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화 〉#05_ 월말평가 (4) (24/849)



〈 24화 〉#05_ 월말평가 (4)

“흡!”

먹다가 깜짝 놀란 아현이가 토끼 눈이 되며 펄떡 튀어올랐다.


찌리릿-!!
“너희 둘 여기서 뭐하니?”
싸늘하다.
“그, 그게 바, 밥을 못 먹어서….”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죄, 죄, 죄송합니다아앗!!!"

시계를 확인하니 아직 보충 수업이 시작 될 시간이 아니었다.
이런 광경을 맞이하길 바라고 아현이를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이었으니 나에겐 잘  일이었다.
사실 밥을 다 먹이면 계속 잡아 둘 명분이 없어서 곤란했거든.

“여기가 식당이야?”
“죄송해요. 깨끗하게 치우겠습니다.”


당황해서 어찌  바를 모르는 아현이 대신 말하며 주변을 정리했다.
나중에 아현이한테 소화제 가져다줘야 할  같다.
심하게 놀라는 걸 보니 굉장히 미안해진다.
더군다나 먹다가 갑자기 나타난 로즈 선생님 때문에 제대로 체할 기세였다.
허둥지둥 일어난 아현이는 손에 든 샌드위치를 어떻게 할  몰라 허둥지둥하다가 결국 입 속으로 꾸겨넣었다.

도토리 문 다람쥐처럼 한쪽 볼에 우겨넣어진 게 어찌나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웃었다.

“움움움움!!!”

입이 꽉 차서 정확히 발음을 하지 못해 외계어로 인사를 한 아현이가 꾸벅 90도로 인사  뒤 종종종 나갔다.

“일찍 오셨네요.”

로즈 선생님은 빙하를 떠올리게 할 만큼 서늘한 표정이었다.
아현이는 겁을 먹어서 이상함을 눈치 채지 못했지만, 연습실에서 무언가를 먹는 게  정도로 화를 내야 할 일은 아니었다.

“요즘 쟤랑 자주 같이 다니던데 혹시 사귀는 사이니?”
“아뇨. 친구에요.”
“너야 그렇게 생각해도 쟤는 아닐 걸.”
“그런  아니에요. 연습생 그만둬서 우울해 하는 애한테 왜 그러세요?”
“너도  순진하다. 연습생 그만둔 애들이 제일 많이 하는  뭔지 알아?”
“…뭔데요?”
“남자 꼬셔서 처녀 떼는 거야.”

솔직히 알고 있었다.
주아누나를 경험한 나에겐 익숙한 일이지 않은가.
나한테 처녀  떼어달라고 매달렸던 주아 누나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말이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요?”
“얘  봐, 나한테 야한 말 아무렇지 않게 했으면서 이제서 내외하는 거야?”

아직 내가 이 세상에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건지 여자의 입에서 저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흠칫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무튼!!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쟤가 언제 덮칠지 몰라.”
“저 남자에요.”
“남자가 힘이 더 세다고 해도 여자가 밀어붙이면 어쩔  없잖아.”

…슬픈 하반신의 생명체여.
왜 나는 저 말에 반박할  없는가.

“아무튼 아니에요. 애초에 전재부터가 틀렸잖아요. 아현이, 그런 애 아닙니다.”

그런 애라고 해도….

‘솔직히 문제없는데? 오히려 감사해야지. 그런 미인이 나한테 좋다고 해주는데 말이야.’

남자는 조신하기 보단 많은 여자들을 만나는 게 권장 되는 사회이지 않은가?

“하, 이래서 남자들이란! 너는 여자가 아니니까 이해 못하겠지만, 진짜야. 스무 살에 아무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는 쟤가 뭘 노릴 것 같니? 너같이 미래가 창창한 애 자빠트려서 어떻게든 발목 잡아 보려는 거라고.”

[박복순 (가명-로즈)]
[상태 – 질투]

그녀의 얼굴 옆에 떠올라 있는 상태창만 아니었다면 선생님이 학생을 위해 진지하게 해주는 말일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태창은 적나라하게 그녀의 의도를 말해주고 있었다.

‘질투심에 눈 돌아가놓고 말하면 전혀 설득력 없다고요, 복순 쌤!’

어디 멀쩡한 척, 나를 위한 발언인 척 한단 말인가?
괘씸해서 엉덩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그녀라면 내가 때린 엉덩이에 발정이 날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발정시키는 것보다 질투심에 기름을 부어  필요가 있었다.

“아현이는 그런  아니에요.”
열 받아라.
“답답하게 자꾸  알아 듣는 척 할 거야? 선생님 말 들어. 그럼 자다가도 떡이 나오니까.”
“아현이가 연습생 그만 두고 나서 우울증이 올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거 위로 좀 해준 겁니다. 지금 과민반응하고계신 거에요.”
질투해.
“너 데뷔 안 할 거니? 여자 때문에  포기할 거야?”
“그럴 일 없어요. 아현이랑 그럴 일도 없고요.”
그래서 나를 다시 건드리지 않고서는 못 견디게 되어라.
“네가 그럴 마음이 없어도 쟤가 가만히 안 있을 거라니까? 조금 거리를 두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그만하세요.”
“너야 말로 그만 좀 해!!”

쾅!
씩씩대던 로즈 선생님이 협조할 생각이 없는 나를 붙잡더니 벽으로 밀쳐버렸다.

우악!

생각보다 로즈 선생님의 힘이 셌다.
순간 힘을 줄 뻔했으나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벽에 밀쳐졌다.

‘이거 벽쿵 인데…?’

내 얼굴 가까이에 자기 얼굴을 들이댄 로즈 선생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헤어져.”

시발, 카리스마 개쩌네.
근데 내가 왜 여자처럼 이런 걸 당해야 하는 거야?
뭔가 바뀌지 않았어?
남녀역전 세계라서 이런 것도 역전해서 당해야 하는 건가?

“헤어지고  것도 없어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데뷔조 멤버에 떨어지고 싶니?  그 정도 입김은 쓸 수 있어.”
“그러니까  사귄다니까요? 지금 협박하시는 거에요?”
“협박으로 느껴지면 그렇게 생각해도 돼. 나한테 그렇게 끼를 부려놓고 쟤랑 안 만난다고? 내가 그걸 내가 믿을 것 같아?”
“제가 혈기왕성한 건 사실이긴 해요. 근데 아현이랑은 정말 아무 사이 아니에요. 아니, 제가 왜 이런 걸 선생님한테 말해야 하죠?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 쿨하게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하셨으면서 왜 이래요?”
“널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왜 말을 진지하게 안 듣는 거야?”

당신 꼬시려고  듣고 있지.

“정말 저를 위해서 하는 말인 건 맞아요?”
“당연하지, 그게 아니면 이유가 뭐가 있는데?”

질투심 때문이겠지.
아직도 시치미를 떼는 걸 보면 화가 덜 났나 보다.
더 자극해보기로 했다.

“선생님으로서 하는 말인지, 여자로서 하는 말은 아닌지 궁금하네요.”
“…여기서 여자가 왜 나와? 난 정말 순수하게…!”
“순수하게 하는 말이라고 하기엔 얼굴에 질투심이 가득한데요?”
“!!”

정곡을 찔린 얼굴이다.
로즈 쌤이 반사적인 행동으로 얼굴을 푹 숙인다.
그래봤자 이미 다 봤는데?

“소용없어요. 이미 얼굴 다 봤으니까.”

그러자 획! 고개를 다시 들어 올리곤 표독스럽게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멍청아! 질투하는 거 아니거든?”
“질투심으로 한 말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면 아현이랑 거리 두는 거 생각해 볼 게요.”
“…뭐? 하! 선생님으로 하는 말이면?”
“안 들을 겁니다.”

로즈 쌤의 얼굴에 짜증이 깃든다.

“너 정말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 거니? 얼굴 하나만 믿고 데뷔 멤버 되니까 아이돌이 우스워 보여?”
“설마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로즈 쌤이야 말로 잘못 생각하고 계신거죠. 제가 무사히 데뷔를 하길 바랐으면 그런 식으로 절 먹고 버리면 안 되는 거에요. 상처 받았다고요.”

상처 받았지. 암암.

“내가 언제 그랬어! 그리고 다  위해서 한 행동이라니까?”
“그럴 리가요.”

방심한 로즈 쌤의 손목을 붙잡아 당긴 뒤 빙글 돌아서 자리를 바꿨다.
그래, 이게 정상이지!
벽쿵을 역전당할  없다.
금방이라도 키스할  가까이 얼굴을 들이댄 후,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보고서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요. 젊어서 혈기가 너무 왕성하다고. 그래서 곤란하니까 선생님이  풀어달라고요. 이것  봐요. 선생님 안에 잔뜩 싼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잔뜩 쌓였어요. 이렇게 조금 닿았을 뿐인데 단단해져 버릴 정도로.”

그녀의 손을  똘똘이 위에 가져다댔다.
단단한 자지의 위용이 고스란히 손바닥에 느껴졌는지 그녀가 움찔 몸을 떤다.

“미쳤니? 너 정말 겁이 없구나. 이러면  돼! 여기 회사야.”

내 똘똘이를 만지는 손은 치울 생각 없으면서 입만 움직인다.

“회사가 뭐 어쨌다고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여기 우리 둘밖에 없어요. 수업 시간인 거 다들 아는데 누가 함부로 여길 들어와요.”
“이러는 거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정말 데뷔조에서 바로 탈락이야. 안일하게 행동하지마.”

로즈 쌤이 호들갑을 떨며 내 몸을 민다.
물론 똘똘이에 가 있는 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
똘똘이를 놓치고 싶지는 않은지 내가 슬쩍 몸을 물리자 손이 따라오기까지 한다.
그러나 계속 손을 대고 있을  없다는  본인도 알았는지 똘똘이를 감싸던 온기가  사라진다.

‘아쉬워하고 있네.’

입술에 침을 바르는 게 어지간히 꼴리는 모양이다.
저러면서  나를 밀어내는 건지 이해가  된다.

“우리가 뭐 했어요? 키스도 안 했는데 왜 자꾸 하지 말라고만 해요?”
“시치미 떼지 마! 너는 연습생이고 난 선생이야!”
“풋!”

웃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졌다.
혼자서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놀리자. 저러다가 울겠다.

“알았어요.  할게요.”
“…정말?”

날강도라도 당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말은 안 그런  한다.
나는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여주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먹고 버린 사람한테 구질구질하게 매달릴 생각 없거든요.”
“…….”

갑자기 태도를 바꿔버리는 나 때문에 그녀의 상태가 빠르게 바뀐다.

[상태 – 당혹/갈증/혼란]

질투심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당혹과 혼란.

‘갈증은 뭐지?’

목이 말라서 저런 상태가 뜬  아닐 거다.

“뭐하세요? 수업하자고요.”
“…하던 얘기는 끝내야지. 너랑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었잖니.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지 마.”
“전  끝낸 것 같은데요?”
“아현이는 어떻게 할 거냐고. 이아현!”
“계속 만날 겁니다. 선생님은 지금 질투심 때문에 아현이랑 제 사이를 의심하시는 거잖아요. 선생님 이외에 누구도 아현이랑 제 사이를 의심하지 않아요.”
“하, 너 왜 이렇게 고집이 세니? 그냥 알겠다고 할 순 없어?”

 안 듣는 골치 아픈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기왕 말썽꾸러기가 되었으니 제대로 신경 거슬리게 해줘야지.

“싫어요.”

그녀가 나를 미치도록 원했으면 좋겠다.
로즈 쌤은 나와의 관계에서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는 그걸 깨고 싶다.
그렇게 관계의 우위가 확실하게 정해진다면 회사에서 섹스를 하든, 호텔에서 섹스를 하든 지금처럼 거절하지 못할 거다.

‘언제든 오픈해주는 보지.’

로즈 쌤은 보컬 트레이너로 나를 가르칠 의무가 있으니 코인을 얻어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걸 기쁘게받아들일 것이다.
나중에 노래 누가 가르쳤냐고 하면 로즈 쌤이라고 꼭 말할 테니 그녀에게도 손해가 되는 일은 아닐 터.
잔뜩 골이 난 로즈 선생님이 수업하는 내내 나를 엄청나게 갈구긴 했지만 꿋꿋하게 버텼다.
이 정도는 고통 축에도 끼지 않는다!!
슬쩍슬쩍 내 몸에 터치를 하면서 반응 유도하는 그녀의 앙큼한 행동에도 철벽을 쳤다.
부끄럽게도 내 똘똘이는 그녀의 터치에 곧장 반응해버리곤 했지만 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

터치에도 꿈쩍하지 않는  모습에 오기를 느꼈는지 이래도 안 넘어와? 하는 표정으로 탱탱한 엉덩이를 노골적으로 씰룩이며 유혹을 하는데 어떻게 버티겠나.
하지만 나는 미래를 위해 참고 또 참아냈다.
씰룩이는 탱탱한 엉덩이와 당장이라도 얼굴을 묻고 싶은 가슴골.

‘존나 꼴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했다.
꿋꿋하게 수업시간 동안 덮치지 않고 버티자 로즈 쌤은 완전히 삐져버렸다.
자신의 유혹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내가 바로 지구 출신이다, 이 말씀이야. 여기서 어화둥둥 곱게 자란 남자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워낙 숫자가 작은 탓에 개복치가 된 남자 쉐이덜이랑 비교하면 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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