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18. 한민영 (1)
* * *
여자들을 위한 구매도 필요한 부분이지만, 나에 대한 투자 또한 내버려 둘 수 없는 부분이기는 했다.
더 이상 미뤄왔던 능력치 상승을 이젠 시작할 때가 되었다.
넉넉한 코인 아껴뒀다가 똥 만들 순 없지 않은가?
처음 590만 코인은 야금야금 쓰기 시작해서 어느덧 570만 코인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외형 변경권을 추가 요금까지 전부 다해서 구매한다고 해도 내 몸에 쓸 코인이 부족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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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솔]
[정력 : 53.05%]
[노래 : 48.88%]
[댄스 : 47.33%]
[연기력: 35.68%]
[기타(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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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을 사용해서 일을 하는데 필요한 능력치를 모두 6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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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솔]
[정력 : 60.03%]
[노래 : 60.8%]
[댄스 : 60.90%]
[연기력: 60.21%]
[기타 (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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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의 능력치부터는 기회비용이 1>10으로 상승합니다.]
“흠.”
60%에서 갑자기 비용이 10배 상승이라…
아직 이 능력에 대해 아는 것보단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뜻밖의 행운이 아니었으면 60% 이상부터는 정말 올리기 쉽지 않았겠는데?”
공정한 상승이 10배라면, 공정하지 않은 상승에선 얼마나 늘어났을까?
단말기 불법 개조를 했던 과거가 있기에 결코 10배 상승으로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100배 상승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놈들이야.’
괘씸하니 그 녀석들이 바라지 않았던 것들을 몽땅 해줄 생각이었다.
일단….
[작곡 : 50.44%]
[작사 : 50.09%]
[상상력 : 50.32%]
[운동능력 : 61.38%]
[말재주 : 50.00%]
[센스 : 53.21%]
[매력 : 63.16%]
[기억력 : 60.7%]
그동안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능력들에도 아낌없이 코인을 들이부었다.
코인이 제법 많이 들었지만, 워낙 갖고 있던 코인이 많았기에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이게 플렉스지!”
50%를 넘은 능력치들이 각종 특이한 능력들을 만들어냈다.
더불어 상점에서 내게 도움 될 만한 상품들도 잔뜩 샀다.
그렇게 이것저것 구매하고 나니 600만에 가깝던 돈도 쑥쑥 빠져나가 어느덧 350만으로 훌쩍 줄어들었다.
줄어든 코인은 아쉬웠으나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오늘 쇼핑한 것들을 이용해 생활한다면 훨씬 편하게 여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후회 없는 쇼핑이었다.”
나는 구매한 물건들을 일단 ‘아공간’에 넣었다.
[아공간 100톤]
100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 원하는 물건을 간단하게 보관이 가능하며, 무게는 0g으로 대체 된다.
아이템이 많아지면서 그 물건들을 갖고 다닐 가방이 필요했고, 큰 마음 먹고 아공간을 구매했다.
이 안에 갈아입을 속옷과 옷들도 가득 넣어둘 생각이다.
잔뜩 플렉스를 하고 며칠 후.
나는 촬영장에서 한민영씨와 만났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그날 이후 따로 만남을 갖지는 않은 상태였다.
급하게 행동할 필요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내 메인 촬영이었기에 매니저 누나와 둘이서만 촬영장을 찾았다.
“잘 지냈어요, 누나?”
“…안녕.”
민영 누나가 나와 눈을 마주치자 잔뜩 당황하며 어색하게 인사를 건넨다.
나름 배우라고 얼굴 표정은 관리를 잘 하고 있었는데, 다리는 그렇지가 못했다.
달달달
“다리 떨고 계시는데.”
“흡!!”
“오늘 촬영 잘 부탁드려요.”
“…네.”
오늘은 내 몇 안 되는 대사가 있는 장면이다.
직접적으로 여주인공 김지혜가 학생회장 유은탁과 얽히게 되는 장면을 찍는 날이기 때문이다.
인간같지 않은 오버 스펙을 가진 학생회장은 여학생들의 꿈 속 왕자님이나 다름없다.
오늘 촬영 장면도 곤란에 처한 김지혜를 도와주는 역할로 백마 탄 왕자처럼 유은탁이 나타나서 구해주는 장면이다.
김지혜는 유은탁에게 구함을 당하고, 첫 눈에 반한다.
그걸 본 강준이 연기하는 황상호가 질투를 드러내면서 본격적으로 3각 관계가 시작 되는 것이다.
“누나, 존댓말 말고 반말 하세요.”
“아, 아직 적응이 안 돼서.”
“알겠어요. 제가 아직은 불편하신가 보네요. 차차 괜찮아지겠죠.”
“으응.”
“오늘 촬영 끝나고 저녁 같이 먹어요.”
“저녁을? 왜?”
“왜라뇨, 당연한 거 아니에요?”
이제서 안 하겠다고 발뺌 해도 소용없다.
다른 소리 말라는 의미로 지그시 바라보니 황급히 그녀가 변명했다.
“여, 여태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역시 장난친 거구나 생각했어.”
“아니라고 했는데 자꾸 장난으로 만들려고 해요? 그동안 연락 안 한 건, 누나 촬영이 많아서 였어요. 오늘은 저랑 하는 촬영 끝나면 더 이상 촬영 없는 거니까 저녁 같이 먹자고 한 거고요.”
“…알았어. 그럼 먹어. 먹으면 되잖아.”
“좋아요. 아, 그리고 매니저 누나가 태워준다고 했거든요? 끝나면 저희 차 타고 가세요.”
“그렇게까지? 그 매니저 분이 싫어하지 않을까? 그리고 눈치 채면 어떻게 하려고.”
“그럴 일 없어요.”
템빨을 둘둘 멘 나는 자신감이 넘쳤다.
“…도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건지 알 수가 없네. 그래도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네 말대로 할게. 네 마음대로 해봐. 나는 잘 모르겠거든. 네가 여우처럼 행동하라고 하는데, 한 번도 그런 거 이용해본 적 없어서 적응이 안 돼. 머리도 안 돌아가고. 그러니까 네가 하라는 대로 할 거야.”
이렇게 순진하고 맹할 수가!
여우처럼 약아지라는 내 조언이 이런 식으로 튈 줄은 몰랐다.
“저한테 그냥 다 맡긴다고요? 뭘 믿고?”
“널 믿어서 하겠다고 한 거 아니야. 나한테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으니까 하겠다고 한 거지. 이미 벼랑 끝에서 결정한 일이니까 너한테 다 맡길 거야. 네가 선택해. 날 추락시킬지, 구출해줄지.”
“…되게 무서운 말이네요.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졌어요.”
그녀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많았다.
다만 벼랑 끝에서 선택지가 나라는 사람밖에 없었다는 그녀의 말에는 덤덤할 수가 없었다.
‘제대로 준비해놨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세심하게 상점을 살펴봐야겠는 걸.’
대놓고 상품을 써서 그녀의 외모를 고칠 거라고 말 할 수는 없다.
민영 누나가 믿을 리도 없거니와 외형변경권을 쓴다 해도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추가 과금을 한 상태여서 당장 변화가 생기는 걸 증명할 수 없다.
그녀의 외모는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것으로 말이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 라는 말을 핑계로 대려고 했는데….’
저렇게까지 필사적인 상태라면 긴 시간을 참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민영 누나와 당장 섹스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바꿔야 할지도.
‘백조가 됐을 때 섹스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아직 누나는 익지 않은 과일, 자라지 않은 백조나 다름없는 상황.
특별한 정액을 구매하긴 했지만, 당장에는 효과가 더 뛰어난 ‘외형 변경권’을 구매해두었기에 내 목적을 달성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녀를 아름답게 꾸미고 완벽하게 개화시켰을 때, 누나를 안을 생각이었다.
아마 그때 쯤이면 저렇게 나쁜 스폰서 바라보듯 하는 시선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누나의 상태를 보니 당장 그녀의 손아귀에 ‘결과물’을 쥐어 줄 필요가 있어보였다.
‘뭘 해줘야 저 극단적인 마음을 좀 달랠 수 있으려나.’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였다.
???
김지혜는 이를 박박 갈며 자신을 이곳에 가둔 여자애들을 떠올렸다.
“분명 황상호의 팬클럽일 거야.”
황상호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라서 다른 애들보다 조금 친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여자애들의 질투심을 불러와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억울함이 몰려온다.
“진짜 확 고백해서 사귀어버릴까보다! 그런 사이 아니라는데 왜 자꾸 이러냐고!! 나쁜년들.“
자신이 진짜 황상호와 사귀기라도 했으면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억울하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지혜는 정말 황상호와 남자 사람 친구일 뿐,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자신은 황상호를 좀 꺼리는 편이었다.
‘그 자식이랑 얽혀서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황상호는 자기 때문에 내가 이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나 모르겠다.
“미치겠네. 다들 하교 했나? 사람 한 명도 안 오는 거야?”
치밀하게 계획을 짰는지 남들이 다 하교하고 있는 시간에 그녀를 불러 야무지게 핸드폰도 빼앗아서 가져가버렸다.
“이거 범죄야. 범죄!! 경찰에 확 신고해버려? 다큐 한 번 찍어? 아오!”
“…거기 누구 있습니까?”
“어? 어오오오!!! 여기 사람있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여기 갇혔어요!!”
한참동안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할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다.
김지혜는 허겁지겁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냈다.
다행이 그녀가 낸 소리를 제대로 들었는지 바깥에 있던 사람이 그녀에게 희소식을 전해주었다.
“무서워하지 말고 기다려요. 열쇠 금방 가져올게요.”
“아싸! 네, 감사합니다!!”
‘목소리 좋다. 어디서 들어봤던 목소리인데 누구지?’
자신을 구해주러 온 다정하고 온화한 목소리에 지혜는 심장이 두근! 하고 뛰었다.
그러다가 이내 나가서 자신을 이곳에 가둔 년들이 떠올랐다.
으드득
“절대 가만 안 둬. 인생은 실전이지. 바로 경찰에 신고 때려버리고 엄빠 소환시킨다.”
어떻게 복수를 할까 이를 아득아득 갈고 있는 사이.
꽤나 빠르게 열쇠를 가져왔는지 바깥에서 다시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이내 쩔그럭 대는 자물쇠 여는 소리가 들리고.
끼이이익!
드디어 문이 열렸다!
“으와아~! 살았다꺄아악!!”
“엇?”
김지혜는 쿰쿰한 창고에서 벗어났다는 기쁨에 그 팔을 번쩍 들어올리고 환호하는데, 자신을 구해 준 백마 탄 왕자님의 얼굴을 본 지혜가 비명을 질렀다.
“저 때문에 놀랐어요?”
“히익!”
멀리서 봤을 때도 엄청났지만, 가까이에서 본 학생회장 유은탁의 혼자 사는 미모는 턱을 빠지게 하기 충분했다.
“어쩌다가 갇힌 거에요? 언제부터 갇혀 있었어요? 몸은요?”
걱정스레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그녀가 이런 외진 곳 창고에 갇혀 있을 이유가 없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누가 봐도 김지혜는 왕따 사건의 피해자였다.
“그으게에….”
부끄럽다.
솔직하게 얘기를 한들 문제가 없다는 걸 아는데 영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황상호랑 친하게 지내는 걸 보고 팬클럽이 질투해서 날 창고에 가뒀다는 말을 어떻게 해? 쪽팔리게!’
머뭇대는 그녀를 보며 엉뚱한 오해를 했는지 유은탁이 이해한다는 듯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왔다.
‘소, 손 잡았어?!’
남자 손이라서 그런가?
되게 컸다.
그녀의 손을 모두 감싸고도 훨씬 남는다.
두근두근
“모, 몸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갇혀 있었던 것도 오래 된 거 아니고요.”
“얼마 안 됐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왜 여기에 갇혔는지 물으면 친구가 힘들까요?”
“네? 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된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계속 입을 다물고 있으니 유은탁이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힘들면 말하지 않아도 좋아요. 다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제가 당신을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아직 어리니까 어른에게 도움을 구하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에요.”
“…친구가 짓궂은 장난을 친 거에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그년들에게 어떻게 보복을 할지는 이미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 돌린 상태이다.
그 녀석들 눈에 눈물을 펑펑 쏟아내게 할 예정이었다.
“음,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해지면 절 찾아와요. 3학년 7반에서 유은탁을 찾으면 돼요.”
“학생회장님을 모르는 학생이 있으려고요.”
“하하, 그런가요?”
아무렴요. 이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본 것이나 다름없는 걸요.
근데 이제 그 말에 추가로 말이 더 붙어야 할 것 같다.
유은탁 얼굴을 가까이에서 못 본 사람은 인생의 반을 손해 본 것이라고.
‘너무 잘생겼어!!!!’
두근두근
여고생에게 첫사랑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암튼, 저 정말 괜찮아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씩씩해보여서 다행이에요."
나대지마라, 심장.
유은탁 선배가 그녀를 신경 써주는 건 그가 학생회장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심이 있어서 이렇게 친절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는 거다.
이성이 심장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게도 사춘기 여고딩의 마음은 이성으로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꿀꺽
'사, 상담 할 게 있다고 찾아가면 상담해주려나?'
괘씸하게도 그의 친절에 사심을 담아 보고 싶어진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