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14. 레벨업 (9)
* * *
미친미친미친, 해솔 비주얼 뭐냐? 미쳤어!!!!!
우연이 머리 분홍색 너무 귀엽고.
은규 머리색 왜 저래? 왜 잔디야ㅠㅠㅠㅠ 코디가 안티인가?
내가 보기엔 잘 어울려 보이는데?
다 됐고, 해솔이 미만 잡임. 화보 봤음? 못 봤으면 말을 하질 마셈.
헐! 그거 어떻게 구하셨어요? 넘 갖고 싶은데 ㅠㅠㅠㅠㅠ
해솔이 은발 해줬으면 했는데 블루블랙도 예쁘긴 하다.
블루블랙 섹시미 터짐. 얘가 나보다 나이가 적다는 게 믿어짐? 오빠라고 부르고 싶다!!
컴백 빨리 해줘서 고마워!!! 에어플레인 흥하자~♥ 영원히 사랑해!!
이번에 팬미팅 하겠지?
당연히 해야지. 지금 그거 벼르고 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여름이면 노출이 좀 있으려나? 츄릅
변태새끼 강퇴 안 됨? 츄릅
도대체 누가 누굴 지적하는 거야?
근데 하필 젤리냥이 나왔을 때 컴백한 건 무슨 심보야? 시기를 너무 못 잡았는데. 허니 엔터 뭐하냐!!
젤리냥한테 비빌 정도로 자신 있다 이건가?ㅋ
에이, 설마~ 어쩌다 보니 겹친 거겠지.
원래 대형 기획사는 컴백 날짜 서로 공유해서 피하곤 하는데, 떡하니 컴백시켰잖아. 뭔가 의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
의도는 무슨 의도? 닥치고 노래나 들어.
노래 들으려고 안경을 구매했습니다. ㅇㅈ?
쌉 ㅇㅈ.
근데 애들 실력이 의외로 좋은데?
실력 좋기는 ㅋ 립싱크잖아.
숨소리 들리는데?
숨소리까지 따서 녹음하는 라이브 녹음 모름? ar이잖아.
그게 뭐야?
애들 다 그거 써. 립싱크 티내면 싫어하니까 숨소리까지 녹음하는 거임.
무대에서 실력을 뽐내고 싶어서 라이브를 하고 싶다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단 무대를 촬영해서 ‘방영’해야 하는 방송국은 변수를 만들어서 촬영 시간을 지체하게 만드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거기에다 아직 데뷔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인이라면?
사전 녹음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기껏 라이브 되게 연습했는데 보여줄 곳이 없네. 우리 진짜 잘 하는데.”
“또 댓글 반응 보고 있어? 그런 거 자주 보면 멘탈 나간다.”
“알고는 있는데, 안 볼 수가 없어. 반응이 너무 궁금하단 말이야.”
“반응이 어떤데?”
“좋기는 한데….”
마음에 찰 만큼의 반응은 아닌 모양이다.
강준의 핸드폰을 받아서 커뮤니티를 확인하니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얼굴이구나.”
“응. 이번 노래 엄청 좋은데, 아직도 팬들은 얼굴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자 다행히 우리를 불러주는 곳이 많은지 스케줄이 꽉 찼다.
여름을 겨냥한 컴백이었기에 정말 바다는 여한 없이 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될 정도로 각종 바다에 스케줄이 생겼다.
젤리냥 선배님들의 노래는 여전히 1위부터 4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고, 우리들은 팬 분들의 도움으로 5위에 파고들어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오늘 이후로는 우리도 실력을 조명 받을 수 있을 거야.”
“라이브!! 하, 기대 된다.”
“잘 할 수 있지?”
“당연하지. 그동안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삑사리 나면 안 되는데….”
“삑사리는 절대 용납 못해!!”
회사에서 우리들의 실력에 대한 화제를 만들기 위해 직캠을 이용하기로 했다.
오늘 바다에서 진행 되는 축제 무대에 오를 건데, 그걸 우리 회사 직원이 팬이 찍은 것처럼 찍어서 인터넷에 올릴 거다.
무대가 라이브로 진행 될 예정이었기에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무대가 될 거다.
‘정말 실력에 자신 없으면 못하는 짓이지.’
mr만 깔린 채로 격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야 한다.
데뷔 때도 라이브 무대가 가능하도록 연습했지만, 완전 생 라이브 무대를 해본 적은 없었다.
회사에선 우리를 보호해주기 위한 일이라고 했지만 열심히 노력했던 만큼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그리고 그 아쉬움은 이번 활동에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라이브를 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으니 말이다.
회사에서 우리들을 믿어주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허락이었다.
“잘하자.”
“그렇게 연습을 많이 했는데 못하면 안 돼지.”
“실수하는 사람은 벌칙 받아야 돼.”
“무슨 벌칙이여?!”
“우연이 네가 생각해봐. 벌칙을 뭐로 하면 좋을지.”
바다를 향해 가는 벤 안에서 애들은 쉬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떠들어댔다.
보통 이동을 시작하면 죽은 듯이 잠들어버리곤 하는데, 저렇게 떠들썩한 걸 보면 긴장감이 장난 아닌 모양이다.
그렇게 다들 잠에 들지 못한 채 목적지에 도착하고.
매니저 누나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는지 애들에게 목에 좋은 ‘배도라지 생강 차’를 마시라며 보온병을 내준다.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잘 할 거야. 파이팅!!”
“넵!”
“푸하! 이거 자주 먹다 보니까 은근 맛있는 것 같아.”
“다들 맛있게 마시고 있었어. 너 혼자만 맛없다고 웩웩 그랬던 거잖아.”
“아니거든? 우연이도 싫다고 했거든?”
“쟤는 애기고.”
“제가 왜 애기에요!!”
“솜털 났으니까 애기지.”
똑같은 미성년자들끼리 잘들 논다.
“이러고 있지 말고 기다리는 동안 연습이나 한 번 더 해볼래?”
“무대 확인은 못하죠?”
“못하지. 이미 사용 중이니까.”
화끈한 햇볕 아래, 다양한 사람들이 바다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우리가 곧 올라갈 무대엔 현지 참가인이 무대에 올라가 장기를 뽐내고 있는 중이었다.
연예인이 등장하면 무대 분위기는 한층 더 후끈 달아오르게 될 것이다.
꺄아아악!!!!
에어플레인이다!
실물 쩔어.
누군데? 아이돌이야?
눈을 어디다가 돌려야 할지 모를 정도로 수많은 여자들이 무대 앞에 모여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여기가 바다인지 군대인지 구분이 안 가는데…?’
그 환호성이 군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
무대 뒤에서 기어코 연습 한 번 하고서야 긴장감을 털어낼 수 있었던 우리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체력 주머니로 애들 체력 빵빵하게 채웠으니까 다들 잘 하겠지.’
나 또한 체력 주머니를 사용해서 체력을 채웠다.
몸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지금이라면 뭐든 할 수 있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멤버들도 마찬가지의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무대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와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너무 멋있어!!!
오빠!!! 에어플레인! 영원하자! 사랑해!!!
그리고 한 쪽에는 우리 팬으로 보이는 이들도 옹기종기 모여 우리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소속사에서 나온 직원들이 비싼 카메라로 우리를 찍는 것도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무대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관객과 함께 하는 무대도 좋지만, 지금은 우리의 실력을 뽐내야 할 때이지 않은가?
춤과 노래를 함께 소화해야 하는 무대를 할 때는 호흡이 아주 중요하다.
숨을 쉬어야 할 때 놓치지 않고 쉬어주어야 한다.
딴딴♩♪띵또롱또롱♬~ 땅땅띵~♪
익숙해진 타이틀곡의 음률에 몸을 맡긴다.
라이브 무대이니 춤을 출 때 체력을 아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 한 몸 불사 지르겠다는 느낌으로 팔과 다리를 놀렸다.
체력 주머니를 사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효과가 대단했다.
멤버들도 주머니 효과를 봐서 그런지 아니면 음률에 흥이 생겼는지 평소보다 힘이 빡 들어가며 군무를 맞춘다.
‘이번 무대는 레전드로 평가 받을 거야.’
사실 시작할 때부터 ‘느낌’을 받았다.
무대를 할 때뿐만 아니라 연습을 하다보면 삘을 받는 순간이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뭐를 해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
이런 기분은 체력 주머니를 사용해도 나오기 쉽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런 기분이 들 때 우리들의 무대는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대단해진다.
오오오오!!
단순히 팔 하나를 뻗어도 한 치 어긋남이 없는 완벽한 군무가 나오자 우리의 무대를 보는 사람들에게서 감탄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라이브를 하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생생한 현장감에 환상적인 군무까지 더해지고 있으니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직원이 직캠을 찍는 계획을 만들지 않았으면 무척 아쉬웠을 거다.
이 무대를 카메라에 남기지 못했을 테니까.
삑사리가 나올까 걱정이 많았던 강준이 멋지게 고음을 소화해낸다.
우리들은 성공에 축하를 하듯이 땅을 박차고 뛰었다.
그리고 mr이 끝남과 동시에 관객들의 환호 소리만이 남는다.
와아아아아!!!!!!!!
꺄아아아!!
완전 멋있어요!!!
오빠아아아악!!!
“허억…허억…허억…!”
“헉! 헉! 헉!”
비라도 맞은 것처럼 땀이 온 몸을 촉촉하게 적셨다.
체력이 만땅이라고 해서 힘들지 않은 건 아닌 법.
폐가 터질 듯이 춤을 추었다.
후회가 남지 않는 무대였다.
“후우, 후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에어플레인입니다.”
와아아아아!!!!
숨을 겨우 고르고 나서야 마이크를 들어 관객들에게 제대로 된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하하~”
“저희 무대 잘 보셨나요?”
네에에에!!!!!!
“와~ 분위기가 정말 좋네요.”
멋져요!!!!!!!!
잘생겼어!!!!!!
나랑 사귀자!!!!
꺄아아악!!
“하하하!!! 사귀자 누구에요?”
나!!!!!!!!!!!!!
저요! 저요!
관객들과 농담을 하면서 잠시간 대화를 나눴다.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다음 부를 노래는 Girlfriend였고, 이 노래는 보컬적인 능력이 필요한 곡이었기에 목을 달래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음 곡으로는 Girlfriend 들려드리겠습니다.”
꺄아아아아아악!!!!!!!!!!!!!!!!!!!!!!!
반응이 기가 막히는구만!
관객들이 호응을 잘해주면 무대를 하는 입장에선 절로 흥이 살 수밖에 없다.
더 열심히 부르고 싶고, 더 좋은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이 무대가 끝나면 체력이 다 해서 다리가 풀릴 정도로 날뛰어 보자.
굳이 말로 소통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시 뛰어볼 차례였다.
? ? ?
“카메라 잘 찍는다고 하더니 정말 잘 찍었네.”
“애들 무대가 미쳤었어요. 레전드 그 자체였다니깐요?”
“잘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네. 이 정도 현장감이면 립싱크라고 말 절대 못하지.”
“이 영상만 올라가면 애들 실력에 대한 의심, 싹 사라질 거에요. 절대 못하죠. 이렇게 떡하니 증거가 있는데.”
누가 봐도 라이브였고, CD를 씹어 먹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줬다.
허니 엔터 직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편집 많이 하지 말고 최대한 그대로 올려.”
“편집 없이요?”
“어. 그게 효과가 클 것 같다.”
“어?실장님! 이미 다른 사람이 직캠 올렸는데요?”
“누가 올렸다고?”
“퀄리티가 안 좋기는 한데, 우리 애들 직캠이에요.반응이 되게 좋아요. 보세요.”
매니저 실장이 직원의 말에 황급히 영상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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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남돌 해수욕장 축제 직캠 –레전드 무대]
남돌이 무대를 찢어버리더라. 저게 라이브야. 미친 거 아님?
얘네들 폐 하나 더 달린 듯.
(영상)
아! 참고로 나 얘네 팬 아님.
이런 애들 있다는 거 축제 때 처음 보고 알게 됨.
그룹 이름도 모름. 아는 사람 있으면 댓글로 알려줘.
(사진) (사진) (사진)
블루 블랙 머리한테 입덕 제대로 됨.
CG가 현실에서 움직여서 깜짝 놀랐어.
그룹 이름이랑 블루 블랙 머리 애 이름 좀 ㅠㅠㅠㅠㅠ
도대체 어디서 온 애기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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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일반인이 찍은 직캠이네.”
“잡음이 너무 많이 들려서 좀 그렇긴 한데, 일반인이 애들 무대 보고 이런 걸 올렸으면 성공 아닌가요?”
“시끄러운잡음 속에서 애들 목소리가 송곳처럼 찌르네요. 이거 안 본 사람 없게 하고 싶다.”
흔들리고 잡음이 많이 섞여서 회사에서 찍은 영상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저퀄인 영상이었지만 에어플레인이 무대를 찢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을 정도의 영상이었다.
더군다나 오히려 저퀄이기에 사람들에게 더 생생하게 현장 분위기를 전달시키는 점도 있었다.
“굳이 우리가 손을 댈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요? 이미 달아오르고 있어요. 커뮤에 우리 애들 무대 얘기로 도배 됐어요.”
“될 사람은 된다더니. 이거 참.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애들 보기 민망해지네요. 애들이 실력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 버렸어요.”
“그래도 가만히 보고 있을 순 없지. 불이 붙었으니 장작을 더 쑤셔 넣어야 하지 않겠어?”
실장이 어안이 벙벙해서 멍하니 있는 직원들의 정신을 상기시켰다.
지금은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스스로 살아난 불씨를 키워 더 큰 불로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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