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 #18. 한민영 (8)
* * *
한민영은 문득 거울을 확인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화장실 거울 속의 본인의 모습이 어쩐지 낯설었기 때문이다.
“뭔가…좀…예쁜 것 같은데.”
한 번도 자신의 얼굴에 만족해본 적 없었던 그녀는 낯선 자신의 얼굴을 보며 부끄럽게도 좀 예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때문에 제대로 푹 쉬지 못해서 피로함에도 불구하고 피부가 탱탱하고 생기가 돌았다.
뭉툭하던 콧대가 어쩐지 예쁘게 오똑 서져 있었고, 눈동자도 오늘따라 또랑또랑한 것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해보였다.
“쓰읍, 민망해라. 화장실 거울로 봐서 그런가?”
혼자서 자기 얼굴에 만족하다가 뒤늦게 민망함이 몰려왔다.
남이 듣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민영이 결국 민망함을 참지 못하고 슬그머니 혼잣말로 변명까지 했다.
“살이 빠져서 그런가?”
먼 촬영장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다 보니 저절로 살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면 정말 ‘차’라는 교통수단이 무척이나 갖고 싶은 그녀다.
그래도 오늘은 해솔이가 데리러 와주기로 해서 느긋하게 촬영장에 갈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대외적으로 두 사람은 누나 동생으로 꽤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두 사람의 사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나 같은 게 해솔이랑 이어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짜증나!’
자존심이 상해 울컥 마음이 소란스러워지던 그녀는 진해솔의 얼굴을 떠올리고 화를 가라앉혔다.
‘네 년들이 백날 욕해봤자야. 이미 나는 해솔이랑 이것저것 전부 다 했다고!’
이것저것.
손도 잡아보고, 포옹도 해봤으며, 데이트도 해봤고, 무려 키스!!까지도 해본 사이다.
솔직히 한민영도 진해솔이 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 온 날벼락 같은 사랑에 저항하기엔 한민영은 어리고 경험이 없었다.
‘해솔이가 잠깐 즐기다가 버리는 용으로 나랑 만나는 거라도 난 감지덕지해야 하는 상황이야. 마음 독하게 먹자. 헤어지자고 하면 쿨하게 헤어지는 거야!’
그러니 너무 진해솔을 깊게 사랑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한민영의 이런 마음을 모르는 진해솔은 오늘도 무자비했다.
“와~ 누나, 오늘 왜 이렇게 예뻐요?”
심쿵!
“나, 나? 글쎄, 화장이 잘 먹혔나?”
사실 오늘 진짜 예쁜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진해솔이었다.
저번에도 실컷 봤던 얼굴인데, 오늘 또 보고 있으니 심장이 아팠다.
‘심장 건강에 안 좋은 얼굴이야.’
너무 오래 보고 있으면 코피가 날 수도 있었기에 한민영은 적절한 시기에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리곤 대화 주제를 바꿔버렸다.
“그나저나 매니저님은? 왜 네가 운전석에 있어?”
“오늘 일이 좀 생겨서 저 혼자왔어요. 덕분에 누나랑 마음 놓고 데이트 할 수 있어서 잘 된 거 있죠? 다른 매니저 붙여주겠다고 좀 기다리라고 하셨는데 제가 운전하겠다고 하고 냉큼 도망왔어요. 저 잘했죠?”
“…그래도 되는 거야?”
“먼 곳도 아니고, 처음 가본 장소도 아닌데 굳이 매니저가 따라 올 이유가 없죠. 퇴근할 땐 회사에서 사람 보내겠다고 했으니까 피곤한 채로 운전할 일도 없고요.”
촬영장에 데려다주기로 했던 로드 매니저가 갑자기 연락 두절이 돼서 펑크가 났는데, 해솔이 운전을 할 줄 아는 덕에 혼자 차 몰고 가겠다고 하고 나왔다고 한다.
민영은 해솔이의 나이를 떠올리고 불신을 숨기지 못하며 물었다.
“운전할 줄 아는 거 맞지? 초보 운전인 거야?”
“초보 운전 아니에요. 저 운전 엄청 잘해요.”
실제로 진해솔은 밝힐 수 없으나 8년 무사고 운전사다.
시간이 날 때 후딱 운전면허를 따두었기에 이런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중이었다.
“제가 차가 없어서 그동안 못 보여준 것 뿐이에요.”
익명의 팬에게 과분한 차를 받고 그걸 기부한 이후.
진해솔은 운전 면허의 필요성을 뒤늦게 떠올리고 시간이 날 때 후딱 면허를 땄다.
미리 준비한 덕분에 오늘 운전면허 딴 보람을 제대로 느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마침 오늘 민영 누나를 태워주기로 해서 좋은 기회가 왔다 싶었던 진해솔이다.
“오늘 찍을 거 연습 많이 해왔어요?”
“액션씬이 걱정 되긴 해.”
그녀가 오늘 해야 하는 일은 열심히 도망치는 거다.
웹 드라마 특성상 빠른 전개가 필요했고, 오늘 찍을 장면은 유은탁의 범죄 장면을 목격한 김지혜가 살기 위해 도망치는 씬이었다.
너무 빠른 전개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기 힘들게 만들지만, 60분 편성의 16부작, 20부작 하는 드라마가 아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사항이었다.
때문에 오늘 최영지 감독이 잘 찍어줘야 했다.
장면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의 반응이 달라질 테니 말이다.
“대역은 없다고 했죠?”
“그냥 골목길만 죽어라 뛰는 거니까. 뛰는 걸 못하겠다고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잖아. 오히려 의욕적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입장이지.”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요. 배우는 몸이 재산인 거 알죠?”
“내 몸뚱아리가 뭐 그리 비싸다고…. 그래도 걱정해줘서 고마워. 다치지 않게 조심해볼게.”
해솔이 한 손은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민영의 손을 덥석 잡아왔다.
덥석!
“으에!?”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깜짝 놀란 민영은 몸을 움찔 떨었다.
하지만 정작 그에게 잡힌 손은 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싫어요?”
“ㅇ, 아니.”
“그럼 좀 만질게요. 누나랑 손잡고 있으면 기분 좋거든요.”
“으으, 넌 부끄럽지도 않니? 어떻게 그런 소릴 태평하게 하니?”
“누나가 너무 무뚝뚝한 거라고요. 남자친구한테 애교도 좀 부려주고 그러지. 애교가 너무 짭니다. 누나.”
“내가 하는 애교는 남들이 애교로 안 봐서…”
못생긴 얼굴로 애교를 부려봤자 욕만 얻어먹는다.
때문에 한민영의 애교는 8살 때 전부 때어냈다.
해도 먹히지 않았으니 말이다.
“누나 애교는 저한테 먹히거든요? 그러니까 마음 껏 좀 해주세요.”
“치이…”
진짜 하면 눈 버렸다고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한민영은 진해솔의 바램을 냉정하게 거절했다.
“절대 싫어. 안 할 거야.”
오늘따라 얼굴 컨디션이 좋아서 평소보다 예뻐 보이긴 했으나 낮아질 대로 낮아진 그녀의 자존감을 다 회복시킬 만큼 예뻐진 건 아니었다.
그저 살이 빠져 생긴 작은 행운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진해솔이 그녀의 얼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면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은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민영은 자신의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상태였다.
그녀의 변화가 이제 시작인 것도 모른 채 말이다.
‘3일 정도 지나면 저 정도까지 효과가 나타나는구나. 신기하네. 확실히 효과가 있어.’
저번 만남에서 고민 끝에 한민영의 외모를 결정했다.
이제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됐는데, 3일 만에 다시 만난 한민영의 얼굴에서 벌써부터 변화의 낌새가 보이고 있었다.
낮고 뭉툭하던 코가 오똑하게 솟아났고, 피부는 아기처럼 뽀샤시해졌으며, 얼굴 이 전체적인 윤곽이 부드럽게 조절이 된 듯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늘따라 예쁘네? 화장 바꿨나? 싶을 정도의 변화지만 사정을 아는 나는 이것이 변화의 시작이라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속도를 좀 더 느리게 해야 하나?’
얼굴이 변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데, 현재는 빠르게 바뀌도록 설정을 해놓은 상태였다.
어떻게 변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얼굴이 바뀌었다는 것이 확인 되었으니 이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추가 과금을 통해 제 3자는 얼굴이 하루 사이에 바뀌어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게 해두었지만, 당사자인 누나는 자기 얼굴이 바뀌는 걸 알게 해놓은 탓에 속도 조절이 꼭 필요했다.
‘대단한 미인이 되겠어.’
벌써부터 바뀔 그녀의 미모를 떠올리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왜 자꾸 웃어?”
운전하면서 내가 완성시켰던 외형을 떠올리고 웃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누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촬영하러 가는 게 아니라 데이트하러 가는 것 같아서요. 하필이면 오늘 고생하는 씬 찍어야 하는 게 아쉬운데, 이렇게라도 보상을 받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누나가 열심히 뛰는 촬영.
나라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나도 그녀를 잡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했다.
다만 아슬아슬하게 잡히지 않게 도망다녀야 하고, 쫓아야 했기에 여러 번 촬영을 해야 하는 건 각오하고 있는 중이었다.
“치, 이게 데이트는 아니지.”
“같이 있는 시간이 중요한 거죠.”
나는 민영 누나의 손을 주물주물 만지면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다.
곧 있을 촬영이 걱정 되는 건 누나나 나나 마찬가지였기에 대화 주제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녀의 손을 계속 주물거리다 보니 보드라운 감촉 때문인지 하체에 불쑥 힘이 들어갔다.
순간 짓궂은 마음이 들어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허벅지 위에 올렸다.
탄탄한 허벅지가 느껴지자 민영 누나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에?”
“여기에 손 계속 올려놔요. 만지고 싶으면 만져도 되고요.”
“아, 안 만질 거야!”
“정말요? 만져도 되는데.”
“만져도 된다구?”
“우리 사귀는 사이잖아요. 여자친구가 남자친구 허벅지 만진다는데 누가 뭐라 그래요?”
꿀꺽
유난히 크게 들려오는 침 삼키는 소리.
위잉 위잉
자동차 에어컨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가운데.
민영 누나의 손이 내 허벅지를 조금씩 건드려오기 시작했다.
“타, 탄탄하네.”
“운동 많이 했어요.”
“아이돌이니까?”
“그렇죠.”
“겉으로 보기엔 말라보여서 이렇게 탄탄할 줄 몰랐어.”
“만져보니까 겉으로 보는 거랑은 많이 다르죠?”
“으응.”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두 볼이 귀엽다.
그녀의 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과감해졌다.
몇 번 만져보고 손을 거둘 거라고 생각했는데 민영 누나는 운전하는 내내 내 허벅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내 똘똘이 녀석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불룩해진 하체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한 민영 누나가 그쪽으로 손을 슬그머니 움직인다.
나는 은밀한 곳에 닿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어…?”
“그 안쪽은 좀 위험한데.”
“!!”
빨개진 민영 누나의 얼굴.
자꾸만 입술을 훔치고 침을 삼키는 그녀를 보고 있으려니 인내심이 닳는다.
단숨에 차를 갓길에 멈추고 그녀를 덮쳐버리고 싶었다.
‘지금 몇 시지?’
촬영장 근처에 도착해 시간이 좀 남는다면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든다.
그리고 발정이 난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민영 누나의 손길이 다시 허벅지에 닿았다.
“거긴, 안 돼?”
눈을 깜빡이며 묻는 말에 바지에 갇힌 똘똘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나를 해방시켜달라고, 어서 꺼내달라고 말이다.
“정말 만지고 싶어요?”
“…으응. 변태 같아서 싫어?”
“아뇨. 만져도 돼요. 제가 만지라고 허락한 거잖아요.”
이 세계 여자들은 지구 여자들보다 성욕이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딱 봐도 경험 없는 처녀가 분명한 민영 누나가 하는 짓이라기엔 대범한 행동이었다.
다시 한번 내게 허락을 받은 것 때문인지 민영 누나의 다음 손길이 제법 대범해졌다.
더불어 소심하던 손길이 야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덕분에 운전하는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 나는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어우, 거길 그렇게 만진다고? 윽! 젠장. 아프네.’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으나 그녀는 기어코 잔뜩 성 나있는 성기 부분까지 손길을 거침없이 진출시켰다.
바지에 갇혀 있는 내 성기가 더더욱 살려달라고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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