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98화 (98/849)

〈 98화 〉 #15. 서바이벌 S (5)

* * *

「우리 학교에 왕자님이 있다」 라는 웹드라마는 학교에 재벌 3세가 있다는 소문이 나게 되는 것으로 시작 된다.

낙엽만 굴어가도 깔깔 웃는 학생들이 이런 소문을 듣고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하다.

여주인공 마찬가지로 과연 누가 재벌 3세일지 궁금해 한다.

일명 ‘왕자님 찾기’가 학교 안에 유행을 탄 것이다.

여러 명의 후보가 생겼다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라지고.

마침내 학교 내에 ‘왕자님’ 후보로 거론 되고 있는 남자가 3명으로 좁혀진다.

첫 번째 후보는 3년 연속 전교 1등 학생회장 유은탁.

사람 같지 않은 외모로 별명은 만찢남, CG가 있다.

연예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팬클럽을 거느리고 있다.

3년 연속 1등을 놓치지 않았으며 전국 모의고사에서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엄청난 천재다.

두 번째 후보는 야구부 에이스 윤대화.

그가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가면 여성 팬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난리가 날 만큼 인기가 많다.

잘생긴 얼굴과 고등학교 졸업하면 메이저리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무성할 정도로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190cm나 되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졌으나 얼굴이 강아지상으로 순해서 여자들이 엄청나게 따른다고 한다.

세 번째 후보는 황상호.

두 후보에 비하면 능력이 좀 평범하긴 하지만 다정하고 살가운 성격과 귀공자처럼 귀티나게 생긴 외모 덕분에 여성들에게 가장 고백을 많이 받는 인물이다.

친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주변에 친구들이 넘쳐나며, 평소 씀씀이가 커서 ‘왕자님’ 후보 1순위다.

첫 번째 후보는 내가 캐스팅 받았고, 세 번째 후보 황상호는 강준이 캐스팅 받았다.

“준이 너랑 성격이 정 반대네. 해솔이 형은 역할이 찰떡이고.”

낯을 많이 가리고 말수가 적어서 대인관계가 넓지 않은 강준인데, 캐릭터는 정 반대이다.

강준은 멤버들의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연기잖아. 할 수 있어.”

“와~ 쟤가 누구한테 살갑게 웃으면서 대화하는 거 상상이 안 되는데.”

“신인 작가 작품이라고 해서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재밌을 것 같아. 그치?”

“어, 홍보만 잘 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근데 해솔이 형은 대사가 너무 없는 거 아니야?”

“왜 연기 못하는 형을 캐스팅 하고, 회사에서도 긍정적으로 봤나 했더니 이런 것 때문이었나보네.”

“아무래도 난 얼굴 때문에 캐스팅 된 것 같지?”

“응. 이건 빼박임. 형을 노리고 만든 캐릭터가 틀림없어.”

왜 회사에서 연기 못하는 나를 웹드라마에 넣을 생각을 했나 했더니, 다 꿍꿍이가 있었다.

대본을 확인해보니 내가 나오는 장면은 제법 있어도 대사 다운 대사가 거의 없었다.

‘대사 많았으면 바로 거절했을 텐데….’

이러면 연기력을 핑계로 거절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형 같이 하면 안 돼? 나 혼자하는 거 좀 무서웠는데 형이랑 같이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더군다나 강준이 같이 하자며 매달리니 차마 거부할 수가 없어진다.

‘이럼 연기력을 올려야 하나?’

현재 코인은 포니에게 빌렸던 걸 갚기 위해 모아두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길 것 같다.

아무리 연기가 필요 없는 역할이라 해도 발연기 라면서 욕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최고는 못해도 최악은 면해야 했다.

“나랑 꼭 하고 싶어?”

“유은탁이 딱 형을 모태로 만든 캐릭터잖아. 형 이외에 다른 사람이 해도 납득 안 될 것 같아. 대사도 별로 없으니까 연기 어색한 것도 티 안 날 거고.”

“흠.”

“나도 연기를 배우는 입장이긴 한데 형이 한다고 해주면 열심히 도와줄게!!”

강준이 이렇게까지 자기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었던가?

안 한다고 하면 분명 크게 실망하고 서운해 할 것 같았다.

“내가 연기에 자신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곧장 받아들였을 텐데, 그게 아니다 보니까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어.”

“알지.”

강준과 함께 연기 수업을 받는지라 저 녀석도 내 연기 실력을 안다.

그래서 내가 머뭇거리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괜히 했다가 욕먹을 것 같은데….”

“형 얼굴로 연기 안 하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야. 실력이야 경험을 쌓고 계속 배우다 보면 늘어날 거야. 형이 노래랑 춤처럼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원래 사람은 다 그렇게 조금씩 노력해가면서 성장해.”

“…….”

강준이가 뼈를 때린다.

내가 연기를 못한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태생적으로 재능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건 아니었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다만 코인이 워낙 사기적이라서 춤과 노래처럼 말도 안 되는 성장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에게 ‘아~ 연기에는 재능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거다.

그리고 강준은 지금 그 부분을 지적했다.

천재라고 불러도 될 만큼 빠르게 성장한 춤과 노래가 특별했던 것이지,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연기 실력이 이상한 게 아니라고.

그게 보통 사람들의 성장 속도인 것이라고 말이다.

“나도 그렇게 오랫동안 노력해서 실력을 쌓은 거야. 춤이랑 노래에 비해 실력이 잘 안 늘어서 지금은 답답할지 몰라도 계속 노력하고 배우다 보면 나쁘지 않아질 걸? 솔직히 춤이랑 노래 배우려고 연기 쪽으로는 크게 노력하거나 신경 써서 배우지도 않았잖아.”

강준이가 이렇게까지 나오니 차마 거절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굳이 이렇게까지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데, 꼭 나랑 같이 하고 싶은 이유라도 있어?”

단순히 무섭다느니 재밌을 것 같다는 건 이유가 되지 못한다.

진짜 그 정도가 날 설득하려는 이유의 전부라면 그냥 거절하는 게 나을 것 같았고 말이다.

“이번 기회가 너무 좋아서 그래.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실전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기회인데? 우리가 아이돌이 아니었으면 오지 않았을 기회야. 이런 기회를 단순히 욕먹기 싫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건 너무 아쉬워. 분명 나중에 후회할 거야. 형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말 들으니까 무지하게 고민 되네. 원래 안 하려고 했거든. 내 주제에 무슨 연기인가 싶어서.”

실력도 없는 놈이 과분한 자리를 맡았다가 작품 말아 먹을 일 있는가?

다만 사회생활 하면서 ‘경험’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모르지는 않다.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나?’

코인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이 있고, 이거라면 나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그러니 하나의 가능성을 아예 닫아 버리는 건 손해가 맞았다.

“진짜 너무 좋은 기회잖아? 신인 작품이라서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다는데 이걸 왜 마다해?”

욕도 좀 많이 먹을 것이고, 익숙하지 않은 촬영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겠지만.

어차피 휴식기에 촬영이 시작 될 테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그럼 한 번 해볼까?”

“정말? 정말이지?”

강준이 설득해서 넘어간 건 아니다.

그 이유도 조금 있지만, 주아 누나가 문득 떠올랐다.

‘내가 배우 활동을 먼저 해보고 주아 누나한테 조언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누나가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그쪽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보니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강준은 내가 알겠다고 하니 좋다며 팔짝팔짝 뛰었다.

“기우연 빙의한 줄.”

“아­ 그건 좀. 형!”

“하핫, 미안미안.”

“…저기여? 저 옆에 있는데요?”

크흠! 아무튼 그렇게 얼떨결에 나와 강준의 연기 활동이 결정 됐다.

‘잘한 짓인지 모르겠네, 쩝.’

? ? ?

우리 음원은 2위에서 일주일 정도를 버티다가 슬금슬금 내려오기 시작했다.

젤리냥 선배님들을 여전히 1위를 굳건히 하고 있었고, 살짝 내려갔던 수록곡들이 다시 우리보다 위를 차지했다.

결국 젤리냥 선배님들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다음 활동은 더 열심히 하고야 말겠다고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우연이는 우리들 중 가장 많은 스케줄을 선택해서 활동하느라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제키는 피처링이 들어와서 음악 작업을 하느라 바빴다.

각자 개인 활동에 매진하며 시간을 보냈고, 나와 강준이는 웹드라마 연기를 위해 스케줄 이외의 시간에는 연습실에서 연기 연습을 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제법 놀라웠던 것은 연기를 시작 했다는 내 말에 주아 누나가 기뻐하면서 내게 연기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누나, 연기 왜 이렇게 잘해?”

“내가 가능성 없는 걸 하려고 했을 것 같아?”

주아 누나는 놀랍게도 연기를 잘했다.

너무 잘 해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주아 누나는 회사에서 연습생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잡았을 만큼 실력 있는 연습생이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천재는 다른 곳에서 찾을 게 아니었다.

내 옆에 숨어 있었다.

이러면 정말 임신 시킨 게 너무 미안해지는데….

‘우리 축복이가 들으면 서운해 할 생각이긴 하지만 누나는 이대로 묻히기엔 끼와 재능이 너무 아까워.’

주물주물주물­

“근데 자기, 너무 심하게 만지는 거 아니야?”

“애기 때문에 가슴 아프다며.”

“연기 가르쳐주고 있는데 학생 태도가 너무 불량하잖아.”

임신 초기 때 살짝 가슴이 아프다는 얘기를 했는데 괜찮아졌다고 했었다.

아마 괜찮아진 건 내가 누나에게 줬던 아이템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다시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누나에게 주었던 [건강기원부적(임산부용)]인 팔찌를 착용하지 않고 다녔다고 한다.

나는 서운하다며 왜 팔찌를 뺐냐고 잔뜩 삐진 티를 냈다.

그렇게라도 해야 누나가 팔찌를 빼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나가 팔찌 빼서 삐진 거 아직 다 안 풀렸거든?”

“거짓말 치지 마. 다 풀린 거 알아.”

“아닌데요? 진짜 아직도 삐졌는데요?”

“아우, 증말! 이제 절대 안 뺀다니까?”

“진짜지?”

“그래!”

내가 심하게 징징대니 주아 누나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재차 누나에게 강조했다.

“앞으로 절대 빼지마. 누나가 가슴 아픈 게 다 내가 준 팔찌를 안 끼고 다녀서니까.”

“푸훗! 너 그런 미신을 믿어?”

“이 팔찌에 담아둔 내 사랑을 믿지. 그냥 미신이 아니라 누나를 향한 내 사랑이라고.”

그렇게 말한 뒤 누나의 입술에 뽀뽀를 쪽쪽쪽 해주니 달콤한 분위기가 흐른다.

“점점 널 못 당하겠어. 애교가 왜 이렇게 늘었어?”

“그거엔 슬픈 이야기가 있는데….”

“슬픈 이야기?”

“응, 내 애교는 직업병이야. 아이돌 하다 보니 애교가 안 늘 수가 없더라고.”

팬들은 정말 다양한 걸 바란다.

윙크를 해달라거나 애교 보여 달라는 일은 항상 일어나고, 볼에 검지손가락을 대는 걸 찍고 싶다며 징징대는 팬들도 많았다.

팬들의 요구를 마냥 씹어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른 애들은 척척 잘만 해주고 다니니까 더더욱.

“해솔이 너!! 그런 애교를 팬들한테 하고 다녔어? 나는?? 나한테도 보여줘!!”

“아니, 이 슬픈 얘기를 듣고 할 말이 그거야?”

“여태까지 나만 못 봤어! 억울해! 인생 반을 손해봤다고!”

결국 누나에게 붙잡혀 팬들에게 해줬던 애교를 보여주고 나서야 온전하게 풀려났다.

누나는 내가 없어서 외로울 때 볼 거라며 그 흉한 모습을 영상 녹화 하기하는 만행을 보여주었다.

‘젠장, 흑역사 정립이네.’

누나가 눈치 채지 못할 때 핸드폰을 몰래 훔쳐서 영상을 삭제하고 말리라!

“그나저나 말이야.”

“응?”

“나 하고 싶어.”

“뭘 해?”

짜악!

악!

누나가 시원하게 내 가슴을 때렸다.

“모르는 척 하지 말고!!”

“…해도 된대? 축복이는?”

“괜찮대. 해도 된다고 했어.”

“의사 쌤한테 물어봤어?”

“응.”

“나랑 하고 싶어서?”

“…….”

누나가 말없이 나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째려본다.

킥킥 웃으면서 누나의 볼록 나온 배를 살살 매만졌다.

“일단 바로 넣지 않고 빨아줄게.”

성기 크기가 커져서 후회했던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지금은 살짝 후회가 된다.

웬만한 크기여야지.

축복이가 내 성기에 푹푹 찔려서 아파하는 모습을 볼 순 없었다.

대신 성욕 때문에 앓는 누나가 서운하지 않게 잔뜩 즐기도록 해줄 수는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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