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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164화 (164/849)

〈 164화 〉 #22. 가면싱어 5관왕? (9)

* * *

남정화는 이사를 갈 집을 구경하기 위해 외출을 했다.

가뜩이나 애지중지하며 키우고 있는 태양이다.

생후 3개월 전까지는 외출을 권장하지 않아서 주아에게 태양이를 잠시 맡기고 남정화 혼자서 외출을 했다.

“정말 여기라고?”

이런 고급스러운 아파트는 처음 본 남정화는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했다.

쉬이 믿을 수가 없어 그녀는 주소를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그녀가 아파트 근처에 서 있자 의심이 들었는지 경비원이 나타나선 그녀에게 용건을 물어왔다.

“아…! 일행을 기다리고 있어요.”

“기다리고 계신 분 성함은요?”

“…그것까지 말해야 하나요?”

아무리 고급 아파트라지만 그냥 서 있는 것뿐인데 저렇게 의심 가득하게 바라볼 것까진 없지 않은가?

“보안을 위해 협조해주셨으면 합니다.”

“정화씨?”

경비원의 요구에 난감해져 작게 한숨을 쉰 순간, 반가워서 저도 모르게 미소 짓게 만드는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솔아!”

“무슨 일이시죠?”

정화씨와 아파트를 보러 가기 위해 약속을 잡고,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정화씨가 어떤 여자와 대화를 나누며 난감해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이쪽 여성분께 보안을 위해 협조를 부탁드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아~ 이해는 했습니다. 603호로 이사 오기로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미리 말을 전달해놨다고 들었습니다. 이사 오기 전에 집을 미리 봐두려고요.”

경비실이라는 이름 때문에 오해할 수 있는데,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은 젊은 여성이었다.

이 세계의 경비원이 특이한 게 아니라 이 아파트 단지가 그만큼 보안에 신경을 쓴다는 뜻이었다.

“카드를 보여주시겠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실비아에게 미리 전달 받아 갖고 있던 출입 카드를 꺼내서 주니, 경비원이 어떤 기계에 찍어서 확인을 했다.

띡­ 띡­

“구성원은 총 4명이시군요.”

자주 들리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가족 구성원에 나를 올려둔 상태였다.

나와 정화씨, 주아 누나, 태양이까지 합해 네 가족이 된 것이다.

“등록하려고 하는데 가족 분들 성함 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진해솔 남정화 진주아 진태양입니다.”

“등록 됐습니다. 다음에 출입할 땐 이 카드로 저기에 찍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이 카드는 타인에게 양도해선 안 되고, 분실시에 경비실로 문의 주시면 다시 발급해드릴 겁니다. 특히 지인에게 빌려주지 마십시오. 지인이 방문하기 전에 경비실에 말씀해주시면 편하게 출입 가능하십니다.”

경비원은 주르륵 출입에 관련 된 주의 사항을 알려주었다.

“보안을 위해 이 아파트로 이사 오신 걸 겁니다. 절차에 따라주지 않으면 보안에 구멍이 뚫리게 되고, 결국 본인에게 손해로 돌아갑니다.”

“네, 주의 할게요. 절차가 좀 복잡해도 따라야죠. 오히려 확실하게 검사를 해주시니까 마음이 놓이네요.”

“이해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수고하세요.”

“예. 수고하십시오.”

정화씨와 함께 드디어 보안을 지나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왔다.

“깜짝 놀랐어. 갑자기 와서 여기 왜 서 있냐고 물어봤거든.”

“정말 보안이 철저하긴 한가 봐요.”

“응, 저렇게 까다롭게 관리를 하는 걸 보니까 마음이 확 놓이는 것 같아. 근데 정말 여기가 맞는 거니?”

“네, 맞아요. 왜요?”

“너무 비싼 곳인 것 같아서. 우리가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 만큼 형편이 넉넉한 게 아닌데….”

아무래도 이 집은 태양이 안전을 위해서 마련 된 집이었기에 부담스러워도 거부를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고급스러운 아파트이긴 하다.

“이런 고급 아파트에 정말 돈 한 푼 안 내고 들어가는 건 너무 실례인 것 같아. 집 전세금 빠진 거랑 그동안 좀 모아 둔 게 있거든? 그거 합쳐서 전세금 조금이라도 드리는 게 어떨까?”

“그런 쪽 문제는 제가 이미 다 얘기 끝내놓은 상태에요. 전세금을 주겠다느니 뭐니 복잡하게 일 만드는 게 더 실례일 겁니다. 그 사람한텐 시간이 돈이거든요.”

이렇게 단호하게 나가지 않고서는 정화씨가 미련을 떨쳐내지 못할 것 같았기에 단호하게 괜찮다고 말했다.

“얼굴도 모르는 분한테 너무 과분한 걸 받아서 마음에 걸려.”

“제가 섭섭하지 않게 잘 보상해드릴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누리세요. 제 아들이면 이 정도는 누려도 됩니다. 그렇게 소심하게 서 계시지 말고 저쪽 한 번 같이 가봐요. 저기가 단지내에 있다는 산책로인가 봐요.”

정화씨의 손을 잡아끌어 산책로를 향해 움직였다.

집도 중요하지만 주변 시설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무척 중요했다.

애기들이 놀라고 만들어놓은 시설물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아기용 시소, 아기용 그네 같은 놀이기구들이 있는 곳 바닥에는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푹신푹신한 소재의 무언가로 깔끔하게 마감이 되어 있었다.

“태양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 여기 데려와서 놀면 되겠어요.”

“저기 장난감 흑마도 있는데?”

“네?”

“태양이가 흑마 타면 백발 왕자님이 되는 건가?”

“설마 아세요?”

정화씨가 ‘가면싱어’에서 내가 나온 것을 눈치 채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설마 네 목소리를 몰라봤을까봐? 노래를 들은 순간 눈치 챘어. 아~ 저 사람 해솔이구나 하고 말이야.”

“처음 나왔을 때부터요?”

“응.”

“신기하네요. 대부분 모르던데.”

“주아도 알아보던 걸? 심지어 태양이도 아빠라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었어. 귀도 쫑긋거리고.”

“정말요?”

태양이 얘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헤벌쭉하게 웃어버리곤 한다.

세상 모든 행복을 다 담고 있는 게 우리 태양이다.

그녀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면서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고 있는 아기 엄마가 보였다.

그녀는 한껏 호의가 가득 담긴 얼굴로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분인 것 같은데.”

“이번에 이 아파트로 이사오게 됐어요.”

“어머, 반가워요. 신혼 부부신가보다.”

“!!”

정화씨가 아기 엄마의 말에 화들짝 놀라 변명하려는 것 같아 그녀의 팔을 잡아 막았다.

그 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돌렸다.

“애기가 정말 귀엽네요. 저희가 이쪽으로 이사 온 게 아이를 낳아서거든요. 여기 보안이 굉장히 좋다고 들어서요.”

“어머, 잘 찾아오셨어요. 이곳만큼은 정말 믿고 마음 놓으셔도 될 거에요. 보안이 정말 잘 되어 있어요. 대신 관리비가 좀 세긴 하지만요. 호호호!”

관리비 안에 보안 경비를 고용하는 비용이 첨부 되어 있어서 관리비가 제법 나온단다.

내가 아기 엄마에게 관심을 보인 이유는 그녀의 유모차에 태워진 아이가 남자아이기 때문이었다.

“남자 아이네요.”

“네. 정말 예쁘죠?”

“사실 저희 아이도 남자 아이에요.”

“어멋! 세상에, 어쩜 이런 우연이 다 있대요? 너무 잘 됐다.”

아기 엄마는 내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박수를 짝짝 치면서 이어서 말했다.

“우리 모임에 들어와요. 요기 아파트 단지에 남아 키우는 엄마 아빠 모임이 있거든요. 서로 노하우 공유하고, 옷 같은 것도 물려주고 그래요. 애들은 엄청 빨리 커서 옷을 한 번 사도 오래 못 입히잖아요.”

“모임에 사람이 많은가요?”

“여기 단지가 몇 개인데, 적으려고요. 30쌍 정도 돼요.”

남자 아이가 안 태어나서 큰일이라던데 30쌍이나?

아무래도 남자 아이를 낳은 부모들 대부분이 이 아파트에 모여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 아파트 주민인 아기 엄마를 잘 만나 어렵지 않게 아파트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살피는 것보다 실제로 거주하며 생활하는 사람에게 생생한 얘기를 듣는 게 훨씬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수다를 내가 다 받아주는 건 어려웠고, 초반 잠깐 이후로는 모두 정화씨가 나서서 아기 엄마의 수다를 받아주었다.

“유치원 문제 심각하죠. 특히 남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인지 확신이 안 들잖아요. 아이 납치당하는 거 정말 한 순간이거든요. 잠깐 방심하는 순간에 생기는 끔찍한 범죄죠. 사실 제가 여기로 이사한 것도 유치원 때문이 커요.”

아기 엄마도 남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학교 문제를 결정하는 게 어려웠던 모양이다.

“모임에서도 보낼 거라는 부부 반 안 보낼 거라는 부부 반이에요. 근데 막상 닥치면 절대 안 보내겠다고 했던 부부도 마음을 바꾸고 그러더라고요.”

흐애애앵­!!

그때, 엄마의 수다에 애기도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는지 울음을 터트렸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아기 엄마가 호호호 웃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우리 제니 밥 먹이러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얘기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이사 오면 꼭 연락해요!”

발랄한 인사를 뒤로 하고 아기 엄마가 사라졌다.

끝도 없이 수다를 떨던 사람이 사라지니 순간 우리들 사이에서 정적이 맴돌았다.

“…….”

“…….”

“엄청난 수다였어요. 그렇죠?”

“후후, 그러게나 말이야. 재밌는 아이인 것 같아. 조금 말이 많은 편이라는 게 걸리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수다를 떨어본 것 같다는 정화씨.

의외로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는다.

“이제 집으로 가봐요. 너무 오래 공원에 있었네요.”

“응, 이러다가 날 지겠어.”

부지런히 움직여서 우리가 살 집이 있는 603호로 향했다.

“!!!”

그리고 정화씨는 집을 보고나서 입을 쩍 벌린 채 다물지를 못했다.

솔직히 나라고 안 놀랜 건 아니었다.

‘얘는 도대체 얼마짜릴 구해다 준 거야?’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보안 좋은 집.

한 두 푼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더군다나 실비아가 손을 써놓은 것인지 가구가 채워져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이 가구들은 또 뭐야?”

“어…그냥 편하게 쓰시면 될 거에요.”

그래서 그때 집에 가면 선물이 있을 거라는 말을 했던 건가?

“가구들이 하나 같이 고급스러워. 우리 집에 있는 가구들이랑은 비교도 안 돼.”

“집에 가면 선물이 있을 거라고 했거든요. 그게 아무래도 이 가구들인 것 같아요.”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정화씨의 표정이 복잡해 보인다.

새 가구를 선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 예상과 다른 반응에 덩달아 기분이 가라앉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괜히 잘못한 것 같이 찔리기까지 했다.

“가구 선물 받은 게 그렇게 부담스러우세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근사한 선물을 아무 이유 없이 해줄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 말이야. 혹시 그 사람이랑 만나는 사이인 거니?”

“…….”

여기서 만난다는 건 단순히 친구 만나듯이 자주 보냐는 질문은 아닐 것이다.

“사귀냐는 거죠?”

“그렇지 않고서야 여자가 이 정도 돈을 턱턱 낼 리가 없으니까.”

남자의 여자관계를 묻는 건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관계에서 우의를 차지하는 건 남자였으니까.

“질투하려는 건 아니야. 네가 다른 여자를 만드는 거에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어? 딸 남자를 유혹한 년이 난데. 그냥 네가 걱정 돼서 그래. 재력 있는 여자들이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상상 이상이거든.”

나는 잠시 어떻게 얘기를 할지 고민했다.

솔직하게 털어놓기엔 숨겨야 할 정보들이 많았다.

하지만 적당히 꾸며서 털어놓은 것 정도는 괜찮을 듯했다.

“재력 있는 여자인 건 맞아요.”

“하아, 역시 그렇구나.”

“저한테 접근하고 있는 것도 맞지만 제가 그 사람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어쩌다 얽히게 됐고, 좋은 관계가 돼서 도움을 받았지만 정화씨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에요. 그렇게 경우 없는 사람이 아니에요.”

“전 남편한테도 재력 있는 여자가 접근해서 휘둘렀던 적이 있어. 평범했던 사람이 갑자기 변하더라. 전 남편의 경우엔 결과가 좋지 않았어. 씀씀이가 커질 때로 커졌는데, 그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가버렸거든. 좀처럼 예전으로 돌아오질 못하더라.”

좋지 않은 기억을 건드린 건가?

나는 정화씨의 손을 꼬옥 힘주어 잡았다.

더불어 그녀의 삶에 전 남편이 차지하는 기억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질투심이 치솟았다.

정작 정화씨 얼굴에는 질투심이 없었는데 말이다.

“저쪽 방도 구경해보죠.”

그녀를 이끌고 방문을 전부 열어서 확인했다.

벌컥!

벌컥!

벌컥!

‘여기다!’

짓궂은 색무세 녀석 다운 연출이 들어간 방을 드디어 발견했다.

단순히 가구가 실비아의 선물일 리 없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비주얼로 만들어진 방이 드러난 것이다.

“꺅! 이게 뭐야?”

정화씨가 새빨간 방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커다란 침대, 붉은색과 금색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침대보와 이불.

그리고 그 주변에는 한껏 분위기를 낸 붉은실의 장신구들이 달랑달랑 달려 있었다.

조명은 영롱한 보라 빛깔이었고, 서랍 위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콘돔이 빼곡하게 바구니 안에 가득 들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벽선반에는 채찍과 각종 성인 도구들이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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