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12. 포토카드 촬영 (2)
에어플레인 포카 촬영 도착 2시간 전.
“오늘 애기들 오는 거 맞죠?”
“너도 에어플레인 팬이야? 오늘 커밍아웃하는 사람들 많네.”
남자 아이돌에 너무 빠져서 사는 여자들을 일반인들은 돌타쿠라고 부른다.
돌타쿠.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죄가 아니지만, 어쩐지 일하는 곳에서 밝히기엔 부끄러운 면이 다소 있다.
“아~ 소정이는 제가 입덕시켰어요.”
“소정이를? 세상에 순진한 재벌가 아가씨한테 무슨 짓을 한 거람?”
“후후후! 그래서 친구는 가려 사귀라는 말이 있는 겁니다.”
“어이어이, 본인을 가려 사귈 친구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말라고.”
“저는 괜찮아요! 단비 언니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는 걸요.”
“엄한 집구석 때문에 기도 못 펴고 살았던 우리 귀염둥이 소정이는 자유를 만끽할 자격이 있어요.”
엄한 재벌가 집안 출신의 한소정.
사진이 너무 좋아서 가출 아닌 가출을 선언하고 홀로서기에 도전한지 몇 달째.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토록 말하던 ‘가려 사귀어야 할 친구’에게 걸려서 제대로 타락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다만 그 타락이 본인이 원하는 타락이었기에 문제가 없을 뿐이었다.
소정이의 어깨에 팔을 얹은 김단비가 이어서 말했다.
“일단 타락의 최고봉은 남자거든요. 얘는 남자의 ㄴ자도 못 보고 자란 애라서 눈에 익게 하려고 아이돌부터 싹 훑었죠.”
“타락의 최고봉이 왜 남자야? 이해할 수가 없네.”
“원래 여자가 타락하는 이유 중 80%는 남자 때문이에요.”
남자가 사라져가는 세상.
여자는 억지로라도 억척스럽고 탄탄해져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남자가 멀쩡하게 잘 태어났을 때는 여자가 이 정도로 성욕이 넘쳐흐르지 않았대요.”
“엥? 그럼 번식을 어떻게 해? 그나마 여자가 성욕이 있으니까 남자를 들들 볶아서 임신하는 거잖아.”
“저도 수능 공부할 때 얼핏들었던 거라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암튼 그렇다더라고요. 즉, 남자 숫자가 줄어 들면서 여자들 성욕이 상승했다는 거죠. 고로 여자가 타락한 이유는 남자 때문인 거랍니다!”
“뭔가 말이 이상한데. 대충 끼워 맞춘 느낌이랄까.”
“아무튼 아무튼, 그래서 우리 순진녀 수정이를 타락시키려면 남자를 만나야 하는 거에요.”
“그런다고 수정이를 포기하시겠어?”
한소정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
그건 그녀의 집안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포기시켜야죠!! 요즘 세상에 씨받이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남자가 극소로 적어진 세계에서 가문 소속의 ‘남자’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생겨났다.
재벌가의 남자 아이는 회사를 경영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재보였다.
다만 남자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아기를 낳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튼튼하고 건강한 여성의 신체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소정은 가문에서 남자아이를 낳기 위해 키워진 아이였다.
그래서 한소정의 타락이 필요한 것이다.
가문에서 한소정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남자에 전혀 관심이 없던 수정이가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돌타쿠가 되다니. 역시 무섭잖아, 김단비.”
“호호호! 두고 보세요. 제가 계획한 대로 된다면 수정이 처녀는 에어플레인 진해솔이 떼어주게 될 테니까요.”
“왁-! 말도 안 돼. 수정이가 진해솔을?”
“우리 수정이가 뭐 어때서 말이 안 된다고 하세요? 빠지는 곳 없잖아요.”
김단비의 말에 한소정이 얼굴을 붉혔다.
포토그래퍼 박선생도 곰곰이 한소정의 스팩을 따져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생각해보니 진해솔과 소정이 조합이 의외로 나쁘지 않을지도?”
“의외로가 아니라 완전 잘 어울린다고요. 두 사람~!”
한소정이 잠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어머니와 아버지가 방패가 되어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계에 불과한 부모님인지라 직계 쪽에서 남자를 붙이면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님에게 해가 갈 테니 말이다.
그러니 김단비가 지금 저렇게 하는 것도 전부 쓸모없는 발버둥이었다.
어차피 수많은 남자들의 씨를 받아 아이를 낳아야 하는 씨받이 여자.
‘얼마나 더럽혀지든 그 사람들이 신경 쓸 리 없잖아.’
차라리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위험한 생각이라는 걸 알지만, 한 번 맛본 자유가 달콤하면 달콤할수록 그러한 충동이 늘어나고 있었다.
“누구나 처음에 대한 환상은 갖고 있고, 그 환상에 걸맞은 처음을 보낼 권리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소정이는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와 첫 경험을 하는 거랍니다!! 오호호호!”
“으아, 마녀웃음 무섭네!”
“나, 나는 그냥 말 한 번 나눠보는 걸로 충분한데에….”
팡팡팡!
“힘내라구! 목소리는 더 크게! 허리는 쫙 펼치고!”
김단비가 한소정의 등을 두들기며 힘을 내라고 응원했다.
“자, 그럼 연습해볼까? 네 전화번호를 적어둔 이 음료수를 들고서 진격하는 거야.”
“진격? 너무 전투적이지 않아?”
“그 정도 각오로 행동하라는 뜻이야. 네 성격이라면 이 정도도 부족하다구.”
“일할 생각은 안 하고 그런 거나 연습하고 있는 거니? 내가 성격이 좋아서 다행이지, 다른 스튜디오였으면 난리 났을 거다.”
“에이~ 소정이한테 뭐라고 하시게요?”
“내가 말한 대상은 소정이가 아니라 댁이거든요?”
“헤헤헤, 선생님! 제가 사랑하는 거 아시죠?”
“말로만 그러지 말고 물질적인 무언가로 표현해줄래? 나 그런 거 무지 좋아하거든.”
그렇게 투닥대며 촬영 준비에 열중한지 몇 시간.
드디어 그녀들이 기다리고 있던 에어플레인 멤버가 촬영장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와~ 엄청 크다. 안녕하세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는 에어플레인 멤버들.
훈훈하고 젊은 남자들의 등장에 스튜디오가 들썩였다.
“오늘 너희들 촬영해주실 유홍연 작가님이셔.”
에어플레인의 매니저의 주도로 유홍연 포토그래퍼와 에어플레인 멤버들이 인사를 나눴다.
““잘 부탁드립니다!!””
6명의 멤버가 일제히 90도로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아휴, 잘 부탁해요.”
칙칙한 여자들로 가득했던 스튜디오에 남자가 오니 조명을 키지 않았는데도 스튜디오가 환해진 기분이 든다.
더불어 일하던 스태프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
‘얼굴 봤어?’
끄덕-!
‘실물 대박이지?’
끄덕!!
‘음료수 잘 챙겨둬.’
끄더억!
한소정이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음료수를 품에 꼬옥 쥐었다.
실물로 본 진해솔은 순진한 소녀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 충분했다.
우우우웅- 파앗!!
조명이 켜지고, 그 아래 매혹적인 뱀파이어가 나타난다.
‘멋있어…! 이게 단비 언니가 말했던 남자?’
사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고 자랐다.
감정보다는 가문 어르신들의 말을 따르며 살았다.
남들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서 부유하게 자라났으니 그걸 누린 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동안 그녀가 누리지 못했던 자유는 너무도 황홀하고 찬란했다.
특히 그녀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눈이 부셔서 감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송할 지경이었다.
‘가질 수 있을까? 가져도 되는 거 맞아?’
저 정도 남자라면, 가문의 어르신들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일 지도 모른다.
남자가 아이돌을 하는 이유는 상류층 여자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그러니 해솔이도 자신의 신분을 안다면 자신을 선택해줄 거다.
‘단비도 해솔이라면 괜찮다고 했잖아.’
한소정의 억눌려 왔던 감정이 누구도 모르는 사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녀는 해솔이의 촬영이 끝난 후에도 그를 예의 주시했다.
당연하지만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음료수를 소중하게 챙긴 채였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에게 기회가 왔다.
진해솔이 화장실에 가려는 건지 혼자서 움직인 것이다.
그의 뒤를 따르는 그녀의 발걸음이 은밀해졌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주문처럼 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화장실 앞에서 진해솔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다행이 인적이 드물었기에 그녀의 묘한 행동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뚜벅뚜벅-
‘나왔어!!’
질끈 눈을 감고 음료수를 든 손을 쑤욱 내밀었다.
“저, 저기! 이거 드세요!”
“음료수네요. 스태프 맞으시죠?”
감미로운 목소리!
저 목소리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게 믿어지질 않았다.
“네! 여기 스태프 맞아요. 저 작가님 옆에서 몇 번 눈 마주쳤는데….”
“아~ 기억나요.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기억한다고? 나를?!
심장이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뛰었다.
“자, 잘 부탁드려요!”
“?”
음료수 병에 적힌 번호로 정말 연락이 올까?
단비가 음료수를 받아주기만 하면 다 끝난 거라고 했다.
믿고 기다려야지.
할 일을 끝냈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 채로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저기요.”
“앗! 네?!”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해솔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소정이 다리를 멈췄다.
‘뭐, 뭐지? 음료수 준 게 불쾌한 걸까? 거절? 역시 거절인 건가?’
사색이 된 그녀와 달리 해솔이는 너무도 멋진 미소를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 스태프면 사람들이 잘 안 오는 곳이 어딘지도 아시겠죠?”
알다마다!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 ♣ ♣
처음 자지를 물어보는 건지 크게 떠진 눈동자가 열심히 흔들린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오물오물 쉬지 않고 입으로 내 자지를 자극했다.
생각보다 더 요령이 없어보였기에 이러다가 이빨로 깨물겠다 싶어서 엄살을 부렸다.
“후…, 살살해주세요.”
불끈!!
“!!”
하지만 내 말이 그녀에게 역효과를 주었는지 눈빛에 불길이 치솟았다.
초반의 조심스러웠던 기세는 어디로 가고, 거침없이 자지를 머금은 입을 놀리기 시작한 것이다.
“쭈읍…쭈읍…쭈읍…쪽!…쭈읍!”
“읏! 너무 센데.”
자지에서 흘러나온 투명한 액을 열심히 빨아 먹는 모습이 굉장히 벅차 보인다.
기술이 아니라 그저 힘에 의지한 펠라.
이러다가 내 자지 표피가 다 쓸리겠다 싶어서 말했다.
“펠라가 익숙하지 않은 것 같은데 잠깐 빼볼…앗!”
자지 좀 입 속에서 빼달라고 했는데, 완전히 기회를 잃어버린 것처럼 다급해진 그녀가 더욱 열심히 자지를 빨기 시작했다.
“아니, 나쁜 뜻으로 물은 게 아닌…읏!”
콧구멍을 벌름 거리며, 무섭지도 않은지 자신의 목구멍 속으로 자지를 깊숙이 집어넣었다.
그나마 깊게 넣은 탓에 입이 조금 줄어서 목구멍이 꿀렁이며 기분 좋은 압박감을 보내기시작한다.
쭈우웁! 쪼오옥! 쪽! 쪼오옥! 쭈웁!
“푸큽,쿡, 컥…! 커허억…! 욱…!”
정말 필사적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무리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눈가에 맺힌 눈물에 콧물까지 나오려는 상황.
나는 다급하게 펠라를 하는 그녀를 말리고자 목을 살짝 쥐었다.
“모르면 가르쳐줄게요. 천천히 해요. 그렇게 힘으로 마구 쑤시면 나중에 목 상해요.”
죽어도 그만 두라는 말을 하지 않고, 일단 그녀를 말렸다.
“더 잘 할 수 있어요!”
“쉬- 아직 시간 많아요. 그러니까 좀 진정하고 다시 해봐요.”
여성들은 성관계를 할 때 서툰 모습을 보이는 걸 굉장히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나에겐 오히려 서툰 모습이 더 꼴린다.
아마도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을 기분은 동정 떼는 남자의 심경과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이론서적(?)과 상상을 통해 단련 해왔던 섹스 기술.
하지만 막상 실전이 되어 보니 그동안의 각오는 다 사라져버린다.
그리고발견하는 거다.
한심하게 버벅거리고 있는 서툰 자신의 모습을!
‘귀엽네. 묘하게 귀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분명 스태프로 일하고 있으니 평범한 여자일 텐데 분위기가 묘하다.
그 미묘한 분위기가 예쁜 얼굴과 더해지니 관심이 갔고, 충동적으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