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 #20. 접근 (8)
* * *
멤버들 모두 우리들의 해외 활동이 예정보다 빨라질 것이며, 투자자의 소개로 현지의 회사와 연계하여 매우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말에 무척 좋아했다.
특히 제키는 ‘투자자’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번호를 받아왔다는 말에 얼굴이 활짝 펴지더라.
멤버들의 눈동자가 분주하게 돌아가는 걸 보니 애들도 제키의 마음을 다 알아차린 것 같아보였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우리들은 제키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고자 의견을 모았다.
“형이 리더니까, 직접 통화해서 감사 인사 하는 걸로 하자.”
“오! 그게 좋겠네.”
“나보고 하라고?”
“응! 형이 해줬으면 좋겠어.”
당연하지만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제키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크흠흠! 걸어서 뭐라고 하지?”
평소답지 않게 잔뜩 긴장한 제키가 전화를 걸어서 뭐라고 해야 하냐며 의견을 물어왔다.
우리는 연애 코치를 하듯이 옹기종기 모여 훈수를 뒀다.
“일단 형 목소리로 녹여요!”
“목소리로 녹이라니?”
“형 목소리가 엄청 좋잖아.”
“맞아맞아. 딱 목소리 낮게 깔고 인사를 하는 거져!”
“안녕하세요, 에어플레인 리더 제키입니다. 크~”
“크아~”
“이거지!”
“음음! 나 같으면 바로 뿅간다.”
“그 다음엔?”
의외로 제키가 멤버들의 조언을 순순히 받아들었다.
“쟤가 웬일로 저렇게 순순히 하겠다고 하는 거야?”
“제키 형이 모태솔로거든. 여자랑 대화도 잘 안 해봤대.”
“!!”
내가 압도적으로 잘 생겨서 멤버들의 비주얼이 크게 주목 받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 애들이 어디 가서 얼굴로 꿀려본 적이 없는 수준이다.
마음만 먹으면 여자와 이렇고 저런 짓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상황.
남자가 방탕한 것은 아무런 흠이 되질 않는다.
‘정책 자체가 여러 여자 만나고 다니길 종용하고 있으니까.’
그러한 정책들과 반대 되는 흐름을 가진 곳이 바로 연예계인데, 그건 아이돌을 선망하고 사랑하는 여자들의 질투 때문에 생기는 일이었다.
보통 아이돌이 스캔들이 나면 부적절한 스폰 관계인 경우가 많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제키가 먼저 마음이 생겨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경우였다.
‘그래, 형님이 팍팍 밀어줄 테니까 네가 잘 좀 해봐라.’
예쁜 여성의 호감 표시는 기분이 좋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겨운 일이기도 했다.
복에 겨워서 난리다 싶을 지도 모르겠으나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내게 대쉬를 했다.
투자자가 나에게 준 종이쪽지도 대상이 특별해서 마음이 쓰였던 것일 뿐,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일이었다.
‘예쁘다고 다 껄덕대는 게 발정난 개랑 다를 게 뭐냐고.’
더군다나 제키가 그 여성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었다.
여자가 궁한 것도 아닌데 같은 그룹원끼리 상도덕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
멤버들의 코치를 받은 제키가 투자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에어플레인 리더 제키입니다!”
오오오!
박력있어!
목소리 죽인다!
뒤에서 멤버들이 수군수군 목소리를 낮추고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살핀다.
경태 형이 슬그머니 주방으로 가더니 과자 몇 개를 가져왔다.
팝콘은 없어도 과자는 훌륭한 먹거리가 되어 주었다.
‘컴백이 빨라졌으면 다시 빡세게 다이어트 해야 될 텐데, 먹어도 되나 모르겠네.’
아작아작
와삭! 와삭!
냠냠!
‘존맛탱!’
과자는 언제나 옳았다.
“네, 감사 인사드리고 싶어서 전화했습니다. 지금 멤버들 전부 주변에 있어요. 스피커로 돌려도 괜찮을까요?”
네, 그래요.
스피커로 바뀌자 멜리사 케이씨의 목소리가 우리들 귀에도 들렸다.
“사실 직접 만나 뵙고 감사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하셔서요.”
시간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맛있는 걸 사줬을 텐데 제가 지금 외국에 나가 있어요.
“예, 그렇다고 하셔서 전화로 인사를 대신하는 겁니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투자해주시고, 믿어주신 거에 아깝지 않게 결과를 만들어내겠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 게 투자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딱히 허니 엔터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은 아니라는 거죠. 그래도 신경 써준 보람은 있는 것 같네요.
제키의 두 볼이 발그레해진다.
누가 봐도 기분 좋은 표정.
달달, 달큰한 얼굴이다.
“으흐흐!”
“혼자서도 되게 말 잘하는데?”
우리들은 히죽 웃으면서 제키의 통화를 지켜봤다.
솔직히 감사 인사라는 게 그리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진작 전화를 끊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키는 계속 말을 이어가며 전화통화를 이어갔다.
일 때문에 그만 가봐야겠네요.
“아! 예,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아…그래요. 수고해요.
무려 30분이나 이어진 통화였다.
전화를 끊기 전, 제키가 용기 있게 또 연락을 하겠다는 말을 했고, 그것이 받아졌기에 우리들은 환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와악! 형형 성공한 거죠?”
“뭐야뭐야, 우리한텐 엄살 엄청 피웠으면서!”
“역시 제키 형은 실전을 잘 하네!”
“흠흠!”
동생들이 다 눈치를 챈 것 같아서 더 이상 숨기지 못하겠는지 제키가 머쓱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연애 노래 나오려나?”
“캬~ 처음부터 엄청난 연애를 해버리네! 그분 재벌인 것 같던데!”
“야 재벌이 무슨 상관이야? 엄청 예뻤잖아!”
“첫 눈에 반한 거 맞죠?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제키는 투자자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걸 양보(?) 받은 대가로 녀석들에게 잔뜩 시달려야 했다.
이제 겨우 데뷔 2년 차.
멤버들에게도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 ? ?
“하아….”
“왜? 일이 잘 안 돼?”
“복잡하게 꼬였어. 내가 이러려고 돈을 쓴 게 아닌데….”
“또 찌질이 짓 하고 있는 거니? 그때 말했던 그 사람 맞아?”
“당연하지! 그 아이가 아니면 안 돼.”
“금사빠 주제에 그 아이가 아니면 안 돼? 흥! 얼마나 갈지 지켜볼 거야, 내가.”
“언니가 방해하지만 않으면 되거든?”
멜리사 케이.
연예인 못지않은 아름다운 외모와 더불어 천재적인 투자자로 유명한 재벌 가문의 막내딸이다.
가문의 도움을 받아 투자 회사를 만들기는 했으나 그녀가 이룬 업적은 재벌 출신이라는 것으로 깎아내릴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그런 커리어 우먼인 멜리사 케이의 인생은 마냥 반짝이고, 꽃길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진정으로 잘 아는 친구나 가족들은 생각이 달랐다.
‘저런 맹꽁이가 바깥에선 멀쩡한 아니, 천재로 불린다는 게 믿겨지질 않는단 말이야.’
그녀는 정말 ‘돈’을 잘 번다.
그래, 돈‘만’ 잘 번다.
“이번엔 누구한테 뺏길 거야? 마침 채영이가 슬슬 결혼 할 나이가 되긴 했는데 말야.”
“언니잇!!”
“아이고~ 내 고막!”
“안 뺏겨!! 절대 안 뺏길 꺼야!!!”
장난감 뺏기기 직전에 떼쓰는 애도 아니고.
멜리사 케이의 언니 비앙카 케이는 동생의 나쁜 버릇이 언제쯤 고쳐질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몇 번 호되게 당하고 나면 바뀔 줄 알았지.’
그런데 저 똥꼬집이 도통 바뀔 생각을 안 한다.
잡기 전까지는 활활 불타오르며 어떻게 해서든 가지려고 아등바등해놓고선, 결국 잡아 놓으면 그 물고기에 철저히 무관심하게 대하는.
그래서 남에게 남자를 빼앗김에도 불구하고 ‘역시 넌 내 운명이 아니었던 거야.’로 끝내버리는 이상한 습관을 가진 동생.
그로인해 남자는 많이 사귀어봤지만, 여전히 처녀라서 어디 내놓기 창피한 동생이 바로 멜리사였다.
‘남한테 자기 남자를 뺏겼는데 왜 화를 안 내?’
애초에 사랑한 게 맞는지부터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멜리사가 그 남자를 잡기 위해 쏟아 부은 돈이 얼마인가?
억대를 가볍게 넘어가기 때문에 절대 사랑이 아닐 수가 없었다.
‘쟤 때문에 피눈물 흘린 남자가 꽤 많았지. 흠흠.’
동생을 아끼는 비앙카는 바람피우고 떠난 동생의 연인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빼앗은 년과 환승 이별한 남자에게 악몽 같은 미래를 선물해줬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여자한테 떠난 남자들을 이해하고 동정심까지 갖고 있다.
연애 전에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 같이 굴었던 여자가 사귀기 시작하고 점점 사랑이 식어가니 당연히 남자 입장에선 초조하고, 다른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초반엔 소문이 와전 돼서 남자 보는 눈이 최악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젠 잘못 된 소문이라는 걸 아는 년들이 생겼단 말이지.’
멜리사가 연애하기를 기다리는 년(?)이 있을 지경이니, 이를 지켜보는 비앙카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인 거다.
괜찮은 남자를 잘 물어 와놓고 끝까지 책임지려 하지 않으니 말이다.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야. 너 이제 슬슬 노처녀다? 처녀 딱지는 떼야 할 것 아니야, 이년아!”
“나 혼전순결 지킬 생각인 거 알잖아! 인연이 아닌 놈이랑 섹스를 왜 해? 그리고 언니도 처녀잖아.”
“악!! 얘 미쳤나봐. 내, 내가 무슨 처녀야! 처녀딱지 뗀지가 언젠데!”
“거짓말 하지 마. 엄마한테 다 들었거든? 언니 처녀라고.”
“이 미친년이!”
콱!
“악! 이게?!”
콱!
“꺄악! 너 이거 안 놔? 감히 언니 머리채를 잡아? 너 몇 살이야!!”
“나이 많으셔서 참 좋으시겠어요? 아.주.머.니.”
투닥투닥!!
재벌도 별 거 없더라.
잠시 자매간의 격한(?) 몸싸움이 이루어지고, 30분 뒤.
산발이 된 머리를 빗으로 빗으며 비앙카가 자기 가슴을 주먹으로 쾅쾅 두드렸다.
“어휴, 답답해! 너 때문에 답답해서 암 걸릴 것 같애!!”
“건강검진 받아. 나 투자해놓은 병원 있어. 가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봐줄 거야.”
“뚫린 입이라고 말 쳐하는 거 봐라.”
동생의 기이한 버릇을 꼭 고쳐줘야 할 필요가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고쳐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차라리 제 3자였으면 참견하기가 더 편했을 것 같다.
하지만 동생의 연애 문제를 친 언니 입장에서 참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엄청 많이 참견하고 있긴 하지만! 도통 나아질 생각을 안 하잖아!’
또라이 년 버릇을 고쳐놔야 마음 편하게 결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슬슬 결혼을 해야 할 나이가 된 비앙카는 마음이 조급했다.
‘가뜩이나 마음에 차는 놈이 없어서 심란해 죽겠구만, 쟤까지 속을 썩이고 있어.’
재벌 정도 되면 원하는 남자 여럿 거느리진 못해도 원하는 남자를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마음 편하게 결혼하기 위해서는 집안의 가장 큰 우환인 동생의 나쁜 버릇을 고쳐놓고야만 했다.
‘일단 동생이 새로 빠진 놈이 어떤 놈인지 조사부터 해야겠다. 그리고 괜찮은 것 같으면 만나서 얘기를 나눠봐야지.’
협박으로 조종하는 건 촌스러운 짓이다.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라 동생 버릇 고치려는 것이니 그쪽에서도 찝찝해 하지 않고 협조해줄 것이 분명했다.
‘연기는 좀 하나?’
비앙카가 친동생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돈과 권력이 있는 비앙카에게 진해솔이라는 신인 아이돌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다.
조사를 명령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진해솔에 대한 정보가 그녀의 손 위에 올려졌다.
[이름 : 진해솔 (21)]
[허니 엔터테이먼트/데뷔 2년차]
[인지도 : 중하]
[평가]
비주얼 최상으로 신인 그룹에 맞지 않은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음.
피처링으로 노래 실력이 크게 화제를 모음.
웹 드라마에 출연하여 나쁘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줌.
에어플레인 그룹 중 가장 많은 수의 팬을 갖고 있음.
본인이 나서서 일을 벌리는 스타일은 아니나 시키면 다 잘하는 천재라는 소문이 있음.
업계 여자들에게 많은 유혹을 받고 있으나 유혹을 모두 뿌리쳤다고 함.
핸드폰을 하거나 전화를 하는 모습이 자주 찍혀 팬들 사이에서 숨겨둔 여자가 있을 것으로 추측됨.
소속 회사의 간판 덕분에 데뷔 때부터 이례적일 정도로 인기를 끔.
차기 허니 엔터의 최고 ‘캐시카우’가 될 확률이 매우 높음.
[특이사항 : 고아원, 검정고시 출신으로 학창시절에 대해 아는 이를 찾을 수가 없었음. 좀 더 시간을 들여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임.]
“?”
비앙카는 잘 나가다가 마지막 특이사항에서 걸리는 부분이 있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학창시절에 대해 아는 이가 없다? 좀 수상한데. 자세히 조사해봐.”
“예, 대표님.”
돈이 더 들겠지만 제대로 조사에 들어가면 숨겨져 있던 학창시절에 입었던 팬티 색깔도 알아 올 수 있는 것이 그녀가 부리는 사람들의 능력이다.
비앙카는 보고서에 붙어있는 사진을 유심히 살폈다.
‘와~ 이런 애가 있었어? 이 정도면 오히려 고아인 게 더 낫겠는데? 얘가 아직 솔로라는 게 믿겨지질 않네. 이런 얼굴로 간 크게 아이돌을 하고 있는 것도 웃기고.’
진짜 운이 좋았다고 밖에 못 보겠다.
이 정도면 진작 납치를 당해도 수십 번은 당했어야 할 얼굴이다.
더불어 동생에 대한 미묘한 감탄도 생겼다.
남자 고르는 거 보면 얘가 왜 투자 회사를 잘 운영하고, 천재 소리까지 듣는 것인지 납득이 된다.
흙 속에 묻혀 있는 보석 같은 남자들을 찾아내는 감각이 기가 막혔다.
‘재벌가에 알려지면 달려들 년이 한 둘이 아니겠어. 아니, 이미 알려지고 간 보고 있는 년들이 있겠구나.’
이 외모는 진작 학창시절부터 눈에 띄었어야 한다.
어릴 때 남자를 납치해서 입맛대로 키우는 ‘데릴사위 범죄’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하늘 위에 뜬 해도 떨어트릴 재벌 가문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한 8살 정도 됐을 때, 이미 재벌 가문의 누군가에게 납치당해 집안에서 키워졌을 터다.
갑자기 진해솔의 학창시절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납득됐다.
‘굳이 조사해 볼 필요도 없겠어. 이 얼굴을 함부로 바깥에 내보냈다간 납치당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나라도 집에서 키우지. 바깥에 함부로 내보내는 미친 짓을 왜 해?’
비앙카는 진해솔의 눈동자를 보며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 눈동자 깊이라면 충분히 그 안에 뛰어들어 수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쩜 이렇게 잘 생길 수가 있는 거지? 사람 맞나? 어느 정도 보정은 들어간 거겠지?’
이 남자를 이용해서 동생의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그의 얼굴이 찍힌 사진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다.
비앙카는 결국 참지 못하고 직원에게 명령했다.
“이 사람 활동한 거 전부 가져와. 영상, 사진 종류 상관없이 전부 다. 아! 연기했다고 했지? 그쪽에 문의해서 촬영 미반영분 있으면 그것도 싹 긁어와.”
“예.”
직원은 그녀의 당황스러운 명령에도 의문을 표하지 않고 충성스럽게 대답했다.
비앙카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인지 미리 알아봐야 잘 다룰 수 있지 않겠어? 흠흠!’
비앙카 본인의 머릿속에 점점 ‘동생 버릇 고치기’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실제로 만났을 땐 본래의 목적을 아예 잊어버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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