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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172화 (172/849)

〈 172화 〉 #23. 스케줄스케줄스케줄 (6)

* * *

「버스킹? 버스킹!」의 오프닝은 해외에 도착하고 시작을 한다.

제작진과 합류하는 시기도 공항에서였기에 우리는 공항 바깥으로 나가 제작진과 합류를 해야 했다.

꺄아아아악­!!!!!!!!!

에어!!!플레인!!!!아이시떼루!!!!!!!

“우와, 소리 봐. 여기까지 다 들려.”

“미쳤다. 우리 이 정도였어?”

“이게 공항 플렉스인가!”

“지금 저 소리가 전부 우리 팬 맞아요? 다른 유명인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고요?”

그런데 우리는 곧장 제작진과 합류할 수가 없었다.

해외 팬들이 공항에 나와 우리를 맞이해주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해외에 팬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지라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활동을 안 했으니 당연히 우릴 아는 사람이 적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가려면 고생 좀 하겠는데?”

엄청난 인파였다.

인원이 적은 것도 아니기에 저 인파를 뚫고 나가려면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터.

때 아닌 난리에 공항에서 보안요원들을 파견해주지 않았다면 빠져나갈 준비조차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작진이랑 합류하는 건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공항에선 무리인 것 같아서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어.”

변경 된 촬영 장소에 가기 위해 공항에 모인 인파를 뚫고 호텔로 가는데 들인 시간은 무려 3시간.

「버스킹? 버스킹!」 제작진도 그렇고 우리도 모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호텔에서 제작진과 합류했을 때, 우리들은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괜찮아요, 일부러 늦은 것도 아니고 팬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늦은 건데. 다들 이해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좋은 그림 찍기도 했고요. 근데 이대로 촬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문제가 생긴 건가요?”

“생각보다 에어플레인 인지도가 장난이 아닌 것 같아서요. 버스킹을 한다고 하면 팬들이 엄청 몰려들 것 같아서요.”

“아!”

“SNS에 홍보도 좀 하고 그러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홍보 과정도 프로그램의 한 부분인데 그 부분이 싹 날아갔으니 곤란한 겁니다.”

공항에서부터 호텔까지 따라 온 팬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SNS에 버스킹 홍보를 한다?

‘방송 망치는 지름길이지.’

홍보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매니저님, 에어플레인이 원래 이 나라에 팬이 많았습니까?”

“얘네들 팬카페도 겨우 만들어질 정도로 인지도가 없었습니다. 근래에 바짝 커진 것 같긴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소속사도 모르는 인기.

도깨비도 아니고 도대체 어디서 나온 팬들인지 모르겠다.

그때, 스탭 작가가 입을 열였다.

“아마 가면싱어 때문일 거에요. 윈푸오에서 가면싱어가 엄청나게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이거든요. 오죽하면 가면싱어 판권을 샀겠어요. 아직 방영 시작은 안 했는데, 몇 달 뒤에 한다고 들었거든요.”

“아~ 그럼?”

“갑자기 인기가 많아진 게 가면싱어에서 나온 해솔씨 때문이었던 거죠.”

“가면싱어면 이해가 되지.”

우리나라에서도 가면싱어 때문에 얼마나 난리가 났던가?

흑마 탄 백발 왕자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초반에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서 더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란 궁금한 게 풀리지 않으면 답답해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제 어떡하죠? 그래도 찍긴 해야 하잖아요.”

“방법을 찾아봐야죠. 마스크를 쓰고 버스킹을 하든, 가면을 쓰고 버스킹을 하든.”

피디님의 말에 작가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사람이니 그럴 수밖에.

호텔 안으로 들이닥치려고 하는 팬들 때문에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객실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아이고~ 괜찮아요, 괜찮아. 그럴 수 있지.”

“부럽다, 부러워. 나는 평생 가도 못 얻을 인기잖아.”

가수로 우리들이 섭외 되었기에 다른 출연진들은 대부분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버스킹? 버스킹!은 가수 2~3명과 연주자들을 데리고 방송을 하기에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얘기를 들어 보니 나를 섭외하려다가 매니저 누나가 마법을 부려 우리 멤버들 전체가 다 출연할 수 있게 만들었단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함으로 당분간 자리를 비워야 할 국내의 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가수가 아닌 연주자들이라서 그런지 우리들을 견제하기보단 연예인을 본 일반인들처럼 호기심 어린 시선을 한 채 우릴 대했다.

더욱이 연주자분들의 나이대가 대부분 40대라서 어린아이인 우리들에게 험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제작진과 출연진 분들의 기꺼운 이해 덕분에 우리는 호텔에서 늦은 밥을 해결할 수 있었다.

“와~ 맛있다.”

이 나라는 섬나라답게 해물요리가 굉장히 많이 발전해 있었는데, 덕분에 호텔 레스토랑에서 제공해주는 해산물 요리가 굉장히 맛있었다.

일단 해산물 자체가 워낙 신선하고 맛이 좋아서 어떻게 요리를 해도 절반 이상은 먹어주고 들어갔던 것이다.

“징짜 마시써여!!”

음식을 입 안에 한가득 집어넣고 씹으면서 기우연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다이어트 걱정하지 말고 일단 먹으라는 말에 신나게 먹기 시작한 우리들.

배가 슬슬 차기 시작하자 촬영에 대한 걱정이 슬그머니 머리를 들고 일어났다.

“누나, 제작진 쪽에서 연락 없었어요?”

“어~ 회의가 길어지네.”

“바깥은 좀 어때요?”

우리들이 밥을 먹는 동안 누나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식당을 들락날락 거렸다.

진득하니 앉아서 그냥 먹으라는데도 알겠다고 대답만 하고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다행이 호텔에서 철저하게 막아줘서 대부분 돌아가긴 했는데, 끈질기게 숙박까지 해서라도 호텔 안에 들어 온 팬들이 몇 명 있는 것 같아. 저기 너희들 왼쪽에 앉아 있는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너희들 팬인 것 같아. 아까부터 몰래 찍고 있어.”

“헉!”

“쳐다보지는 말고! 사진 촬영 각 주지 마라.”

“왜 말 안 해줬어요? 우린 그런 것도 모르고 막 먹었는데!”

“예쁜 사진 건지지 않게 하려고 그랬지. 저런 애들이 사진 찍어서 서로 공유하기만 하겠냐? 팔아먹지.”

“아~! 그런 깊은 뜻이?”

“그러니까 저쪽으로 시선 한 자락도 주지 마. 알겠지?”

“네!”

매니저 누나는 예상치 못한 우리들의 인기에 본래의 계획이 많이 달라지게 될 거라고 말했다.

“미니 콘서트도 못 할 것 같아. 100명만 받는다고 하면 아마 항의 전화로 난리가 날 걸?”

오늘 공항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도 100명은 훌쩍 넘을 거다.

그런데 콘서트를 100명만 받는다?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매니저 누나의 말에 멤버들과 나는 기대감이 서렸다.

“그럼 우리 콘서트 더 크게 해요?”

“응. 지금 다른 곳 대관할 수 있을지 회사에서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우와앗!!!”

“아싸!”

“오예!”

다들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근데 미니 콘서트가 아닌 거면 제대로 된 콘서트를 하겠다는 건데, 국내 팬들이 서운해 하지 않을까요? 우리 국내에서 콘서트 아직 안 해봤잖아요.”

“어?”

“헉! 진짜 그럴 것 같은데요?!”

“아씨, 그게 또 있었네. 젠장! 생각 못했어. 큰일 날 뻔했다.”

첫 콘서트는 국내 팬들과 함께 해야 한다.

해외에서 의미가 깊은 첫 콘서트를 했다간 국내 팬들이 쌩난리를 칠 거다.

“콘서트라는 말을 쓰지 말고, 팬미팅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그것도 결국 100명 언저리잖아. 적어도 3천 명은 불러도 될 것 같아서 좋아하고 있었는데….”

“사, 삼천 명이요?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너희들 그 정도 급은 된다, 이제.”

“눈 가리고 아웅이긴 한데, 콘서트라는 단어를 쓰지 말고 팬미팅으로 하고 공연장을 대관해서 콘서트처럼 꾸미는 건 어때요?”

“인원은 3천 명으로 하고?”

“그렇죠. 저희들 팬미팅은 여러 번 했었잖아요. 그러니까 팬미팅이라고 하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걸요.”

일명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작전이다.

콘서트가 분명하지만, 어쨌든 이름은 팬미팅인 거다.

“…안 된다고 하기엔 지금 상황에서 뾰족한 수가 딱히 없네. 의견은 내줘서 고맙다. 방법을 좀 더 찾아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네가 말한 걸로 할게.”

“네.”

매니저 누나가 멤버 대부분 밥을 다 먹은 것 같아 보이자 말했다.

“다 먹은 거지? 그럼 촬영장에 합류하자.”

“네에~”

“촬영은 어떻게 하기로 했대요?”

“나도 가서 들어봐야 해.”

제작진이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와, 호텔에 이런 곳이 있네요.”

“급하게 빌렸습니다.”

제작진과 카메라 장비들이 모두 들어가도 넉넉하게 남을 정도로 공간이 큰 공간.

호텔에서 쓰지 않는 연회실을 빌려준 모양이었다.

“회의 결과 번화가에서 버스킹을 하는 건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기로 했어요.”

“특별한 장소요?”

“시골입니다.”

“아~!”

아무래도 시골에는 사람이 얼마 없을뿐더러 우리들을 아는 사람도 극소수일 것이다.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아마 대부분 연령대가 50대 이상이 될 겁니다. 여러분들에게 부탁할 건 노래 선곡을 연령대가 높은 층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대중성 높은 곡을 준비해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아…그럼 저희 노래는 못하는 건가요?”

제키가 아쉬움을 드러내며 물었다.

이 나라에 온 목적이 무엇인가?

그룹을 알리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 정작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우리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고 하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아뇨, 그런 말은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하셔야죠. 다만 다른 곡을 높은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곡으로 해주시길 바란다는 거였습니다.”

“그럼 안심이네요. 마침 저희가 이 나라에서 유명한 명곡들을 준비해놨거든요. 그걸 부르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습니까? 잘 됐네요! 노래 선곡 회의하는 거 촬영 좀 하겠습니다. 출연진 분들 모여주세요!!”

피디님이 제키의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재빨리 촬영 각을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첫 촬영이 시작 된 것이다.

???

“꺄아아~! 이게 얼마만이야!”

에어플레인의 팬은 TV에 앉아 두근대는 심장을 억누르며 광고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1분 1초도 놓칠 수 없는 프로그램이 곧 시작하기 때문이다.

에어플레인이 해외에 진출한지 두 달째.

현재 에어플레인은 성공적으로 윈푸오에서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자오로 넘어가 그룹 이름을 널리 알리는데 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언제쯤 해외 활동을 끝내고 국내로 돌아올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국내 팬들.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희소식이 들렸다.

「버스킹? 버스킹!」에 에어플레인이 출연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들을 그리워하며 이미 소비 된 컨텐츠를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있었던 그녀에겐 정말 꿈 같은 소식이었다.

‘하악, 하악! 미칠 것 같애!’

성공적으로 해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기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리움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갔는데, 버스킹? 버스킹! 덕분에 그리움을 달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대감에 난리가 난 소녀팬의 심장과 마찬가지로, 에어플레인 팬질 단톡방도 난리가 나 있었다.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서 함께 봤다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어서 참 안타까웠다.

안타깝게도 소녀는 미성년자였고, 버스킹? 버스킹!의 방영시간은 저녁 10시였으므로 오프라인으로 만나 함께 방송을 보는 건 불가능했다.

‘같이 봤으면 이 기쁨을 공유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기다리길 몇 분.

드디어 광고가 끝나고 잠시 암흑으로 바뀌었다가 익숙한 로고가 화면에 뜬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리던 버스킹? 버스킹!이 드디어 시작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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