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132화 (132/849)

〈 132화 〉 #19. 피처링 녹음 (3)

* * *

[아이엔젤, 나나 솔로 데뷔, 화려하고 성공적인 신고식!]

[나나 솔로 앨범 차트 줄 세우기 성공!]

[아이엔젤 나나 심상치 않은 돌풍 예고]

[이 정도였어? 모두가 깜짝 놀란 에어플레인 진해솔 피처링 참여한 곡 ‘프리덤’ 차트 2위 등극!]

[‘우리 학교에 왕자님이 있다’ 총 조회수 500만 돌파! 엄청난 기세]

요즘만 같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허니 엔터 직원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게 들렸다.

그만큼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이다.

피처링 했던 아이엔젤 나나 선배님의 곡이 차트 줄 세우기에 성공했고, 그 덕분에 주목 받지 못했던 내 노래 실력이 세간에 알려졌다.

좀 어이없었던 건 소속사 직원들도 내가 부른 피처링을 듣고 깜짝 놀랐다는 거다.

‘얘가 이 정도였어?’ 라는 노골적인 놀람이 담긴 시선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멤버들도 언제 그렇게 실력이 좋아진 거냐며 무척 억울해 했다.

나는 그들에게 나 원래 이 정도였다고 너희들이 몰랐던 것뿐이라며 시치미를 뗐다.

멤버들은 이제 정말 내가 자신들의 실력을 뛰어 넘었다며 허탈해했다.

내 실력이 드러나게 되면서 의외의 곳에서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에게까지 말이다.

“복면싱어! 와, 이거 여기도 있었구나.”

“응?”

“아뇨. 혼잣말이었어요.”

“복면싱어가 내가 보기에 정말 딱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요즘 너희들 웹 드라마 잘 나가잖아. 그래서 그런지 준이랑 너랑 강태호씨까지 합쳐서 세 명을 섭외해서 컨셉 화보 찍고 싶다고 하네.”

“그쪽은 뭐래요? 하겠다고 해요?”

“응. 그쪽은 좋다고 했대. 솔직히 거긴 찬 밥 더운 밥 가릴 곳이 아니니까.”

“그럼 저희도 하는 게 좋겠네요.”

“좋아. 그럼 이것도 하는 걸로 하고…”

“저도 피처링 같은 거 안 들어와요?”

그때 강준이가 욕심을 드러냈다.

매니저 누나가 잠시 당황하다가 말했다.

“피처링 하고 싶어?”

“네. 저도 노래 잘 부를 수 있는데…”

“그래, 우리 준이도 노래 잘 부르지.”

매니저 누나는 일단 준이를 달래려고 열심히 어화둥둥 하며 칭찬을 쏟아냈다.

지금 준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래도 당장 없는 피처링 제안을 뿅 하고 만들어낼 순 없었다.

“그럼 유닛 활동을 하는 건요?”

“유닛? 누구랑?”

“은규도 유닛 활동에 은근히 욕심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강태 형도 그렇고요.”

“은규랑 강태랑 너까지? 흐음, 그게 막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더군다나 너희 슬슬 해외 활동 시작할 생각이었거든.”

“벌써 해외에요?”

“그쪽에서 반응이 좋아. 아이엔젤이 해외 팬이 많잖아. 이번 피처링으로 해외 인지도가 훅 뛰었어. 그래서 다음 활동은 해외를 중심으로 해봐도 되겠다 싶어서 계획을 짜고 있는 중이거든.”

그룹을 위해서는 유닛 활동보단 해외 활동에 집중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그걸 준이도 알다 보니 마냥 떼를 쓰진 않는 모양이었다.

다만 많은 고민 끝에 매니저 누나에게 말한 건데 퇴짜를 맞은 것에 마음이 좀 상한 걸로 보였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티가 잘 안 나는 녀석임에도 쟤가 삐졌다는 걸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운해?”

매니저 누나가 돌아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준이에게 물었다.

“…아니. 해외 활동 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중요한 건 중요한 거고. 하고 싶은 거 못하게 돼서 서운한 건 서운한 거잖아. 야 근데 유닛 활동 멤버에 나는 왜 없냐? 은근 서운하네.”

“형은 유닛 활동에 관심 없었잖아.”

그건 그렇지.

그런 걸 할 바에야 여자들이나 더 만나고 다니는 게 이득이다.

“해외 활동 끝나면 유닛 시켜달라고 하면 해주시지 않을까? 그동안은 제키 열심히 굴려서 좋은 곡 받아두고 말이야. 야, 나도 요즘 작곡 배우는데 노래 만들어서 너 유닛할 때 곡 하나 줄게.”

“형이 작곡한 노래를?”

“어쭈, 시큰둥하네? 나참! 이런 말하긴 뭐한데, 나 천재야. 천재. 형 못 믿어?”

“누가 뭐래? 형 천재인 거 잘 알거든?”

얼굴 천재, 보컬 천재, 댄스 천재, 연기 천재까지.

못하는 게 없어서 옆에 있는 사람 허탈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며 강준이가 툴툴댔다.

“그런 형이 기깔나는 노래 만들어준다는 건데 싫어?”

“…아니, 만들어줘.”

내 작곡 실력을 본 적도 없으면서 강준이 슬그머니 넘어왔다.

지금까지 내가 보여준 성장을 아니까 작곡도 잘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준이에게 어깨 동무를 하고 말했다.

“어떤 스타일이 좋아? 말 만 해. 불후의 명곡으로 남을 노래를 만들어주마.”

한참 상상하는 걸 좋아 할 나이.

강준이 두 볼을 붉히며 슬그머니 자기 취향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나는 팝 스타일이 좋아.”

“오호, 팝! 팝 좋지. 어떤 가수 좋아해?”

“제이큰 판이랑 에이스를 제일 좋아해. 아! 그리고 엔티막소 노래 짱 좋아! 그리고…”

재잘재잘­

내가 너무 애들한테 무심했나 싶을 정도로 강준이 수다를 쏟아냈다.

나름 섞여서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강준이가 저렇게 좋아하면서 대화 하고 있는 게 낯선 걸 보니 내 착각이었던 게 분명하다.

어쩐지 이제서야 강준이와 진짜 친해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진짜 좋은 곡 하나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았다.

허락받는데 성공하지 못한 유닛 활동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강준이가 계획한 유닛 활동 계획을 들으면서 숙소에 도착하니 멤버들이 숙소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우리 왔다~!"

"오셨슴까! 행님!"

“오늘 숙소에 애들 다 있어? 북적북적하네.”

“넹넹, 다들 스케줄 없대요.”

“이시간에 애들 다 숙소에 있는 건 되게 오랜만인 것 같은데."

"글쵸."

보통 스케줄이 없으면 놀러가거나 해서 집에 있는 경우를 별로 못봤다.

제키는 스케줄이 없으면 항상 작곡을 하기 위해 작업실에 들어가 있었고, 기우연은 친구가 워낙 많아서 친구들 만나러 다니느라 항상 바빴으며, 강경태는 운동을 좋아해서 스케줄이 비는 날은 항상 운동하느라 없어지곤 했다.

남은규는 게임을 좋아해서 집에 있을 땐 항상 컴퓨터 앞에 있고, 강준은 워낙 조용한 애라서 집에 있어도 있는 줄 모를 만큼 존재감이 없었다.

나도 집에 안 붙어 있는 건 마찬가지다.

안경이라는 사기 템이 있기에 스케줄이 비는 날이면 항상 여자들과 약속을 잡고 만나고 다녔다.

‘끈끈한 멤버들의 우정 같은 건 기대하기 힘든 팀이지.’

팬들이야 우리들의 끈끈한 우정을 바랄 테지만.

멤버 개개인들의 성향 자체가 각자 도생을 좋아하는 터라 그럴 수가 없었다.

“우리 이렇게 모인 것도 오랜만인데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끼리?”

“응! 우리끼리!”

“전 찬성이요! 완전 찬성!! 뭐 할까요?”

“게임”

“됐거든?”

남은규가 나홀로 게임을 외쳤으나 바로 기각 당하고.

우리들은 고민 끝에 한 가지를 떠올렸다.

라이브 앱!

스타들이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송 컨텐츠였다.

“팬들한테 완전체 모습 오랜만에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

“찬성!”

“근데 지금 이 모습으로 하기엔 너무 동네 아저씨 스타일 아닌가요?”

기우연의 날카로운 지적에 각자 흩어져 옷과 머리를 정돈했다.

아무리 아이돌이라 해도 사람이다.

집에 있을 땐 후질근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막 중구난방으로 입지 말고 저번에 팬이 보내준 후드로 입자.”

“엉? 후드?”

“오! 좋은 생각!”

다들 각자 옷 갈아입고 나왔다가 뒤로 빠꾸해서 다시 옷을 갈아입는 헤프닝 끝에 우리는 다시 모였다.

“와, 다들 방금 전이랑 같은 사람 맞아?”

“크흐흐.”

“방구석 백수에서 사람으로 진화했어.”

“형 비비 발랐어?”

“아니. 옷만 갈아 입었는데, 왜? 이상해?”

“내가 감히 형 얼굴에 뭐라고 할 게 아닌 것 같아.”

은규의 싱거운 말에 피식 웃고 자리를 잡았다.

기우연은 노랑색, 강경태는 빨간색, 남은규는 파란색, 제키는 검은색, 강준은 초록색, 나는 보라색.

색색깔 후드티의 가운데에는 우리 에어플레인을 의미하는 귀여운 비행기가 그려져 있었다.

팬들이 직접 디자인해서 만든 옷이라서 각자 꽤 애지중지하는 옷이기도 했다.

“매니저 누나한테는 허락은?”

“받았어! 해도 된데.”

“각자 자리 잡자.”

소파를 중심으로 앉고, 제키가 라이브앱 용 핸드폰을 설치했다.

삼각대 위에 올려진 핸드폰.

우리가 다 나올 수 있게 조절을 하고, 채팅창을 보기 위한 핸드폰 하나를 더 세팅했다.

“시작한다?”

“응!”

띠링­!

갑작스러운 라이브 앱 방송!

에어플레인 팬들이 예상하지 못한 선물에 화들짝 놀라며 알림보고 서둘러 라이브 앱 안으로 들어왔다.

­ㅇㅇㅇ

­이거 실화야?

­라이브 앱? 뜬금없이?

­맙소사! 정말 우리 애들이잖아!

­꺄악! 후드티 맞춰 입었나봐. 너무 귀여워!

­안녕 얘들아!!!

­미쳐따 미쳐따!

­에어플레인 사랑해 에어플레인 사랑해

주르륵 빠르게 넘어가는 채팅들.

순식간에 1천 명이 넘어가고, 2천까지 훅 치솟는다.

“와~ 안녕하세요!”

가장 넉살이 좋은 기우연을 괜히 가운데에 둔 게 아니다.

우연이가 먼저 팬들을 향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잘 지냈어요? 우리 잘 지냈어요. 멤버들 개인 활동 하느라 완전체로 여러분들한테 인사 하는 건 오랜만인 것 같아요. 사실 오늘 라이브앱 계획이 없었는데, 숙소에 이렇게 멤버 전부가 다 모인 게 신기해서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

주절주절 팬들과 얘기를 나누는 기우연과 다른 멤버들의 모습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게 채팅창에 우리를 향한 사랑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걱정 할 필요도 없었다.

­연기 천재 진해솔!! 강준!!!

“아! 우리 형들이 이번에 웹 드라마를 했는데 대박이 났죠? 형형! 촬영장 에피소드 같은 거 말해줘요.”

“촬영장 에피소드?”

뭐가 있을까.

내가 고민하고 있으니 강준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하는 연기라서 첫 촬영 때 엄청 긴장을 했거든요. 그때 해솔이 형이…….”

한동안 나와 강준이가 촬영장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근황을 전달하고.

차례대로 멤버들 각자 요즘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근황 토크가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라이브 앱이었고,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을 말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가고, 채팅창도 무척이나 빠르게 넘어갔다.

이젠 채팅창을 보고 대답을 해주기 버거울 정도로 말이다.

토크가 끝난 후에는 멤버들끼리 ‘방구석 작은 노래방’이라는 이름의 작은 코너를 만들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피처링으로 내 실력이 새삼스레 주목을 받았는데, 멤버들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졌음을 알리기 위해 노래방이라는 꼼수를 쓴 것이다.

다행이 잘 먹혔는지 라이브 앱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어흑 ㅠㅠ 세상 사람들!!! 우리 애들이 이렇게 노래를 잘 불러여 ㅠㅠㅠㅠ

­미모가 미쳤어.

­애들 화장 안 한 거 맞지?

­ㅇㅇ 맞는듯.

­어쩜 화장 안 한 게 더 예쁘지?ㅠㅠㅠ미치겠다.

­귀 녹는다아~~!!!!

처음에는 실력을 뽐내기 위해 진지하게 불렀지만, 곧 멤버들끼리 장난기가 돌기 시작하니 진짜 친구들끼리 노래방 온 것처럼 엉망진창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어화둥둥 오냐오냐 내 새끼 잘 부른다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해줬다.

엉망으로 부르는 노래였지만, 서로 장난을 치며 노는 모습이 좋게 보였던 것이다.

“와~ 벌써 라이브앱 한지 2시간 가까이 됐어요.”

“슬슬 끝내야겠죠?”

“아이고, 가지 말라고 하신당.”

­가지마아 ㅠㅠㅠㅠ

­애들아~~~ 안 돼!!!!

­좀만 더 해줘!!

­나 방금 들어왔는데!

“이제 그만 해야 된대요.”

이미 한참 전에 매니저 누나가 슬슬 그만하라고 문자를 보냈기에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아쉬워하는 팬들을 뒤로하고, 다들 손 인사를 한참이나 하고서야 라이브 앱이 꺼졌다.

“아, 뭔가 아쉬운데?”

“진짜 신나게 놀았어.”

“정신 놓고 춤 춘 것 같아. 흑역사 만든 것 같은데 어쩌지?”

라이브 앱이 끝나고 나서야 슬슬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는지, 멤버들이 자신의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노래방 콘텐츠를 할 때 흥이 나서 애들이 과할 정도로 빵댕이를 흔드는 걸 보고 예견한 일이었다.

“팬들이 재밌어 했으면 된 거지.”

“끄응.”

나도 흥이 나서 과하게 고음을 올리다가 삑사를 거하게 낸 탓에 오늘 이불킥이 예약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니터링을 한 매니저 누나의 말에 따르면 채팅창에서 본 팬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하니 하얗게 불 태운 보람은 있는 모양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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