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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173화 (173/849)

〈 173화 〉 #23. 스케줄스케줄스케줄 (7)

* * *

첫 장면은 공항이었다.

그것도 사람이 아주 많은 공항!

놀랍게도 공항에 모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 에어플레인이었다.

경악하는 제작진들의 호들갑스러운 자막과 함께 입국을 환영하는 소녀 팬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이곳저곳에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기에 그들의 목적이 에어플레인을 환영하는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공항 인파를 쭉 보여주었던 화면이 바뀌고, 출연진 개인 인터뷰가 나왔다.

­공항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당연히 깜짝 놀랐죠. 이 사람들이 다 그 친구들 보러 온 팬들이라고? 하는 감탄 밖에 안 나오더군요. 그때 당시에는 그 친구들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요. 그냥 인기 많은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이라고만 알았죠.”

“실력이 아주 좋다고 들었습니다.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5관왕에 성공한 가왕이 있는 그룹이라고요.”

­공항에서 팬들이 몰려온 걸 보며 어땠는지.

남은규 : 깜짝 놀랐어요. 저희 팬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거든요.

강경태 : 정말 감사했어요. 좀 감격스럽기도 하고요.

진해솔 : 과분한 사랑을 받을 만큼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았거든요. 거기다가 아무래도 저희는 외국 가수잖아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에어플레인과 처음으로 만났을 때 인상은 어땠는지

“만났을 땐 그 친구들이 어떤 친구들인지 알아 본 뒤였어요. 공항 인파를 보고 핸드폰으로 그 친구들을 검색해봤죠.”

“사진으로 봤을 때 잘 생겼단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엄청나더라고요. 특히 해솔군이 대단하더군요.”

“그 친구가 잘 생긴 걸로도 유명하다면서요? 카메라가 실물을 다 못 담았더라고요.”

“반짝반짝 빛나던데요? 어휴~ 내가 한 20살만 젊었어도…하하, 농담입니다.”

­출연진과 처음으로 만났을 때 인상은 어땠는지.

강준 : 워낙 그분들 명성을 많이 들어서 신기했어요. 사인 받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낯을 가리느라 못 받았고, 촬영 끝났을 때 슬쩍 몰래 가서 사인 받고 왔죠. 사진도 찍었어요.

제키 : 음악 하는 사람들한테 그분들은 쉽게 다가가기 힘든 분이거든요. 촬영하면서 그분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기우연 : 그분들 번호 다 땄어요! 형님이라고 부르기로 했고요! 사실 선배님들이 저희 엄마랑 동년배시더거든요. 그래서 애교를 많이 부렸던 것 같아요. 엄마 생각나서.

­호흡을 맞춰봤는데 서로 잘 맞았는지.

“어린 친구들이라고 절대 무시하면 안 될 것 같더군요. 실력이 대단했습니다.”

“어쩜 그렇게 다들 잘 하는지! 너무 기특하더라고요.”

“아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줘서 회의하는데 편했던 것 같습니다. 회의하는 내내 아무런 말도 안 하다가 속으로 꽁해있고 그런 스타일 불편해서 싫거든요. 그 친구들은 다들 시원시원한 게 대화 나누는 게 아주 편했습니다.”

­출연진들과의 호흡은?

진해솔 : 처음에는 많이 눈치가 보였어요. 실수하면 어떡하지? 실망시키면 안 되는데…. 저희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높으시더라고요.

기우연 : 저희가 긴장하고 있는 걸 아셨나 봐요! 굉장히 친절하게 긴장을 풀어주셔서 문제없이 맞출 수 있었어요.

제키 : 계속 같이 해왔던 것 같이 호흡이 잘 맞았어요. 선배님들이 저희를 배려해주신 덕분이죠.

­버스킹 무대를 끝낸 소감은?

남은규 : 잊을 수 없는 무대를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강경태 : 정말 즐거웠어요. 예상치 못한 사건 때문에 일정이 바뀌긴 했는데, 그 사건이 오히려 저희한테 좋은 경험을 선물해준 것 같았습니다.

화면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진다.

[팬들이 몰릴 수 있어 안전상의 문제로 번화가 버스킹이 불가능한 상황!]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떡하죠?”

“버스킹 할 나라를 바꿀 순 없으니까 장소를 바꿔야죠.”

[두둥!]

[장소 변경 결정!]

“네? 거길 가서 버스킹을 하라고요? 거기 시골 아닙니까?”

[장소를 전달 받고 경악하는 출연진들!]

음머어~!

소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초록초록한 시골의 전경이 비춰지고.

그 시골의 흙바닥에 내려선 버스킹 맴버들!

“…….”

“…….”

출연진들 얼굴이 좋지 않았다.

그들 모두 사기라도 당한 것 마냥 어안이 벙벙했다.

“흐아아암~”

잠에서 덜 깬 출연진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어우, 지금 몇 시에요?”

“9시야.”

“헐, 4시간이나 걸린 거에요?!”

이곳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만 해도 4시간!

인적이 드물어 도저히 버스킹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장소였다.

“우리나라 시골 모습이랑 비슷하네.”

“여기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제가 착각을 한 건가요?”

­착각 아닙니다. 이 마을은 인구가 8만에 불과한 시골 마을입니다. 고령화로 인구 1/3이 60세 이상인 지역이죠.

“8만? 적은 거에요? 인구수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적은 거 맞아요. 더군다나 고령화 되어 있다고 했잖아요. 인구가 늘어날 일이 없다는 뜻인 거죠.”

­맞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곧 마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거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 마을을 관광 도시로 만들기 위해 호텔을 많이 지었다고 합니다. 자연 경관이 좋아서 볼거리들도 은근히 많고요.

“저쪽 건물들이 정부에서 지었다는 호텔인가보네요. 멀리서도 보여요.”

“근데 말씀하신 것만큼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진 않은데요?”

­잘 지적하셨습니다. 호텔은 거의 다 지어졌는데 홍보가 제대로 안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희가 이곳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버스킹을 하고, 또 홍보를 도와드릴 생각입니다.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그 짧은 시간에 이런 계획을 짠 게 대단해 보일 지경이다.

“일단 오늘은 호텔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버스킹을 시작해보죠.”

늦은 시간이었기에 당장 버스킹을 하는 건 무리였고, 다시 차에 올라타 호텔로 이동한다.

다음날.

첫 번째 버스킹 장소를 제작진이 알려주었다.

“네? 마을회관이요?”

­지금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 여러분들의 버스킹을 보기 위해 모이고 계십니다.

“마을회관이 어디에 있는데요?”

­위치는 적어 드리겠습니다.

[마을회관에 도착한 출연진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개발 된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시골 전경이 드러난다.

마을회관이 위치한 곳은 당연히 시골 마을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마을회관을 향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와.”

“외국에도 시골이 있구나.”

“이 나라 시골은 이런 느낌이네.”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공기가 정말 좋아요.”

“…근데 저분들이 우리들 노래를 재밌게 들어주실까요?”

“생각보다 연령대가 너무 높은데.”

“노래 리스트를 좀 바꾸는 게 좋겠죠?”

출연진들이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한편, 음악하는 외국 청년들이 마을에 왔다는 소식에 기웃거리는 어르신들.

그런 어르신들에게 카메라가 향한다.

“오늘 마을회관에서 청년들이 노래 불러준대서 왔어요.”

“거 보니까 예쁜 청년들이 모여 있드라고.”

“외국인이라던데 맞아요?”

“증말? 외국 노래는 내가 잘 모르는데! 어쩌누?”

외국 청년들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외국 노래에 관심이 없는 어르신들.

에어플레인 멤버들의 굳어진 얼굴이 나온다.

“마을 어르신들이 해외 노래에 대해 아는 게 없으시다고요?”

“아….”

우울해진 에어플레인.

하지만 출연진들이 그런 에어플레인에게 어림없다는 듯 항의한다.

“애들한테 왜 겁을 줘요? 너희들도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마.”

“분위기 안 좋으면 어쩌죠?”

“연습실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줬으면서 진짜 자신없어?”

“야야, 딱 보면 몰라? 내숭 부리는 거잖아.”

“아~ 그런가?”

“우리 앞에서 거만하게 굴 수 없으니까 내숭 부리는 거야. 대충 보면 알잖아.”

잔뜩 걱정하는 에어플레인과는 정반대로 출연진들은 여유만만이다.

그도 그럴 게 출연진들이 직접 들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에어플레인 멤버들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었다.

몇 시간 전, 급하게 제작진에서 마련해준 연습실 안.

“와, 너희 뭐야?”

6명이 함께 부른 노래가 끝이 나고.

출연진들 모두가 경악하며 에어플레인 멤버들을 묘하게 바라봤다.

“괜찮았어요?”

“괜찮다 뿐이겠어? 와~ 요즘 애들 무섭다.”

“이게 바로 요즘 대세의 실력인가?”

“너희들 왜 이렇게 잘해?”

“해솔이가 5관왕한 가왕인 거지? 얘네들 전부 다 가왕인 게 아니고.”

출연진들에게서 쏟아지는 칭찬에 에어플레인 멤버들이 수줍게 몸을 베베 꼰다.

그들이 보여준 환상적인 무대에 출연진뿐만 아니라 제작진들 사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엄지가 나왔다.

음악 하나로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는 제작진이다.

이 프로그램은 100% 라이브로 이루어지기에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출연 자체를 꺼려하고, 제작진 쪽에서 컨택하지도 않는다.

“호들갑 떨기 뭐한데 참 안 할 수가 없네.”

“제작진이 괜히 얘네를 섭외했겠어요? 다 실력이 되니까 부른 거지.”

애초에 프로그램 모토가 인지도에 의존하지 않고 노래 실력으로 승부 보는 버스킹이다.

국내 최정상 가수들을 섭외해놓고 왜 굳이 해외로 나가 버스킹을 하겠나.

해외에서는 최정상 가수들도 인지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인지도가 없는 나라에서 오로지 실력만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를 가진 프로그램인 것이다.

거기에 더해 약간의 국뽕 연출이 조미료처럼 들어가는 것.

‘버스킹? 버스킹!’이 입소문을 타고 높은 시청률을 유지시킬 수 있었던 이유다.

현재로 다시 돌아온 화면.

­이제 마을회관으로 가시면 마을 어르신들이 그곳에 전부 모여 계실 겁니다. 여러분들의 버스킹 무대를 봐주시기 위해서요.

마을회관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관광객이 아닌 순수 이 마을의 주민들이었다.

“다들 준비 됐지?”

“““네!!”””

출연진 모두가 버스킹을 위해 마련 된 장소로 움직인다.

마을회관에 정상적인 무대가 있을 리 만무한 일.

어차피 버스킹이라는 게 길바닥에서 하는 것이기에 문제는 없었다.

이 나라 말을 배운 강경태가 마이크를 들어 마을 어르신들에게 에어플레인 멤버들과 출연진의 이름을 간단히 소개했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오늘 여러분들에게 노래를 불러드리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부디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며 인사를 끝낸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의 공연이 시작 된다.

? ? ?

“다들 ‘버스킹? 버스킹!’ 어제 방송 된 거 알아?”

“그게 어제 방송했어?”

“반응은 어때요?”

“되게 열심히 찍었던 것 같은데.”

“그 마을 다시 가고 싶다!! 어르신들이 음식 해주신 거 되게 맛있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새 버스킹? 버스킹! 촬영이 끝난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현재자오(중국)에서 활동하는 중이었다.

땅도 넓고 인구수도 어마어마한지라 팬미팅을 가장한 콘서트를 여러 번 하고 있는 중인데도 부족하다며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할 때마다 그 티켓들이 다 팔린다는 게 참 신기해.'

팬미팅을 가장하고 있지만 엄연히 콘서트였기에 우리들은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었다.

콘서트가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말이다.

물론 팬미팅만 주구장창한 건 아니다.

자오의 여러 방송국에 섭외 되어 얼굴을 알렸다.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체력이 쭉쭉 빠져나갔고, 덕분에 멤버들은 식단 관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생 최저 몸무게를 기록하는 중이었다.

초반에는 체력주머니를 이용해서 어떻게든 버텼는데, 지금은 나조차도 체력주머니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넣어 둔 체력을 모두 사용한지 오래.

문제는 다시 채워 둘 체력이 없다는 거다.

그만큼 우리들의 스케줄은 빡빡했고, 하루종일 바쁘게 돌아다녀야만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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