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18. 한민영 (4)
* * *
“아흐, 이거, 흑! 너무 좋아!”
온 몸이 비벼지는 감각에 절로 탄성이 뱉어진다.
그녀의 다리가 어느새 내 허리를 휘감았다.
“후우, 후우! 마사지 하고 있는 건데 이렇게 달라 붙으면 어떡해?”
“히잉, 몰라! 자지 넣어주세요.”
“등은 하지도 않았는데?”
“너도 하고 싶잖아! 저렇게 섰으면서 뭘 더 참으려고.”
아현이의 뾰족한 눈빛에 결국 더는 애태우지 못하고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음부에 귀두를 가져다댔다.
쯔브읍!
기다렸다는 듯이 벌려지는 보지는 익숙한 침입자를 환영했다.
아현이는 내 등을 껴안으며 허리와 등 그리고 아래 엉덩이까지 손으로 정신없이 매만졌다.
“아흑! 하윽!”
우리는 서로 완전히 끌어안은 상태가 됐다.
나는 아현이의 허리가 움직이는 걸 확인하고 그녀의 움직임에 호응했다.
쩌업 쩌업 쩌업
우리의 움직임으로 인해 나는 소리가 유난스럽다.
오일 때문에 색다른 소리가 난 것이다. /
한껏 흥이 오른 우리들의 섹스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진하고 깊어졌다.
“흐응, 흐응~! 으응…!”
쯔걱쯔걱쯔걱
“하앙, 학!”
쫀득쫀득하게 물어오는 아현이의 내벽이 내 정신을 쏙 뺀다.
어느새 아현이는 내 허벅지 양 옆에 무릎을 디디고 열심히 허리를 놀리고 있었다.
오일 때문에 번들번들해진 그녀의 미끄러운 몸이 확실히 성감을 맛있게 돋구었다.
“큭, 쌀게!”
“으응! 학, 나도! 나도 가…흐응!!”
정액을 싼 이후로도 우리들은 떨어지지 않고 딱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후아, 이거 기분 너무 좋아.”
“그러게. 오일 하나 더 쓴 것뿐인데, 느낌이 확 다르더라.”
“다음에 또 쓸래. 근데 비싼 걸 이런 식으로 써도 되는 건가?”
“뭐 어때. 어떻게 쓰든 피부에만 쓰면 되는 거지. 다 떨어지면 또 구해올게.”
“그렇게 막 써도 되는 정도 가격인 거야?”
“알려고 하지 마. 내가 주는 거는 마음 놓고 편하게 써줬으면 좋겠어.”
코인으로 산 물건들이 워낙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쌓여 있고, 또 실제로 효능이 워낙 좋아서 현금으로 따져서 환산하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라 부담이 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주는 물건들은 이곳에서 판매를 하고 있지 않기에 현금을 따지는 것만큼 우스운 일이 없었다.
내 말을 들은 아현이가 감동을 받았는지 입술을 붙여온다.
찐득하고 질척하게 한참동안 키스를 하며 다시금 침대에 후끈한 열기를 만들어낸 우리는 오일향으로 방을 가득 채우고도 부족해서 오일병의 오일을 반 이상 쓰며 섹스에 열중했다.
[‘영감’을 얻었습니다.]
아현이의 몸에 더 이상 정액을 집어 넣지 못할 만큼 싸고서야 만족을 한 나는 체력이 방전 되어 축 늘어져 있는 그녀의 몸을 닦아주고 있다가 나타난 상태창의 알림에 깜짝 놀랐다.
‘영감 저건 작곡이 50% 넘었을 때 생긴 능력인데.‘
갑작스러운 능력 발현에 깜짝 놀라고 있는 사이.
신기하게도 귓가에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왜 그래?”
움찔움찔 놀라는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지쳐서 숨을 몰아쉬고 있던 아현이가 물었다.
“…혹시 음악 소리 안 들려?”
“음악? 아니, 안 들리는데? 밖에서 들리는 소리야?”
아니, 아무래도 내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인 것 같아.
아현이에겐 들리지 않는 소리.
하지만 내 귀에는 너무나도 또렷하게 들리는 소리였다.
마치 이 소리를 반드시 기억하라는 듯이 말이다.
더군다나 작사 작곡 능력을 올리고 거기에 더해 이론 서적까지 모두 섭렵한 탓인지 귓가에 들려오는 음악들이 가상의 오선지에 저절로 적혀지고 있었다.
기억력 능력치를 올린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아닌 것 같아.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머릿속에서 노래가 들려서 너도 들리는 소리인가 했지.”
“소리가 들린다구?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평범하지 않은 능력을 각성한 덕분에 생긴 일일 뿐.
병원에 갈 이유는 없는 현상이었다.
“혹시 오선지 있어?”
“당연히 있지. 설마 너 작곡 하려는 거야?”
“네가 작곡을 배우니까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배우고 있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노래가 막 생각나.”
“어머!! 신기해. 가져다 줄 테니까 기다려봐.”
체력을 다 쓴 줄 알았는데,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아현이가 벌떡 일어나서 오선지와 필기도구를 꺼내왔다.
나는 오선지를 받아들고 머릿속에 채워져 있는 음을 적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머릿속에 있는 음을 오선지에 그려 넣는 것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내 서투른 작곡을 말없이 지켜보던 아현이가 안 되겠다 싶은지 직접 음악 프로그램을 켜고, 내가 만들고 있는 오선지를 참고해서 미디를 찍기 시작했다.
“잘 되고 있어?”
오선지에 음을 모두 적어내리고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아현이가 나체로 음악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걸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현이는 헤드폰을 끼고 미디를 찍고 있었기에 단번에 내 말에 반응하지 못했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 아현이가 헤드폰을 내렸다.
“아현아, 옷은 입고 하자.”
“응?”
“우리 옷도 제대로 안 챙겨 입고 만들고 있잖아.”
“에? 앗!”
아현이가 화들짝 놀라더니 허겁지겁 속옷을 챙겨 입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나체였기에 우리는 털털하게 웃는 것으로 민망함을 털어버렸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우린 음악하는 커플이라고 알 수 있을 것 같네.”
“네가 노래 만든다는 걸 처음 들어서 흥분했어. 잠깐만 기다려봐. 대충이긴 한데 거의 다 완성했어.”
열심히 익히고 있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그녀는 생각보다 빨리 내 음악을 만들어주었다.
프로그램에 관련 된 지식은 없는 터라 그녀가 척척 만들어 내는 음악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되게 잘하네.”
“이 정도도 못하면 안 되지. 여러 가지 안 넣고 피아노로만 깔끔하게 땄어.”
“이게 미디 프로그램인 거지? 작곡하는 사람은 이걸 꼭 다룰 줄 알아야 한다던데, 난 아직 배워 본 적이 없어.”
“나도 배운지 얼마 안 돼서 완벽하게 다루진 못해. 프로 되려면 멀었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절대 그렇게 말 못해. 나중에 시간 되면 미디 하는 거 가르쳐줘.”
“응, 가르쳐줄게. 근데 이거 하나의 완성 된 곡인 거 맞지?”
“어.”
“이게 그냥 머릿속에 막 떠오른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MR 틀어 놓는 것처럼 귀에서 막 들리더라고.”
“…대단하네.”
뭐 대단할 것까지야.
내 능력이라기 보단 치트로 얻은 능력 때문이라 칭찬을 듣기에는 민망함이 컸다.
“에이, 대단하긴. 난 오히려 네가 더 대단해 보이는데? 뚝딱 곡 하나를 만들어냈잖아.”
“…네가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감이 안 잡히나 보네. 보통 영감을 받는다는 건 멜로디 한 자락인 경우가 대부분이야. 그 멜로디를 중심으로 살을 붙이는 거지. 근데 너는 시작부터 끝까지 한 곡이 완전히 머릿속에 떠올랐다는 거잖아.”
아예 나와 같은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주 극소수의 재능있는 사람만 얻는 행운이라며 아현이는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너도 저번에 한 번 해본 적 있잖아.”
영감을 얻겠다며 열심히 섹스했고, 그녀는 곡 하나를 뚝딱 만들어냈었다.
“그때 내가 떠올린 건 멜로디였어. 거기에 살을 붙이고 붙인 게 너한테 들려줬던 곡인 거야. 너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곡이 전부 떠오르는 일은 없었어.”
“이렇게 칭찬 받아놨다가 나중에 표절곡이면 엄청 민망해질 것 같은데.”
작곡할 때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것이 표절에 대한 확인 작업이다.
물론 내가 떠올린 노래는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받은 것이기에 표절일 확률은 적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절대 표절곡 아니야. 내가 여태까지 들은 곡 중에 비슷한 멜로디는 들어 본 적 없어.”
하긴, 특별한 능력으로 얻은 노래이니 표절일 확률이 적기는 할 거다.
앞으로도 능력치를 꾸준히 50% 이상까지 올려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진지하게 작곡하는 사람이라면 이 능력을 미친 듯이 갖고 싶어 할 거다.
그걸 거저 얻을 수 있는 일이라면 굳이 마다 할 이유가 없다.
“다 됐다! 일단 틀어볼게. 틀린 곳 있으면 체크해줘. 수정할 테니까.”
“응.”
다 만들었는지 아현이가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녀가 순식간에 찍어낸 음들이 부드러운 피아노의 힘을 빌려 세상에 드러났다.
“좋은데?”
“그치? 만들면서 나도 깜짝 놀랐어. 들으면 들을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더라.”
띵~ 띠디딩~ 띵띵~
급하게 만든 터라 내 귓가에 들렸던 음악과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었다.
확실히 수정을 할 필요는 있어보였지만, 이것만으로도 절로 ‘좋다’는 말을 튀어나오게 했다.
“네 머릿속에 있던 멜로디가 이게 맞아?”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닌데 거의 똑같아.”
“넌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다 가졌네. 다 가졌어.”
아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연신 노래를 반복 재생시켰다.
“여러 번 있었던 일 아니야. 나도 이런 건 오늘이 처음이었어.”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겠어? 앞으로 떠오르는 노래 있으면 나한테 가져 와. 알겠지? 괜히 회사에 넘겼다가 문제 생길 수 있어. 너도 다른 사람 표절하지 않게 조심해야 하지만, 네가 만든 곡도 표절 당하지 않게 조심해야 돼.”
“응.”
아현이가 학원에서 작곡하는 걸 배울 때, 가장 주의를 해야 하는 부분으로 선생님들이 손꼽았다며 내게도 연신 강조를 했다.
“곡 뺏기고 이 바닥에 환멸 느껴서 뜬 사람들 많다더라고. 우리는 그런 일 안 당하게 미리미리 조심하자.”
“응응.”
이럴 땐 아현이가 나와 동갑인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어려보이는 외형 때문에 종종 동생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이렇게 똑 부러지게 챙기는 걸 보면 든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나저나 이 노래는 내가 부르진 못할 것 같지?”
“분위기가 여자한테 잘 어울릴 것 같긴 해.”
우리 그룹이 부르기에 알맞은 노래를 만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내가 만든 음악은 딱 봐도 아이돌이 부르기엔 부적합했다.
“이대로 이 곡 묻혀두는 건 너무 아까운데 어떻게 할래? 저작권 등록하고 회사 넣어볼래?”
“흐음…내가 그것까지 신경 쓰기엔 요즘 촬영 때문에 너무 바빠서.”
“나도 아직 작곡가로 데뷔 못해서 잘 모르지만, 주변에 아는 프로 작곡가님들 많으니까 도와달라고 해볼까?”
“그럼 아예 네 곡이랑 같이 보내보는 건 어때? 너도 작곡해놓은 거 꽤 많잖아.”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며 더 배울 거라고 곡들을 꽁꽁 감추고 있는 아현이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아현이 곡은 초보 수준이라고 말 할 만큼 수준이 낮아 보이지 않았다.
“네 실력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잖아. 나도 열심히 배워두긴 했는데 이 노래가 얼마나 잘 나온 건지 감이 안 잡히거든.”
“…내 곡은 아마 내자마자 탈락할 거야.”
아현이의 약한 모습에 나는 일부러 더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안내면 나도 안 내. 계속 묻어둘 거야. 무섭다고 계속 쌓아만 두면 데뷔를 언제 하겠어? 꾸준히 도전을 해야 기회도 오는 거지.”
“…하아, 네 고집을 내가 어떻게 이기겠어.”
아현이는 내가 고집을 부릴 거라는 걸 눈치 챘는지 순순히 포기를 해줬다.
그녀도 작곡가인 만큼, 내가 만든 곡이 완성 되어 세상에 나오는 모습이 기대됐던 모양이다.
“근데 정말 이 곡이 음원이 될 만큼 가치가 있는 게 맞아?”
“지금 이렇게 대충 만들었는데도 듣기가 좋잖아. 편곡 들어가면 얼마나 더 대단해질지 상상해봐. 이 곡은 분명 뜰 거야.”
작곡가 지망생인 아현이가 하는 말이니 그냥 믿어보자 싶다.
이 곡을 진짜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능력이 만들어준 곡이지 않은가?
‘내가 만든 게 아니라서 더 신용이 간다는 게 웃기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