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 #22. 가면싱어 5관왕? (7)
* * *
“댄스요?!”
“가왕이 댄스를?”
“이야~ 기대되네요.”
“설마 춤까지 잘 추는 건 아니겠죠?”
“에이~ 그건 너무 갔죠!”
패널 모두 가왕의 개인기 무대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노래를 저렇게 잘 부르는데 누가 춤까지 기대를 하나?
재밌는 댄스 메들리가 아니라 동요 메들리를 해도 불만을 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으응?!”
“이 노래 춤을 춘다고?”
그런데 웬걸!
곡을 잘못 틀었나 싶을 정도로 난이도 높은 여자 아이돌 노래가 나온다.
그리고 가왕의 몸이 날았다!
디리링~ 퉁퉁 타~! 퉁퉁 타~! 퉁퉁 타~!
상큼한 여자 아이돌의 전형적인 리듬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 곡은 애들의 연골을 갈기 위해 만들었다고 악명이 자자한 노래였다.
이 곡을 부른 ‘캡틴걸’이 운동돌로 유명하기에 가능한 퍼포먼스인 것이다.
남자 아이돌이라 해도 쉽게 캡틴걸의 ‘Powerup!’을 커버하지 못했다.
하지만 가왕은 거추장스러울 게 분명할 백발을 휘날리며 캡틴걸의 Poweup을 추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뛰어나게!
“말도 안 돼!”
“추, 춤을 왜 이렇게 잘 춰!!”
보는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알 수 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를.
가왕은 춤의 맛을 살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설마 그게 소문이 아니라 진짜였다고?”
패널도 알고 있다.
가왕이 아이돌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피지컬이 워낙 좋아서 생긴 오해였다.
저런 뛰어난 실력을 가진 남자가 왜 아이돌을 한단 말인가?
당연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 말이 안 되잖아요. 저 실력으로 왜 아이돌을 해요!”
“아!! 알겠다. 워낙 재주꾼이라 춤도 잘 추는 거 아닐까요?”
“눈이 옹이구멍입니까? 딱 봐도 저 실력은 프로잖아요. 대충 학원 같은 곳에서 배운 춤이 아니라고요.”
아이돌을 부정하는 패널 사이로, 뭐가 옳은지 깨달은 사람도 존재했다.
캡틴걸의 파워업! 노래가 끝나고 다음으로 곡이 부드럽게 넘어갔다.
파워풀했던 첫 번째 춤과 달리 두 번째 춤은 부드러운 웨이브를 중심으로 한 춤이었다.
세 번째는 박자와 춤이 딱딱 맞는 군무!
그렇게 총 5곡의 댄스 메들리가 끝났을 때 패널들은 가왕의 개인기에 홀딱 빠져 환호했다.
“와아!!”
“휘이익~!”
“가왕! 가왕! 가왕!”
“진짜 대박이다.”
“어떻게 춤도 잘 춰?”
“자, 가왕 개인기에 다들 난리가 났습니다. 다들 진정하세요. 하하!”
준비 기간이 제법 됐기에 댄스 메들리는 저번보다 훨씬 화려하고 완벽해진 상태였다.
아무리 나라도 며칠간 연습해서 준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었던 것이다.
“가왕의 개인기를 보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누구인지 알 것 같으신가요?”
MC의 능청스런 진행에 패널이 아우성을 댔다.
“아니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어요!”
“딱 봐도 춤을 전문적으로 배우신 분입니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는 사람 중에 저런 실력자가 있었나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안 나오거든요.”
“정체를 어느 정도 유추해냈다고 하셨던 분이 계셨었죠. 어떠십니까? 감이 확실하게 오셨습니까?”
“…지금 저 놀리십니까?”
“아하하하!! 모르겠죠? 전 알고 있어서 참 안타깝네요.”
MC가 내가 봐도 얄밉게 웃음을 터트린다.
“와~ 진짜 얄밉네.”
친분이 있는 사이였기에 삿대질을 하며 흥분하는 패널의 행동에 다들 꺄르륵 웃었다.
“가면싱어 제작진 최대의 적! 항상 가왕의 정체를 맞춰 오시던 분이시죠. 분석 결과 무려 70%의 확률로 가왕의 정체를 맞추고 계셨는데, 이번 가왕은 영 맥을 못 추고 계시는군요.”
“진짜 모르겠어요. 도대체 누구야? 힌트 좀 더 줄 수 없습니까?”
“힌트 드렸잖아요.”
“아니, 춤 실력 때문에 더 오리무중이 됐다니까요?”
“가왕께서 보여주신 개인기가 확실히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체를 알려주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아우! 얄미워.”
“저분이 사적으로 절 찾아와서 으슥한 곳에 데려가시더라고요. 멱살 잡으면서 가왕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가만 안 둘 거라고 협박했습니다. 끝까지 안 알려줬는데 정말 즐겁네요.”
와하하!!
MC과 투닥거리는 패널.
그러는 사이 투표 정산이 끝나 과연 도전자가 승리할지, 가왕이 승리할지 결과를 발표할 순간이 왔다.
하지만 방청객도, 패널도 심지어 당사자인 도전자와 나도 긴장하고 있지 않았다.
모두가 누가 승리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왕 흑마 탄 백발 왕자님이 4관왕에 오를 것이냐!! 쟁쟁한 가면싱어를 모두 물리치고 도전자 자격을 획득한 떡쟁이 호랑이가 새로운 가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냐!! 결과르을~!!!!! 발표합니다!!!! 승리자는 바로!!!!!!”
바로.
펑펑~!
“흑마 탄 백발 왕자님!!!! 가왕 흑마 탄 백발 왕자님이 4관왕에 오릅니다!!!! 스코어는 81대 19였습니다.”
와아아아아~!!
당연한 결과로 나의 승리였다.
이제 5관왕까지는 한 발짝밖에 남지 않았다.
? ? ?
[아이돌일지도 모른다! 흑마 탄 백발 왕자님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
[도대체 누구야? 솔솔 불어오는 흑마 탄 백발 왕자님의 정체! 아이돌일 확률도 있어….]
[우리 오빠 맞다니깐? 술렁이는 소년 그룹 팬들!]
[그건 프로의 몸놀림이었다. 4관왕에 오른 백발 왕자님, 놀라운 재능에 경악!]
[흑마 탄 백발 왕자님, 무대를 찢다!]
보통 촬영을 하면 2주에 걸쳐 방송이 된다.
그리고 가왕 무대가 나오는 건 두 번째 방영 때였기에 내가 촬영을 끝내고 3주가 지났을 때 드디어 내 무대가 방송을 탔다.
“찢었대! 대에바악!”
“이번 일로 형 이름이 점점 나오고 있어.”
“댄스 메들리 이 악물고 준비한 보람이 있는 듯.”
“캡틴걸 파워업은 진짜 대박이었지.”
“군무로 추면 더 멋있는데 그건 쫌 아쉽더라.”
“나중에 정체 밝혀졌을 때 우리끼리 찍어서 유티비에 올릴까?”
전담팀이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 매니저 누나가 요청했던 우리 그룹만의 유티비 채널이 만들어졌다.
그곳에 우리 멤버들의 소소하고 재밌는 모습을 촬영해서 올리고 있는데, 팬들 사이에서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오, 좋지.”
내가 연습할 때 도와주겠다면서 옆에서 참견을 많이 했기에 다들 춤을 어느 정도 외우고 있는 상태였다.
아마 본격적으로 외우기 시작하면 시간을 오래 들이지 않아도 괜찮게 나올 것이다.
유티비가 잘 되니 애들도 흥이 났는지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더욱이 유티비는 기존 우리의 팬들 뿐만 아니라 외국의 팬들에게 그룹을 알리기 좋은 수단이었다.
전담팀의 말에 따르면 요즘 외국인이 댓글을 다는 빈도수가 늘었다고.
‘유티비가 확실히 효과가 있어.’
유티비 채널을 개설한 것 때문에 바빠진 건 바로 나다.
애초에 채널을 개설한 이유도 나 때문이 아니겠는가?
시도 때도 없이 일거리를 가져와서 이거 찍어보자, 저거 찍어보자 하는 전담팀이었다.
다행이도 여태까지 내가 못하는 걸 가져와서 찍자고 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촬영을 할 때도 멤버들 1~2명씩 끼워넣어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불만을 표하는 녀석도 없었다.
“어? 형형! 이것 봐요.”
“뭔데?”
기우연이 호들갑을 떨면서 어떤 글 하나를 보여주었다.
[흑마 탄 백발 왕자님이 ‘진해솔’일 수밖에 없는 이유 (반박해봐라 머글들아!!!!)]
“오?”
“우리 팬이 적은 글인데 형이 노래 부를 때 행동 습관 같은 거 비교 사진도 올라와 있고, 체형비교도 있고, 목소리 비교도 있어요. 엄청 전문적으로 비교를 해놔서 그런지 아무도 반박을 못하고 있어요.”
“슬슬 내 정체가 밝혀지려나보네.”
“춤을 그렇게 잘 춰놨는데 못 알아보면 안 되는 거죠.”
“죽어도 아이돌 아니라고 빡빡 우기던 사람들 완전 조리돌림 당하고 있어요.”
아이돌을 무시하며 흑마 탄 백발 왕자님의 팬으로 싸우던 사람들 입장에선 지금과 같은 상황은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참 기분 묘하네.”
여전히 내가 아닐 거라고 아득바득 하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닌지라 절로 한숨이 나왔다.
‘5관왕 때 뭘 보여줘야 저 사람들이 인정을 하려나.’
얼떨결에 졸업을 앞두게 되었다.
마지막 무대이니 미련이 남지 않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얘들아. 마지막 노래는 뭘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아?”
“무조건 락이죠! 반응이 저렇게 좋은데 다른 거 부를 이유가 없잖아요!”
기우연은 잽싸게 락에 1표를 던졌다.
“하긴, 반응이 엄청 좋긴 했어.”
“마지막인데 또 락인 건 좀 심심하지 않아? 랩을 보여주는 건 어때?”
“!!”
“헉! 랩을?”
“대박, 아무도 상상 못할 것 같은데?”
하지만 곧 제키의 의견에 멤버들 모두의 의견이 쏠렸다.
내가 가면싱어 무대에서 랩을 보여줄 거란 생각은 아무도 못하지 않을까?
“해솔이 형, 랩 좀 하잖아.”
“그게 좀 하는 거냐? 박자를 가지고 노는데.”
“해솔이 형이 그 정도라고?”
“저 형 랩하는 거 들은 적 없어?”
“들어 본 적 있어. 근데 형이 그렇게 칭찬할 정도로 잘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해솔이 형 실력 쑥쑥 느는 거 알잖아.”
“하긴 그렇지. 저 재능 괴물!”
“…….”
멤버들이 부러움을 한 가득 담아 나를 노려봤다.
뜨끈뜨끈한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어떤 곡을 부를까 머릿속을 뒤졌다.
“Light 어때?”
“그 곡을 형이 할 수 있다고?”
참고로 Light는 부르기 엄청 힘든 난이도의 곡이다.
호흡할 수 있는 구간이 매우 짧고, 뱉어야 하는 가사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저걸 부르라고 했다는 건 나를 과하게 믿는 거거나 내가 저걸 연습하면서 애를 먹는 걸 보고 싶은 것 둘 중 하나였다.
“내가 아는 저 형 실력이면 충분히 가능해.”
“네가 날 잘못 본 것 같은데?”
“푸하하!!”
“아니, 형 할 수 있어! 왜 엄살이야?”
제키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으나 나는 두 팔을 들어올려 항복을 표했다.
우리는 다시 가면싱어에서 부를 노래를 상의하기 시작했다.
악동들이 사고치기 전 모여서 작당모의를 하듯이 말이다.
“각자 3일 후까지 곡 하나씩 뽑아오자.”
“그 전에 형 실력은 봐야 할 것 같은데. 실력을 알아야 곡을 고르지.”
“그건 맞지.”
“형!!! 노래 불러줘!!!”
“귀찮은데.”
“아이 쫌!! 5관왕이 눈앞에 있는데 지금 귀찮아 할 때야?”
멤버들의 호들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까 제키가 제안했던 Light를 불러줬다.
도서를 구매해서 읽은 게 아니었기에 썩 잘 불렀다 할 수 없는 노래였다.
하지만.
“오우쒸, 저게 되네.”
“가사를 좀 절긴 했지만, 가사지 보고 부른 거잖아. 제대로 익히지 않았는데도 저 수준인 거면 제대로 익혔을 때 대박일 것 같은데?”
“굳이 다른 노래 찾아야 되는 걸까여?”
멤버들은 그조차도 대박이라며 호들갑을 떨어댄다.
그리고 내 5관왕을 기대하는 건 멤버들뿐만이 아니었다.
“요즘 내가 전화 받느라 하루종일 바뻐.”
“전화요?”
“네가 진짜 가왕 맞냐는 전화야.”
“설마 말해주신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죠.”
매니저 누나가 요즘 굉장히 바빴다.
이유는 내가 가왕일 지도 모른다는 말이 솔솔 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화제를 잔뜩 모으고 있는 가왕.
만약 5관왕에 성공한다면?
“MBB에서 가면싱어 5관왕 이후에 프로그램 하나 출연해달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가면싱어 때문에 여긴 무조건 나가줘야 할 것 같아.”
당연히 그 화제가 유지 될 때, 다른 프로그램에서 그 유명세 효과 덕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가면싱어를 방영하고 있는 MBB가 다른 곳에서 침을 바르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아무래도 가면싱어의 정체를 알고 있기에 섭외를 하는데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