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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09_ 해외 리얼리티 촬영 여행 (2) (49/849)



〈 49화 〉#09_ 해외 리얼리티 촬영 여행 (2)


‘코인으로 언어능력 올리길 잘한 것 같네.’

주아 누나의 임신으로 얻은 코인까지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현지인처럼 능숙하게 언어를  정도까지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넉넉하게 50개의 코인을 이용해 가챠를 돌렸고, 제법 상타치로 능력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말을 능숙하게 할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듣는 귀는 트였어.’

해외 활동을 하기 앞서,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결론적으로 가장 필요한 건 ‘언어’였다.
일단 언어가 되면  나라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었다.
활동하는데도 굉장히 편하고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언어.
통역사를 걸치지 않고 생생하게 듣는 첫 외국어가 예상과 많이 달라서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외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기쁨이  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자들이 하는 말을 덤덤하게 넘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동안 여자들이 길거리를 지나다닐 때 쳐다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여기에 비하면 정말 별 것도 아닌 수준의 관심이었으니까.
마렌치노 여자들은 쳐다보는 것뿐만 아니라 매우 적극적으로 행동을 했다.

‘진짜 역겹네.’

남자에게 얼마냐고 물어봤던 그 여자.
돈 주고 잠자리를 사겠다는 마인드다.
문제는 우리들이 절대 그런 쪽의 일을 하는 사람들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게 남녀역전에서 겪을  있는 인종차별+성차별인가?’

처음 당해보이는 차별에 머리가 어질거릴 지경이다.
문제는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우릴 몸 파는 사람 취급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썩 좋은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았다.

-어느 나라 사람이야? 이름이 뭐야?
-어디 살아?
-놀러왔어? 우리랑 같이 놀래?
-재밌게 해줄게! 좋은 것도 줄  있어.
-저쪽으로 가서 잠깐 얘기 좀 하지 않을래?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우리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심지어 외국인인 우리에게 길 좀 물어보고 싶다며 억지를 쓰는 사람도 있었다.
잠시 패닉에 빠진 제작진들이 뒤늦게 현장을 수습하고자 머리를 굴렸다.

“계속 이러면 절대 촬영 못합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낫지 않을까요?”
“도대체 사전답사를 어떻게 했길래 이래?! 저런 양아치들이 돌아다닌다는 소린 없었잖아.”
“부, 분명 사전답사 했을 땐 이러지 않았는데….”
“사전답사 갈 때 일행 중에 남자 없었지?”
“없었죠. 우리 팀에 남자가 어딨어요?”
“젠장, 그러니까 모를 수밖에.”

제작진들이 이런 분위기를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사전답사 하러 갔을 때 남자와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 여자들은 다 발정이라도 난 거야? 카메라가 버젓이 있는데도 막무가내잖아!”
“이러다가 범죄라도 일어나는 거 아니에요?”
“아, 제발! 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마!”

제작진들의 걱정이 쌓이고 쌓일수록 멤버들의 표정도 걱정과 두려움이 쌓여갔다.
문신과 피어싱을 한 불량한 여자들이 수시로 몰려와서 자신들에게 찝쩍대고 있으니 당연하다.
여자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나조차도 이곳 여성들은  무서웠다.

‘그래도 외모는 다들 기가 막히네. 저 얼굴로 양아치스러운 행동을 하고 다니니까 진짜 적응 안 된다.’

마렌치노가 어떤 나라인가 개인적으로 조사를 좀 했는데, 유난히 미인이 많은 나라라고 설명이 되어 있어서 기대감이 컸었다.
그리고  정보가 거짓은 아니었는지 하나같이 대단한 미인들이었다.

‘쓰레기 같은 말을 미녀들이 내뱉고 다니는데, 이걸 기분 나빠해야 되는 건지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

솔직히 지구였으면 미녀에게서 욕을 먹는 것 쯤이야 쌉가능을 외치며 뛰어들었을 거다.
하지만 이 세계 출신인 다른 멤버들은 육식동물 사이에  토끼처럼 잔뜩 움츠려서 옹기종기 모여 주변을 경계했다.
당연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촬영 분량이 나오지 않는다.

“유명 여행지에서도 이러진 않아야  텐데...”

산이 무너지면서 생긴 도시 파벨로.
파벨로를 크게 가로지르는 큰 강줄기가 바다로 이어진다.
파벨로가 유명한 여행지가 될  있었던 이유도 바로  강줄기 덕이 크다.
바다와 커다란 강줄기가만나는 곳에 만들어져 있는 펠로 폭포.
주변 풍경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에메랄드  물색은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곳에서 신인 남자 아이돌이 꺄르르 꺄르르 웃고 노는 모습을 찍을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제작진은 시작부터난관이 펼쳐지자 한숨을 쉬었다.

“제작비가 얼마인데, 여기서 멈추는  절대  돼.”
“그냥 밀고 가시게요?”
“그냥은 절대 못 가고, 회사에 요청해서 경호원을 좀  고용해야지.”
“애들이 엄청 불안해해요. 어떻게 하죠?”
"일단 호텔에 데려다놓고 달래놔야지. 저런 표정으로는 아무것도  찍어."

제작진들이 회의 끝에 결론을 내렸다.
펠로 폭포는 무조건 걸쳐가야 하는 관광 명소.
이곳에 왔으니 리얼리티 카메라에는 무조건 담아야 했다.

“호텔로 가서 점심을 먹고, 펠로 폭포를 구경하는 것까지만 찍을 겁니다. 주변 관광객들이 많으니까 거기는 괜찮을 겁니다. 해지면 바로 호텔로 돌아 갈 거고요. 점심 먹는 사이에 추가로 경호 인원  테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말아요.”
“네에.”
“넵!”
“…정말 괜찮은  맞죠? 무서운데.”
“걱정하지 말아요. 문제 생기지 않게 최선을 다 할 겁니다. ”

남자놈들이 여자들 관심을 무서워해야 한다니.
말세다 말세야.
속으로 다른 멤버들처럼 쫄았던 나는 시간이 지나 좀 진정이 되자 아이들에게 센 척을 했다.

“뭘 무서워하는 거야. 혼자서 어디 가지만 않으면 제작진 분들이 지켜줄 텐데.”
“그럼요, 저희들이 지켜드릴 겁니다. 그러니까 너무 겁먹지 마세요. 저희들 안내만 잘 따라주시면 문제 일어날 일 없습니다.”

제작진은 내 말에 얼씨구나 맞장구를 치며 멤버들을 열심히 달랬다.
한참 우쭈쭈를 당하고서야 멤버들은 안도하고 호텔로 이동하는 차량에 올라탔다.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니까 졸졸 따라오더라.
그 와중에도 여자들의 노골적이다 못해 끈적끈적한 시선이 계속 이어졌다.

“이런, 씨발.”
“왜 그래요, 누나?”
"뒤에  쫓아온다."

차에 올라탄 덕분에 사라진 사람들의 시선.
긴장을 놓았던 멤버들이 매니저 누나의 말에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잠깐 얼굴을 보였을 뿐인데 그걸로 호텔까지 쫓아 올 생각을 한다니??

‘이건 좀…. 진짜 소름 돋네.’

 정도면 남녀 성별을 떠난 문제가 아닌가 싶다.
여자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 나에게도 저렇게 따라다니는 것은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멤버들 중에서 아무도 운전면허를  사람이 없는 탓에 운전을 해주고 있는 로드 매니저 이영주 매니저님이 잔뜩 커진 눈으로 바깥을 살피는 멤버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데뷔하고 나면 이 정도는 대범하게 넘길  알아야해.”
“...사생 말씀하시는 거죠?”
“응, 지금 이건 우스울 정도야. 도로를 막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숙소 침입은 정기 행사 수준이고, 인형에 카메라 달아서 선물하는 애도있고, 자기 침이나 생리혈을 넣은 과자를 만들어서 주기도 하거든.”
“…….”
“…….”

시발, 그게 뭔-?
우리들이 경악하는 반응이 보이지 않는 건지 이영주 매니저는 계속해서 덤덤하게 말했다.

“나중이 되면 친구한테  말하는 것도 힘들어질 거야. 너희들 정보를 돈 주고 사는 여자도 나올 테니까.”
“으아, 무서워요.”
“사람이 그걸 어떻게 참고 살아요?”
“회사에서 관리해주는 거 아니었어요?”
“관리야 해주지. 근데 관리한다고 해도 모두 다 막을 수는 없어. 워낙 지능적으로 나오니까. 그리고 팬들만 문제인 것도 아니야. 너희들이 앞으로 만나게 될 동료들. 걔네들이 진짜 위험해. 친분을 쌓은 후에 너희들을 나락으로 처박아버리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마약.”
“헉!”

마약.
해외에서도 마약 때문에 난리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만만치 않게 퍼져 있다.
특히 연예계에선 굉장히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소문으로만 들어본 일이지만, 실제 연예계에 데뷔하게 되면 한 번쯤은 이런 식의 유혹을 당하게 될지도 몰랐다.

“특히 남자 아이돌은 진짜 조심해야 돼.  나쁜 애들이 엄청 많거든. 너희들이 잘 나가면 잘 나갈수록 질투심으로 별의 별 짓을  시도할 거야.”
“카메라 있는데서 그런 말해도 괜찮은 거에요?”
“제작진 다 우리 직원이라서 괜찮아. 물론 그렇다고 너무 풀어져서 행동하면 안 된다. 팬 분들 눈 예리한  알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걸로 지적 받아서 난리 날 수 있으니까 최대한 조심하라고.”
“네엡!.”
“예이예!”
“당연하죠.”

부우우웅-!

“으악!”
“안전벨트 다 제대로 맸지?”
“아무리 그래도 차가 전복 되면 저희  죽어요!!! 너무 위험하다고요!!”
“하핫! 걱정하지 마. 무조건 믿으라고.  잡아라, 얘들아!!”

부우우우우웅-!!!!
으아아악!

뒤를 따라오던 차량을 따돌리기 위해 운전을 하다 보니 점점 거칠어져 가고 있었다.

끼이이익- 끼이익! 부우우웅~!

“우와앗!”
“쏠린다, 으악.”
“이래봬도 내가 운전 하나는 스페셜 리스트라고!! 그렇지, 따돌렸다! 너희들 수준이 다 거기서 거기지. 흐흐흐!”

기어코 이영주 매니저가 따라 붙는 자동차를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속 울렁거려.'

남자 아이돌의 로드 매니저로 일했던 경력이 있는 이영주 매니저는 오로지 운전 솜씨 하나 만으로 허니 엔터로 이직에 성공한 능력자였다.

“각종 파파라치에 사생들 따돌리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어야지. 저런 초짜들은 내 상대가 못 된다고.”

의도가 좋지 않아 보이는 의문의 차를 완전히 따돌리는데 성공한 매니저님은 곧장 정상적으로 차를 운전해 호텔로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격한 움직임에 멀미를 호소하던 우리들도 다시 안정을 찾았고, 생각보다 금방 도착한 호텔에 환호하며 차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으으! 시원한 공기! 완전 좋다. 빨리 나와봐. 멀미가 싹 가라앉아."

기지개를 키며 바깥 공기를 한껏 들이마쉬고 있는데,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여자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호텔 앞이라서 그런지 여자들이 막무가내로 다가와  들이대는 일은 없었다.

“후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여기는 들이대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비행기에서 몇 시간씩 이동하고, 나와서도 주변을 구경도 못하고 곧장 차를 타서 이동해야 했다.
호텔에 와서야 이제 겨우 마렌치노의 풍경을 즐길 틈이 났다.
우리들이 따라오는 차를 따돌리는 사이 제작진은 먼저 호텔에 도착해 있었는지 곧장 카메라가 멤버들을 찍기 시작했다.

“호텔 바로 들어가야 해요? 주변 구경은 못하나요?”

제키가 리더로 나서서 제작진에게 물었다.
멤버들 모두 이대로 호텔에 들어가는  아쉬워하고 있었다.

“저희 멤버 대부분이 해외 나와 본 게 처음이라서 엄청 구경하고 싶었거든요.”
“지금은 안 됩니다. 위험해요. 이따가 밥 먹고 나서는 가능하니까 조금만 참으시죠.”

제작진의 단호한 말에 히잉~ 하고 실망하며 애교를 부리는 멤버들.
나는 슬쩍 한 발작 물러났다.

‘남자 애교 따위 죽어라.’

애교 부리고 있는 저놈들과 같은 일행이고 싶지가 않은, 남자의 본능이었다.


♣ ♣ ♣

[얘 누군지 앎? 아이돌이라고 하던데.]
(사진) (사진) (사진)

└얼굴 도랏노.
└제 남편입니다. 사진 내려주세요.
└윗댓 지랄ㄴ 외국인인 것 같은데 어디 나라 사람이지? 나라만 알아도 아이돌 바로 검색 쌉가능인데.
└발로 찍었는데도 얼굴이 뚫고 나오네.
└빨랑 뒤져 봐.
└없음. 도저히 못 찾겠음.
└저런 애기들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 시발, 마렌치노에서 데뷔해주세요, 제발. 두둑한 통장 준비해놨습니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겠어. 얼굴 예쁜 건 알아가지고 사람개 몰려서 도망감. ㅠ
└사진  없냐?
-나만 볼 건데.
└개새끼야 더 내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병 on
└근데 진짜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거임?
└정보가 없어!!!!!!!!!!!
└아이돌이 맞기는  거임?
-카메라가 찍고 있었어. 100% 연예인임.
└저 얼굴이면 묻힐 수가 없는 수준인데 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지?
└특히 왼쪽 구석에 있는 남자 말이야. 혹시 보정 시킨 거 아니지?
└딱 봐도 그냥 허접하게 핸드폰에 찍은 거잖아.
└저런 얼굴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질 않아서 그래.
└제발 이름만이라도 알고 싶다.
└나도.
└꿈에 나올 것 같아.
└이 사진은 오늘 밤에 잘 쓰겠습니다.
└내 남편이야 안돼ㅠㅠㅠㅠㅠ
└지랄ㄴ 주접ㄴ

마렌치노의  인터넷 카페에 등장한 사진 한 장.
그 사진으로 인해 카페가 들썩였다.
한 명, 한  비주얼 구멍 없이 뛰어난 남자 아이돌은 굶주린 여성들의 레이더를 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원하는 만큼의 정보를 얻어낼 수가 없었다.
외국의,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남자 아이돌에 대한 정보를 마렌치노 사람들이 알아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 주인공 떴다!!!!!!!!! 얘네들 맞지?]

└오, 시발. 디카로 찍은 거네? 제대로 찍은  보고 쌌다.
└난 3번 가능.
└조루냐? 3번밖에 못함? 난 7번 가능함.
└난 10번.
└근데 시발 오른쪽에  있는 애 진짜 남신이네. 졸라 잘 생겼어!!!!!!!!!!
└사람 맞을까?
└어느 나라 사람임? 글쓴이! 좀 알아봐봐.
-말 걸어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얘네들 주변에경호인만 10명이 넘는다고.
└10명? 그 정도면 해볼    아닌가.
└동료가 필요하다면 위치를 말해! 당장 달려갈 테니까.

마렌치노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던 사진 속의 남자들.
끝내 정체를 알아내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인가 했던 화제가 다시금 업로드  사진으로 활활 불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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