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3화 〉#08_ 폭탄 발언 (2) (43/849)



〈 43화 〉#08_ 폭탄 발언 (2)

“??????”
“행님, 뭐하세요?”
“어. 그냥 생각 좀.”
“침대에 멀뚱히 앉아 있어서 심심한가 했어요. 혹시 할 거 없으면 저랑 같이 게임이라도 하실래요?”
“아니, 이 형은 지금 깊은 고뇌에 빠져 있어서 게임 할 겨를이 없으셔. 그러니까 너도 적당히 하고 자라. 내일 쉬는 날이라고 늦게 자지 말고.”
“넵!”

알짱거리는 기우연을 퇴치하고 다시 상태창에 집중했다.

[축하드립니다.  번째 ■■에 성공했습니다.]
[보유 코인이 +1,000 올랐습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아’ 업적 달성! 보유 코인이 +2,000 올랐습니다.]

‘이게 도대체  소리냐고.’

수상하다.
너무 수상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스템에서 내게 3,000코인을 줬을 리가 없다.
이 코인을 벌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얼마인지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이대로 모르는 상태로 넘길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아싸! 개꿀! 이라며 환호했으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찜찜했다.
특히 이유가 ■■ 라고 가려져 있어서 보질 못하니 더 그랬다.

‘3,000코인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말이야.’

포니를 불러서 무슨 일인지 들어봐야   같았다.
방음이  되지 않는 숙소를 벗어나기 위해 도플갱어 인형을 사용했다.
기우연은 오랜만에 즐기는 게임에 흠뻑 빠져 있었기에 빠져나오기가 쉬웠다.

“야, 나와 봐.”

숙소 근처의 적당한 공원 벤치에 앉아서 포니를 불렀다.
사람들이 가끔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핸드폰과 이어져 있는 이어폰을 들고 있었기에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남자라는  때문에 쳐다보긴 하겠네.’

여자들은 하체에 다리 하나를 더 갖고 있는 생명체라면 일단 충동부터 느낀다.
들이대볼까?
주변이 어둑한 밤이라면 용기가 더 샘솟는다.
남자의 성격과 얼굴 같은 것은 당장 중요하지 않다.
일단 ‘연애’라도 해보고 싶은 것이 여자들의 바램.
극단적으로 적어지고 있는 남자들의 숫자 때문에 평범했던 여자들은 범죄를 꿈꾸기도 한다.

(ʘ言ʘ╬) [바빠 죽겠는데 뭐야. 갑자기 왜 불렀어?]
“나 갑자기 이상한 걸로 코인이 왕창 들어왔어. 이거 뭐냐?”
[코인이 들어왔다구?그럴 리가 없는데. 상태창은 절대 오류가 생기지 않는데….]

포니가 팔랑팔랑 내게 다가와 상태창을 확인한다.

[어어? 어어어?!]
“보니까   알겠어?”
(>д<)[이 녀석!! 이런 기특한 일을 다 하고!! 쨔식, 잘 했어. 잘했어!]

얘는 또 왜 이래?

윙윙윙~!

잔뜩 흥분해서 날개를 앵앵거리는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난다.
무슨 일인지 설명도 안 해주고 혼자 좋아하면 공감을 하겠냔 말이다.

“그니까 이거 뭐냐고!  이거 왜 받았어?”
[멍청하긴, 그걸 아직도 모르겠어? 네가 여자를 임신시켰다는 뜻이야!]
“어?”
[네 아래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50% 확률로 남자일 거야. 드디어 널 데려 온 성과를 보는구나!]

이세계의 남자들 정자로 아기가 만들어지면 90%가 여아이고, 10%가 남아가 태어난다.
하지만 내 정자로 아기가 만들어지면 50%가 여아, 50%가 남아일 확률로 태어난다.
만약 남자로 태어난다면 그 아이가 나중에 여자를 임신시켰을 시에도 여자가 태어날 확률이 50%, 남자가 태어날 확률이 50%가 된다.

[넌 최대한 많이 낳기만 해. 그럼 세상을 구한 용사가 되는 거야. 용사가 뭐 별 거 인가? 아기 숨풍숨풍 낳아서 인구수 늘려주는 것도 용사인 거거든.]

오, 시발.
무슨 얘기를 들은 거람?

“이, 임신? 임신을 했다고? 누가?!”

누가 했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러다가 문득 요 며칠 연락이 닿지 않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설마…주아 누나가?’

만약 그녀가 임신을 했다면  근래 갑자기 연락이 뜸한  말이 된다.
포니 저 녀석이 콘돔을 쓰지 못하게  탓에 정액을 엄청나게 뿌려댔지.
그 정도 뿌렸으면  녀석 정도는 성공할 법도 했다.

“주아 누나 나이가 이제 21살인데?”

정신이 번쩍 든다.
귀에서 이어폰을 빼내고 핸드폰을 조작해서 주아 누나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받을 때까지  생각이었다.
주아 누나는 앞으로 배우가  거라며 미래를 꿈꾸고 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갑자기 원치도 않은 임신을 했다면?

‘나쁜 생각을  수밖에 없겠지.’

21살은 책임을 지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내가 아빠가 된다고?’

현실적으로 와 닿지가 않는 얘기다.
솔직히 전화를 해서 무슨 얘기를 할지도 제대로 생각 못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주아 누나랑 만나야 할 것 같았다.

“이제 너 가라. 주아 누나랑 얘기 좀 하게.”
[뭐야, 몇 마디 시키고 끝이라구? 내가 똥개냐!!]
“여기서 할 일 없잖아? 그리고 넌 생각이 없냐? 주아 누나가 임신한 것 같은데, 얘기를 나눠봐야지! 이러다가 덜컥 나쁜 생각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나쁜 생각이라니?]
“가령 애를 지운다거나 그런 거.”

포니가 내 말에 꺄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꺄하하학! 그럴 리가 없잖아. 이세계에서 낙태는 불법이야. 병원에서 절대  해줘.]
“절대 안 해준다고? 불법은?”
[불법도 없어. 함부로 낙태 해줬다간 징역 50년 박히는데 누가 두 푼으로 그런 짓을 하냐.]

도대체  세계는 뭐하는 세계인겨?

“징역 50년이라고? 왜?”
[남자가 극도로 적은 세계라고 했잖아. 덕분에 출산률이 엄청 낮아.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야. 여자아이라는  알게 된 산모가 아이를 지우려는 시도가 많았어. 남자 아이를 가질 때까지 시도해보고 싶은데, 아이가 늘어나면 부담이 커지잖아. 그러니까 여자아이인 걸 알면 낙태하는 거지.]

 그런 쓰레기 같은!!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네 주변이 평화로워서 착각하는 것 같은데, 멸망을 앞둔 세계야. 이대로 몇 세대만 지나면  세계에 남자는 남지 않게 될 거라고. 그럼 결국 번식을 못해서 전부 죽겠지. 멸종이 된다는 뜻이야. 이게 넌 장난 같아 보이니?]
“…….”

멸망을 앞둔 세계에 사명을 받고 왔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남의 사정이고, 내 삶만 잘 먹고 즐기다가 가면 되지 않나 한 거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결국 정력을 올리고부터는 부작용을 핑계로 여자들을 만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내가 여자를 만나는  세상을 위한 거라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포니의 말을 들으니 어쩐지…는 개뿔.
어깨는 하나도  무겁다.
그도 그럴 것이.

“좀 진지해지고 싶어도 세상을 구하려면 여자랑 섹스 하라는  들으면 진지해질 수 있겠냐?”
[공감능력 없는 놈!]
“아무튼, 됐고. 누나가 아기를 낳을 건 100%라는 얘기지?”
[그래. 낙태 해주는 병원은 없어.]
“좋아, 그래도 누나랑 만날래. 너 가.”

포니는 욕설이 담긴 말풍선을 마구 만들어내며 성을 냈다.

“아! 온 김에 코인  쓸까? 좋은 상품 같은 거 있으면 추천 좀 해줘 봐.”
[코인을 쓴다고? 당장 내 돈 갚아야지!]
“1년 만기 아직  됐잖아.”
[허! 당장 갚아!]
“이자까지 쳐주는데 팍팍하게 굴지 말자. 어련히 갚을 텐데 말이야. 아! 그리고 업적 달성해서 2,000코인 더 줬던데 업적이 뭐냐? 이런 얘기 처음 듣는데.”
[업적은 말 그대로 업적이야. 역사적으로 길이남을 만큼 대단한 일을 해냈을 때 얻을 수 있어. 보통의 경우라면 몰라도 될 일이지. 네가 역사에 남을 만큼 대단한 일을 할 리가 없으니까.]
“내가 여자를 임신시킨 게  정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그래,]

그럼  얘기가 달라지지.

“그렇게 대단한 일을 했는데 고작 2,000코인이면 너무 짠 거 아니야? 더 줘!”
[꺼져! 맡겨놨냐?]
“역사에 남을 일을 한 거라며. 2,000코인은 너무 싸! 한 1만 코인을 줘도 서운할 것 같은데.”
[벌레가 살려고 환경에 맞춰 진화한 게 인간한테 과연 대단한 일일까?]
“여기서 벌레 얘기가 갑자기  나와?”
[네 상황이  이거니까. 인간 세상에 새로운 DNA 유전자가 추가  게 인간 입장에선 대단한 업적이겠지만, 나 같은 존재한테는 별 것도 아닌 거야. 그러니 2,000코인도 많이 받은 거라고. 애초에 인간이 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한 특권이야.]

설명 참 멋들어지게 한다.
사람의 자존심을 어쩜 이렇게 무너트리나.
듣는 벌레 기분 나쁘게.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면서 나는 여기에 왜 데려왔냐? 그냥 멸종하게 내버려두지.”
[지구에 환경 보호하고 동식물 보호하는 단체 없냐? 멸종위기 동물 데려다가 보호해주고 안 그래?]
“…하지.”
[널 여기에 데려 온 것도 같은 일이야.]

시발.
할 말이 없었다.

“오냐, 대단하신 분이라 참 부럽네요. 암튼 너 다음에 올 때까지 나한테 도움이 될 만한 상품 하나 알아와. 가진 코인으로 살 수 있는 상품으로.”
[돈 갚으라니까!!]
“1년 후에 갚을 거야.”

노발대발 하는 포니를 억지로 보내버리고.
나는 곧장 주아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해솔아!
“누나, 전화 괜찮아?”
-응! 괜찮아.
“다행이다. 또 연락 안 되는  알았어. 기다리다가 목 빠질  했잖아.”
-누나 많이 보고 싶었어?
“응.”

통화음 속으로 주아 누나의 후훗-! 하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생각보다 목소리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만나자, 누나. 내가 집으로 갈게.”
-잠깐만! 아니야. 내가 나갈게. 남자애가 밤에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해. 어디서 만날까?
“아니, 누나야 말로  조심해야지. 내가 갈게.”
-응? 몸조심이라니?

아차, 지금 티를 내면 안 되지.

“암튼 만나자구~! 빨리~! 보고 싶어서 눈알 빠질 지경이라니깐?”

나는 누나에게 대충 얼버무리고 서둘러 약속 장소를 잡았다.
임신과 관련 된 얘기가 나올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만나는 장소는 모텔 방이었다.
단언컨대 딴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원활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잡은 장소였다.
모텔방을 잡고 들어와 누나를 기다리던 중.
바깥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솨아아-

갑작스러운 비였지만, 나는 이미 모텔방을 잡고 들어왔기에 문제없었다.
하지만 주아 누나는 그렇지 않았는지, 방으로 들어올 때 누나의 옷이 젖어 있었다.

“해솔아.”
“비 많이 맞았어?”

모자와 마스크, 간편한 검정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타난 누나는 섹시했다.
이런 외모이니 배우로 데뷔하게 된다면 당장 스타가 될 수 있을 거다.
차가워 보이는 외모이지만, 친한 사람과 있을 때의 그녀는 다르다.
나를 볼 때마다 웃어주는 상냥한 얼굴은 이 여자가 내 여자다! 하며 자랑하고 싶게 만든다.

“조금? 갑자기 비가 내릴 줄은 몰랐어.”
“옷 말려야겠다.”
“그럴까?”

주아 누나가 비에 젖은 겉옷을 벗는다.
펑퍼짐한 트레이닝복 안에 숨겨져 있던 검정색 탱크탑이 드러나고.
 똘똘이 녀석이 괘씸하게도 곧바로 반응했다.

-벌떡!

터질 것 같이 탱탱한 가슴을 탱크탑이 아슬아슬하게 잡아주고 있는데, 당장이라도 누나의 뽀얗고 흰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싶었다.
상황 파악  하라고, 이 자식아!!

-시무룩!

다행이 누나가 임신한 걸 떠올리니 반항하지 않고 시무룩해진다.
 

1656111572735.jpg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