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07_아현이 (6) (38/849)



〈 38화 〉#07_아현이 (6)


‘질투나! 질투나서 죽을 것 같다고!! 소리만 들었는데도 미칠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참으라는 거야?’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데 어떻게 질투를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친구들은 남자가 워낙 없으니 여자가 참아야 한다고 말했으나 아현은 동의할 수 없었다.
나만이 갖고 싶고, 소유하고 싶었다.
 것이라고, 빼앗지 말라고 외치고 싶다.

‘안 돼!! 그랬다간 버림받게 돼!’

세상 모든 여자들이 남자와 결혼하고 난 이후에 그렇게 참고 산다.
뉴스에서는 항상 남아 출생률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문제를 떠들어댄다.
남자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애국을 위한 길이라며 적극적으로 임신을 권하기도 한다.

‘그래놓고 여자아이를 낳으면 찬밥 신세면서.’

아현이 태어나기 전부터 남아의 출생률은 문제가 되고 있었고, 세상은 부족한 남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냈다.
일부일처제가 사라지고, 일부다처제가 옳은 일이 되었으며, 남자가 한 여자와만 결혼하고 살려면 과도한 벌금을 내야 했다.

‘만약 내가 해솔이랑 결혼하게 되면 적어도 4명 이상의 여자는 받아들여야 돼.그렇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니까.’

법이 그랬으니 그녀가 뭐라고  자격이 없다.
지금 그녀가 느끼는 질투심도 자격이 없는 감정이다.
인간의 온전한 존속을 위한 일이었다.

‘그래도…그래도…욕심은 낼  있는 거잖아! 이제 막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는데!! 조금만 이해해줄 수 없는 거야?’

사람의 마음이 이성적으로 좌지우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막 연애를 시작한 아현이에게 세상은 무척이나 가혹했다.

‘잠깐이라도 해솔이를 독점하는 게 가능할까?’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현은 치솟는 질투심을 이겨내지 못했다.
해솔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해도 그를 놓아줄 수는 없다.
남자를 만나는 건 해솔이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진심으로 사랑해서 연애를 시작한  그가 처음이 맞았다.
그래서 더 그에게 집착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다정한 해솔이…. 빼앗기고 싶지 않아.”

로즈 선생님에게서 해솔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까득-까득-까득-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런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아닐 텐데도.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해솔이의 관심도, 그녀가 가져간 육체도, 전부 다 되찾아야만 한다.
하지만 당장떠오르는 방법이 없다.

‘생각해 내야 돼. 방법을!’

일에 집중하지 못한 것도 방법을 궁리해보려고 하다가 그런 것이다.
생각이 다른 쪽으로 완전히 빠져있으니 일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아현이의 귓가에 아직도 낯선 여자의 신음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꾸우욱!
‘엄청나게느끼고 있었지. 나도 알아. 나도 느낀 적 있다고.’

아현은  여자가 내뱉던 쾌락의 신음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었다.
해솔이가 선사해주는 쾌락은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너무해, 나한테만 해줘. 그런  다른 여자들한테는 해주지 말라구…!’
-찌르르

마음이 아팠다.
따끔따끔!
긴 바늘이 심장을 쑤신다.

‘내 거였는데…. 내 남자였는데…!!’

아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로즈 선생님이 나빴어. 해솔이는 이제 데뷔해야 할 아이돌 멤버잖아. 선생님이면 자기 학생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이게 밝혀지면 분명 로즈 선생님은 징계 받지 않을까?’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 해솔이한테도 피해가 갈 거다.
어쩌면 데뷔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일.

‘그건 절대 안 돼! 미움 받는 건 싫어!’

그럼 어쩌지?
이대로 해솔이를 그 여자한테 빼앗기는 건 싫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순간, 아현이의 머릿속을 둔탕하게 치고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거야!!”

 가지 해볼 법만 게 생각났다.

♣ ♣ ♣

아현은 시간을 오래 끌고 싶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되자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일찍 퇴근을 허락받고, 곧장 로즈 트레이너의 개인실로 움직였다.

똑똑똑-

“실례합니다.”
“누구?”
“아~! 다행이네요. 퇴근하셨을까봐 걱정했는데.”
“넌 아현이 아니니?”
“네,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죠?”

로즈 트레이너는 연습생인 아현이를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었다.
그녀는 가능성 있는, 재능 있는 연습생들만 맡아서 가르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습생들의 이름 정도는 외워두고 있었던 로즈였다.

“연습생 그만두고 회사에 취직했다는 소리는 들었어.”
“네에, 이번에 에어플레인 전담팀 소속이 됐어요.”
“에어플레인 전담팀? 네가?”

로즈 선생님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아현은 긴장감에 침을 꼴깍 삼켰다.

‘청심환도 먹었는데….’

긴장감은 쉬이 가시질 않는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뒷짐을 져야 했다.

“네! 정말 기뻤어요. 해솔이를 위해서 일할 수 있으니까요.”
“걔를 위해서 일할  있는 게 기쁘다라…. 하긴, 둘이 제법 친한 친구지?”
“아뇨! 친구도 친구지만,  그냥 해솔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연습생 생활을 포기했지만 미련이 남아 있었거든요. 해솔이가 스타가 된다면 대리 만족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미련도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고요. 그래서 해솔이 앞날에 방해가 되는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치워버릴 생각이에요.”
“…치워버린다고?”

아현이와 로즈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로즈는 여자의 직감으로 아현이의 말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 말을 들으니까 어쩐지 해솔이 앞날에 방해 되는  있다는 뜻인 것 같네?”
“네, 맞아요.”
“그래? 그게 뭘까? 허니 엔터 차세대 간판 소년 그룹의 앞날에 방해가 되는 존재가?”
“정말 궁금하세요?”
“응. 당연하지.”
“그럼 알려드릴게요. 그건 바로….”
“바로?”

꿀꺽-

긴장감에 입안이 마른다.
질끈 눈을 감은 아현이가 외쳤다.

“로즈 선생님, 바로 당신이에요.”

해냈어!!

아현이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이미 저질렀으니 뒤로 물러날 곳은 없다.
앞으로 나아가는 일밖에!

“핫!”

그렇게 눈을 뜬 아현은 자신의 얼굴 가까이에 다가와 있는 로즈 선생님에 깜짝 놀랐다.
찔리는  있을 테니 분명 당황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로즈 선생님의 표정이 이상하다.

‘초조함도 없어? 당황하지도 않는다고? 내가 다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어떻게? 뭘 믿고 이러는 거야?’

트레이너가 연습생을 건드렸다.
이게 밝혀진다면 그녀가 직장을 잃을 것은 당연한 일.
이건 로즈 선생님의 약점이었다.

“왜 당황하지 않으세요? 제가  안다니까요?”
“네가 뭘 안다는 건데?”
“해솔이랑 선생님이 여기서 한 일이요!”
“내가 해솔이랑 여기서? 글쎄, 잘 모르겠는데? 우리가 무슨 일을 했지?”
“그, 그걸 지금  입으로 말하란 거에요?”

로즈 선생님이 팔짱을 끼며 도도한 표정으로 아현을 내려다봤다.
협박하고 있는 쪽은 아현이었지만, 누군가가 이 광경을 본다면 당하고 있는 건 아현이일 거라고 생각할 거다.

“말해봐.”
“그….”

또각-!

머뭇거리는 아현이에게 로즈가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답답하니까 좀 빨리 말해줄래?”
“읏!”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각오를 다진 아현이가 이를 악물고서 외쳤다.

“섹스요! 해솔이랑 여기서 섹스하셨잖아요! 제가 다 들었다고요!”
“아~!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니?”
“바깥에 소리가 다 들렸어요! 파렴치해!”
“이런, 그랬구나. 하긴,  개인실은 방음이  되긴 하지. 인정할게. 근데 그래서  어쩌라는 거니?”
“해솔이한테 떨어지세요. 그 아이는 스타가 될 거에요. 당신이 감히 건드릴 아이가 아니라고요! 선생님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뻔뻔하게 학생한테 그런 짓을 하다니!!”

가만히 듣고 있던 로즈가 깔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아현은 이 상황에서 웃는 로즈 때문에 화가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아하핫!!”
“지금 웃으시는 거에요?”
“너야 말로 되게 뻔뻔하네.”
“제가 뻔뻔하다고요?”
“그럼 아니니? 질투심에 가득 차서 협박하고 있으면서 누가 누구보고 걸림돌이라는 거야? 너야말로 해솔이 걸림돌이나 되지 마렴.”
“제가 해솔이 걸림돌이 된다고요? 그럴 일 없어요. 로즈 선생님이야 말로 억지부리지 말고 헤어지세요!”

아현이는 두 주먹을 꽈악 힘주어 잡았다.

‘지면  돼!’

지금  여자에게밀려버리면 해솔이를 빼앗길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기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글쎄다. 나야 말로  같은 애들을 워낙 많이 봐서 해솔이한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너 같은 애들이 주제도 모르고 날뛰면 어떻게 되는  아니? 결국 스토커 신고 받고 철창신세 지는 거야. 요즘 남자들 관련 범죄가 심해져서 남자 스토킹으로 징역 받을 수 있는 건 알지? 단순히 1~2년이 아니라 10년 넘는다?”
“제가 스토커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논점을 흐리지 말라고요. 저는 지금 당신이 해솔이를 건든 얘기를 하고 있어요.”
“너야 말로 정신 차려. 네가 이러는 짓이 해솔이한테 도움이 된다고 착각하지 마. 네 알량한 질투심 때문에 회사에 진해솔이랑 내가 잤다는  말하면 어떻게  같니? 물론 알려지게 되면 나는 직장을 잃겠지. 근데 나 혼자로 끝날까? 해솔이는?”
“읏!”

완전히 말렸다.
아현은 논리를 완전히 잃었음을 깨달았다.
더 이상 헤어지라고 협박할 수도 없다.
로즈는 아현이 질투심 때문에 협박을 해오고 있다는  눈치채버렸다.
질투심을 느낀다는  해솔이에게 감정이 있다는 뜻.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할  있을 리가 없었다.

“못하겠지? 못하잖아. 그러니까 네 협박은 나한테 안 먹혀. 아이돌 데뷔를 앞둔 해솔이가  짓을 알게 되면 얼마나 실망하겠니?”
“…해솔이를 사랑한다면, 그만둬주세요. 당신 때문에 해솔이가 피해보는  보고 있을 수는 없어요!”
“왜 피해가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보컬 트레이너로  바닥에서 쌓은 명성과 인맥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해솔이한테 얼마든지 도움이 될  있어. 가령 나중에 솔로 활동을 하게 됐을 때, 유능한 작곡가를 연결해줄 수 있지.”
“그건 회사에서도 해줄 수 있는 일이에요!”
“넌 해솔이가 허니 엔터에 십 년 이상 붙잡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니? 아이돌 한  장사야. 7년을 대부분 못 넘긴다고. 7년 이후를 생각해야지. 27살이면 솔로 데뷔하기딱 좋은 나이 아닐까?”
“…….”
“그에 비해 너는 걔를 위해 뭘 해줄 수 있는데? 너야 말로 해솔이한테 떨어지는 게 어때? 괜히 네 감정에 휘둘려서 그 아이한테 민폐 끼치지 말고.”
“저는 적어도 경솔하게 해솔이랑 회사에서 그, 그런 파렴치한 짓은 안 해요!! 제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쩔 뻔했냐구요!!”

아현이의 눈가에 물기가 서린다.
로즈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눈물 뚝뚝 흘리면서 협박을 하면 하나도  무서워. 네가 노력한 건 인정해주겠는데…!”
“안 울었어요!!”
“그래그래.  딴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건 알겠어. 근데…어머, 진짜 우니?”
“히이잉…! 이게 아닌데 흐아앙…!!”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는 아현이를 보며 망연자실한 로즈가 엉거주춤 그녀의 등을 토닥인다.

“오래살다 보니 별의  일을 다 겪네. 깜찍한 협박범을 경찰에 넘기는 것도 아니고, 위로를 해줄 줄이야.”

미성년자일 때부터 봐와서 그런지 20살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아현이 아이 같이 보이는지라 로즈도 더 이상 세게 나갈 수가 없었다.
단단히 혼을 내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소심한 성격에 용케도 이런 짓을 했다 싶어 대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해솔이 그 녀석, 아현이랑 뭔가 한  같은데?’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면 아현이가 이렇게까지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다.
질투심에 눈이 뒤집힐 만큼의 무언가가 있으니까  짓일 터.

‘요놈의 자식이 나 몰래 다른 여자도 건드리고 다녔다 이거지?’

대단한 성욕을 가진 남자이기에 그럴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하지만 데뷔 준비를 하고 있으니 다른 여자를 만날 겨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좀 놓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괘씸한 녀석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싹 발라먹어줘야 되겠는 걸?’

로즈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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