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06_ 데뷔 준비 (4)
짹짹- 짹짹짹-
시끄러운 참새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햇빛이 얼굴을 뜨끈뜨끈하게 데워주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푹 잠을 잔 모양이다.
곧장 일어나려고 했으나 잠시 마른세수를 하며 숨을 쉬었다.
완전히 기진맥진 상태였다.
어제 몇 번이나 했더라?
5번 이후로는 숫자를 세지 않았다.
상태창에서 꾸준히 보유 코인이 늘어났다는 걸 알려주긴 했지만, 그걸 확인할 정신도 없었다.
새액- 새액-
지친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주아 누나는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한밤중이다.
히죽-!
어제 주아 누나도 정말 대단했었다.
쾌감을 느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도 힘을 내서 더 섹스에 열중할 수 있었던 것이고.
‘텅텅 비었다.’
보유 코인이 오른 것을 확인해보니 총 18개가 새롭게 추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못해도 6번 이상은 무조건 한 것이라는 뜻이 된다.
하루에 해낸 일이라고 생각하면 많이 번 것이 되겠지만, 사실 물건의 값을 생각해보면 참 보잘 것 없는 숫자이긴 했다.
[18/4,000]
보기만 해도 까마득한 숫자가 아닌가?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것이라도 모아두기로 했다.
‘이걸 언제 모으냐고. 어휴!’
한숨부터 나오는 숫자의 압박감에 절로 혀를 찼다.
좀 더 코인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코인 수급에 대한 아쉬움을 생각하며, 나는 상체를 일으켰다.
‘몇 시지?’
고개를 돌려 시계를 찾아 보니,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회사까지 2시 안에 들어가면 되었기에 지각은 하지 않을 듯하다.
어제 섹스로 하루를 보낸 것이 후회 되지는 않지만 오랜만의 휴식이었는데 제대로 편하게 쉬지 못한 건 확실히 아쉬웠다.
기왕 편하게 쉴 수 있게 해주는 거면 한 이틀은 줄 것이지, 쪼잔한 회사다.
‘그래도 성욕을 싹 다 씻어내서 머리가 맑네.’
성욕이 너무 많이 쌓여서 누나를 보자마자 덮칠 뻔했다.
이번 경험으로 성욕을 쌓아두면 위험하다는 걸 제대로 경험했다.
‘포니가 코인을 구해오지 않으면 정말 위험할 것 같은데.’
남녀역전 세계에서 여자를 덮친 남자로 뉴스에 나오게 될 지도 모른다.
창피해서 아이돌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할 터.
머릿속으로는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주아 누나를 꼭 끌어안았다.
아침이 온 줄도 모르고 순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주아 누나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나는 짐승인가.’
아랫도리가 또 다시 반응한다.
어제 그렇게 열심히 일해 놓고서 말이다.
‘정력, 진짜 위험한 능력이야. 이 정도면 탈 인간 수준인데.’
어떤 남자가 하루에 5번이 넘는 사정을 할 수 있겠나?
코인으로 능력치를 올린다는 것.
여태까지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되게 사기적인 치트키 능력이 아닌가 싶다.
코인을 얻는 방법도 괴롭거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도 아니다.
그저 쾌락이라는 기쁜 파도에 몸을 맡기면 될 뿐.
‘이대로 계속 정력을 늘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니, 정력이 아니라 다른 능력치를 극도로 올려버리면?’
포니는 워낙 다양한 능력을 올릴 수 있는 탓에 한 능력치에 올인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고, 퍼센트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하긴 했다.
하지만 능력치가 20%만 되어도 눈에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큰 효과를 냈으니 그 이상으로 능력치를 올린다면 초능력자라고 봐도 될 정도의 능력을 갖추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대단한 능력을 주면서까지 바라는 건 고작 여자들을 임신시키는 것.
‘나중에 뭐 더 내놓으라고 할까봐 걱정 되네.’
물론 내놓으라고 해도 쉽게 줄 생각은 없었다.
♣ ♣ ♣
[허니 엔터(HE), 신규 보이 그룹 만든다!]
[허니 엔터 보이 그룹 데뷔는 언제?]
[HE 신입 보이그룹, 연습생 강준 유력?]
[벌써부터 술렁이는 연예계. 허니 엔터 신규 보이 그룹 소식에 연예계 비상!]
기자들은 허니 엔터의 신규 보이 그룹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고, 그걸 본 팬들과 연예 기획사는 술렁였다.
다른 기획사들이 술렁이는 이유는 허니 엔터의 신규 그룹 데뷔에 의해 회사 소속의 그룹이 피해를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고, 팬들이 술렁이는 이유는 연습생들에게 소소하지만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데뷔 멤버가 됐을지에 대한 관심이 팬들을 술렁이게 한 것이다.
[허니 엔터에서 본격적으로 보이그룹 소식 떴던데.]
멤버 확정 된 거 앎? 누가 됐는지 ㅈㄴ 궁금한데 아는 사람 없냐?
└관계자 없음? 나도 ㅈㄴ 궁금한데 소문도 안 나네.
└근데 허니 엔터는 왜 또 소년 그룹 내는 거임? 걸그룹은 왜 안냄? 저번에도 보이그룹 데뷔시켰는데 그럼 다음은걸그룹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걸그룹은 돈이 안 되잖아.
└아닌데? 걸그룹도 돈 많이 버는데?
└님 혹시 남자에요?
└아 짜증나.
└ㅈㅈㅇ 허니 엔터 나간 거 보면 확실히 허니 엔터는 걸그룹 할 생각이 없는 듯.
└ㅈㅈㅇ가 누구임?
└가끔 콜라보로 잡지 모델 하고 다니는 연습생 있잖음. 얼굴 예뻐서 유명함.
└여자가 예뻐봤자지. ㅅㅂ
└걔가 진짜 나갔다고요???????? 무조건 데뷔 아니었음? 허니 엔터가 걜 보내줬다는 게 더 신기한데.
└ㅇㅇ 실력 면으로 빠질 곳이 없어서 무조건 데뷔 쌉가능한 애인데 허니 엔터에서 순순히 놔준 거 보면 걸그룹 생각이 없다는 거 맞는 말인 듯.
└그럴 거면 여자 연습생들은 왜 받음?
└남주긴 아깝고, 내가 쓰기엔 부족하고 ㅋ
└더러운 심보네.
허니 엔터에 대한 내용의 글이 커뮤니티에 도배가 되듯 올라왔다.
[내가 허니 엔터 관계자한테 들었는데 이번 데뷔조 비주얼 담당 장난 아니라고 함.]
-얼굴이 미쳤다던데. 궁금해 미친다. 기자들은 뭐하냐. 얼굴이라도 찍어오지 않고!!!
└얼굴이 미쳤다고? 허니 엔터가 외모 까탈 부리는 거야 하루 이틀 아니긴 하지.
└혹시 그분 아님?
└그분?
└(사진) 이 사람인데, 참고로 도촬이라 금방 내릴 거임. 이 남연생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데뷔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주얼 담당이라면 쌉가능 아니냐?
└ㅅㅂ 저런 남연생이 있었다고?
└저분 이름이 뭐에요?
└비주얼 미쳤는데? 저 정도면 무조건 데뷔 쌉가능이지.
└근데 연습생으로 들어 온지 얼마 안 됐음.
└얼굴이 미쳤는데 춤, 노래가 뭔 상관이야.
[제키, 무조건 합격했겠지?]
-제키 데뷔 안 시키면 허니 엔터 폭파시킨다.
└제키는 무조건이지. 걔를 허니 엔터가 얼마나 애지중지하는데.
└그럼 또 누가 멤버일 것 같아? 예상 좀 해보자.
└우리 우연이는 어떻게 됐을까? ㅠㅠㅠ데뷔멤버에 들었겠지?
└우연이, 요 잔망스런 애기!!!! 드디어 데뷔하겠구나!
└재현아!!! 누나가 통장 꽉꽉 채워놨어! 기다릴게!!
사람들이 모여 얘기를 시작하니, 이곳저곳에서 정보들이 튀어나온다.
그 소문들은 진실도 있지만 거짓 된 소문도 많이 퍼져 있어서 각종 루머가 판쳤다.
허니 엔터의 마케팅부 직원들은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세세하게 살피며 새로운 소년 그룹의 반응을 확인했다.
나와 멤버들은 외부의 반응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외부 반응은 최대한 보지 않는 게 좋다고 경고를 했기 때문이다.
순진한 아이들은 매니저 실장님의 말을 듣고 지레 겁먹어 핸드폰으로 허니 엔터에 관련 된 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럴 정신이 없기도 했다.
데뷔곡이 결정이 되자 그때부터 뮤직비디오촬영, 포스터 촬영, 앨범 커버 촬영, 안무 연습, 노래 연습, 식단관리, 운동 등등의 각종 스케줄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해왔던 것들이 많았지만 실전이라고 생각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법이었다.
하루 종일 연습을 하고 녹초가 되어 숙소로 돌아오니 밤11시.
아침이 되어 숙소를 나갈 땐 오전 7시.
미성년자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는 12시가 되면 본격적으로 연습이 시작 된다.
쳇바퀴 위를 도는 햄스터처럼 보낸 지 세 달.
[허니 엔터 신규 소년그룹, 드디어 베일을 벗다!]
[신규 소년그룹의 그룹명은 ‘에어플레인.’]
[야심작 보이그룹 ‘에어플레인’ 데뷔 멤버 최초 공개는 언제?]
비행기를 뜻하는 에어플레인(Airplane).
회사에서 우리가 해외를 노린 그룹이라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로 그룹명을 정했다.
노래 컨셉은 청량하고 발랄함이었다.
우리 멤버들의 나이가 어리다 보니 무거운 주제를 컨셉으로 잡기보다는 나이에 맞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가장 먼저 대중에 얼굴을 알리는 건 제키랑 우연이가 될 거다.”
“제가요?”
“헛!!”
“제키랑 우연이가 멤버들 중에서 그나마 얼굴이 많이 알려진 상태라서 그렇게 됐다. 제키 너는 리더이기도 하고 말이야.”
가장 나이가 많은 건 강경태였지만, 리더는 제키다.
리더로서 솔선수범하는 것이 좋아 보일 것이라는 것이 직원들의 의견이었다.
“제키, 우연이가 첫날에, 둘째날은 은규, 강준이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태랑 해솔이가 공식 홈페이지에 얼굴이 걸리게 될 거야.”
나는 마지막이네.
하루에 하나씩 찍어두었던 포스터 사진이 공개가 되고, 이후에 단체 사진도 풀릴 거라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일주일 내내 옷을 벗기고 입히고 하면서 여러 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어대더니 이런 곳에 쓰이려고 그토록 찍어댔던 모양이다.
“중소기획사에서 신인 그룹을 내놓으면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도 안 준다. 근데 허니 엔터에서는 신규 소년 그룹을 낸다는 소문만 나도 기자들이 취재를 올 정도로 관심을 끈다. 이게 기획사 힘이고, 영향력인 거야.”
매니저 실장님은 부쩍 잔소리가 늘었다.
곧 데뷔를 하게 될 우리들이 사고를 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의 일환이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좋은 점이있다. 바로 다른 중소 기획사 애들보다 얼굴을알리기 쉽다는 거지. 그럼 반대로 나쁜 점은 뭘까?”
“어…사람들 기대감이 엄청 높아질 것같아요.”
“그래, 우연이 말처럼 기대감이 정말 높아진다. 사람들 기준이 데뷔 시작부터 잔뜩 올라가 있다는 뜻이야. 회사에선 너희들의 실력이 그 정도 수준이 된다고 생각하고 데뷔 멤버로 뽑은 거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의무가 있어.”
한 마디로 존나 열심히 뒤지게 구르라는 뜻이었다.
“뭔 말을 그렇게 거창하게 하세요. 그냥 개처럼 구르라는 뜻이시잖아요.”
“…정답이야. 구르고 또 굴러. 무대만 확실하게 해낸다면 나머지는 우리가 다 해줄 거야. 너희는 너희 할 일을 하고,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다보면 레드위치처럼 세계적인 K-POP 그룹이 되어 있을 거야.”
레드위치
허니 엔터의 시조격이라 불러도 될 정도의 그룹이자 대표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걸그룹이다.
보이그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K-POP 아이돌이며, 허니 엔터가 지금의 대형 기획사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 존재.
그런 그룹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건 이제 막 데뷔하는 그룹에겐 큰 부담감을 주는 일이었다.
“레, 레드 위치 선배님이요?”
“회사에선 너희들이 그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히익! 그건 좀….”
“뭐야, 벌써부터 약한 소리 하는 거야? 이러면 곤란한데.”
“으아아악!! 실장님! 제발요. 부담감에 미쳐버릴 것 같아요.”
부담감 때문에 요즘 잠을 설치는 녀석도 있는 상황이니 매니저 실장님의 말은 불 난 곳에 기름을 부은 것과 마찬가지의 행동이었다.
“그 부담감을 어느 순간부터는 즐기게 될 거다. 진정한 스타로 발돋움 해나가는 과정이니까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고. 하하하!”
참고로 매니저 실장님은 건장한 여성분이시다.
성격이 굉장히 터프하셔서 우리들의 엄살을 부리면 등짝 몇 대 때리고 털어버리라고 말하신다.
남자면 그 정도 터프함은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솔직히 연습생들을 관리하는 사람치고 너무 이런 감정 쪽의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라 옳은 일선은 아니라고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니저 실장님의 쿨하고 털털한 태도가 의외로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됐다.
‘너무 대수롭지 않아 하니까 마음이 좀 가벼워지는데? 데뷔가 아무리 경천동지 할 만큼 대단한 일이었다고 해도 내가 경험한 것보단 덜 대단할 거 아니냐고.’
살던 세계가 바뀌고, 몸이 바뀌는 경험을 했으니 데뷔에 대한 압박감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넘길만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