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10. 데뷔 (3) (55/849)



〈 55화 〉#10. 데뷔 (3)

후다닥-!

셋 모두 더 이상 반목하지 않고 부지런히 자리를 치우기 위해 움직였다.
아현이는 복순 누나가 흘린 물을 닦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얼굴이 새빨개졌다.

‘야한 생각 하는 중인  같은데.’

아현이가 치마를 입었다면 팬티가 젖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아쉽게도 오늘 아현이는 청바지를 입고 온 탓에 확인할 수가 없었다.
나는 청소하고 있는 아현이의 등에 슬그머니 매달리곤 말했다.

“오늘 아현이랑 하고 싶었던 걸 선생님이랑 해버렸네?”
“…나랑 하고 싶었어?”
“원래는 그러려고 했지. 아현이한테 잔뜩 힘 받아서 열심히 데뷔 무대 하려고.”
“방해꾼만 아니었어도….”
“에이, 그건 아니지.”

그녀는 분명  이상 진도가 나가는 걸 거부했었다.
회사라는이유로.
복순 누나 때문에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 된다.

“…미안해.”
“네가 미안해 할 일 아니야. 너랑 이렇게 안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충분히 기뻐.”

불끈불끈-!

아현이를 뒤에서 안고 있는 상태였기에  하체가 얼마나 묵직해져 있는지 충분히 느낄  있는 상태다.
복순 누나의 입에  발을 싸긴 했으나 그 정도로는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걸 아는 그녀이기에 더더욱 미안한 얼굴이 된다.

“다, 다음에는!”
“다음에는?”
“나랑해.”
“너랑? 정말? 여기 회사인데?”
“응. 나랑 해. 나도 잘 할 수 있어. 때, 때리는 것도 네가 원하면 할게. 나 잘 맞춰 줄 수 있어.”

나도 안다.
잠자리에서 그녀의 엉덩이 때렸을 때, 제법 잘 느꼈었다는  기억한다.

“회사에서 하는  싫어했잖아. 난 네가 싫어하는 일 하고 싶지 않아. 여자 친구한테 잘 보이고 싶지, 미움 받고 싶지 않은걸?”
“아니야! 사실 나도 안 싫었어. 그냥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어쩌나 싶어서 거절했던 거야. 내가 널 거절할 리가 없잖아.”
“착하네, 우리 아현이.”

귀여워라.

쪽쪽쪽!

아현이는 내 뽀뽀 세례에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지만, 세이프인가?’

너무 갑자기 예고 없이 복순 누나와 스킨십 하는 걸 보여준 게 마음에 걸렸다.
이대로 아현이를 보내면 안 될  같아서 복순 누나를 화장실로 보내고 그녀를 달랬다.
다행이  먹혔는지 아현이는 더 이상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리는 눈치가 아니었다.

‘이대로 잘만 하면….’

3p각인가!!
욕망을 완전히 분출하지 못한 똘똘이 녀석도 지금  순간만큼은 불만이 아닌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 ♣ ♣


“세상에, 미쳤어.”
“등장하자마자 올킬하겠는데요?”
“다른 멤버들이랑 세워보자. 해솔이 혼자 너무 튀는 것도 문제가  수 있으니까.”

메이크업을 풀장착하고, 머리도 금발로 염색을 했으며, 무대 의상을 완벽하게 착장했다.
데뷔 무대에서 이 모습 그대로 올라가게 될 예정이었다.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에도 한 번 입어 본 적 있는데 그날 이후로 의상을 좀  수선했는지 불편하지 않게 몸에  달라붙어서 움직이는 게 굉장히 편했다.

“수선 잘 해주셨네요. 춤추는데 하나도 안 불편해요.”
“데뷔 무대 의상이니까 특별히 신경 써달라고 하셨거든.”
“너희들 춤 엄청 빡세다며.”
“네. 무대 의상 불편하면 춤에 집중을 못할지도 모르니까 걱정 했었거든요. 근데 코디 누님이  해주셔서 걱정 없을 것 같네요.”
“호호홋!!  정도야 껌이지! 앞으로 무대 의상 걱정하지 마. 누나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편한 무대의상 만들어줄 테니까.”

사실 무대 의상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외형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옷이기 때문이다.
외형을 살리기 위해 편안함은 죽여버린 무대 의상들.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보는 사람도 부담스럽고, 입은 사람도 불편한 쓸모없는 옷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코디 누님을 적절하게 꼬셔놓은 덕분일까?
춤을 추는데 신경 쓰이지 않도록 밤을 새서라도 내 옷은 완벽하게 만들어주겠다는 호언장담을 들어버렸다.

“와, 행님 비주얼 대박. 사진 찍어도 될까여?”

기우연이 옷을 입고 들어오더니 나를 보고 눈이 댕그래졌다.

“너도 멋있어.”
“찍는 건 되는데, 사진 다른 곳에 베포하면 안 되는 건 알지?”

기우연이 후다닥 핸드폰을 꺼내오자 매니저 실장님이 경고했다.

“넵!”
찰칵찰칵-

지금 우리들이 있는 곳은 내일 있을 쇼케이스 무대장이다.
회사에서 우리들의 완벽한 데뷔 무대를 위해 무려 쇼케이스 무대를 이틀이나 빌린 것이다.
덕분에 무대 전날 완벽하게 무대 의상을 갖추고 리허설을 할  있게 됐다.

‘이게 바로 대기업의 돈지랄인가.’

우리에게 거는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있는 일이기도 했다.
이미 사방에서쏟아지는 기대감과 관심들 때문에 어깨가 잔뜩 무거워진 상태였다.
여기에 부담감이 더 얹어진다고 해도 무게의 변화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
우리들은 바닥에 표시 된 테이프를 보며 동선을 찾아 대형에 맞춰 섰다.
인이어 안에서 반주가 흘러나왔다.
드디어 몇 개월간 준비했던 무대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날이  것이다.

***

[에어플레인 데뷔 쇼케이스 있는데 직관 간다.]

사진으로 나왔던 그 비주얼이 진짜 실존하는 비주얼인지 확인해야겠어.
직관하고 후기 올릴 테니까 대기타고 있으라고.

└보정이겠지 ㅋㅋㅋㅋㅋㅋ 그게 진짜 실물 비주얼이겠냐고 ㅋㅋ
└그래도 허니 엔터에서 내는 남돌이면 중타치는 한다는  아님?
└허니 엔터에서 이번에 홍보 오지게 하던데.
└홍보를 너무 많이 하니까 오히려 좀 비호감임ㅋ
└중소 애들 죽어가는 소리 들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적어도 8명은 나올  알았는데 고작 6명이더라. 요새 짝수는  데뷔 안 시키지 않음? 6명 너무 애매한데.
└허니엔터에서 남돌 데뷔시켜주겠다는데 감사 인사는  할망정 애매하다고? 제정신이야?
└모르겠다. 나는 해솔이만 판다.
└우연아!!!!!! 꽃길만 걷자!!!!!!!!!!!!!!!!!!!!!!!!!!!!!!
└슬슬 팬들 몰려오네 ㅋㅋㅋㅋㅋㅋ
└내가 예언하는데, 여기 있는 애들 나중에 멤버 이름 울부짖으면서 오열하게 될 걸?ㅋㅋ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예언을 하는데.
└에어플레인 실물 본 적 있음 ㅋ
└진짜??????
└아니, 그걸 봐놓고 혼자 입을 싹 닦고 있었다고?
└일단 봐. 미쳤으니까. 해솔아!!!!!!!! 누나가 격하게 사랑한다!!!!!!!!

[에어플레인 실물영접 후기.]

시발.
말이 필요 없다.
저게 사람이냐?

(사진) (사진) (사진) (사진)

해솔아!!!!!!!! 넌 이제 내 평생 남편이야!!!!!!!!
시발, 눈 속에 빠져서 헤엄치다가 깨어나니까 쇼케 다 끝나있더라.

└직관으로 해솔이 본 눈 삽니다.
└허니 엔터 있는방향이 어디냐. 이제부터 하루에 한 번씩 그쪽으로 절한다.
└존나 잘생겼어.
└저 얼굴이 어떻게 여태까지 묻혀진 거지?
└아무도 몰랐다는 게 미스터리임.
└준이 오늘 너무 멋있었어!!!!!!!!!! 사랑해!!!!!!!!!
└비주얼 그룹 인정합니다. 땅땅땅!
└노래도 좋긴한데, 비주얼에 넋이 나가서 노래는 눈에 안 들어오더라.
└ㅋㅋㅋㅋㅋㅋㅋ나도. 얼굴만 보옄ㅋㅋㅋㅋㅋㅋㅋ


쇼케이스 실시간 반응을 체크하는 신인 그룹 에어플레인 전담팀 아현은 헤실헤실 웃음이 튀어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완벽한 데뷔였어요.”
“방심하지 마. 지금이야 꽃길 같겠지만, 앞에 펼쳐진 건 꽃길이 아니라 가시길이니까.”
“반응이  정도로 좋은데도요?”
“슬슬 다른 팬덤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 자기네 그룹에 위협이 될 것 같으면 견제 들어오거든.”
“다른 팬덤이요? 왜 그런 짓을 해요? 그냥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그룹 응원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이 바닥이 그렇게 순수하게 돌아가는 곳이 아니란다.”

아현은 아직까지는 확  닿는 일이 없는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다.
허니 엔터 직원은순진한 이아현의 반응에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펼쳐질 지옥에서 견디려면 정신력을 길러두는 게 좋을 거야. 별의 별 말도 안 되는 음해가 시작 될 예정이니까.”

허니 엔터 직원들은 전투태세로 각종 커뮤니티를 예의 주시했다.

***


쇼케이스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기자들의 호의적인 기사가 각종 포탈에 올라왔다.
아무래도 시작부터 비주얼 그룹으로 홍보를 해서인지, 쇼케이스 무대가 끝난 이후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우리들의 얼굴이었다.
반응이 좋아서 그런지 우리들을 부르는 방송도 많았다.
일단 음악 방송.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대표 방송국 3사의 음악 방송에 출연하여 데뷔무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특혜였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에어플레인 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우리들의 인사를 받은 선배 가수들은 걱정과는 달리 너무도 친절하게 반겨주었다.

“반가워요.”
“아~ 이번에 허니 엔터에서 데뷔한 신인 그룹 맞죠?”
“정말 잘 생기셨네요. 저야 말로 잘 부탁해요.”
“신인 그룹인데 벌써부터 난리도 아니던데, 앞으로 잘 해봐요.”

따듯하게 맞이해주는 선배들, 꽉  있는 스케줄, 그동안 피땀 흘려 연습했던 것을 보여 줄  있는 무대까지.
정신없는 나날이었지만, 멤버들과 나는 문제없이 활동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우리들의 힘인 것은 아니라는 걸 모르는 멤버는 없었다.
이쪽에서 생활한지 오래 되었기에 멤버들은 이미 데뷔한 친구들이 많아서 방송국에서 당한 부당한 대우들에 대해 아는 게 많았다.

“이래서대기업 대기업하나 봐.”
“내 친구가 아이돌로 데뷔했을 때 아무도 불러주는 곳이 없어서 엄청 실망했다고 하더라고.”
“일단 인사를 잘 받아주는 것부터 여태까지 친구들한테 들은 얘기랑 너무 다르더라.”
“그동안 피땀 흘리면서 허니 엔터에 붙어 있었던 보람이 있네.”
“그래도 우리가 잘 하지 않았으면 이 정도까지 반응이 오진 않았을 거야. 우리 무대 엄청 잘 했잖아.”

다른 신인 그룹과 차별하는 게 티가 날 정도로 귀하게 대해주는 방송국 직원은 없었지만, 적어도 허니 엔터 소속이라는 걸 알고 있는 스태프들 중에서 우리를 적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데뷔를 하고 나니 ‘대형 기획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체감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데뷔곡 MV가 1억뷰에 오르고,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 진입하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하면서 ‘에어플레인’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우리들이 데뷔하기  찍었던 리얼리티가 방영 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 ♣ ♣


[나 : 미안해! 오늘은 시간 될 것 같아.]
[주아♥ : 엄청 피곤할 텐데, 정말 괜찮은  맞아?]
[나 : 우리 애기 얼마나 자랐는지 보러가고 싶어. 거기다가 누나를 너무 오랫동안 못 봐서 보고 싶어 죽기 직전이라고.]
[주아♥ : 히힛, 나 배 엄청 많이 나왔어. 너 보면 깜짝 놀랄 걸?]

사실 엄청나게 피곤하다.
겨우 3~4분짜리 무대를 하기 위해 하루 종일 대기를 타야 하는 불합리한 음악방송.
아무리 대형기획사를 뒷배로 두고 있다고 해도 모든 가수들이 인내하는 일에 토를 달수는 없었다.
결국 투덜거리는  멈추고 버려지는 시간을 알뜰살뜰하게 쓰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시간이  때마다 잠을 자서 체력을 보충해 새벽에 누나와 만나는데쓰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도플갱어 인형을 자주 쓰지 못하는 것은 나에게도 잠을 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체력주머니’가 있었다.
두 가지 물건을  이용한다면 체력이 부족해서 골골 대느라 도플갱어 인형을 방치하는 일을 막을 수 있어 보였다.
내가 데뷔한 이후로 응원의 메시지를 꾸준히 보내주었던 주아 누나.
아직까지 그녀에게 반지와 부적을 건네주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무조건 주아 누나를 먼저 만나야 했다.

[나 : 집으로 당장 달려갈게.]
[주아♥ : 집에 엄마 있는데 괜찮아?]
[나 : 앞으로  가족이될 텐데, 어색해 하면 안 되지. 누나랑 자주 만나지 못해서 장모님한테 점수 많이 깎였을 텐데 이번에 제대로 만회해야지.]
[주아♥ : 고마워, 불편해 하지 않아줘서. 사실 엄마가 정말 많이 도와주고 있어.]
[나 : 혹시 장모님이 좋아하시는 과일 같은 거 없어? 갈 때 사가려고 하는데.]
[주아♥ : 네가 와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하실 거야.]

장모님을 떠올리니 아랫도리가 불끈해진다.
그날, 정말 야했었지. 우리 장모님.
주아 누나를 보러 가는 게 맞긴 하지만, 솔직히 장모님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하며 도플갱어 인형을 사용했다.

‘누나…그리고 장모님…!! 제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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