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12. 포토카드 촬영 (1)
컨셉은 ‘판타지’
이번 촬영 컨셉을 들은 스태프들의 눈이 번뜩였다.
특히 코디들은 한동안 눈이 퀭해져서 다닐 정도였다.
제대로 팬들의 리즈에 맞는 포카를 만들겠다며 옷을 리폼하거나, 장신구들을 찾아다닌 탓이었다.
코디들의 생명을 갈아 만든 옷.
우리들이 그걸 모두 입고 카메라 앞에 서자 코디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진짜 누구 새낀지 너무 예쁘다.”
“쟤네들을 내가 손댔다는 게 믿어지질 않아.”
“내 생애 최고의 역작일 거야.”
“이따가 촬영 끝나고 사진 좀 팍팍 찍어놔야겠어.”
“응응. 아마 공개 되면 미치려고 할 걸?”
일단 나는 뱀파이어 컨셉이다.
얼굴에 하얗게 분을 칠하고 입술은 새빨갛게 칠했으며, 옷은 금장식을, 대체적으로 짙은 와인색 정장을 입고 있고 귀걸이와 각종 화려한 반지를 착용한 상태였다.
강준은 난쟁이 컨셉으로 멜빵바지와 더불어 금발의 턱까지 오는 단발 가발을 착용한 상태였다.
제키는 웨어울프 컨셉인데, 몸이 좋다는 이유로 낙점 받았다.
머리를 일부러 부스스하게 만들고, 단추를 채우지 않은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채워지지 않고 갈라진 와이셔츠 부분에 보기 좋은 근육질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저런 근육이 좀 더 보기 좋나?’
내가 만든 근육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오밀조밀한 빨래판을 갖고 있는 나에 비해 제키의 근육은 무척 빵빵했다.
전형적인 운동과 단백질로 만든 전사의 몸이라고 할까?
경태 형과 남은규는 각각 악마와 천사 컨셉으로 등 뒤에 날개를 달고 있고 검은색과 하얀색 의상을 입었다.
“자! 여러분, 팬분들께 소감 짧게 말해주시겠어요?”
“…왜죠? 왜 제가 난쟁이가 되어야 하는 겁니까? 이런거, 당신이나 하라구요.”
강준은 난쟁이로 변신한 상태라서 귀가 뾰족했다.
다만 멜빵바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우연이에게 투정을 부렸다.
“어헛!그럴 순 없죠! 저는 드래곤이라서 안 된다고요. 이거 보세요. 비늘 돋아 있는 거.”
“나도 멋있는 거 하고 싶은데….”
기우연은 렌즈를 껴서 파충류처럼 길쭉한 동공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 우연이의 등에는 멋드러진 드래곤의 비늘이 문신으로 그려져 있는 상태였다.
물론 진짜 문신은 아니다.
“진짜 신기하네. 이게 스티커라 이거지?”
“근데 이거 지속력이 별로 안 좋대요. 한 번 씻으면 반 이상이 지워진다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좋은 거 아니야?”
“형도 코디 누나한테 말해서 이런 거 할래요?”
“난쟁이가 타투를? 절대 안 된다고 할 걸.”
둘이 하는 얘기를 들으며 궁금증이 생겨 타투 스티커를 구경했다.
“행님도 하나 하시려고요?”
“아니, 지금도 충분히 화려한데 추가하기엔 좀 그렇고, 신기해서 구경하는 거야.”
와인색 정장과 빨간 입술만으로 코디가 만족을 할 리가.
현재 내 몸에는 온갖 장신구들이 줄줄이 달려 있어서 그 무게에 짓눌리고 있었다.
“장신구 엄청 무거워. 귀 떨어질 것 같아.”
한편, 유일하게 노출을 명(?) 받은 제키는 옆에서 열심히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몸매가 좋은 탓에 노출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옷을 다 입고 나오고 나서 너무 위험하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거부되었다.
그걸 입고 찍으면 또 다시 사생팬이 생길 거라고 하던가?
“자, 이쪽에는 오늘 노출이 있으신 제키 형의 근육 펌핑 모습!”
“이런 걸 왜 찍어.”
“제가 보기엔 팬분들이 무척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운동하는 걸?”
“제대로 팍팍힘줘서 운동해주세요. 잘 찍어드릴게요.”
“흠, 알았어.”
제키는 카메라가 자신을 찍자 더 열심히 운동을 했다.
윗몸 일으키기를 끝내고 팔굽혀펴기를 시작한 것이다.
“제키 형이 이번에 맡은 역할은 웨어울프랍니다. 잘 어울리는 것 같죠? 개인적으로 싱크로율이 가장 잘 맞는 건 제키 형인 것 같아요.”
“나는 몇 번째야?”
남은규가 슬쩍 끼어들어서 물었다.
남은규는 흰색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은규 형, 날개털 떨어져요.”
“으악.”
“솔직히 천마랑 악마는 날개가 너무 압도적이라 의상을 평가하기 어렵지 않아요?”
날개에 온 힘을 다 써서 그런지 강경태와 남은규의 의상은 제법 수수한 편이었다.
솔직히 날개도 화려한데 옷까지 화려했으면 촌스러웠을 거다.
코디 누나들의 따라갈 수 없는 패션 센스였기에 기우연의 말에 우리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경태야! 넌 가발 써야지. 이리 와.”
그 와중에 코디 누나가 경태 형을 데리고 갔다.
악마를 맡은 강경태는 긴 흑발의 가발을 착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덥겠다.”
“가발이라….”
경태 형의 머리에 가발이 씌워지고, 곧 촬영이 시작됐다.
♣ ♣ ♣
뜨거운 조명 아래에서 장시간 촬영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더욱이 멤버가 6명이라 각자 개인 촬영을 하고 난 다음엔 2:2:2로 촬영을 하고 그 후엔 단체 사진을 찍어야 했다.
즉,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많다는 거다.
잠깐 쪽잠을 자거나 노래를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등으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화장실 다녀올게.”
“네엡.”
대기실에서 나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깐 인적이 드문 곳으로 왔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내 여자들과 잠깐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은 후 화장실을 나오는데 내 앞을 어떤 여자가 가로막았다.
“저, 저기! 이거 드세요!”
“음료수네요. 스태프 맞으시죠?”
“네! 여기 스태프 맞아요. 저 작가님 옆에서 몇 번 눈 마주쳤는데….”
“아~ 기억나요.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거절하고 싶었으나 일단 받고 대기실에서 버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 받아들긴 했다.
이번 사생 사건으로 회사에서 다시 한 번 멤버들에게 교육을 해주었는데, 낯선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아서 함부로 마시지 말라는 것이었다.
따지지 않은 음료수라고 해도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이상한 걸 넣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낯선 여자가 주는 음료수를 함부로 입에 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 촬영할 때 작가 옆에서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던 여자라는 걸 떠올리자 거부할 수가 없었다.
“자, 잘 부탁드려요!”
“?”
뭘 잘 부탁드린다는 거지?
궁금해졌지만 여자 스태프는 음료수만 넘기고 가버렸기에 물어볼 수가 없었다.
다만 나는 여기서 잘 부탁한다는 말의 의미를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챌 수 있었다.
“아, 이것 때문이었어? 깜찍하네.”
음료수를 확인하니 그곳에 매직으로 자기 전화번호를 적어둔 게 보인 것이다.
활동을 하면서 몇 번이나 쪽지를 받아 본 기억이 있기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선배라는 걸 이유로 은근히 성희롱을 해오는 여자들도 많았기에, 오히려 저렇게 깔끔하게 핸드폰 번호만 알려주고 사라지니 호감이 갔다.
‘예쁘기도 했고.’
머리를 깔끔하게 샥 올려 묶었는데, 그런 헤어스타일이 어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얼굴이 작고 눈동자가 똘망똘망한 강아지 상인지라 이대로 놓치기엔 살짝 아쉬웠다.
‘으음~ 촬영하는 내내 나를 보면서 넋을 놓긴 했었지. 아직 내 차례가 오려면 멀기도 했고, 기다리느라 지루하기도 하니까 잠깐 저 여자랑 놀까?’
촬영을 첫 번째로 한 덕분에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었다.
여자 스태프가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때 결정을 내려야했기에 마음이 다급했다.
충동적인 선택이었으나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았기에 성큼성큼 걸어서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저기요.”
“앗! 네?!”
그녀는 내가 따라와서 말을 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놀란 눈치다.
무서워하지 않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여기 스태프면 사람들이 잘 안 오는 곳이 어딘지도 아시겠죠?”
“사람들이 잘 안 오는 곳이야 알고 있기는 한데, 그건 왜 물으시는지….”
“잠깐 시간 괜찮으신가요?”
“제 시간이요?”
여자의 동공이 흔들린다.
아직까지도 내가 왜 이러는지 눈치를 못 챈 것 같았다.
스윽-
그녀의 허리를 팔로 휘감고 눈웃음을 지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너무 심심해서 그런데, 나랑 좀 놀아줄래요? 사람 없는 곳에서.”
“아…!!”
노골적인 섹스어필.
슬며시 허리를 감싼 손이 엉덩이로 내려왔다.
몽글몽글한 엉덩이 감촉.
내 뜻을 눈치 챈 여자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쿵! 쾅!
츄웁, 춥, 쪼옥, 쪽!
“으…으웅…쪽…쪼옥! 하악…학!”
여자는 흥분한 자신의 몸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몰아치는 성감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는지 숨이 무척이나 거칠었다.
“아직 촬영 안 끝나서 옷을 더럽히면 안 되거든요. 부탁 좀 해도 될까요?”
-꿀꺽!
내가 그녀의 손을 잡아 성기 위에 놓아주자 노골적이게 침을 삼킨다.
“저, 정말 저 같은 년이 감히 손을 대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지금 이 순간, 제 몸을 마음대로 하셔도 좋아요.”
“하악…! 이거 꾸, 꿈일까요?”
지이익-
바지 지퍼가 내려간다.
“꿈일 수도 있고, 현실일 수도 있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은 걸요.”
“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죠?”
기왕 뱀파이어 분장을 했으니 뱀파이어답게 처녀를 먹어치우고 싶었다.
다소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었기에 옷을 당겨서 그녀의 쇄골을 드러나게 만든 나는 목을 앙 하고 울어버렸다.
“햐읏!”
-부들부들
목을 아프지 않게 물었다가 혓바닥으로 샥샥 핥아주니 내 품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아마도? 스케줄이 워낙 바빠서요.”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 만날 일이 있을까?
단순히 촬영 스태프일 뿐인 그녀를.
바쁜 스케줄 탓에 내 여자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인데 말이다.
“후응, 흣, 후읏! 앙…!”
그녀의 바지를 벗겨내고 팬티를 내렸다.
어두운 창고 안이지만, 바깥이라는 걸 증명하듯 서늘한 공기가 흐르는 곳에서 하체가 전부 벗겨진 그녀는 창피해졌는지 손을내려 자신의 하체를 가렸다.
“보여주기 싫어요?”
“그…오늘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해서….”
“음, 귀여운 곰돌이 팬티네요.”
확실히 섹시하다고는 못 할 속옷이다.
내 말에 더더욱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울상을 지었다.
“예쁜 속옷 집에 있는데….”
“하하. 괜찮아요. 귀여워요. 잔뜩 젖은 것도 예쁘고.”
나도 이제 알 건 안다.
여자들의 속옷이 위아래가 마냥 똑같지는 않다는 걸.
위에는 레이스 브라자를 입어도 아래는 곰돌이 팬티가 나올 수도 있는 거다.
세 명의 여자와 사귀고 있는데 그걸 모를 남자가 아닌 것이다.
“앗! 잔뜩 커지셨네요. 이거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거 맞죠?”
그때, 팬티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불룩해져 있는 내 바지 상태를 확인하고 물었다.
아까 바지 지퍼를 내린 탓에 속옷이 드러나 있어서 불룩해진 내 상태가 더 잘 보였을 거다.
“네.”
“오, 옷을 더럽히면 안 되니까, 제, 제가 입으로 풀어드려도 될까요? 딱히 사심이 있는 건 아니구요! 이대로 두면 불편하기도 하고, 또 겨우 섰는데 싸지 않고 죽이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싶어서어….”
“…….”
말 자체에 사심이 가득 담겨 있는데 어디서 아닌 척 하는 건지.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말도 안 되는 말이었는지 점점 말소리가 작아진다.
하지만 기분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립서비스가 필요한 법이었다.
“그럼 부탁드려도 될까요?”
“헉! 정말요? 감사합니다! 잘 해드릴게요. 열심히 할 아니, 엄청 잘 할 수 있어요! 자신 있습니다!”
펠라를 해달라고 했는데 감사 인사를 받아버렸다.
-꿀꺽!
또 다시 침을 삼킨 그녀가 곧장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서 보물을 만지는 것처럼 팬티 안에 잠들어 있는 내 성기를 꺼냈다.
빳빳하게 세워진 자지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내 허락이 떨어졌기에 망설이지 않고 입술을 오므린 채로 귀두를 덥석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