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화 〉#12. 포토카드 촬영 (3) (65/849)



〈 65화 〉#12. 포토카드 촬영 (3)

다시 시작 된 펠라.
이번에는 열심히  수 있다며 심호흡을 한 뒤 시작을 하더니 정말 분발 중이다.
머릿속에 기억해두었던 이론(?)이 생각났던 모양이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차곡차곡 성감을 쌓아 올린  단숨에 터트린다.

“크읏, 쌀게요.”
“우움웁!”

내가 싼 정액이 버거웠는지 입 밖으로 하얀 액체가 주르륵 흐른다.
어찌됐든 나는 의상에 더러운 게 묻지만 않으면 됐다.

“으…퉤.”

여자가 내 정액을 삼키지 못하고 바닥에 뱉어버렸다.

“휴지 가져올게요.”

화장실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바지를 챙겨 입고 후다닥 나가서 휴지를 가지고 왔다.
그나저나 나 혼자만빼서 좀 미안한데.
바닥에 묻은 정액을 닦으면서 멍한 얼굴로 서 있는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거기는 괜찮아요?”
“네? 뭐가여?”
“찔꺽했었는데.”
“찔…꺽이여?”

음, 방금  되게 귀여웠다.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꼭 순진한 어린애를 잡아먹는 나쁜 아저씨가 된 기분이었다.

“네, 찔꺽.”
“헉!”

눈이 뎅그래진다.
빨갛게 익은 얼굴.
본인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는 걸 보니 아까 전의 일이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그쪽도 열심히 해줬으니까, 나도 열심히 해줘야죠. 이리와봐요.”
“괘, 괜찮아요! 저, 저는 추, 충분히 만족했어요!”

당황하면 말을 더듬은 스타일인 것 같다.
솔직히 들어 올 때는  생각 만만이었는데, 그녀의 펠라 솜씨를 보고 얘가 처녀라는 걸 안 순간 포기했다.

‘첫 경험을 이런 곳에서 하게 만들  없지.’

여기서 일을 치르는 건 너무 매너 없는 짓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잔뜩 젖어있는 그녀를 나 혼자만 즐기고 돌려보낼 순 없었다.
당황해서 괜찮다고 말하고 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만족한다는 게 뭔지, 살짝 맛보기로 알려줄게요.”

흔들리는 눈동자.
잡아먹기 일보 직전의 초식동물이 자포자기 한  눈을 감는다.
완전히 저항하기를 포기한 모습이다.

‘이건 또 이거대로 불끈해버리는데.’

방금 전 쌌던 기억은 어디로 갔는지, 하체가 다시 불룩하다.
나쁜 마음이 불쑥 치솟는다.

“그렇게 눈을 감아버리면 나쁜 짓하고 싶어지는데.”
“네, 네에?”
“초식동물 같았어요. 육식동물한테 꼼짝없이 사냥 당해서 목덜미 내어준 사슴이요.”
“…그런  아닌데.”
“아무한테나 그러지 말아요. 나니까 참았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잡아먹었을 겁니다.”
“안 그래요!”
“이제 와서 아르릉 거려봤자 하나도 안 무섭다고요.아무튼 이쪽에 봐요.”

그녀를 적당한 곳에 세우고 뽀얀 엉덩이를 뒤로 빼도록 했다.

“옳지.”
“이,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네, 그거에요.  했어요. 그나저나 우리 이름도 모르네요. 이름이 어떻게 돼요?”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 일을 치를 뻔하다니.
지구에 살던 내 도덕심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한소정이에요.”
“저는 진해솔입니다. 이미알고 계시겠지만.”
“네에…알고 있어요. 모를 리가 없잖아요. 오늘 촬영하는 내내 지켜봤는걸요.”

발그레한 낯빛이 나에 대한 환상이 있어 보인다.
설마 이 여자, 내 팬인가? 그럼 곤란한데.
가뜩이나 기레기들의 기사로 난리가 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는 없었다.

“설마 팬이에요?  팬이랑 야한 짓 안 하는데.”
“이번에  뉴스 때문에 그러는 거죠?  팬 아니에요. 스튜디오 관계자잖아요.”
“음, 그건 그렇죠.”

살짝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느낌이 나긴 했지만, 여기서 물러나는 건 나도 싫었다.
소정씨의 뽀얀 엉덩이.
까놓고 보니 겉에서 봤을 때보다 더 몸이 말라 있었다.
그 때문인지 엉덩이도 무척이나 작았고.
 듯 보면 애기 엉덩이를 연상시킬 정도였기에
보고 있으니 죄책감이 밀려왔다.
키도 무척 작아서 대충 셈을 해봐도 150cm가 될까 말까  수준이었다.
그래도 이 애기 엉덩이의 주인이 성인 여성이므로 쓸데없는 죄책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엉덩이에 얼굴을 박았다.

쭈우우웁!
“햐으읏!!!”

혓바닥을 쭈욱 내밀어엉덩이 사이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소중한 곳을 침범한다.
일명 보빨.
자지를 빨아주었으니 또한 같은 것으로 갚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 ♣

“엥? 얼굴이 왜 그래요?”
“세수하고 왔어.”
“어쩐지,  이렇게 안 오나 했더니. 화장  지워졌겠어요.”
“응. 그래서 다시 받아야   같아.”

막 촬영을 끝낸 기우연이 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에 애액이 잔뜩 묻어서 얼굴을 씻지 않고서는 촬영장으로 복귀할 수가 없겠더라고.
어쩔 수 없이 화장을 다시 하는 걸로 하고 얼굴을 깨끗하게 씻고왔다.
코디 누나가  상태를 보고 비명을 지른 건 당연한 일.

“죄송해요.”
“초콜렛 사왔으니까 봐주는 줄 알아.”
“이건  언제 산 거야? 하여튼 여우라니깐, 여우.”

화장을 다시 해야 하는 코디 누나들에게는 근처 가게에서 후다닥 사온 초콜릿으로 달랬다.
제법 비싼 초콜릿이었기에 그녀들도 만족하는 눈치였다.

“생각보다 맛있는데?”
“미남에게 받은 초콜릿이라 맛있는 거야.”
“인정.”

코디 누나들의 주접을 들으며, 얌전하게 화장을 새로 받고 다시 대기.
얼마 후 단체 촬영과 더불어 2:2:2 촬영을 무사히 끝냈다.
음료수에 적혀 있는 번호는 따로 핸드폰에 저장시켜두고 증거를 인멸했다.
매니저님이 보면 바로 압수당하게 될 물건이기 때문이다.

“수고 많았어.”
“고생하셨습니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스튜디오 촬영장에서 나갈무렵.
나는 한소정씨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발갛게 달아오른 홍조가 아직까지도 그녀의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확실히 눈에 띄네.’

다른 스태프들과 차이 나지 않은 차림새를 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묘하게 주변 사람들과 다른 색채를 갖고 있었다.
마치 여기에 속해있지만 보이지 않는 선 같은 것이 있어 다른 세계 사람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다른 세계사람인 건 내가 아니라 소정씨 같네.’

눈빛으로 인사를 나눈 후 벤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스튜디오에서 받은 번호를 다시 꺼낸 것은, 그날보다 약 4일이 흐른 뒤였다.

“소정씨?”
-네? 소정이요? 누구세요.
“저 진해솔입니다.”
-어…설마 에어플레인 진해솔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잘 지냈어요?”
-맙소사. 정말 진해솔요?

통화 속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나흘이 지나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어쩐지 목소리가 낯설었다.

“한소정씨 아닙니까?”

분명 음료수에 적혀 있던 번호가 맞는데….
번호를 잘못 알려준 걸까?
그런 것치고는 너무 빠르게  정체를 알아봤다.

-아! 미안해요. 한소정 전화번호 아니에요.
“제가 잘못 걸었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아뇨! 끊지 마세요. 잘못 거신 거 아니에요. 전화는 제대로 거셨어요. 시간이 많이 지나서 글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 전 한소정 친구 김단비라고 해요.
“음료수에 적힌 번호로 연락을 드린 건데,  소정씨가 아니라 다른 분이 받으시는 거죠?”
-애초에 그 번호는 소정이 핸드폰 번호가 아니라 제 번호였거든요. 물론 소정이도 모르는 일이에요. 걔가 덜렁이라서 아마 번호 확인을  했을 거에요.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한 짓이기도 하고요.
“…음료수에 친구 분 번호를 적은 이유는요?”

설마 친구를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는 악우(惡友)?
받은 전화번호가 애초에 잘못 된 상황에서 유추할  있는 상황은 그것뿐이었다.
절로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려는데, 상대방 쪽에서 엉뚱한 얘기를 해왔다.

-제 용건을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확인할 게 있어요. 진해솔씨가 소정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에 대한 거에요. 정말 진지하게 만나 볼 생각 있으신가요?
“그걸  그쪽한테 말해야 하죠? 그쪽이랑 할 이야기 없으니 소정씨 전화번호를 알려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물론 알려드려야죠. 근데 대답이 먼저에요.  미친년은 뭐지 싶으실 거에요. 무례한 행동인 알고 있고, 짜증나실 거 알아요. 솔직히 저도 미남한테 미움 받기 싫다구요. 근데 상황이 그리 편하질 않아서요. 미움 받을 거 알면서도 꼭 물어봐야 하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대답을 해주신다면 백번 고개 숙여 사과부터 드릴게요. 대답 부탁드려요.

왜 저런 말을 하는 건지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본인이 지칭한 미친년의 장단에 맞추고 싶지도 않았다.

“김…단비씨라고 했죠? 제가 이번 일로 불쾌해서 소정씨에 대한 좋은 감정이 사라진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이 세계는 남녀역전.
남자가 갑인 세상이다.
남녀관계에서 여자는 한 없이 약자.
내가 그녀의 개입으로한소정과 인연을 끊고 싶다고 한다면 곤란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서로 잘 어울릴  뻔한 남녀가 이런 일로 헤어져야 한다는 게. 제가 악녀처럼 보이겠지만 제가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여자, 좀 세다.
이렇게 당당하게 나온다고?

“스튜디오에 따로 찾아가서 소정씨랑 만나겠다고 하면요? 어쩌면 찾아가서 오늘 일을  말할 수도 있겠네요.”
-흠, 만만치 않으신 분이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상관없어요. 소정이는 제가 왜 그랬는지알고 있고, 이해해줄 아이거든요. 물론 제 말을 듣지 않고 저랑  끊고 그쪽이랑 사귈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제가  뒤끝이 참 길어요. 성격이 별로  좋죠. 뒤통수가 간질거리시게 될 거에요.

당당하고 거침없다.
그런 일이 일어날  있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소정씨가 흔들릴 리 없다고 자신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아직까지 소정씨와는 큰일을 치르지 않았기에 언제든 사그러질 수 있는 가벼운 인연이었다.
그녀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꼭 그녀와 이어져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뭐지, 이 두 사람?’

도대체 어떤 관계이기에 이렇게까지 자신하는 건가.
혹시 레즈?
남자가 별로 없는 탓에 여자끼리 짝이 없는 외로움을 레즈 커플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 있었다.

“두 사람이 연인 관계인데 제가 모르고 끼어든 건가요?”
-제 애인한테 남자를 붙여줄 정도로 돌은 년은 아니에요. 뭐 그쪽한테는 돌은 년으로 여겨질  있다는 건 알지만요.
“순수하게 우정으로 하는 일이다?”
-네.
“좋아요. 재밌네요. 서로 할 얘기가 많은 것 같은데, 그럼 얼굴 보고 합시다.”

전화통화보다는 얼굴을 보고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다.

-…얼굴이요?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나오시네요.
“얼굴도 안 보여주고 사과를 하려고 했어요?
-호호호!맞네요. 정식으로 사과를 하려면 얼굴은 봐야죠.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스케줄로 바쁘지 않아요?

여자 만나는 일인데 바쁜  중요할까.

“오늘은 안 바쁩니다. 스케줄 없거든요. 슬슬 활동 끝나는 시기기도 하고요. 그래도 직업 특성상 시간과 장소는 제 마음대로 정하고 싶네요. 그 정도 배려는 해주시겠죠?”
-물론이죠, 그러세요. 다만 제가 직장인이라는 걸 배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주말인데 일하고 계십니까?”
-오늘 당장 만나자고요?

마침 남은규가 추천해준 가게가 떠올랐다.
지인과 은밀하게 만나기 좋은 장소였는데, 룸을 빌릴 수 있고 방음도  되어 있는데다가 가게 자체가 외진 곳에 만들어져 있는 탓에 인적도 드문 곳이었다.
다만 가격이 세서 음료 값도 자리 값도 만만치가 않은 것이 단점이라고 한다.
가게 주인이 나이가 많은 할머니라서 요즘 연예인들을  모르는 탓에 연예인들끼리 은밀하게 공유 된, 일반인은 모르는 연예인들의 핫 플레이스라고.
거기가 생각났기에 김단비라는 여자를 그곳으로 불렀다.
도대체  사연이라는  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못할  없지 않나요?”
-후후, 알았어요. 나도 빼는 성격이 아니라서. 만나요. 시간과 장소 문자로 보내주세요.

달칵-!
전화가 끊겼다.
약속이 생겼으니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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