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130화 (130/849)

〈 130화 〉 #19. 피처링 녹음 (1)

* * *

“드디어 우리 오빠 연기하는 걸 볼 수 있다니!!! 꺄악!!!”

두근두근두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순간이 왔다.

연예계 데뷔하자마자 엄청난 미모로 유명세를 얻은 진해솔.

누가 봐도 배우를 했어야 할 비주얼을 가진 해솔이가 아이돌 활동을 하는 것에 큰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아무래도 배우 활동을 하는 것보단 아이돌로 활동하는 게 팬들 입장에선 더 좋았으니까.

아이돌은 무대에 서야 해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진해솔의 배우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접을 수가 없었다.

‘저 얼굴로 배우를 안 시키고 그냥 냅둔다고? 말이 돼?’

인재 낭비였다.

그리고 소속사도 그걸 알고 있었다!

“허니 엔터 일 존나 잘해!”

첫 시작을 웹 드라마로 한 건 살짝 아쉽지만, 우리 애가 연기 경력이 없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았다.

처음부터 주연을 맡았다가 괜히 욕먹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TV에 얼굴 보여주시는 것만으로도 황송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복에 겨워가지고선!!’

짜증을 팍 내던 그녀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늘만 해도 100번이 넘게 시계를 확인했다.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 시계와 눈싸움을 하던 그녀는 6시 정각에 초가 서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빠르게 손가락을 놀려 클릭을 했다.

따닥­!

새로고침을 하자 보이지 않았던 동영상이 나타난다.

그녀는 거침없이 동영상을 클릭했다.

“꺄아아악!!”

기대감에 가득 찬 비명을 내지른 그녀가 두근두근하는 심장을 감추지 못하며 영상이 뜰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안 돼에!!!”

사이트가 터졌다.

? ? ?

하필 우리 드라마가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날 사이트가 1시간 동안 터졌다가 겨우 복구가 됐다.

다행이 영상이 날아가거나 하지는 않아서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의외의 효과가 나왔다.

“이래서 홍보팀에서 노이즈 마케팅을 하나봐요.”

우리 웹 드라마가 너무 인기가 많아서 사람이 몰려 사이트가 터진 것으로 오해를 한 팬들이 이곳저곳에 말을 나르며 난리를 쳤고, 귀여운 헤프닝으로 끝났어야 할 일이 기자들의 합류로 오해가 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뒤늦게 다른 일로 사이트가 터졌다는 것으로 정정을 했지만 이미 상당수의 사람들이 우리 웹 드라마가 만든 일로 오해(?)를 받아버린 상황이었다.

더불어 그것은 우리에겐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화제는 자연스레 관심과 조회수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무슨 웹 드라마이기에 사이트를 터트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웹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웹 드라마는 홍보가 매우 중요했고, 그 부분에서 이런 노이즈 마케팅은 얼마든지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애초에 웹 드라마 보겠다고 팬들이 몰려서 사이트를 터트린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라이브 100만 명도 버티는 서버를 갖고 있는 곳인데 그게 웹 드라마 때문에 터질 리가 없잖아요. 이런 거 보면 참 사람들 엉뚱한 것 같아요. 어떻게 이걸 진짜 믿죠?”

하지만 사람은 논리에 맞는 일을 따져가며 행동하지 않는다.

나중에야 말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될 테지만 말이다.

“덕분에 조회수 대박쳤으니 저희 입장에선 잘 된 거죠.”

“내일이면 50만 넘겠는데요?”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죠?”

“당연히 없었죠.”

어느 정도 아이돌 팬들의 화력을 기대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

무려 하루 만에 일궈낸 30만 조회수가 그동안 뙤양볕에서 고생했던 스태프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었다.

“일단 성공…인 건 맞죠?”

“당연하죠! 이게 어떻게 성공이 아닐 수 있어요?”

“아이돌 효과 쩌네요. 진짜 감독님이 아이돌 캐스팅 한 게 신의 한수였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돌이 출연 안 했으면 이런 소란도 없었다는 건 확실해요.”

애초에 소란의 원인이 에어플레인 팬들의 호들갑 때문이 아닌가.

그에 맞춰 기레기라 불러도 이상이 없을 기자들이 날조 기사를 쓰면서 상황이 커져버렸고 말이다.

“다음 주에 올라 올 3회 조회수가 얼마나 될지가 문제네요.”

“우리 드라마 잘 빠졌잖아요. 분명 3회도 잘 나올 거에요.”

“암튼 홍보비 제대로 굳었어요. 기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기사를 써주고 있으니 말이에요.”

예상치 못한 관심은 기자들에겐 맛있는 음식이나 다름없었다.

따로 돈 주고 기자들에게 부탁 했어야 할 홍보가 공짜로 되고 있었다!

[아이돌의 성공적인 연기 데뷔! “발연기가 뭐에요?”]

[화제의 작품 웹 드라마 ‘우리 학교에 왕자님이 있다’ 조회수 하루 만에 30만 넘어…!]

[웹 드라마 무시하지 마라! 뛰어난 연출과 대본 그리고 신인 배우들의 약진!]

[연기력 논란은 없다! 에어플레인 강준, 진해솔. 아이돌답지 않은 연기력 선보여 화제.]

[만화를 찢고 나온 진해솔! 완벽한 학생회장 유은탁으로 빙의.]

[부상으로 은퇴했던 강태호, 배우로 깜짝 변신!?]

초반 기사는 ‘에어플레인, 이 정도였나? 웹드라마 런칭 팬 몰려 유티비 서버 터트리다.’ 라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기사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화제는 웹드라마 ‘우리 학교에 왕자님이 있다’로 넘어갔다.

스태프들과 직원들이 기사에 주목을 하는 사이.

나와 소속사는 뜻밖의 화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간을 보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화제에 오른 건 아이돌인 우리였다.

“너희들은 어떻게 하고 싶어?”

“이걸 굳이 우리들이 나서서 언급을 해야 할까요? 어쩌다 보니 생긴 헤프닝인데, 그 덕을 봐도 너무 많이 봤잖아요.”

“흠, 덕을 많이 보긴 했지. 그래서 그냥 두루뭉술하게 넘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거야?”

“네. 얼떨결에 노이즈 마케팅을 하게 된 건데, 그걸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요.”

이번 일을 언급해서 화제성을 이어가는 건 웹 드라마의 홍보를 위해서는 좋겠지만, 예상치 못한 기회를 너무 부여잡으면 추잡해보일 수 있었다.

“준이 너는?”

“저도 해솔이 형이랑 의견이 같아요.”

“알았다. 너희 둘 다 같은 의견이라는데 어쩔 수 없지. 팬들한테는 웹 드라마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SNS에 사진 찍어서 올리는 걸로 하자.”

“네.”

“넵!”

웹 드라마의 화제성이 우리들에게 이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활을 걸어서까지 웹 드라마를 성공시킬 필요까지는 없었다.

이미지를 깎아먹을 게 분명한 행동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소속사는 침묵을 선택했고, 제작사에서는 살짝 아쉬움을 표했으나 크게 걸고 넘어가지는 않았다.

이 화제 자체가 우리 팬들로인해 시작 된 헤프닝이었기 때문이다.

띠링­ 띠링­

금방 식을 줄 알았던 화제.

의외인 것은 그날 이후부터였다.

한 번 불이 붙기까지가 어려울 뿐, 타오르기 시작한 장작이 생각보다 더 큼지막하게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보게 된 웹 드라마가 의외로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덕분이었지.’

만약 웹 드라마를 제대로 제작하지 않았다면 이어가지 못했을 화제성이기도 했다.

의외로 괜찮았던 드라마가 다음날도 꾸준히 조회수가 오르며 일주일만에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달성하게 됐다.

유망주 운동선수인 강태호가 자연스레 우리의 뒤를 이어 화제를 가져갔고, 민영 누나도 덕을 많이 봤다.

[미뇽이 눈나 : 이것 좀 봐!! 나보고 무명 여배우의 인생 역전이래! 꺅!]

[미뇽이 눈나 : https://tields.de/r/RKopinb/33]

[나 : 사진 잘 나왔네요. 언제 찍은 거에요?]

[미뇽이 눈나 : 흥흥! 아니거든? 저거 사진 다른 걸로 바꿔달라고 할 거야. 나 저렇게 안 못 생겼어!]

[나 : 내 눈엔 예쁘기만 한데…]

[미뇽이 눈나 : 네 눈에 안 예쁜 게 어딨니? 왜 이렇게 눈이 낮아!?]

민영 누나가 예상치 못한 관심에 매일 함박웃음을 짓고 다니기 시작할 만큼 그녀와 관련 된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났던 것이다.

이런 관심을 가져보는 게 평생 소원이었던 누나는 요즘만 같으면 좋겠다며 행복함을 숨기지 못했다.

[미뇽이 누나 : 오늘자 셀카★ 어때? 어디가 변했는지 알 것 같아?]

누나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자신의 얼굴을 찍어두고 변화를 확인하는 취미가 생겼다.

내 텅텅 비어있던 사진첩이 누나의 사진으로 꽉꽉 채워질 지경이다.

[나 : 오늘은 이마가 예뻐진 것 같은데요?]

[미뇽이 누나 : 꺄악! 정말? (곰돌이가 기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이모티콘)

이곳 기준 못 생긴 여자에서 그럭저럭 괜찮게 생긴 여자 얼굴로 바뀐 민영 누나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부쩍 상승해 있었다.

그러니 자기 셀카도 턱턱 찍어서 나에게 보내는 것이다.

다만 살짝 부작용으로 그동안 포기하고 있었던 외모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것인지, 과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생겼다.

[미뇽이 눈나 : 그나저나 요새 촬영이 겹치질 않네 ㅠㅠ며칠 째 못 본 거지, 우리?]

[나 : 며칠째 못 본거라고 하기엔 누나가 촬영 끝나면 항상 나 만나러 왔잖아요.]

[미뇽이 눈나 : 그땐 엄청 잠깐이었잖아.]

[나 : 하긴, 누나는 내 자지만 보다가 갔으니까요.]

[미뇽이 눈나 : …사실이라서 할 말이 엄써ㅠㅠ]

잠깐 만난 건 맞다.

만나서 누나 목구멍에 정액만 싸주고 만남이 끝났다.

그녀는 내 정액만 먹으면 만족해버린다.

그리고.

[나 : 집에 가서 자위하려고 그러는 거 다 알아요.]

내 정액을 먹으면 흥분도가 올라가는 탓에 나와 오래 있을 수가 없기도 했다.

[나 : 답장이 없네? 나쁜 누나. 나에요, 내 정액이에요? 둘 중 하나 선택해!]

[미뇽이 누나 : …안 돼. 나 절대 선택 못해.]

그걸 또 선택 못하는 누나를 보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아무래도 내가 코인으로 구입했던 능력의 효과가 기대 이상인 모양이었다.

하루 종일 촬영장에 있다가도 내가 숙소에 들어왔다고 하면 꼬박꼬박 찾아와서 짜내고 가는 누나이지 않은가?

심지어 누나는 내 정액을 먹으면 없던 체력도 생긴단다.

대단한 집착이 아닐 수 없다.

하루 정액 못 먹는다고 해서 못 생겨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게 중독성 때문인 건지, 외모에 대한 집착 때문인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뭐가 됐든 이 누나는 나를 절대 놓지 못할 거다.

내가 다른 여자랑 만나고 다닌다는 걸 안게 된다고 해도 말이다.

“도착했다. 내려~”

“네.”

[나 : 스케줄 도착했어요~ 이따 연락할게요.]

[미뇽이 눈나 : 웅웅! 오늘 녹음 잘해! (치어리더 곰돌이)]

[나 : 넹넹. 녹음실 찢어버리고 올게요.]

문자를 끝내고, 스케줄이 있는 녹음실 3F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와~ 여기도 꽤 크네요. 소속사가.”

“건물 전체를 쓰는 건 아니라던데?”

“아~ 그래요?”

“위층은 다른 회사 사무실이래.”

허니 엔터는 건물 전체가 회사가 다 쓴다.

여기 소속사는 중소기업이라서 그런지 건물 전체를 쓰진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오늘 중소기업 소속사 건물에 온 이유는 이곳에서 스케줄이 있기 때문이다.

“오! 해솔이! 오랜만.”

“안녕하세요.”

녹음실로 들어오니 화려한 금발의 단발머리를 한 예쁜 여자가 나를 반겼다.

“반가웡~! 네 얼굴은 여전히 반짝반짝하네! 아, 드라마 찍은 것도 잘 됐다며? 축하행! 괜히 대세가 아니라니깐.”

“감사합니다.”

그녀의 칭찬을 넙죽 받은 나는 녹음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오늘 내가 녹음실로 온 이유는 피처링을 하기 위함이었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선 좋은 인상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개인 활동 축하드립니다.”

“헤헷, 고마워.”

내 눈앞에 있는 여자는 인기 아이돌 아이엔젤의 ‘나나’다.

아이엔젤은 활동한지 어느덧 6년이나 된 아이돌이다.

무명 아이돌이었다가 멤버 중 한 명이 예능에서 성공하면서 그룹의 산소호흡기가 된다.

그 이후 다른 멤버들도 절치부심하여 대박 그룹이 되고, 이젠 앨범을 냈다하면 차트 1위를 찍는 인기 아이돌이 된 것이다.

하지만 계약기간 7년 끝을 앞둔 지금.

멤버들은 각자 개인 활동을 통해 계약 다음의 일을 염두하고 있는 중이었다.

즉, 나나에게 이번 개인 활동은 그녀 본인의 앞날에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 상황에서 피처링 제안을 받은 것은 대단한 영광이었고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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