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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148화 (148/849)

〈 148화 〉 #21. 곰돌이 인형 (3)

* * *

“설마 너도 맞는 게 좋아?”

“아니, 그건 아닌데…네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아이고, 아현아. 섹스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거야. 아현이 네가 내 무릎 위에 안겨서 키스하면서 하는 거 좋아하듯이, 누나는 맞으면서 섹스하는 걸 좋아하는 거라고. 서로 기호에 맞게 즐겼던 건데 그걸 왜 자긴 안 해줬냐고 하면 안 되지. 너랑 누나는 성향이 다른데.”

“그치만, 너 엄청 느꼈잖아.”

“너랑 할 때 엄청 느꼈어. 너랑 하는 거 너무 좋아서 내 마음대로 막 하다가 너 오줌 싼 거 벌써 잊어버린 거야? 다시 보내줘?”

“힉! 아니!”

아현이의 얼굴이 빨개진다.

질투심 때문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움직이지 못하고 오줌 싼 침대에 누워 있었던 걸 잊어버린 모양인데, 아현이는 누나처럼 섹스하는 게 절대 불가능하다.

물론 쾌감증폭을 복순 누나에게 했던 것처럼 쓴다면 아현이도 통증에서 쾌락을 느끼는 게 가능하기는 할 거다.

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었다.

‘내가 때리면서 하는 섹스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굳이 아현이까지 그렇게 만들 이유가 없잖아.’

가끔 흥이 나서 아현이의 엉덩이를 때려본 적은 있어도, 아플 정도로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도 아현이가 때리는 행위에서 쾌락을 느끼지 못하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아현이는 부드럽게 서로 착 달라붙어서 하는 섹스를 좋아한다.

펠라를 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고.

어떻게 보면 가장 정석적인 섹스 스타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성향을 굳이 바꾼다?

‘이게 입시 미술도 아닌데 개인 개성을 왜 죽여? 각자 매력이 다르니까 좋은 건데.’

내가 선호하는 섹스를 하기 보단 여자들이 좋아하는 취향의 섹스를 더 많이 하는 이유는 내가 섹스를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7번을 한 적도 있다.

그렇게 섹스를 많이 하는데, 내가 바라는 스타일로 섹스를 하다보면 비슷비슷한 섹스만 7번 하게 되는 거다.

‘재미 없지. 그게 뭐야?’

하지만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섹스를 하면 각기 다른, 색다른 섹스를 7번 할 수 있다.

그리고 둘 중 뭐가 더 자극적일지는 말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나는 아현이 네 스타일이 좋아. 누나랑 같이 섹스할 때는 누나 스타일에 맞추고, 아현이 너랑 할 때는 네 스타일에 맞추는 게 내가 좋아하는 거야. 즐겁지 않은 섹스는 하지 않느니만 못해.”

복순 누나와 할 때 내가 더 흥분한 건 맞다.

하지만 그건 섹스 스타일이 아현이는 가늘고 길게, 복순 누나는 짧고 굵게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아현이가 옆에서 누나와 섹스하는 걸 노골적으로 지켜보고 있는 특별한 상황이었다.

“그럼 나랑 할 때도 좋았다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변태라고 놀릴 때는 언제고. 내가 만족 못하는 줄 알았어?”

“…내가 아무래도 경험이 없었으니까. 나랑 하는 섹스가 재미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됐어. 언니랑 섹스할 때 엄청 흥분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구.”

결국 아현이는 자기가 섹스를 하는 게 너무 서투니까 내가 흥미를 잃을까 걱정이 됐다는 거였다.

저렇게 자심감이 없어서야.

나는 그녀에게 너와의 섹스도 충분히 좋다는 걸 증명해내기 위해 말했다.

“보여줄까? 내가 너랑 섹스하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여, 여기서 더어?!”

경악이 서린다.

“너 오늘 4번이나 했잖아.”

“너한테는 두 번밖에 안 했어.”

“그래두…그, 그게 정력이 막 여러 번 딱딱해지고 그런 게 아니라던데에.”

어디서 성교육 상식을 받아온 모양이다.

처음에는 남자 평균이 어떤지 잘 모르더니.

아현이는 고민고민하다가 결론이 나질 않는지 슬쩍 다리를 벌려 자기 보지를 확인했다.

힐끔­!

퉁퉁 부어 있다.

나도 아현이의 퉁퉁 부은 보지를 봤기에 섹스가 불가능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와 동갑이지만, 아현이는 워낙 귀엽고 애기 같이 생겨서 동생처럼 느껴지곤 하는데, 보지도 여린 탓에 2번만으로도 퉁퉁 붓는다.

섹스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알지만 모르는 척 하며 계속 섹스하자고 졸랐다.\

“난 너 있으면 지금부터 5번도 더 할 수 있어.”

“!!”

덜렁­ 덜렁­

지금은 풀 죽어 있을지 몰라도 얘는 언제든 다시 빳빳하고 단단해질 준비가 되어 있는 녀석이었다.

내가 당당하게 자지를 내미니 아현이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난다.

복순 누나는 오줌 묻은 침대 위에서 작게 코 골면서 숙면 중.

완전히 리타이어 된 상태이니 아현이 혼자서 날 감당해야 해내야 했다.

하지만 방금 전 복순 누나가 엉망이 되는 걸 본 상태인 아현은 섹스하는 게 무서워졌는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 더는 못해. 완전 부었단 말야.”

“나도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만하려고 했어. 근데 네가 왜 누나한테 한 것처럼 안 해줬냐고 물어서 더 하고 싶은 건가 한 거지.”

“그런 뜻으로 한 말 아니야!”

아현이가 식겁을 한다.

이 정도 했으면 아현이도 오해를 풀었겠다 싶어서 입을 떼려던 순간이었다.

순간 스쳐간 기발한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을 딱 다물었다.

‘흐음, 나쁘지 않은데?’

아현이가 섹스에 자신이 없다면, 자신 있어지게 만들어주면 되는 일이 아닌가?

“너 내가 지금도 충분히 괜찮고, 좋다고 해도 불안해 할 거지?”

“…….”

대답 없는 걸 보니 아직 완전히 오해가 풀리지 않은 모양.

“그럼 이렇게 하자.”

“이렇게?”

“핸드폰 꺼내봐.”

아직 아현이는 알지 못하는 신세계를 소개해 줄 때가 된 것 같다.

장난감은 아이만 쓰는 게 아니다.

어른의 세계에선 어른들의 장난감이 있는 법.

섹스에 자신감이 없는 그녀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아이템’을 소개해줄 시간이었다.

???

“대표님.”

“…….”

“대표님?”

“…….”

“대표님!!”

핫!?

“깜짝이야.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죄송합니다만, 인형을 보고 계신지 30분이나 지났습니다.”

“뭐? 30분이나? 왜 진작 말 안 했어? 일이 밀렸잖아!”

“…불렀는데 대표님께서 아니, 죄송합니다.”

“하아, 정말! 요즘 왜 그래?”

“…….”

그녀의 손에 들린 분홍색 곰돌이 인형.

한 손에 쥐어지는 보드라운 인형의 감촉이 너무 좋다 보니 항상 옆에 끼고 다니는데, 비앙카는 알지 못했다.

정도를 넘어선 집착을 인형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를 곁에서 지켜보는 비서만이 그녀의 변화를 눈치 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비앙카는 비서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있었다.

“대표님답지 않으십니다.”

“재밌는 소리를 하네. 고작 인형 좀 보고 있었다고 그런 소릴 들어야 한다니 말이야.”

비서의 건방진 소리.

당연하지만 비앙카는 정색을 하며 비서를 노려봤다.

하지만 비앙카는 여기서 비서를 노려보는 게 아니라 곰돌이 인형을 치웠어야 하는 게 옳았다.

곰돌이 인형이 그녀에게 빼앗은 시간이 얼마인가?

돈으로 환산한다면 수억이 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곰돌이 인형을 쓰레기통에 넣는 대신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본 비서가 티 나지 않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저 인형을 치우는데 실패했다.

‘확실히 이상하셔. 저 곰돌이 인형 때문일 리는 없고, 저 인형을 준 남자 문제인 거겠지. 결국 첫눈에 반하신 건가? 아무리 그래도 사랑 때문에 제대로 일처리를 하지 않으시다니! 대표님 변화가 너무 빨라서 당황스럽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게 옳은 걸까?’

비서는 인형을 준 대상 때문에 생긴 변화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비앙카의 이상 행동은 곰돌이 인형 때문이 맞았다.

하지만 이능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저주 받은 곰돌이 인형’를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나가.”

“죄송합니다.”

비서가 쫓겨나고, 다시 혼자 남게 된 대표실 안.

비앙카는 서류에 싸인을 하며 다시 일에 집중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참지 못하고 다시 주머니에서 곰돌이 인형을 꺼냈다.

“너무 귀여워.”

주물주물주물­

곰돌이 인형을 잠시라도 보지 않으면 자꾸 초조해진다.

곰돌이 인형을 꺼내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행복감이 차오른다.

때문에 비앙카는 마약에 중독 된 사람처럼 곰돌이 인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어쩜 이렇게 부드러워? 눈은 또 왜 이렇게 영롱한 거야? 네 발톱에 보석을 달아주면 어떨까? 널 위해서 준비한 게 많아. 예쁜 드레스부터 시작해서 앙증맞은 네 귀에 달아 줄 리본도 구해놨어. 좋지? 너도 좋은 거 맞지?”

당연하지만 드레스엔 값비싼 보석들이 다닥다닥 달려 있을 것이다.

고작 곰돌이 인형을 위해 쓴다기엔 과한 값이었으나 비앙카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곰돌이 인형에 중독 되어버린 상태였다.

더불어 이 인형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보고 싶다. 그 사람은 내가 널 이렇게 아껴주고 있다는 걸 알까?”

진해솔.

동생의 버릇을 고쳐주는데 협조하겠다고 한 남자.

아직 간을 보고 있는 동생이 본격적으로 접근을 시작할 때쯤이 되면 다시 한 번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비앙카는 자신이 없었다.

‘그때까지 안 보고 버틸 수 있을까?’

활동을 하는 기간이 아니라서 TV를 봐도 볼 수가 없었다.

그녀가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나왔던 프로그램을 재탕하는 것 뿐!

그나마 웹 드라마로 새로운 소식을 받아내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도 이번 주면 완결이잖아!!”

웹 드라마도 이번 주면 완결이 난다.

지금쯤 촬영을 다 끝내고 다음 활동 준비 기간에 들어갔을 것이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연락을 할 이유가 없어….”

멜리사가 움직여야 그걸 핑계로 진해솔에게 연락을 해볼 텐데.

어쩐 일인지 멜리사는 굉장히 신중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덕분에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가 된 건 그녀다.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다.

인형을 보면 좀 괜찮아진 것 같다가도 나중이 되면 더 참을 수 없어져버린다.

“왜 이런 걸 줘서 사람 마음을 흔드냐고!! 나쁜 놈! 그래놓고 연락 한 번이 없어.”

연락을 안 하는 게 당연한 사이라는 걸 그녀도 안다.

하지만 자꾸 서운함이 밀려온다.

“나 정말 왜 이러지? 말 좀 해봐. 나 어떻게 해야 돼?”

곰돌이 인형이 대답을 할 리도 없는데.

비앙카는 당연하다는 듯 인형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이해 받을 수 없겠지만, 그녀는 실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맞았다.

[그냥 연락하면 되잖아.]

“연락해서 뭐라고 해? 무슨 용건으로 보자고 하냔 말이야. 나도 사회적으로 위치가 있는 사람인데….”

솔직히 이젠 동생이 진해솔에게 접근하는 것도 못 마땅했다.

그리고 어느새 동생 버릇이 고쳐지지 않고 적당한 때 진해솔에 대한 흥미를 잃어주길 바라고 있었다.

[용기를 내봐.]

“용기를? 하! 내가 용기를 내기까지 해서 그 남자한테 연락을 해야 돼? 왜 이래? 나 비앙카 케이야!”

[넌 그를 사랑하잖아. 자존심이 무슨 소용이야? 사랑에 자존심은 장애가 될 뿐이야.]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거든?”

[부정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편하게 인정해도 괜찮아. 너는 그를 사랑해. 그가 바라는 일을 다 해주고 싶을 거야.]

“아직 아니라니까? 네가 내 마음을 어떻게 안다고 장담하듯이 말하는 거야? 진짜 귀엽지만 않았어도 당장 버렸을 텐데, 이런 건방진 인형!”

[사랑하는 그이한테 선물 받은 건데, 날 버린다고? 농담 하지 마. 너는 그러지 못해. 그를 사랑하는 만큼 나도 사랑하잖아.]

“…넌 진짜 요망한 인형이야.”

[물론이지. 너만을 위한 인형이니까. 더 예쁘게 꾸며줘. 그럼 널 더 사랑할 거야.]

“재촉 하지 마. 조금만 기다려. 널 위해 준비한 게 잔뜩이라고 했잖아.”

비앙카는 곰돌이 인형에게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눈치 채지 못했다.

곰돌이 인형으로부터 나온 시커먼 연기가 비앙카의 몸속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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