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81화 (81/849)

〈 81화 〉 #14. 레벨업 (1)

* * *

숙소 거실에 대(大)자로 뻗어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는 것이 있어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지워야 되는데.’

조안나와 메이와의 섹스 이후, 메이가 찍은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모두 내 핸드폰에 저장되고, 나머지는 파기 되었다.

한 장이라도 갖고 싶다며 매달리는 조안나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해야 할 정도로 메이가 찍은 사진 속 내 모습은 무척이나 야했다.

시발 남자 얼굴을 보고 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빌어먹을 포니 새끼가 준 얼굴의 파괴력이 너무 강했다.

‘이 사진이 바깥에 나가는 순간 난리가 날 거라고. 무조건 지워야 되는데 선뜻 손이 안 간단 말이지.’

아마 이 사진이 이대로 사라지는 게 너무 아쉬운 일이라는 걸 스스로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작 사진을 찍은 주인은 내게 쿨하게 모든 파일을 넘겼는데도 말이다.

내 얼굴이 잘 생겼다는 건 알고 있는 매우 객관적인 사실이다.

헌데 그 얼굴이 야해졌을 땐 평소의 잘생김에 두 배 이상의 파괴력을 만들어냈다.

왜 메이가 내 얼굴을 찍게 해달라며 섹스까지 선뜻 하겠다고 나섰는지 이해가 될 정도라면 이해가 된다고나 할까?

‘처음부터 이 얼굴로 태어나지 않아서 그런가? 오지게 잘 생긴 새끼. 이러다가 나르시시즘에 걸려버릴 지도.’

이 사진은 취급주의다.

“행님~! 잘 지내셨슴까!”

“오냐. 재밌게 놀다 왔어?”

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낯익은 목소리의 남자가 들어왔다.

아직 남자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은 소년 기우연이다.

“네에.”

“뭐야, 인사는 발랄하게 해놓고 대답은 왜 이렇게 힘이 없어?”

“휴가 끝나서요.”

“엄청 많이 먹었나보다? 와~ 살 쪘는데, 너?”

머리만 들어서 기우연을 봤는데, 애가 통통해져 있었다.

“윽! 매니저 누나 보면 살 빼라고 하시겠네요.”

“빡세게 연습하면 금방 빠지지 뭐.”

“그나저나 형은 뭐하세요? 바닥에 누워서.”

“나도 휴가의 끝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야.”

[이 사진을 삭제하시겠습니까?]

[yes]

꿈과 같았던 2주 휴가에 대한 미련은 이것으로 모두 끊어낸다.

핸드폰에 저장 됐던 메이 작가의 사진을 모두 지운 나는 핸드폰을 대충 옆에 던져버리고 다시 대자로 뻗었다.

“행님은 잘 쉬셨어요?”

주아 누나의 집에서 나온 이후의 나날들은 모두 19금을 달아야 할 정도로 살색의 향연이 이어졌다.

물론 누나네 집에서 지낼 때도 썩 정숙하게 지낸 건 아니었지만, 조안나와 메이의 3P 섹스도 그렇고, 이후에 아현이와 데이트 이후 섹스 그리고 복순 누나와의 섹스까지.

‘체력 주머니가 요긴하게 쓰였어.’

쪽쪽 빨려서 이젠 더 이상 나올 게 없다 싶을 정도로 실컷 했다.

덕분에 상점용 코인 이외에도 많은 코인을 얻을 수 있었다.

“잘 지내다 왔지. 덕분에 휴가 후유증이 장난 아니야.”

“으으, 지금이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다시 휴가 첫날로 돌아가고 싶어요~”

기우연의 등장 이후로 남은규, 제키, 강준, 강경태 순으로 숙소에 도착했다.

다들 휴가 때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떠드느라 숙소가 왁자지껄 해졌다.

“다들 살이 쪄서 왔는데 어째 해솔이 형은 살이 더 빠진 것 같아.”

“그래? 난 똑같은 것 같은데. 너희들이 살이 쪄서 그렇게 느낀 거 아니야?”

연예인도 사람이다.

특별한 체질을 가진 몇몇의 선택 받은 사람 이외에는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찐다.

그리고 우리 팀원은 특별한 체질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그저 먹으면 찌고, 안 먹으면 빠지는 평범한 체질인 것이다.

애들이 모두 집에서 잘 먹고 잘 쉬었는지 통통하게 살이 쪄왔고, 그건 자연스럽게 걱정으로 돌아왔다.

“윽! 그렇게 정곡을 찔러버리면 아프다고.”

“그래도 우연이 정도는 안 쪘잖아.”

“앗, 가만히 있는 저는 왜…?”

“네가 얼굴을 달덩이로 만들어서 왔으니까 그렇지. 눈 감으면 보이는 게 네 앞날이 아닐까 싶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1:1로 봐주지 않을까 싶은데.”

“그, 그 정도로 많이 쪄보여요?”

“응.”

“으아아악! 괜히 먹었어!! 좀만 참을 걸! 엄마가 성장기니까 다 키로 갈 거라고 해서 그것만 믿고 먹은 건데!!”

“결국 다 살로 갔지.”

“어흑! 팩트 폭행 멈춰!”

“하하하.”

멤버들 모두 휴가 후유증에 시달리는 탓에 방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둘러 누웠다.

한참 수다를 떨던 우리들의 대화는 2주 휴가 때를 지나 미래에 다다랐다.

“그나저나 이제 다음 활동 준비하느라 바빠지겠네요.”

“아마 그렇겠지?”

“이번에도 잘 됐으면 좋겠는데, 팬 분들이 잘 봐주실지 모르겠어요. 좀 무섭다고 할까요? 이번에도 잘 봐주실까, 혹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쩌지? 막 그런 걱정이 들더라고요.”

“아직 아무것도 시작 안 했는데 벌써부터?”

“처음에 반응이 너무 좋았잖아요. 말도 안 될 정도로.”

우리들의 데뷔는 이례적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신인 아이돌이 데뷔하자마자 큰 주목을 받은 건 운이 정말 좋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속사 빨도 있고, 비주얼에 주목해서 홍보를 한 덕이기도 하다.

“아직 다른 아이돌 그룹 인기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잖아.”

“그건 그렇죠. 아직 팬덤도 많이 약하고요.”

우리 둘의 대화를 듣던 제키가 끼어들어서 말했다.

“우리 현재 문제가 바로 그거야. 팬덤이 제대로 안 모인 상황에서 인기를 끌어버린 탓에 우릴 아니꼽게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만약 이번에 제대로 실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욕을 많이 먹을 걸? 우연이 너도 그걸 걱정하는 거지?”

제키의 설명은 한 마디로 우리에게 잔뜩 어그로가 끌려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 바닥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굉장히 어렵지만, 그 인기를 유지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

때문에 우리처럼 데뷔와 동시에 과한 인기를 끄는 상황이 오면 견제를 할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네, 맞아요. 활동하는 내내 매니저 누나가 잘 케어해줘서 다행이지, 엄청 눈총 받았잖아요.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심할 거에요. 그걸 어떻게 다 견디나 싶어서….”

“그때도 우연이가 엄청 쫄았었지.”

“화장실 사건 이후로 더 그랬지.”

화장실 사건.

기우연이 방송실 화장실에 갔다가 우리 그룹의 뒷담화를 하는 걸 고스란히 듣고 와서 펑펑 울었던 걸 말한다.

그날 이후로 기우연은 혼자서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게 됐다.

어딜 가든 멤버 중 한 명을 데리고서 움직였고, 지금도 저렇게 다른 그룹의 견제를 두려워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켜줄 테니까 우연이 너는 걱정하지 마.”

“맞아. 그리고 팬 분들한테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만큼 열심히 준비하자. 노력하면 다들 예쁘게 봐주실 거야. 회사에서도 열심히 서포터해주시잖아.”

더군다나 나에게는 믿을 만한 구석이 있었다.

2주의 휴가 동안 두둑하게 벌어두었던 코인!!

이 코인만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실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거다.

그것으로 이번 활동 때는 팬들에게 좀 더 실력적으로 어필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멤버가 다 모인 김에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기로 했다.

“다들 다음 활동은 어떤 식으로 했으면 좋겠어?”

“다음 활동?”

“대충 어떤 식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거나 하는 거 말이야.”

“그건 회사에서 결정해주는 거잖아요.”

“우리 앨범인데 회사에 전부 다 맡기려고? 데뷔 때야 의견 내기 힘들었지만, 나중을 위해서라도 두 번째 활동부터는 의견을 좀 내야 하지 않겠어? 더군다나 우리한텐 제키가 있잖아. 의견을 내면 분명 들어줄 거야.”

“어….”

멤버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가 이내 제키 쪽으로 움직였다.

우리들 중에서 가장 음악적인 성취와 명성을 갖고 있는 게 제키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나도 두 번째부터는 실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지금은 큰 문제가 되진 않고 있지만, 저번 노래로는 우리들 실력이 제대로 어필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더 큰 물에 가려면, 그리고 다른 그룹의 견제를 받고 견디려면 실력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제키는 평소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멤버들에게 털어놓았다.

노래도 좀 더 어려운 것으로, 춤도 난이도를 더 올리고 싶다고.

저번 활동 무대의 춤과 노래를 익히느라 무척 힘들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나만의 사정인 듯했다.

멤버들도 그동안 쌓아두고 있던 불만들을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좀 더 이렇게 바꿨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기는 했어요.”

“노래는 부족한 게 엄청 많았지.”

끄덕끄덕­

“그래도 성공했잖아.”

“…그건 맞지.”

“괜히 우리가 하고 싶은 거 말했다가 망하면 어떡해요?”

시무룩­!

노래가 마냥 좋다고 해서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번 활동으로 완전히 알았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노래가 소비 되고 있고, 그 중에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건 극소수.

세상의 아이러니는 노래가 좋다고 해서 선택을 받는 게 아니라는 거다.

“회사에서 잘 해준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게 뭔지 말하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유능하니까 우리 의견도 반영하면서 성공시켜주실 거야.”

“그럼 제키 형 보물창고부터 한 번 열어봐요!! 제키 형 작곡하는 거 얼핏 들어보면 좋은 노래 엄청 많거든요.”

“야, 갑자기 내 거는 왜?”

숙소가 또 다시 떠들썩해졌다.

사람이 6명이나 되다 보니 각자의 성향이 있어서 의견을 모으기 시작하니 시장바닥이 따로 없었다.

힙합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거나 자기가 팬들한테 꼭 보여주고 싶은 춤이 있다거나.

대부분의 의견들이 실현 불가능으로 보이는 것들이었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제키는 능숙하게 멤버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메모를 해두었다.

“힙합!! 쎈 거!!”

“춤 빡 센 거!!”

“고음 부분이 빵 터지는 노래!”

“적절하게 밸런스가 맞아야지. 그리고 데뷔 앨범 곡이랑 분위기가 너무 다르면 팬들이 이질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난 음색을 좀 살릴 수 있는 노래였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의견들은 매니저 실장님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내가 하려고 했으나 제키는 자신이 리더이니 매니저 실장님에게 전달하는 걸 자기가 하겠다고 나섰다.

“시간 됐다. 회사로 가자.”

2주간 휴가가 끝났기에 우리들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회의를 하기 위해 회사로 이동했다.

우리들은 꿀 같은 휴가를 보냈지만, 회사 직원들은 우리들 때문에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음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 너희들 오랜만이네~?”

“휴가가 벌써 끝났어? 세상에,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냐. 뭐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얘네들 뽀송뽀송해진 것 좀 봐. 얼마나 잘 쉬었으면. 하하하!”

“다시 빡세게 관리 받아야겠네.”

에어플레인 전담팀 사무실로 도착하니 우리들 곁에 우르르 몰려들어서 이것저것 확인을 해댔다.

특히 우리 몸 관리를 담당하는 트레이너 선생님은 통통해진 멤버들을 보며 비명을 지르면서 체중계를 가져와서 몸무게를 확인했다.

“으아아~! 기우연!! 도대체 집에서 뭘 먹은 거야?? 세상에, 4kg이나 쪘잖아!”

“헤헤, 엄마가 지금 먹는 건 전부 키로 간다고 해서….”

“뺄 때 얼마나 고생할지 알면서 그걸 넙죽넙죽 받아 먹어??”

“으으, 살려만 주세요.”

내 차례 때는 트레이너 선생님이 오히려 깜짝 놀랐다.

“해솔이는 몸무게가 더 빠졌는데? 잘 쉬다 온 거 맞니?”

“아, 역시. 빠진 것 같기는 했어요.”

그렇게 쥐여 짜였는데 안 빠지는 게 이상하다.

“해솔이는 원래부터 몸무게 관리 잘해서 편하게 쉬다 와도 됐을 텐데. 이번에도 관리하면서 자제했던 거니?”

“아니에요. 2주간 너무 열심히 놀았나 봐요.”

“으으~ 해솔이 형, 완전 기만자야. 똑같이 놀았는데 왜 우리는 찌고, 형은 빠지는 건데요.”

그야 ‘놀이’ 방식이 다르니까 그렇지.

2주간 했던 놀이를 이 녀석들이 한다면, 얘네들도 삐쩍 마른 상태로 회사에 왔을 거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살이 많이 찐 멤버들의 새로운 운동 루틴과 식단을 짜느라 분주해졌다.

우리들은 그 사이에 매니저 실장님으로부터 새로 짜놓은 연습 스케줄을 설명 들을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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