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4화 〉#08_ 폭탄 발언 (3) (44/849)



〈 44화 〉#08_ 폭탄 발언 (3)

나는 헛기침을 하며 누나에게 말했다.

“크흠,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됐어. 여행은 잘 다녀왔고?”
“응응. 미안해, 이제 연락 자주할게. 걱정 시켜서 미안.”
“나 안 보고 싶었어?”
“아잉! 그런 말 하지 마. 당연히 보고 싶었지.”
“몸은 좀 어때? 여행 다니다가 컨디션 잘못 관리해서 아프기라도 하면 안 되는데.”
“히히,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건강해.”

입으로는 다정한 말이 나오고 있었지만, 속은 전혀 달랐다.
거추장스러운 그녀의 옷을 전부 벗겨버리고 누나의 뽀얗고  속살 그리고 젖가슴에서 눈이 떼어지질 않는다.

‘누나가 임신한 게 사실이면, 저 가슴에서 젖이 나오는 건가?’

꿀꺽-
어쩐지 자식이 먹을 걸 빼앗아 먹는 파렴치한 아빠가 될 것만 같다.

“…….”
“…….”

평소의 경우라면 주아 누나가 재잘재잘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으며 대화의 물꼬를 틀었을 상황. 그런데 오늘따라 주아누나는 평소답지 않게 말수가 굉장히 적었다.

‘임신한 거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카페에서 사왔던 따듯한 초코라떼를 누나에게 건넸다.

“이거 마셔. 초코라떼야.”
“응~ 고마워.”
“뜨거우니까 후후 불어 마셔.”
“히히, 응.”

헤실헤실 웃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분위기가 편해질 때쯤 주아 누나가 입을 뗐다.

“요즘 데뷔 준비는 좀 어때?”
“이제 라이브도 가능해졌어.”
“춤추면서?”
“응. 이제 남은 제일 큰 일정은 리얼리티 촬영 때문에 해외여행 가는 거야.”
“리얼리티는 회사 유티비에서 올라오는 거지?”
“응.”
“엄청 기대된다!”
“글쎄다. 내가 보기엔 별 안 찍던데.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
“네가 카메라에 찍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을 거야.”

흠, 내 얼굴이 그 정도 파급력이 있기는 하지.
자화자찬은 아니다.
애초에 이놈 얼굴이 진짜 내 얼굴은 아니지 않나?
그냥 객관적인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너 해외가서 여자 만날 거야?”
“…갑자기 왜 그런 소릴해?”

혹시 주아 누나도 아현이나 복순 누나와 만난  있나 싶어 뒤통수가 찌릿해진다.

“난 네가 누굴 만나든 상관없어.”
“…정말? 근데 갑자기 왜 그런 소리를 해? 마치 내가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 마냥.”
“히히, 나도 나중을 생각해야 하니까 그러지~!”

누나가 무슨 생각으로 이 얘기를 꺼낸 건지   같다.
나중을 생각한다는 건 진짜일 거다.
내 아이를 임신했으니, 내게서 혼인 신고서를 받은 복순 누나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미래를 그려야 할 필요가 있었을 거다.

“나중이라…. 한 7년 뒤에 누나랑 결혼하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어차피  아이를 임신한 여자이다.
복순 누나에게도  혼인 신고서인데, 주아 누나에게 못 해줄  없었다.

“7년 후에!? 정말 나랑 결혼해줄 거야?”
“당연하지! 아~ 그때쯤이면 누나는 엄청 유명한 스타 배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네. 헉! 그럼 내가 까이는 거 아니야?”
“그럴리가없잖아나는너밖에없어!!”

 누나, 랩에 소질이 있는 거 아닐까?
메인 보컬 지망생이었다고 들었는데, 장르를 잘못 선택한 걸지도 모른다.

“나도 알아. 고마워 누나. 사랑해.”
쪼오옥~! 츄릅! 춥!
“히잉, 나두 사랑해.”

몸정이 맘정이 되는 법.
어느새 나는 주아 누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게 됐다.
처음을 나에게 준 여자이기에 더 소중한 건지도 모른다.

‘이런 미녀가 나한테 처녀 떼어달라고 했을 때 진짜 어이없었는데.’

그때가 아마 남녀역전 세계의 매운 맛을 처음으로 느꼈을 때일 거다.

“이짜나,  사실 너한테 고백할  있어.”

누나의 혓바닥이 짧아진다.

“고백? 뭔데?”

덩달아 내 혓바닥에도 느끼한 버터가 추가 된다.
흠흠, 늬들도 이런 미녀랑 연애해봐라.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고.

“움….”

누나가 선뜻 말을 못한다.
임신을 했다는 말을 쉽게 할  있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는 무서워하는 그녀의 두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말해봐. 뭐든 다 들을 준비 되어 있어.”
“으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한다.
이미 다 알고 있는데도 두려워서 입을 떼지 못하는 주아 누나가 안쓰러웠다.

“가슴 만져줄까? 아니면 내 자지 만질래?”
“풋!”
“흐흐.”

잔뜩 긴장해 있던 누나가 웃음을 터트린다.
긴장이 풀린 얼굴이다.
누나는 못 말린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말했다.

“아무래도  되겠어. 자지 만질래. 꺼내줘.”
“…….”

미처 몰랐던 사실인데.
주아 누나는 나에게 처녀 떼어 달라고 당당하게 외쳤던 대장부.
즉, 나보다 더 변태인 여자였다.

♣ ♣ ♣

-주물럭 주물럭
“하아, 이거야.”

주아 누나는 내 자지를 만지며 한껏 상기 된 얼굴이 됐다.
내가 농담을 했을 때보다 더 긴장이 풀려 보인다.

‘자지에 지다니, 분하군. 센스 능력을 좀 올려야 되나?’
“이제  진정이 돼?”
“응. 근데 너는 나 땜에 흥분한 것 같아서 어떡하지? 나 오늘 너랑 못하는데….”

아무렴요. 저도 그럴 생각 없습니다.
임신 초기에는 조심해야 한다는  잘 알고 있다.

“괜찮아. 누나 본 것만으로도 충분해.”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내 가슴에서 눈을 못 떼고 있잖아.”
“누나도 내 자지에서 눈 못 떼고 있으니까 쌤쌤하자.”
“히히히.”
“이제 진정  것 같은데 말해줘. 아까부터 엄청 궁금했거든. 우리 예쁜 누나한테 무슨 일이 있기에 이렇게 말도 못하고 겁에 질려 있을까?”
“…네가 너무 놀라지 말았으면 좋겠어. 너한테 절대 부담 안 되게 할 거야. 내가 다 책임질 거니까.”

이 누나가 지금 뭐라는 거람?
만든사람은 나랑 누나 두 사람인데 왜 혼자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건지.
이것도 남녀역전 세계라서 생긴 부작용인 걸까?
여자가 떠는 것을 계속 두고 보기 싫었기에 어서 말하라며 그녀를 닦달했다.

“누나가 뭘 걱정하는 건지 모르겠네. 왜 이렇게 무서워해? 어서 말하고 편해지자. 누나가 이러는  보고 있기 힘들다. 응?”
“알았어. 말할게. 나 사실 이, 임신했어. 네 아이야.”

누나의 입에서 드디어 임신 얘기가 나왔다.
짐작하던 일이 사실임이 드러나고, 직접 말로서 임신 사실을 알게 되니 정신이 번쩍 든다.
누나에게 어떤 리액션을 해야 서운해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랑해.”

나도 모르게 튀어나간 말.
주아 누나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비를 맞아 차갑게 식어 있는 누나를 끌어안았다.
내 체온으로 주아 누나가 이상 추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으으…흑!!”
“그리고 고마워.”
“…정…말 괜찮아? 너 이제 데뷔해야 하는데 나 때문에 문제 생기면 곤란해지잖아. 실망 안 했어? 싫지는 않아?”
“왜 싫어? 내가 아빠가 된다는 건데! 아니, 누나야 말로 괜찮아? 배우하고 싶어 했잖아. 미안해, 나 때문에. 근데 너무 기쁘다. 고마워.”
“정말 기뻐? 거짓말 아니고 진심으로 임신한 걸 기뻐하는 거야?”
“기뻐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같은데?”
“…나 너한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생각했어. 내 호적에 올리고 키우거나 엄마 호적에 올리는 것까지도.”

아무래도 누나는 내가 아기를 반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평범한 20살 남자였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평범한 20살 남자가 아니다.
결혼을 하고 안정  가정을 갖고 싶었다.
주변에서  둘씩 결혼을 하고 가정을 만드는 친구들을 보며 외로움을 부쩍 느꼈다.
하지만 여긴 과거의 내 세상이 아니다.
내 신분도, 나이도 전부 달라졌다.
실제로 주아 누나가 걱정한 것처럼 당장 누나가 낳은 아기를 내 호적에 올릴 수는 없었다.

“내 사정 때문에 걱정이 많았구나. 확실히  부분은 나도 확신을 주진 못할 것 같아.”

아이 아빠라는 사실을 숨긴 채로 아이돌 활동을 하게 될 거다.
만약 밝혀진다면?

‘내가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누나가 힘들어지겠지. 태어날 내 아기도 그렇고.’

어쩐지 이번에 얻은 코인을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할지 감이 잡히는 것 같다.

“누나는 걱정하지 마. 우리 아기는 내가 지켜.”
“!!”

이게 아빠의 마음인 걸까?
포니가 세계를 구해달라고 했을 때보다 주아 누나와 내 자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 지금이 더 어깨가 무거웠다.
세계가 멸망하든 말든 내가 살아 있을 때만 문제없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내 아기 아니, 손주 손녀까지는  먹고  살 수 있는 세계가 되어야 돼.’

이래서 포니가 나에게 여자를 임신시키라고 그토록 닦달한 건가?
주아 누나는 내 말에 감동을 받았다며 펑펑 울었다.
임신을 하게 되면 감정이 자주 오락가락 한다던데,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아쉬웠다.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입덧은 아직 안 하나? 아참!누나 임신한 거 부모님은 아셔?”
“응. 알아.”
“헉! 그럼 인사드리러 가야 하지않을까? 나 내일 쉬는데 당장 인사드리러 가자!”
“그렇게 빨리?”
“기왕 시작한 거 단숨에 끝내야지. 질질 끌어봤자 뭐해.”
“일단엄마한테물어볼게! 지금은너무빨라!”

마음이 다급했는지 주아 누나의 말이 빨라진다.
귀엽기는.

“내가 누나 곁에 있어주지 못하니까 장모님이 우리 많이 도와주셔야 돼. 그래서 잘 보이고 싶어서 마음이 급했나봐.”
“아기 낳는 건 여자가 할 일이야. 남자인 너는 신경  써도 돼.”
“아~ 여긴 그래?”

지구에선 임신한 여자 서운하게 하면 평생 간다는 말이 있는데 여긴 아닌 모양이다.

“남자한테 부담 줄만큼 능력 없는 여자 아니야.”
“나야 말로  아이 임신한 누나를 내버려둘 만큼 매정한 놈 아닌데?”

주아 누나가 내 말을 듣고 예쁘게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히히, 고마워. 사실 진짜  많이 났거든. 네가 싫어하면 어쩌지 싶어서. 고민도 많이 했고, 겁도 많이 났는데 정말 기뻐해줘서 너무너무 고맙고 내가 남자 하나는 제대로 만났구나 싶더라. 울 해솔이 만큼 든든한 남자는 또 없을 거야.”
“당연하지.”

내 반응이 제법 괜찮았는지 주아 누나가 날 바라보는 눈빛에 꿀이 뚝뚝 떨어진다.
나 또한 주아 누나가 너무 예뻤기에 참지 않고 진한 키스를 나눴다.

“현실적인 문제는 내일 생각하고, 병원에는 가봤어?”
“응! 초음파 사진 보여줄게.”
“헉!! 완전 좋지.   됐어?”
“다음 주가 4주야.”
“4주? 엄청 일찍 발견했구나. 다행이네.”

임신한 줄 모르고 안 좋은 먹으면 아기한테 좋지 않았을 거다.

‘4주밖에 안 됐는데 발견한 게 신기하네.’

임신 증상에 대해 아는 게 없는 터라 4주면 아기가 얼마나 자랐는지 알 수가 없었다.
초음파 사진을 보니 동그란 콩알만 보인다.

“이게 아기야?”
“응. 10주까지는 배아라고 하고, 10주 이후부터는 태아라고 말한대. 10주 후에는 임신 확인증도 받을  있대.”
“신기하다. 이게 아기가 된다 이거지?”

고작 검은색 점밖에는 보이지가 않는데도, 어쩐지 초음파 사진을 놓을 수가 없다.

“오늘 들어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려봐. 내일 인사가도 되는지.”

주아 누나가 임신기간 동안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주아누나의 부모님들이 그녀의 임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걱정의 대상  하나다.

‘앞길 창창한 누나가 덜컥 임신을 하고 왔는데 반기겠냐고.’

적어도 누나 부모님들이 임신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누나의 임신을 반기지 않는다면?
코인을 이용해서라도 누나가 안전하게 아기를 낳고 기를 수 있는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