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 #21. 곰돌이 인형 (9)
* * *
“가면싱어 봤어?”
“어! 흑마 탄 백발 왕자님 노래 쩔더라.”
“누굴까? 목소리 너무 좋던데.”
“밴드 보컬이지 않을까? 그 정도 실력인데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면 밴드 보컬밖에 더 있겠어?”
“요즘 밴드 보컬도 유명해! 더군다나 남자잖아. 기럭지만 봐도 잘 생긴 거 알겠던데 팬이 없을 리가 없어.”
“그럼 아이돌인가?”
“풋! 그거 웃기려는 소리지?”
“엉.”
가면싱어가 방송 됐다.
노희경이 1라운드에서 탈락한 건 가면싱어 제작진 입장에서 천운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녀를 섭외했다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 요소이긴 하지만 말이다.
모자이크를 동원한 편집을 통해 겨우 방송을 내보냈다.
짧게 편집 된 1라운드.
그리고 비로소 제 실력을 온전히 보인 2라운드의 시작에 사람들은 노희경이라는 이슈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가면싱어 제작진을 살려 준 새로운 이슈는 당연하게도 ‘흑마 탄 백발 왕자님’이었다.
1라운드에서 노래를 방해했던 노희경이 사라지자 ‘흑마 탄 백발 왕자님’은 본격적으로 제 실력을 보여주었다.
제작진은 자기네들이 섭외했지만 예상했던 퍼포먼스 그 이상을 보여주는 흑마 탄 백발 왕자님의 실력에 경악했다.
더불어 저 엄청난 실력을 왜 숨기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실력을 내보이는 장소가 ‘가면싱어’가 된 것에 환호했다.
그렇게 흑마 탄 백발 왕자님 덕분에 가면싱어가 들썩이는 사이.
나는 이제 잠잠해진 핸드폰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거의 한 시간에 1번씩 메시지를 보내오는 곰돌이 실비아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겨우 해결이 된 것이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언제 또 귀찮게 굴지 알 수가 없으니 원….’
실비아가 자주 문자를 보내는 대화 내용 중 대부분이 질문이다.
이거 해도 되나요? 저거 해도 되나요?
처녀막 떼질 때까지 자위하겠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네 마음대로 해라.’ 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계속 그런 식으로 대충 때웠다간 큰 사고를 칠 게 보였던 것이다.
적당히 질문들을 받아주다 보면 실비아가 뜬금없는 메시지를 보내온다.
[분홍 섹무새 : 섹스]
‘왜 섹스라는 말을 자꾸 보내는 건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고 물으니 처녀 떼는 게 현재의 가장 간절한 소원이라 열심히 일하는 중이란다.
그래, 처녀 떼는 건 좋다 이거다.
이렇게 하고 싶다는데, 계속 거부 할 생각도 없었다.
문제는 얘가 처녀 떼는 걸 꼭 비앙카한테 보여주고 싶단다.
‘…악마한테 선생님 소리 들을 것 같애.’
실비아는 어떻게든 비앙카를 괴롭히고 싶은 모양이다.
자기 생존이 달린 문제이니 그러려니 하려고 했지만….
‘솔직히 무서워.’
주인님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잘못하다간 인형한테 잡아 먹혀버릴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실비아에게 한 가지 명령을 내렸다.
나를 노리고 있는 멜리사에 대한 정보수집.
비앙카가 내 인형이 되었으니 위협은 사라졌다.
하지만 멜리사가 나를 여전히 노리고 있으니 그 부분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정보였다.
나와 트러블이 있었던 노희경이 몰락한 이유가 멜리사가 손을 써서임을 비앙카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멜리사의 행동을 주시하고, 그에 관한 정보를 알려 줄 필요가 있었다.
‘멜리사에 대해 조사를 끝내면 또 메시지 폭탄을 날릴 지도.’
앞으로 실비아를 어떻게 다룰지 고심해봐야 했다.
그래도 전화로 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물론 ‘명령’을 하면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거다.
하지만 악의에 가득 차 있는 실비아를 서운하게 했다간 뒷감당이 어려울 것 같았다.
‘비앙카의 몸을 가졌으니 나 몰래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겠어? 실비아가 내 편인 건 맞지만,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을 수는 없지.’
나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건 제작자가 불가능하도록 막아뒀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비앙카의 몸을 차지한 실비아가 나와는 상관없는 곳에서 사고를 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했다.
“쮸웁, 쭙! 하으.”
실비아에 대해 생각하느라 열심히 내 자지를 빨아주고 있는 민영 누나가 힘들어 하고 있었다.
쾌감증폭을 걸지 않은 덕분에 쉽게 정액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다 딴 생각으로 성감이 둔해져버린 것이다.
여전히 내 정액에 중독 되어 있는 민영 누나는 꽤 필사적으로 입을 놀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다가 말했다.
“누나, 쌀게요.”
“으웅!”
민영 누나의 얼굴이 환해지며 내 자지를 목구멍 깊숙하게 꾸욱 밀어넣었다.
그러더니 목구멍을 쪼인다.
민영 누나의 펠라 솜씨는 환상적이다.
오로지 정액을 싸내기 위해 익힌 솜씨이다 보니 그렇다.
약쟁이가 약을 구하기 위해 신체포기각서에 싸인하는 일도 있는데, 그녀라고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점점 실력이 좋아지네요. 어디서 배워 와요?”
“쮸웁! 꿀꺽 흠흠. 배우기는! 정성을 다 하는 거지.”
오늘도 정액을 맛나게 먹은 민영 누나의 안색이 밝아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정액을 먹고 싶어서 초조해 하던 누나다.
“이번엔 그래도 제법 오래 버텼네요.”
“4일은 너무 길었어!”
처음에는 일주일은 참으라고 했는데 불가능하더라.
하루 만에 죽을 것 같다면서 나에게 찾아와 애원하는 민영 누나에게 못 이기는 척 정액을 제공해야 했다.
처음 시도는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아버릴 순 없었기에 천천히 시간을 늘려갔다.
그 결과 현재 4일까지는 참는데 성공할 수 있게 됐다.
입에다가는 최대 2발, 그 이상을 싸주면 중독도가 올라서 이틀에 한 번으로 리셋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민영 누나가 몸소 실험체가 되어준 덕분에 나도 조절하는 법을 알게 됐지.’
내가 조절하지 못하는 중독도는 위험하다는 걸 민영 누나를 통해 깨닫게 됐다.
현재 내 정액에 적용 되어 있는 아이템 중 문제가 되는 건 [내 정액을 좀 더 중독적이게!] 라는 아이템.
나는 이 아이템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아이템을 새로 구매했다.
[내 정액은 내 말만 들어 v.100 (설정)]
정액의 특별한 능력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버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버전을 구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아이템은 ‘특별한 능력’인 다른 버전의 능력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독도를 높이면 정액 한 발만으로도 중증 약쟁이로 만들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용 능력에는 가령 피부에 도움이 되게 만든다던가, 보습에 도움이 되게 만든다던가 선택지를 줘서 그 부분을 강화시킬 수 있게 조절이 가능했다.
현재 이 능력을 어떻게 조절해야 쓸모가 좋을지 민영 누나를 통해 실험하고 있었다.
민영 누나는 외형 변경권을 사용해서 부쩍 아름다워진 상태였기에 자기 얼굴이 어떻게 변하든 얼마든지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예쁜 쪽으로 변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내 정액이 민영 누나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는, 어느 정도 진실을 담은 거짓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 탓에 얼마든지 실험에 협조하고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정액을 어느 정도 섭취했을 때 미용 효과가 가장 잘 나오는지를 실험하겠다고 말해둔 상태.
그리고 이젠 굳이 실험이 필요 없을 정도로 능력을 조절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것저것 능력을 구매해서 쓰는 게 답이 아니었어.’
어린아이의 손에 칼을 쥐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일.
곰돌이 인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칫 잘못 다루면 칼날이 나에게 되돌아 올 위험한 아이템이었다.
“근데 누나, 이제 더 예뻐질 곳이 없는 것 같은데요?”
“응?”
민영 누나의 턱을 손으로 들어 올려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처음 민영 누나를 만났을 때 보았던 얼굴과 동일 인물이라는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인이 그곳에 있었다.
그것도 내 스타일이 듬뿍 들어간 미인!
“이 얼굴, 마음에 들어요?”
“응. 사실 이게 정말 내 얼굴이 맞나 싶어서 여러 번 거울로 확인해보곤 해. 아직도 꿈인 것 같을 때가 있다니까.”
다행이 민영 누나는 본인의 바뀐 얼굴에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코가 살짝 더 높았으면 좋았겠지만….”
100% 만족하는 건 아닌가?
“지금도 충분히 예쁜 것 같은데…. 여기서 더 예뻐지는 게 가능할까요? 완전 여신 그 자체인데?”
“후후, 여자가 자기 얼굴에 완전히 만족할 때는 보정 어플 쓴 나를 봤을 때야. 열심히 정액 먹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코도 내 마음에 쏙 들게 바뀌지 않을까?”
“…….”
애석하지만 그녀의 얼굴이 바뀐 건 내가 쓴 ‘외형변경권’ 아이템 덕분이지, 정액 때문이 아니었다.
정액도 미용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피부가 좋아진다거나 치아 미백이 된다거나 하는 등의 화장품으로 가능한 정도의 효과다.
누나가 바라는 것처럼 콧대가 더 오똑해지는 일은 앞으로 없을 거라는 뜻이다.
“그나저나 네 정액 말이야. 정말 위험한 것 같아.”
“네?”
“나를 이렇게 바꿔놨잖아. 이거 정말 위험해. 사람들이 알면 난리날 거야.”
내 정액이 특별하다는 사실은 누나밖에 모른다.
“누나가 조심해주면 아무도 모를 거에요.”
“나 이외에 네 정액이 특별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 없는 거야?”
“물론이죠. 이런 걸 아무한테나 알려줄 순 없잖아요.”
“그렇구나. 다행이다. 내 입은 걱정하지 마!”
“당연하죠. 제가 누나 아니면 누굴 믿겠어요?”
사랑에 빠진 여자는 아름다워진다.
그리고 한민영도 사랑에 빠지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졌다.
“나 새 작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캐스팅 됐어요?”
“응. 얼굴이 바뀌었더니 캐스팅을 해주더라고. 그리고 어쩌면 나 소속사에 들어가게 될 지도 몰라.”
연기가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디션을 보기만 하면 탈락하고 소속사에도 들어가지 못했던 것은 모두 그녀의 얼굴이 부족한 탓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 원인이 사라졌으니 오디션을 봐도 합격을 하고, 소속사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되는 듯했다.
“잘 됐어요. 축하해요, 누나. 소속사는 잘 골라야 하는 거 알죠? 어디랑 얘기 중이에요?”
“오디션을 꽤 잘 봤나봐. 더군다나 이번에 찍은 웹 드라마가 꽤 잘 됐잖아.”
민영 누나와 접촉 중인 소속사는 3곳이었다.
배우 소속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지라 도움이 필요했다.
“당장 계약서에 싸인 할 건 아니죠?”
“내 배우 커리어가 걸린 일인데 신중하게 결정할 거야.”
“잘 생각했어요. 제가 그쪽으로 아는 분한테 여쭤볼게요.”
“진짜? 그럼 나야 너무 좋지. 계약 내용만 보고 덜컥 계약하기엔 걸리는 부분이 많았거든.”
당연하지만 내 주변에 배우 기획사를 잘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당장 생각나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매니저 누나나 회사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보다는 실비아에게 명령을 해서 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게 나을 듯했다.
‘정보의 질이 다를 거야.’
무려 재벌의 정보망이지 않은가?
분명 민영 누나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더군다나 주아 누나가 곧 축복이를 출산하게 되면 몸조리를 한 후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누나는 육아 할 생각밖에 없는 것 같지만, 그 얼굴을 썩히는 건 너무 아깝지.’
주아 누나를 위해서라도 미리 배우 소속사에 대해 알아두는 건 필요한 일이었다.
‘역시 있으니까 이렇게 써먹게 되네.’
없는 것보단 있는 게 좋은 게 권력이라는 걸 새삼 깨달으며, 나는 민영 누나의 손짓에 침대에 누웠다.
한 발 싸고 줄어들 겨를도 없이 꼿꼿하게 다시 세워진 자지.
민영 누나는 사랑을 담아 자지를 샥샥 손으로 만졌다.
“얘는 어쩜 쉬지를 않아? 힘이 빠져있는 모습을 못 본 것 같아.”
쪽!
민영 누나가 자지를 보며 세상 귀엽다는 듯 뽀뽀를 쪽쪽 한다.
‘음.’
저게 내 몸이긴 하지만, 민영 누나가 저렇게까지 애지중지 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
‘내가 가슴에 진심인 거랑 비슷한 건가?’
생각 난 김에 만지자 싶어 손을 뻗어 민영 누나의 가슴을 만졌다.
“올라올 거에요?”
“응. 내가 하고 싶어.”
민영 누나가 내 몸 위로 올라와 음부에 자지를 맞췄다.
서로의 손이 맞잡힌다.
본격적으로 민영 누나가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