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11. 스토커 (3) (62/849)



〈 62화 〉#11. 스토커 (3)

“설마 해솔이 행님한테 자꾸 문자 보내던 그 사생팬일까요?”
“저렇게 멀쩡하게 생긴 여자가 그런 짓을?”
“진짜 무섭다. 그런 범죄는 안   같이 생겼던데.”
“여기서 얼굴이 자세히 보여요?”
“대충은? 보니까 제법 예쁘던데.”
“진짜 예쁘다구요?”

다시 애들의 관심이 창문 아래로 쏠린 가운데.
매니저 누나는 여전히 끈질기게 사생팬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대가 숙소 근처로 오더니  안에서 아는 사람이 나타났다.

“어? 실장님이다!”
“바깥으로 얼굴 내밀지 말라니까.”
“상황 심각한  같죠?”
“회사 분들한테 맡기고 우린 준비나 끝내자. 이러다가 늦겠어.”

나갈 준비를 모두 마친 후에도 바깥의 소란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숙소 문이 열리더니 잔뜩 식은땀을 흘리며 매니저 실장님이 들어왔다.

“매니저님, 어떻게 됐어요?”

우르르 달려든 멤버들이 상황을 궁금해 했다.

“후, 미치겠다. 해솔아 잠깐 얘기 좀.”
“네.”

기다렸던 일이다.

“혹시 말이다. 어제 늦은 밤에 바깥에 나간 적 있니?”
“어제라면….”
“아닐걸요! 어제 형이 제일 먼저 잠들었어요!”

내가 먼저 말을 하려는데, 기우연이 손을 번쩍 들고 대신 알리바이를 말해주었다.
도플갱어 인형을 놔두고 나갔기에 기우연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소리로밖에 안 들렸을 거다.

“역시, 그렇지?”

기우연의 말을 들은 실장님의 표정이 환해졌다.

“근데 그걸 왜 물으신 거에요?”
“후, 아래 있는 사생팬이 어젯밤에 해솔이랑 데이트 약속을 했다면서 박박 우겨서 말이야. 경찰 부르겠다고했는데도 박박 우기더라고.”
“설마 그거 물어보려고 올라오신 거에요? 당연히 아닌  갖고 물어보기까지 하세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경찰 부를 생각이다. 그 전에 확인은 해봐야 하니까 온 거야. 만약 그 사생팬 말이 사실이기라도 하면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꿔서 수습해야 하니까.”
“우연이 말처럼 어제 전 일찍 잤어요.”
“맞아요. 오죽하면 해솔이 행님 별명이 잠탱이겠어요?”
“네가 확인을 해줬으니 마음 놓고 경찰에 연락하면 되겠네. 일단 경찰들이 사생팬 데리고 경찰서로 이동시키면 그때 스케줄 하러 이동할 거야.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으라고.”
“넵!”
“고생하세요.”

매니저 실장님이 숙소를 나갔다.
얼마 후, 경찰차가 와서 사생팬이 경찰들에 의해 연행이 되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어디서 셌는지몰라도 찌라시 기자들에 의해 인터넷 뉴스에 이날 있었던 사건이 떠버린 것이다.
분명 처음은 사생팬이 경찰서에 끌려갔다는 사실을 담은 기사들이었다.

[신인 그룹 ‘에어플레인’, 벌써 사생팬 붙나…?]
[경찰차 타고 연행 된 사생팬의  넘은 사랑]

└얘네 데뷔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사생팬임?
└데뷔부터 인기 ㅈㄴ 끌더니 불쌍하네.
└사생년 신상 파서 조져버린다. ㅅㅂ
└우리 애기들 건드리면  뒤져!!!!!!!!!

우리를 동정하던 분위기가 반전한 건 한 기사가 나가게 되면서부터였다.

[사생팬 김모양 “○○이와 데이트 약속을 잡아서 갔을 뿐. 난 억울하다.” 밝혀.]
[팬과 사적인 만남을 시도한 모 그룹의 ○○○!]

└대박!
└이거 진짜임? 근데 모모씨가 누구임?
└몰라요? 사생팬 경찰서 보낸 것 때문에 난리 난 돌이 누구겠음?ㅋㅋ
└이야~ 요즘 돌판 화려하네. 화려해.
└이거 전부 찌라시입니다. 믿지 마세요.
└ㅋㅋㅋ 팬들 실드치는 거 보소. 저러다가 나중에 뒤통수 맞고 질질 짜지.
└ㅗㅜㅑ~ 누군가 싶어서 봤는데 얼굴 값 제대로 하는데?
└얘 팬 되면 나랑도 데이트 해주는 거임? 그럼 팬 쌉가능.

찌라시에서 시작 된 뉴스는 순식간에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신인으로 데뷔하자마자 너무 잘나간 탓에 질투를 하는 곳이 한 둘이 아닌 상황이었다.
익명으로 가려졌지만, 당사자가 나라는 것은 너무도 쉽게 까발려졌다.
소속사에서는 상황을 확인하고 기겁하며 수습하기 위해 서둘러 기사를 냈다.
참 다행스럽게도 어제 우연이가 셀카를 찍다가 내가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담긴 탓에 발 빠르게 움직일  있었다.
소속사의 이례적일 정도로 빠른 수습에 여론은 후끈 달아올랐다가 푸시식- 식어버렸다.

[소속사 “확인 결과 그 시간에 해당 멤버는 숙소에서 숙면 중이었다. 증거가 있으므로 사실 확인 없는 취재나 루머 확산은 법적 조취를 취할 것.”]
[<속보> 해당 멤버, 사생팬의 메시지 때문에 고통 받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
[연예계의 어두운 그림자 사생팬! 얼마나 심각한가?]
[관계자, ○○○군은 평소 행실이 바르고 착해서 팬과 사적인 만남을  친구가 아니라고 밝혀.]

└난 진작 이럴  알았음. 허니 엔터에서 그런 애를 데뷔시킬 리가 없음. 이번에 인성에 문제 있는 놈들 싹 다 털고 만든 그룹이라고 했을 걸?
└그걸   밝혀진 지금 얘기하냐? 진작  말해주지.
└한참 털리고 있을 땐 입 다물다가 진실 밝혀지니까 그제서야 나타남 ㅋㅋㅋㅋㅋ
└ㅈㄴ불쌍하다. 사생 때문에 욕 오지게 처먹던데.

하지만 완전히 후유증이 없을 수는 없었다.
 사건으로 우리에게 있었던 스케줄이 상당수가 빠져나간 것이다.
신인 그룹인 탓에 싼 값으로 썼다가 논란이 일자 빠르게 발을 뺐다.
물론 나중에 아니라는 게 밝혀지자 다시 계약을 하자고 제안해 온 곳도 있었다.
하지만 허니 엔터는 신의가 없는 곳과는 계약을 하고 싶지 않다며 거절을 했다고 한다.
빡빡하게 굴려졌어야 할 멤버들이 내 사건으로 예정에 없던 휴식을 취하게 되자 사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괜히 나 때문에.”
“형이 뭐가 미안해?  사생팬이 잘못한 건데.”
“맞아. 사과하지 마. 형은 피해자잖아.”
“이번 일로 진짜 정신이 번쩍 들었어. 아무것도  했는데도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게 정말….”

애들에겐 사생팬의 행동도 충격이었지만, 그 일을 두고 기자들이 말도안 되는 루머를 생산해내 그것이 진실인 것마냥 쓰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정작 내 당사자인 나는 생각보다 덤덤했는데 말이다.
멤버들은 무덤덤한 내 모습을 믿을 수 없어 하면서 계속 걱정하다가 진짜 내 정신이 이번 사건에 흔들리지 않은 것을 느끼고 경악했다.

“형은 어떻게 그렇게 멘탈이 튼튼해요?”
“맞아, 진짜 그 정신력 닮고 싶더라. 옆에서 보고 있는 나는 손발이 후들후들 떨렸는데.”
“어…그냥 별 것도 아닌 일에 열심히들 사는구나 싶은 게 전부였는데. 일단 내가 결백하다 보니 소속사가 잘 해결해주겠지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

살던 세계가 바뀌고, 남녀의 위치가 바뀌었으며, 평생 살아왔던 몸이 바뀌어 본 적 있는 나이다.
사생팬의 일은내가 일부러 골탕 먹이게 만들려고 한 행동이었고, 그것이 생각보다 커져서 살짝 난감했을 뿐.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데 이것도 해결 못하면 허니 엔터가 너무 우습지 않은가?
무려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회사이다.
그리고 실제로 걱정할 필요 없이 순식간에 일을 해결해냈다.
단순히 기자들에게 기사를 의뢰한 것으로 끝내지 않고 홈페이지 공지로 그날 내가 잠을 자고 있었던 증거.
그리고 사생팬이 숙소 앞에서 말도  되는 소리로 나를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렸던 목소리 녹음본.
더불어 사생팬이 이미  차례 다른 연예인을 쫓아다니다가 스토커로 걸려서 입건 된  있다는 사실까지.
도저히 여론이 뒤집히지 않을 수 없는 완벽한 반박 증거를 올려버린 것이다.
사생팬 입장에서야 억울해서 펄쩍  일이겠지만, 괘씸하지 않은가?
팬과 데이트를 약속한 아이돌이라니.
순식간에 그룹 하나 말아 먹을 얘기다.
그걸 알고서  건지, 모르고서 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때부터 소속사는 사생팬을 용서 할 생각이 없었다.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나와 만나게 해주면 기자에게 좋은 말로 인터뷰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해버렸다더라.
빡이 제대로 친 허니 엔터에서 각종 증거를 박박 긁어모아 홈페이지에 작성해버렸고, 당연하지만 득의양양해 하던 사생팬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거하게 까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결국 그 사생팬이 예쁘게 꾸몄던 모습은 끝까지 못보게 됐네.’

회사에서는 절대 사생팬이 바라는  해주지 않겠다며 나와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덕분에 나는 사생팬을 그날 이후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여기에 예쁜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망상병 있는 여자를 상대할 이유가 없잖아.’

아마 그녀랑 얽히면 얽힐수록 나중에 문제가 심각해졌을 거다.
아무런 접점도 없었는데 나랑 사귀고 있다고 생각하던 여자이다.

‘나쁜 거 먹으면 탈나지.’

우리 예쁜 예비 마누라 세 명을 두고 굳이 그런 여자를??
절로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진다.
그 여자가 세기의 미인이 아니고서야.
부디 똘똘이를 무시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먹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 가리면서 살아야지. 이제 데뷔도 했는데.’

어찌됐든.
사생팬의 일이 마무리 되고.
마냥 안 좋을 것 같았던 사생팬 사건 덕분에 이득을 본 게  가지 생겼다.

“너희들 숙소 옮길 생각이다.”
“어디로요?”
“여기보다 훨씬 크고 좋은 곳. 그리고 더불어 사생팬들 때문에 골치 아프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보안이 지켜지는 곳.”
“우와!!!”
“방 개수는 똑같을 거야. 근데 방 크기가 커서지금보단 생활하기 편할 거다.”
“완전 좋다!”
“이야아! 감사합니다!”

실장님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보다 너무  돼서 자금 회수가 빠르게 진행 되고 있는 상황이란다.
더군다나  번 사생팬이 붙은 이상, 언제 또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질지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리가 해솔이 얼굴을 너무 얕본 거지.”
“음음.”
“확실히 형은….”
“얼굴이 사기.”
“조금은 스토커 마음이 이해된다고나 할까?”
“…….”

 얼굴은 사생팬을 제조하는 얼굴이라며 아주 위험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사생팬 때문에 기사 난 거 보고 벌벌 떨었던 녀석들이 숙소를 바꾼다고 하니까 기가 살아서는 말이다.

‘회복이 빠른  다행으로 생각해야겠지?’
“숙소 옮기는 건 옮기는 거고, 화보 촬영은 예정대로 하는 거에요? 이번 사건으로 취소 된 건 아니죠?”
“헉! 맞다. 그거 어떻게 됐어요?”
“취소는!! 거긴 외국이라서 이런 일 있었는지 모를 걸? 며칠 전에 한참 논란 있을 때에도 전화 와서 일정 확인하더라고.”
“다행이다.”

멤버들이 가장 기다리던 스케줄이 바로 화보 촬영이다.

“너희들 화보 들어가기 전에 포카 촬영 있는 건 기억하고 있지?”
“당연하죠! 촬영장에서 리얼TV도 한다면서요. 완전 기대하고 있는 중이에요.”

포카란 포토카드를 말한다.
주로 팬들의 리즈를 맞추기 위해 제작 되는 것으로 일명 굿즈라는 카테고리에 속한다.

“아마 엄청 팔릴 거다. 벌써부터 너희들 캐릭터 인형이 엄청나게 팔리고 있거든.”

굿즈가 팔리면 아주 작은 %로 내게도 정산이 오니 멤버들 모두 의욕이 대단했다.
열심히 활동해서 인지도를 올리는 것도 좋지만, 열심히 일해도 정작 내 손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의욕이 떨어지는 법.
며칠 후.
화보 촬영에 앞서 우리들은 포토카드를 제작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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