뜻이다.
춤을 추다가 내가 발목을 때려서 잠깐 신경전이 오갔던 재훈이와 비교를 해도 나보다 춤을 더  추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초조하지 않았다.
발도 제대로 맞추어지지 않았던 내가 어느덧 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그럴싸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이제 겨우 데뷔조에서 연습을 시작한지 3주째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와~ 어제보다 더 잘 하네요.”
“…확실히 늘었어.”
“오늘이 그날이었군여!!”

음악이 꺼지고, 다들 헉헉대며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
함께 춤을 췄던 연습생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
요즘 얘네들 취미가 ‘진해솔 성장 관찰하기’다.
쑥쑥 자라니까 그게 신기했는지 내 실력이 느는 패턴을 체크하는 것이다.
예리한 기우연은 내 실력이 느릿느릿 제자리걸음 하다가 어느 한 순간 팍! 오르는 패턴을 눈치 채기까지 했다.

‘쓸데없이 예리하단 말이지.’

기우연은 이런 패턴이 계속 된다는  알고서는 ‘그날’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와~ 진짜 부럽다. 나도 저렇게 쑥쑥 크고싶은데.”
“콩나물 자라나듯이 말이야.”
“이러다가 진짜 형한테 따라잡힐  같은데?”
“야, 자꾸 얼굴에 금칠 하지 마. 나도 주제를 알 거든? 민폐 안 끼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거잖아.”

나를 치켜세우는 애들의 말을 장난으로도 거만하게 대꾸할  없었다.
장난처럼 말하고 있지만 속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를 경계했고, 이후에는 형편없는 실력에 안도했을 것이며, 빠르게 성장하는 내 모습에 위기감을 느끼는 중이다.
데뷔조가 확정 될 때까지, 아니 이후에도 몸조심 할 필요가 있었다.
산들 바람에도 아차 하는 순간 휩쓸려서 쓸려가 버리는 살벌한 곳이 바로 허니 엔터의 연습생 생태계였다.
기우연이 옆에서 도움을 주었기에 이젠 분위기를 읽을 줄 알아졌다.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긴 해요.”

기우연도 덩달아 옆에서 내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다가 내가 혹여나 진짜 상심이라도 할까봐말을 덧붙인다.

“물론 성장한 것도 사실이에요. 어제까지만 해도 자율 연습할 때 행님 팔이 제대로 각을  잡았거든요. 근데 이젠 각을 제대로 살릴  알게 됐어요.”

춤을 따라 추는 건 누구나 시간과 노력만 있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춤을 잘 추는 사람과 비교를 해보면 대번에 깨닫게 되는 거다.
아! 저게 진짜 ‘춤 출 줄 아는 사람’의 춤이구나.

“이제 디테일을 조금 더 신경 써 봐요, 행님. 그럼 훨씬 보기 좋아질 거에여.”
“알았어. 진짜 우연이 덕분에 내가 산다, 살아.”
“으히히!”

폭풍 칭찬을 받은 기우연이 기분 좋다는 듯 콧대를 세운다.

“우연이가 진짜 착하긴 해.”
“나도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우연이가 옆에 붙어서 챙겨줘서 적응하기 쉬웠지.”
“캬~ 여기저기서 미담이 쏟아지는 군여. 제가 이렇게 대단한 녀석이에여.”

칭찬 세례를 거부하지 않은 기우연이 팔짱까지 끼며 턱을 세우자 다른 연습생들이 더 거세게 우연이를 우쭈쭈 해주었다.

“기우연! 기우연!”
“기우연! 기우연!”
“오오오! 기우연!”
“아우, 참! 부끄럽게 왜들 이러세요. 흐흐.”

연호를 한껏 받은 후에야 만족한 듯 부끄러워하는 우연이의 행동에 다들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실컷 놀던 우리들은 다시 진지해져서 빡세게 연습을 시작했다.

덜컹!

“진해솔.”
“네?”
“나와.”

매니저 실장님이 나타나 나를 불렀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기에 덤덤하게 연습을 멈추고 대열에서 빠졌다.

“기우연도.”
“헛? 저여?! 넵!”
“그리고 강준이랑 제키 경태도 같이 나와라.”
“네.”
“흠.”

나를 시작으로 연습실에서 우르르 빠져나왔다.
매니저 실장은 나란히 서 있는 우리들을 예리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꿀꺽-

저 눈빛이 뭐라고 애들을저렇게 쫄게 만드는 건지.
솔직히 나도 살짝 쫄았다.

“너희들, 오늘 단체 사진 좀 찍자.”
“프로필 사진 찍는 건가요?”
“가보면 알아.”

매니저 실장이  질문에 매정히 대답해주지 않고 우리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함께 불러 온 애들의 면면을 확인해보니 위쪽에서 데뷔조 윤곽을 잡는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구성으로 데뷔하게 되는 건가?’

진해솔, 기우연, 강준, 제키, 강경태.

‘인원이 너무 적은데.’

적어도 8명은 될 줄 알았는데 5명이라니.
다른 연습생들의 실력을 떠올려 보니 새삼 내가 여기에 끼어 있다는 게 기적 같았다.
이게 바로 비주얼의 힘인가!!
매니저 실장님의 뒤를 쪼르르 따라가는 도중, 애들끼리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아무래도 그거 맞는  같죠?”
“당연하지. 근데 고작 5명일 줄은 몰랐네.”
“확실히 인원이 너무 적어서 충격이긴 하네요.”
“흐음.”
“경태 형, 기분 엄청 좋아 보여요.”
“당연히 좋지.”

강경태는 데뷔에 대한 욕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었다.
남자에게 이지한 세상에서 강경태 만큼 욕심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아직 결정 된 건 아닐 거야.”
“우리 부른 거 보면 같이 있는 단체 샷 분위기 보려는  아닐까 싶어요.”
“여기서  맞으면 데뷔도 날아가는 거겠지? 어흐, 섬뜩해.”
“생각만 해도  떨린다.”

데뷔 멤버로 선택 됐다는  기쁜 일이지만, 앞으로 가야  길들이 험난했다.
능력이 부족하지 않아도 다른 멤버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떨어질 수 있었다.
기우연은 각종 괴담 같은 소문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었고, 이쪽 일에 대해 아는 게 적은 나에게 서슴없이 그런 내용들을알려주었다.
덕분에  또한 긴장이 됐다.

‘그러고 보니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이번이 처음인가?’

꿀꺽-

어쩐지 몸이 굳기 시작했다.
대형 기획사의 대단함이라고나 할까?
건물 안에 무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작은 스튜디오가 마련되어 있었다.

“여긴 어디야?”
“연습생들이 카메라에 익숙해지도록 연습시키는데 쓰이는 곳이에요.”

기우연이 잽싸게 설명을 했다.

‘얘 은근 아니, 대놓고 설명충이야.’
“난 오늘 처음 보는데, 넌 와본 적 있어?”
“네. 자주는 못하지만 한 달에 1~2번은 여기 와서 사진 찍었어요.”
“그럼 나는?”
“운이 나빴어요. 형 들어오기  주에 한 번 했거든요.”
“나 C클래스에서  달 연습했는데…?”
“어…C클래스는 안 해요. 데뷔조에 소속 된 연습생만 하거든요.”

차별 쩌네.
하긴, 아무나 시켜주기엔 촬영 장비들이 되게 비싸 보인다.
더군다나 이런 차별이 있어야 애들이 의욕적으로 노력해서 더 나은 클래스로 올라가려는 향상심을 느끼지 않겠나.

“노하우 좀 알려주면  될까?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처음이라 걱정 되는데.”
“음, 최대한 얼굴 근육을 풀어두세요. 그리고 시키는 것만 열심히 하시면 되요. 처음에  해보겠다고 오버하면 이상하게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오버할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것만 딱딱 지키시면 돼요.”
“오버하지 말기. 오케이, 고맙다.”
“형은 얼굴이 워낙 좋으셔서 기본만 지켜도  나올 거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실장님도 형이 처음인  알고 계실 거고요.”
“응.”

내 나이가 서른이 넘는데 이제 겨우 17살 먹은 우연이에게 의지하고 있자니 살짝 부끄러워졌지만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이제 겨우 3주 됐는데, 도움을 받는 건 정당한 거지. 크흠.’

우연이의 팁을 듣고 있는 사이 우릴 스튜디오에 덩그러니 버리고 자리를 비웠던 매니저 실장님이 나타났다.

“일단 해솔이 너는 제일 끝에 해. 카메라 앞에 서는 거 처음이지?”
“네.”
“다른 애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면 감을 좀 잡을 거다. 놀면서 시간 때우지 말고.”
“네!”

실장님이 센스 있게 내 순서를 뒤로 빼준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처음은 경태 너부터 하자.”
“네.”

강경태가 가장 먼저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움직였다.
남은 우리들은 대기하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었다.

'그나저나 되게 얼굴이 따갑다. 왜 저렇게 쳐다보는 거지.'

우리들 프로필 사진을 찍는데 도움을 주시는 스태프들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둘이 아니었다.
특히 카메라를 들고 있는 분은 나를 아예 잡아먹어버릴 듯이 뜨거운 눈빛으로 감상 중이셨고 말이다.


‘저 여자 나한테 관심있나?’


과거 지구에서 여자의 시선을 받으면 으레 하곤 했던 생각.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주아 누나 때문에  기준이 엄청나게 높아지기도 했거니와, 그녀의 시선이 ‘성적’인 의미의 것이 아니라는  눈치 챘기 때문이기도 하다.

‘쓰읍, 여기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많이 이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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