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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75화 (75/849)

〈 75화 〉 #13. 2주 휴가 (6)

* * *

결국내얼굴때문에대놓고길거리를돌아다니는건못했다.

‘빨리코인모아야지.’

이럴때마다미션을정말열심히깨야겠구나하는생각이든다.

그물건이있었으면지금그녀들과자유롭게길거리를돌아다닐수있었을거다.

조안나는 그럼 갈 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라고 이곳에 대해 아는 게 많은 건 아니었다.

결국 아는 곳이 없다는 내 말에 조안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도참의외네.어떻게자기나라를외국인인나보다몰라?

­아하하,제가워낙돌아다니는걸안좋아하다보니….

나도여기선외국인이나다름없다.

한국과비슷한분위기,같은언어를사용하고,비슷한문화를이루고있지만가끔깜짝깜짝놀라게만드는지구와의차이점때문에결코같다는생각을할순없었다.

일단 나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들은 가장 눈에 띄는 가게 하나를 짚어 들어왔다.

‘하필이면 그게 왜 노래방인 거지?’

누가 봐도 내 노래를 기대하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조안나가 노래방을 선택한 이유 또한 알 수 있었다.

‘매력 어필을 하라더니, 노래로 하라는 거네.’

문제는 내 노래 실력이 일반인과 비교해봤자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거다.

만약 노래를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내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수준을 금방 눈치 챌 거다.

­와~ 신기하다. 사진으로 본 적 있는데, 이렇게 생겼구나.

­외국에는 노래방 없죠?

­응. 없어. 우리도 이런 거 생겼으면 좋겠다. 재밌을 것 같아.

조안나는 잽싸게 자리를 잡고 마이크를 하나 꿰찼다.

나는 경험자답게 노래방 책을 꺼내 조안나에게 건넸다.

­여기서 부르고 싶은 노래를 찾고, 여기 있는 번호를 이 기계로 번호를 누르는 거에요. 예약 이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예약 되는 거죠. 가사는 화면에 나와요.

­잘 모르겠어. 진이 시범 보여줘!

들어왔을 때부터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기에 덤덤하게 책을 뒤져서 아는 노래의 번호를 기계에 입력했다.

­흠흠!

좀 쫄리니까 코인으로 노래 실력 좀 올려둘까?

반주가 나오는 사이, 잽싸게 상태창을 열어 코인으로 가챠를 굴렸다.

어느덧 30%를 넘어 37.13%가 된 노래 솜씨.

다른 능력과 비교해보았을 때, 이 능력치를 40%까지만 올려도 어디 가서 가수라고 소개를 해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남은 3%의 능력치가 정말 안 오르더라.

게임에서 이랬으면 욕을 거하게 처먹었을 만큼 허무한 이팩트와 함께 노래 능력치가 올랐다.

‘오!’

무슨 일인지 오랜만에 대박이 터졌다.

노래 능력치가 0.83%가 오른 것이다.

덕분에 노래는 깔끔하게 38.00%가 되었다.

깔끔하게 숫자가 떨어지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기분 좋게 노래를 시작했다.

0.83%가 올라간 효과는 당장 음색에서 느껴졌다.

<노래> 라는 능력에는 음정, 박자, 음색, 리듬 등이 모두 묶여 있는 능력치였다.

때문에 노래 능력치 하나만 올리면 전체적인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능력치 올라간 효과 뽕을 제대로 뽑으려면 연습이 필요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바로 적용 되니까.’

목을 풀지 않고 불렀는데도 노래가 쑥쑥 나온다.

시작이 좋으니 다음도 쭉쭉 뻗어나갔다.

내가 생각해도 잘 불렀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

슬쩍 고개를 돌려 조안나와 메이 린의 얼굴을 확인했다.

‘만족했나보네.’

선곡한 노래 자체가 높지 않은 난이도였고, 좋아진 음색의 효과가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내게 대면대면하게 굴던 메이 린조차도 나와 시선이 마주쳤을 때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았다.

노래가 끝나고.

조안나가 꺅꺅거리며 박수를 쳤다.

­자기, 노래 왜 이렇게 잘 불러? 역시 가수는 다르네!! 그치 메이?

­응. 덕분에 잘 들었어요.

­메이가 노래 잘 부르는 남자 엄청 좋아하거든. 이상형이 노래 잘 부르는 남자야.

­작가님 이상형이 되기엔 제 실력이 많이 부족하죠.

­아니야, 충분해! 그렇지??

­…뭐 나쁘진 않았어.

­내 뮤즈가 목소리도 매력적일 줄은 몰랐는데! 다음에 제대로 신음 소리 들려줘! 영감이 떠오를 것 같아!

쿨럭, 쿨럭!

난데없는 야한 얘기에 메이 린과 내가 깜짝 놀랐다.

­조안나! 갑자기 뭔 아줌마 같은 소리야?

­내가 뭐!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것인지 조안나가 뻔뻔하게 나왔다.

결국 할 말을 잃은 우리 둘은 조안나의 행동을 마냥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하아, 널 어떻게 말리겠니? 다음은 내가 부를게.

적당한 노래를 고른 메리 린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요즘 한참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하고 있는 노래였다.

살짝 허스키한 메이 린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와, 작가님도 노래 정말 잘 부르시네요.

­후후, 고마워요.

­다음은 나야!

조안나가 당당하게 나서자 메이 린의 얼굴이 살풋 찌푸려졌다.

­또 락 부를 거지?

­조안나는 취향이 락인가보네요.

­취향이 문제가 아니라 음치면서 락을 부른다는 거에요. 엄청 시끄럽다고요.

­락은 필이야! 음치 같은 건 아무 문제 없는 거라구.

자신만만하게 번호를 눌러 노래를 시작시킨 조안나가 마이크를 입가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내 귀가 폭발했다.

♣ ♣ ♣

­아~스트레스확풀렸어!

그렇게 고성방가를 해놓고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으면 문제 있는 거다.

노래방에서 신나게놀고난이후엔 목이 칼칼하다며 술을 마시기로 했다.

­멀리 가지 말고 술 사다가 호텔방에서 마시자. 그게 편하잖아.

­흠, 그럴까?

­응응!

조안나의 제안에 따라 우리들은 안주와 술을 포장해서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 방의 주인은 조안나였다.

­너무 많이 산 것 같지 않아요?

­괜찮아~ 괜찮아~ 다 먹을 수 있어.

우리들손에는각자좋아하는안주들로한가득이었는데, 도저히 세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일단 족발&보쌈 중짜에, 떡볶이와 튀김 오뎅 1인분씩 그리고 치즈닭갈비 1인분을 포장해왔기 때문이다.

그걸로 끝인 것도 아니다.

한 쪽에는 각종 캔맥주와 소주가 든 봉투가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유난히 의욕이 가득한 조안나가 방에 들어오자마자빠르게안주와술을깔았다.

­한식이이렇게맛있는음식일줄몰랐어.나중에또먹고싶어질것같아.

의외였던건메이린이한식에굉장한호감을보여주었다는점이다.

참고로 떡볶이는 메이 린 작가의 픽이다.

누가봐도거하게차려진술상에우리들이옹기종기모여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일단 한 잔씩 걸치자!

술이 눈앞에 있으니 두 사람 모두 눈이 초롱초롱하다.

­짠~!

­짠.

­짠.

쭙쭙쭙­ 캬아~!

씁쓸하면서도 속을 후끈하게 달궈주는 소주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이거지.’

붉은 양념이 되어 있는 닭갈비 위에 하늘에서 흰 치즈를 쿡 찍어 쭈욱 들어 올리자 치즈가 늘어난다.

그것을 돌돌돌 말아서 끊고 한 입에 삼키고 씹었다.

‘맛있다!’

매콤한 양념의 맛에 은은하게 퍼지는 불맛이 이어진다.

짜르르한 매운 맛을 치즈가 부드럽게 감싸주니 저절로 젓가락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보쌈은 이렇게 먹는 게 맛있어요.

조안나가 보쌈 고기만 덜렁 들어서 먹으려고 해서 그녀에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맛있어!

조안나와 메이 린은 기꺼이 내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보쌈을 상추에 싸서 먹었고, 매우 흡족해 했다.

안주가 맛있으니 술이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간다.

술이 들어가서 일까?

메이 린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유연해졌다.

물론 갑자기 절친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적어도 나를 전혀 상관없는 남 보듯이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쌓은 친분은 어느새 먼저 내게 말을 거는 것까지 발전해 있었다.

­술 잘 마시네?

­많이 마셔보진 못했어요. 올해 20살이라서.

­맙소사, 스무 살이었어? 정말 어리네. 넌 이런 어린 애를 잡아먹은 거야?

­흐흐흥~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맛만 좋으면 됐지.

­발랑 까진 년.

메이 린의 거침없는 디스에도 조안나는 깔깔 웃어댔다.

서로를 대놓고 욕해도 마음 상해하지 않을 만큼 두 사람 사이가 굉장히 친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참, 나 그거 배웠어!

­뭘 배워?

“마셔라~마셔라~마셔라~언죄까쥐 오개추믈 추개하꼬야?”

­푸하하하!!!

­뭐야? 왜 웃어? 무슨 노래한 거야?

­후훗! 술자리에서 반드시 불러야 하는 전통 노래래!

조안나의 예상하지 못한 말에 빵 터진 나는 배를 잡고 웃어댔다.

호텔방이었으니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문제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꿀떡꿀떡 넘어가기 시작한 술이 점점 쌓이기 시작했다.

밤이 길어질수록 우리들의 대화도 깊어졌다.

­진은 언제까지 메이를 작가님이라고 부를 거야? 공적인 만남이 아니잖아.

­난 상관없는데? 작가한테 작가라고 부르는 게 맞잖아.

­아니지, 아니지이~! 오늘만 보고 말 거야? 난 앞으로 우리 세 사람이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

­작업 끝나면 난 내 나라로 돌아갈 거야. 내가 여길 올 일이 또 있겠어?

메이 린이 계속해서 발을 빼려고 하자 조안나가 타박을 했다.

­말도 안 돼! 그럼 날 보러 안 오겠다는 거야?

­…….

메이 린은 확실히 선 안의 사람과 밖의 사람을 대하는 게 확연히 다르다.

바깥의 사람들에겐 냉정하며 쉽게 정을 주지 않은 반면, 선 안에 들어 온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무척이나 유했다.

­그건 아니지만….

­나 여기 오래 있을 거야! 내 뮤즈한테 딱 달라붙어서 쪽쪽 빨아먹을 생각이거든. 진은 정말 대단해.

­네 애인 잘 생긴 거 알고 있어. 자랑질 좀 그만해. 배 아프려고 한다.

­아니야! 얼굴도 진의 큰 장점이긴 하지만, 그의 진가는 얼굴 따위가 아니야.

­이 얼굴이 따위라고?

조안나가 황당해 하는 메이 린을 향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순간 불길함을 느낀 나는 대화에 끼어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조안나가 한 발 더 빨랐다.

­진은 섹스를 정말 잘해! 환상적이야! 일단 진의 자지는 동양인답지 않아. 대단하다고! 내가 다른 남자 자지는 야동으로밖에 본 적 없어서 비교해주진 못하지만, 절대 작다고는 못 할 크기라는 건 알아. 그 굵은 걸로 내 안을 휘저으면 숨이 턱턱 막히면서 찌릿찌릿해져.

헉!

­쿨럭! 쿨럭!

때마침 술을 마시고 있었던 메이가 조안나의 말에 당황해 제대로 사례가 들렸는지 격하게 기침을 했다.

물론 나도 조안나의 노골적인 말에 기겁해서 입을 떡 벌렸다.

­얘가 술 처먹더니 개가 됐네. 너 그거 성희롱이야. 아무리 연인 사이라지만, 개인 프라이드잖아?

­내가 이런 얘기 하는 거 싫어? 그치만 자랑하고 싶단 말이야. 나 진 덕분에 여자로서 기쁨이 뭔지 알게 됐는 걸.

­이런 애라도 괜찮아요?

메이 린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조안나의 매력인 거죠.

­과연, 콩깍지란 대단하네요. 좋은 거 알아가요. 너 술 그만 마셔. 취했어.

­안 취했어. 재정신으로 한 말이야.

­그게 더 문제라곤 생각 안 해봤니?

조안나가 부끄러워하는 나와 메이 린을 보며 꺄르륵 웃었다.

그녀의 수위 조절 없는 말 때문에 고통 받는 건 나와 메이 린이었다.

술이 술술 들어가니 우리들 모두 얼굴이 빨개졌다.

­여긴 언제까지 있을 거야? 멍청한 주제에 천재라서 회사에 널 오랫동안 방치하진 않을 텐데.

­그거 칭찬 맞아?

­대충 칭찬 맞아.

­흐흥, 내가 여기 있고 싶다고 하니까 그렇게 하라고 했어. 꼬박꼬박 디자인만 보내주면 돼.

­네 성격에 가능하겠어? 하나하나 다 참견을 해야 직성이 풀리잖아.

­내 디자인 제대로 못 살리면 프리작에 왜 있어? 잘 살릴 수 있는 대로 이직하면 되지. 오라는데 많아. 이번에 내 디자인 봤잖아. 다들 경악했다고. 뮤즈가 내 옆에 있으면 얼마든지 지금 퀄리티 유지할 자신 있어.

조안나의 말을 들은 메이 린이 소주잔에 소주를 왕창 때려 붓고 꿀꺽꿀꺽 마셨다.

이미 상당히 취해 있는데도 술을 마시는 게 거침없다.

방에서 마시는 것이니 잔뜩 취해도 된다는 생각이었을 거다.

그리고 조안나가 꽤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을 게 분명한 얘기가 메이 린의 입에서 드디어 꺼내졌다.

­너 저번에 나한테 슬럼프에서 탈출하는 방법 알려준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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