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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06_ 데뷔 준비 (2) (29/849)



〈 29화 〉#06_ 데뷔 준비 (2)

“그래? 빌려준다고? 그럼 2만 코인 빌려주는 거냐?”
[갑자기 4천 코인에서 왜 2만 코인이 된 거야?! 사기 치지 마!]

사실 포니를 놀리려도 한 말이지, 진짜 상태창을 팔아버릴 생각은 없었다.
상태창이 없으면 능력도 나 스스로 올리지 못하고, 코인을 모으는 것도 다시 포니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애초에 상태창은 절대 팔 수 없는 물건인 것이다.
겁주는 것으로 4천 코인을 얻어냈으니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고 본다.

[연이자는 40%.]

이새끼가 미쳤나. 어쩐지 생각보다 순순히 빌려주겠다고 한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자돈 받아 먹을 생각이었던 거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자 갚다가 파산하겠네. 1%줄게.”
[1% 라고? 양심 없네. 35%로 해줄게, 그럼.]
“10%.”
[마지막 흥정이야. 30%로 해.]
“...20%! 나도 마지막 제안이야.”
[안 돼. 20%를 누구 코에 붙이냐? 30%로 해!]
“안 빌려! 그냥 상태창 팔래.”
[이익! 알았어! 25%!]
“20%.”
[나쁜 놈아!]
“하하.”

포니에게 욕을 들어도 상관없다.
꾸준히 코인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돈 줘. 빨리 사게.”
[좀 기다려봐! 은행에서 찾아와야 한단 말이야! 그리고 돈 빌리는 놈 태도가 왜 이래? 씨이!!]

한참 씩씩대던 포니가 돈을 가져오겠다며 뽀르르 사라졌다.
그리고 한참 뒤에 슬그머니 나타나더니 내게 황당한 소리를 했다.

[그게 말야….]
“응?”
[없더라고. 히~]
“뭐가 없어? 잠깐, 없다고? 설마 돈이 없다는 소리야?”
[으응….]
“빌려주겠다고 했잖아. 있어서 그런 말도 한 거 아니었어?”

이자도 꼼꼼하게 챙기던 녀석이!!

[분명히 있긴 했어! 근데 이번에 벌금이 좀 나와서 그걸 내고 나니까 남은 돈이 없더라고.]
“나 빌려주기 싫어서 뻥치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그런 거!! 정말 없다고.]
“4,000코인이 여기 돈으로 얼마의 가치를 하는 거냐?”
[4천  원 정도 한다고 보면 돼.]
“흠.”

4천만 원이라….
확실히 그렇게 돈으로 계산을 해보니까 포니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가격인 것 같기는 하다.

“나한테 있는 2천 만 원을 코인으로 바꾸는 건 안 되냐?”
[불가능해. 고작 이런 종이 쪼가리로 코인을 지불해줄 멍청이가 세상에 어딨냐? 또 모르지, 어떤 호구가 1코인으로 교환해줄지도?]
“환율이 너무한 거 아니야?”
[그만큼 여기 화폐가 그곳에선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뜻이야.]
“하~ 그럼 이제 방법이 없는 거네?”
[어쩔 수 없지. 몇 달 정도 포기할게.]
“정말 그래도 상관없어? 위에서 쫀다며.”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신경 안 써도 돼.]

죄를 짓고 윗사람에게 미움을 산 포니에겐 그것을 만회할 ‘공’이 필요했다.

[나도 최대한 코인을 구해볼게. 앞으로 데뷔해서 무사히 여자들을 만나려면 안드로이드는 못해도 도플갱어 인형이 필요하긴 할 거야.]
“웬일로 네가 이렇게까지 협조를 해주는 거야?”
[난 원래 이랬는데?]
“너무 뻔뻔한 말이라고 생각 안 하냐?”
[흠흠. 기껏 도와준다는데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싫어?]
“그럴 리가.”

쟤가 너무 순순히 나에게 협조하는 게 낯설어서 그렇지 협조를 해준다는데 마다  이유가 없다.

♣  ♣

‘흐으으으으으, 오늘도 안 되는 건가?’

주아가 몸을 비비적댔다.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가 없다.

“저기, 괜찮으세요?”

카페에 앉아 몸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이내 테이블에 얼굴을 쿵! 하고 박아버리는 모습은 누가 봐도 어딘가 아픈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갠차나여어.”
“안 괜찮아보이시는데…. 119라도 불러드릴까요?”
“갠찬타그여어….”

그냥 발정 나서 그래요.
진주아는 자신의 몸이 이상해졌다는  요 며칠 사이에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었다.
처음 한 3일 정도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게 일주일을 넘어가고 이주일이 되니 어라? 나 왜 이래?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생활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어디 가서 하소연  수도 없고.’

진주아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내가 너무 구질구질하게 구는 건 아닐까?’

매일매일 문자를 적어서 보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데뷔 준비가 시작 되고, 숙소 생활을 시작하자 진해솔과 만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워지고 말았다.
진주아에겐 마약과도 같은 진해솔.
그를 끊은 지 2주 째가 되자 슬슬 금단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나 : 오늘도 바쁘지?]

만나지 못한다는 답장을 받게  걸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이런 추잡스러운 메시지를 보낸다.
이런 자신이 창피하고 못나 보였지만, 해솔에게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진해솔의 몸에 빠진 그녀는 헤어 나올 구멍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해솔이 : 내일 시간을 조금은  수 있을 것 같아요.]
“헙!!!”

벌떡-!

드디어!!!!
드디어 해솔이에게 긍정적인 답장이 왔다!
비록 오늘은 아니지만, 내일은 그를 볼  있었다.
오메불망 기다리던 님이 오신다는 말에 그녀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으헉!”
“악! 깜짝아.”

그녀의 심상치 않은 행동을 주시하던 사람들은 테이블 위에서 흐무적거리던 그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만세를 하자 화들짝 놀랐다.
주변에서 그녀를 어떻게 보든 아랑곳하지 않은 진주아가 서둘러 카페를 나섰다.

“뭐를 해야 하지? 아! 옷부터 사야겠다.”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새 옷을 사야겠다.
장롱에 옷은 많은데 정작 입을만한 옷이 없어서 난감했던 적이 얼마인가.

“바보! 머리도 해야지!”

오늘 하루가 바쁘게 지나갈 것 같다.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없던 힘도 쥐어 짜야하는 법.
그녀는 그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거리를 돌아다니며 자신을 꾸몄다.
그리고 다음날.

[해솔이 : 11시에 만나요!]

숙소 생활을 시작하고 이주일 만에 겨우 얻은 딱 하루의 시간.
그 시간을 자신을 위해 보낼 생각을 한 해솔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데이트 코스는 완벽해.”

맛있는 음식점까지 알아뒀다.
간단하게 벚꽃 구경을 하며 길거리를 걷다 보면 맛집에 도착하게 될 것이고, 그곳에서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에 적당히 운동을 할 수 있는 산책 코스와 함께 인공호수 구경을 한다.

‘오리배, 탈  있으려나?’

거기에 연인들의 데이트용으로 만들어진 오리배가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걸 해솔이가 좋아할지  수가 없어서 반응을 보고 결정을 할 생각이었다.
 이후에는….
꿀꺽-

‘모텔이지.’

벌써부터 기대감에 몸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기다리던 이가 드디어 나타났다.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비율이 결코 일반인이라 볼 수 없어서 딱 봐도 눈에 띄었다.

‘몸이 더 좋아졌어.’

훤칠한 키와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작은 얼굴.
아무도 흉내 낼  없는 특별한 분위기까지.

‘계집애들, 눈 돌아가는 거 봐라.’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쏟아지는 시선.
그의 뒤를 따라 몇몇의 여자들이 슬그머니 카페에 자리를 잡는 게 보인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빈자리에 앉은 해솔이 곁으로 걸어갔다.
이 남자는  남자다 침을 발라놔도 다른 여자들이 접근할까 말까인지라 그녀의 발걸음은 조금 다급했다.

“저…!”
“해솔아~!”
“누나.”

내내 무표정하던 해솔이가 마스크를 내리고 자신을 향해 웃어줬을 때.
주변에서 저절로 내뱉어지는 안타까움의 한숨소리가 들려올 때.
진주아는 엄청난 고양감과 더불어 짜릿함을 느꼈다.
뒤에서 그녀를 욕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아랑곳하지 않은 그녀가 꺄르륵 웃었다.
해솔이도 나가떨어진 여자는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와~ 오늘 무슨 날이야?  이렇게 예뻐.”
‘역시 해솔이야! 알아주는구나.’

오늘을 위해서 들인 돈만 해도 얼마인가!
하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더욱이 자신의 아름다움에 한 눈이 팔려 다른 여자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있지 않은가?

‘이 맛에 외모 꾸미는 거지!!’
흐헤헤-

경박한 웃음을 차마 감추지 못한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가 슬그머니 그의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맞은편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의 옆자리를 사수하는  중요했다.

“근데 모자랑 마스크는 왜 쓴 거야?”
“데뷔 멤버 확정 났다는 소식이 퍼져서 기자들이 멤버 얼굴 찍겠다고 주변에 돌아다니더라고. 실장님이 조심하라고 하셔서 쓰고 나왔어.”
“헉! 그, 그럼 지금 이렇게 만나도 괜찮은 거 맞아? 누가 따라오거나 그러진 않았고?”
“숙소에서 나온 게 아니라 어제 집에 가서 하루 자고 나온 거라 아무도 안 따라왔어.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쓰고 온 거니까 정말 걱정 안해도 돼.”
“정말 걱정이다. 벌써부터 이러면 나중엔 얼마나 고생할 거야?”
“그러게.”
“데뷔 준비 많이 힘들지? 얼굴이 반쪽이 댔어. 어쩜 좋아. 우리 해솔이 기운 나게 좋은  먹으러 가야겠다.”

살이 쪽 빠진 해솔이가 안쓰러웠던 주아가 연신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주변에서 빠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는데, 지금  순간엔 그 이빨 가는 소리가 천상의 하프 소리처럼 들렸다.
속이 시원했고, 자꾸만 콧대가 세워진다.

“아~ 식단 관리해서 빠진 것도 있는데, 누나를 못 만나니까 미치겠더라고.”
“후훗! 정말? 네가 그렇게 날 보고 싶어 했다고?”

해솔이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던 주아가 그의 팔짱에 팔을 끼워넣고  더 몸을 붙였다.
뭉클한 가슴이 그의 팔에 닿았다.
해솔이의 팔 근육이 긴장하는 게 느껴진다.
짜릿했다.

‘이남자가바로내남자야썅년들아쳐다보지마내거라고내거야!!!!!’
“흐흥, 기분 좋다. 네가 나 보고 싶었다고 하니까.”
“나도 누나 만나서 기분 좋아. 근데 우리 오늘 뭐해?”
“누나가맛있는 맛집 알아놨어. 거기 가서 우리 해솔이 맛있는  사줄게.”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해솔이에게 데이트 코스를 맡겼지만,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했다가 미친년 소리를 엄청 많이 들었다.
남자가 보살이라면서.
자고로 데이트는 여자가 주도를 해야 하는 거였다.
지금도 카페 안에 유일한 남자는 해솔이 뿐인 것처럼, 이 세상은 남자가 희귀해도 너무 희귀하다.
고로 남자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 여자는 열심히 물장구를 치고 다녀야 했다.
평생 독수공방하면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역시 답은 임신밖에 없겠지?’

처음에는 주아도 잠깐 만나고 인연을 끊으려고 했었다.
애초에 아이돌로 데뷔할 남자이니, 자신이 발목을 잡기엔 너무 먼 곳으로 올라  사람이었다.

‘이젠 몰라. 절대 포기 못해.’

하지만 주아의 몸은 이미 중독되어버렸다.
진해솔이라는 남자의 몸에.
주아는 그가 없는 이주일이라는 시간을 살아 봤다.
그리고 그 이주일은 그녀에게 지옥이었다.
나는 절대 그럴 일 없다며 마약이 조금씩 손을 대다가 어느 순간 번뜩 내가 마약 중독자가 되었음을 깨닫는 것처럼.
그녀는 이제 진해솔이라는 남자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임신해야 돼. 첩이라도 좋고, 평생 비밀인 채로 숨겨둔 여자가 되어도 좋아. 버림받지만 않으면 돼.’

버림 받지 않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임신을 하는 것이었다.
해솔이는 남자답지 않게 콘돔을 끼기 굉장히 싫어했다.
덕분에 여태까지 잠자리를 할 때마다 꼭꼭 그녀의 몸안에 정액을 쏴줬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임신이 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자주 만나서 하다보면 분명 그녀가 바라는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말야, 너 집 정리한다고 하지 않았어?”
“응. 근데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서 괜찮아.”
“그래도 나중엔 결국 갈 곳이 없게 된다는 뜻이잖아. 혹시 숙소 나와서 자야  일 있으면 언제든지 우리 집으로 와도돼. 난 언제든 환영이니까.”

주아가 진해솔의 손등에 손을 올리고 그의 손등을 스르륵 쓰다듬었다.
노골적인 유혹의 손짓이었다.
그러자 해솔이 손등을 돌려서 그녀의 손을 깍지 끼더니 말했다.

“누나 집에 부모님 계시지 않아?”
“아니! 누나 저번 주에 독립했어. 그러니까 우리 해솔이가 원하면 언제든지 와도 돼.”

독립하는 그녀를 부모님은 잡으려고 했지만, 빠득빠득 우겨서 나왔다.
왜냐고?

‘가뜩이나 시간 없는 애인데, 편히 쉴 공간은 내가 마련해줘야지.’

해솔이에게 자신의 집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이러한 자신의 음흉한 속내를 모르는 해솔이가 순진하게도 제안을 했다.

“그럼 나 지금 가서 구경해봐도 돼?”
“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맹렬하게 뇌를 달군다.

‘데이트 코스 다 짜놨는데….’ 라는 생각은 잠시 뿐.

해솔이가 자신의 집으로 오겠다는 것은 곧 야스각을 볼  있다는 뜻이었다.
어젯밤 새벽에 열심히 준비했던 데이트 코스는 삭제 된지 오래.
그녀는 아쉬움이라곤 먼지 한 톨도 없이 훌훌 털어버렸다.

‘골키퍼가 이 골대에  집어넣으라고 열어줬는데이걸  받아먹으면 병신이지.’

꽈악-
주아가 해솔의 손을 힘주어 꽉 잡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밥이고 커피고 다 필요 없었다.
달아오른 청춘남녀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단어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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