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188화 (188/849)

〈 188화 〉 #26. 아현테라피 (2)

* * *

한참 아현이와 꽁냥대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한참 후에야 겨우 음악 얘기가 나왔다.

작업실에 있었으니 음악 얘기가 안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아현이를 데리고 작업실을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음악 얘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이는 아현이가 예뻤기에 내 마음대로만 할 순 없었다.

“작업하는 건 좀 어때?”

“확실히 개인실이 생기니까 훨씬 편하고 좋더라. 집중도 잘 되는 것 같아. 덕분에 곡을 5개나 만들었다니까?”

“맞다! 노래 많이 만들었다고 했지? 들려줘. 궁금해.”

“기대는 하지 마. 네가 만든 것처럼 엄청 좋은 건 아니야.”

아현이가 부끄러워하면서 자기가 만든 곡을 틀었다.

곡의 이름은 ‘최종완성진짜완성최최종233’ 이어서 아현이가 이 곡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이 됐다.

“아직 곡 이름은 못 정했어. 사실 이 곡 가사도 내가 한 번 써봤거든. 잘 어울리는지 봐줘.”

“가사까지 있어? 와~ 대단한데?”

“너무 아마추어 같아서 꼭 이 가사로 할 거다 이런 건 아니야. 녹음이 잘 되는지 보려서 가이드 따다보니 괜찮은 가사가 나와서 대충 쓴 거야.”

♪~♪~♪~

맑으면서도 굵직한 울음통을 가진 클라리넷이 도입부부터 귀를 확 사로잡는다.

클라리넷이 분위기를 주도하자 다음으로 드럼이, 피아노가 본격적으로 리듬을 쌓는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리듬을 타게 만드는 시티팝이었다.

아현이는 확실히 이쪽으로 재능이 있다.

가사의 내용은 사랑을 모르던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어수룩하게 하지만 용기 내어 다가가겠다는 다짐을 가사로 적어낸 것이었다.

“너무 좋은데? 가사도 정말 잘 어울려.”

“이 부분은 어때? 여기가 좀 마음에 안 들어. 근데 딱히 더 좋은 방법이 생각 안 나더라고.”

아현이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그녀에게 재능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음악을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아이돌을 포기하고 아예 다른 일로 업종을 바꿨다면 분명 후회를 많이 했을 거다.

나는 기꺼이 아현이를 위해 내 재능을 사용했다.

코인을 써서 올린 작곡 능력이 아현이를 위해 쓰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역시 네가 오니까 한 방에 해결 되네. 너 진짜 천재인 것 같아.”

“나는 네가 내 개떡 같은 설명을 찰떡 같이 알아듣는 게 더 신기하던데. 너야 말로 천재가 맞아.”

“아니야, 네가 더 천재야.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단번에 알아듣고 해결 방법도 생각해내잖아. 그게 진짜 어려운 거거든.”

우리 둘은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해주느라 바빴다.

똑똑­!

누군가가 노크를 해오지만 않았으면 하루 종일 그러고 다녔을지도 몰랐다.

“앗! 누구세요?”

“나야. 들어간다~”

복순 누나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아현이가 미처 내 무릎 위에서 내려가기 전에 말이다.

“뭐야? 벌써 둘이 붙어먹은 거야?”

와인색으로 염색을 한 복순 누나가 질투가 났는지 골이 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아직 안 붙어먹었어요!”

“아직?? 아지익? 어휴~ 애들한테 공지해야겠다. 이제 여기 함부로 들락거리지 말라고. 아직 그런 쪽으로 경험 못해본 순수한 애들일 텐데, 엄한 거 봤다가 발정나면 큰일이잖아.”

“아잇!! 여기선 안 할 거거든요?!”

“정말? 진심으로? 약속할 수 있어? 해솔이가 하자고 유혹해도 절대절대 안 할 거라는.”

“…….”

아현이가 대답을 하지 못한다.

미래가 어떻게 될 줄 알고 그런 약속을 함부로 한단 말인가?

아현이가 불퉁해져서 입이 붕어처럼 툭 튀어나왔다.

“하하, 아현이 좀 그만 놀려요. 오랜만에 봤는데 저랑 인사 안 할 거에요?”

“당연히 해야지. 근데 아현이가 중간에서 막고 있잖아. 이제 무릎에서 그만 내려오지?”

“여기가 제 지정석이라서 안 되는데용. 메롱~”

해외에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 사이에서 서먹한 면이 보였는데 이젠 그런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만큼 두 사람의 사이가 가까워진 것이다.

보기 좋은 모습이라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학원에 학생들이 은근히 많던데요? 운영 잘 되나봐요?”

“응. 나쁘지 않아. 근데 지금 수준으로 만족하진 않을 거야. 아참! 너 잘 왔다. 나랑 사진 좀 찍자. 네가 내 제자라고 말해도 애들이 도통 믿을 생각을 안 하더라고.”

“사진 찍어서 증명하시게요?”

“응, 내가 널 키운 건 사실이잖아.”

“그건 맞죠.”

홍보 목적이 다분하긴 하지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기에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네 얼굴로 홍보물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액자에 걸어두는 건데 회사에서 뭐라 하겠어? 그냥 은근~히 입소문으로 퍼지게 할 거야. 후후후! 네 덕좀 봐도 되는 거지?”

“당연하죠.”

“내 남자지만, 정말 너무 대단해. 이제 겨우 데뷔 2년차면서 벌써 이렇게 크다니, 내가 엄청난 남자를 애인으로 삼았어.

실력파 아이돌 이미지를 얻는 건 정말 힘들다.

나도 가면싱어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가면싱어에 나가 5관왕에 오르면서 대중적인 사람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고, 그 대단한 기록은 해외 활동을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됐다.

우리 그룹에 대해 알고 싶어진 팬들이 우리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가면싱어’였기 때문이다.

“고생 많았어. 해외에서 생활하느라 많이 힘들었지?”

“음식이 안 맞아서 좀 고생하긴 했죠.”

“인기 장난 아니었다며.”

“음, 빈말로도 인기 없다는 소린 못할 것 같긴 해요.”

“와아~ 슈퍼스타가 돼서 돌아왔네, 내 남친? 호호홋! 여자는?”

“네?”

“몇 명이나 잤어. 깊게 사귄 건 아니지?”

“갑자기 얘기가 왜 그렇게 튀어요? 그런 적 없어요!”

정말이다.

해외에서는 누굴 사귈 정신이 없었다.

엄청난 수의 사생팬들이 항상 우리 뒤를 쫓아다녔는데 무슨 정신으로 여자를 사귄단 말인가?

“네가 그걸 안 풀고 참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피곤해서 세울 힘도 없었어요!!”

“비지니스 때문에 잠깐 눈 파는 건 봐줄 수 있어. 거짓말하는 게 더 화나니까 솔직하게 말해봐. 잔 여자 있지?”

“진짜 진심으로 없다니까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대답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정액을 안 뽑은 건 아니다.

꾸준히 아이템을 이용해서 국내를 들락날락했고, 그 과정에서 뽑을 건 뽑고 다녔으니까.

“시간 날 때 몰래 귀국해서 누나 만나고 갔었잖아요. 아예 해결 안 하고 참은 건 아니었어요.”

“흐흥~ 그래? 그때 한 게 전부면 지금 엄청 쌓였겠다. 그렇지?”

스윽­

“…….”

복순 누나의 손이 엄한 곳을 끈적한 손놀림으로 매만졌다.

얌전히 잠들어 있던 성기가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손길을 반긴다.

불룩­!

묵직하게 힘이 들어간 하체.

똑똑히 나의 건실함을 보라며 큼지막하게 크기를 키우니 복순 누나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알이 꽉 찼네? 후후!”

불과 며칠 전 주아 누나와 정화씨에게 탈탈 털어 넣은 전적이 있었지만,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뜩이나 탈인간적이었던 정력이 80%가 넘는 능력치를 얻게 되자 인간적인 면모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비어진 순간 엄청난 재생 속도로 다시 정액이 차올라 버리는 거다.

‘다행히 부작용은 없었어.’

능력치를 너무 높게 올렸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워낙 말이 안 되는 능력이니까.

하지만 80%로 능력치를 올려보니 알 것 같다.

‘부작용이 생길 리가 없는 능력이야.’

정액 재생력이 너무 뛰어나져 성욕이 해소되지 못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됐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성욕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졌다고 보면 된다.

내가 흥분하고 싶을 때 흥분할 수 있고, 냉정하게 정신을 유지하고 싶으면 그럴 수 있었다.

이건 성욕을 컨트롤 하기 힘든 남자에게 매우 좋은 능력이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남자는 슬픈 하반신 생물이라고.

“오늘 제대로 빼야지?”

“여, 여기서 하는 건 안 돼요!!”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오는 복순 누나를 아현이가 후다닥 떼어냈다.

“어머? 여기서 당장 할 생각 없었거든? 아직 일하는 중이라 안 돼. 조금만 기다려. 누나가 꽉 채워진 거 탈탈 털어줄 테니까♡”

“음. 지금 당장 해주는 거 아니었어요? 누나 때문에 얘 잔뜩 커졌는데.”

“후후! 귀여워라. 지금은 안 돼. 누나 일해야 돼. 무려 원장이라고? 대신 오늘 밤 제대로 화끈하게 해줄게! 네가 상상한 그 이상으로 화.끈.하.게!”

찡긋!

윙크를 하며 내 코를 검지로 톡톡 두드리는 복순 누나.

그녀의 유혹에 꿀꺽 침이 삼켜진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허리를 휘어 감고 넘어뜨리고 싶었다.

성욕을 조절할 수 있게 됐는데 왜 그러냐고?

킁킁­

‘이걸 참으면 남자가 아니거든.’

복순 누나의 살 내음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내가 누나에게 완전히 넘어갔음을 느꼈는지 아현이가 뿌루퉁해져선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빨리 가서 일해요! 일하는 시간이잖아요.”

“알았어, 알았어. 너~ 나한테는 안 된다고 해놓고 먼저 여기 쓰는 건 아니지?”

“내 마음이거든요?”

아현이는 약 오르라는 듯 일부러 확답을 주지 않고 복순 누나를 내쫓았다.

“아휴! 겨우 갔네. 문 잠가야지.”

“누나랑 잘 지내나보네? 둘이 되게 친해보여.”

“흠, 뭐~ 내가 넓은 아량으로 봐주고 있는 중이야.”

아현이가 거만한 척 말하며 턱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원만한 관계가 만들어지는데 복순 누나의 노력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어른답게 행동하는 법을 알았다.

누나가 사라지자 아현이가 냉큼 내 무릎 위로 다시 올라왔다.

“꼭 안아줘.”

“얼마든지요, 공주님!”

아현이를 꼭 끌어안고 그녀의 뺨에 쪽쪽쪽 뽀뽀를 날렸다.

꺄르륵 웃는 아현이의 미소가 힐링 그 자체였다.

그녀의 뒷덜미에 코를 박고 킁킁킁 냄새를 맡았다.

“꺄앗! 간지러워~”

“킁킁킁, 아현테라피 중이니까 방해하지 마. 힐링하는 중이라고.”

“아현테라피? 그게 뭐야?”

“네 향기 맡으면서 정신적인 피로를 푸는 거지.”

“으앗! 창피해! 맡지마아~”

“향기 정말 좋아. 너랑 정말 잘 어울리는 향기야.”

달달한 레몬향과 비슷하다.

상큼하면서도 달달해서 꿀 같기도 하고, 꽃향기 같기도 한.

이제 이 향기가 맡아질 때마다 아현이가 떠오를 것 같다.

부끄럽다며 빼는 척 하던 아현이도 내가 계속 좋다고 하니 배시시 웃으며 얌전히 목덜미를 내주었다.

내가 뱀파이어였다면 아현이의 뽀얀 목덜미를 참지 못하고 깨물어버렸을 것이다.

아앙­

“엣?”

“냠냠냠. 아현이 목덜미 맛있어.”

뱀파이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목덜미를 깨물고 말았지만 말이다.

“다음 노래도 들려줘. 노래 들려주다가 말았잖아.”

“음…지금 말고 나중에 듣는 건 어때?”

“나중에? 왜? 갑자기 들려주기 싫어졌어?”

“그건 아닌데에….”

스윽­!

아현이가 갑자기 허리를 야하게 돌린다.

그녀의 엉덩이가 필연적으로 내 하체를 압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

복순 누나가 유혹하는 바람에 자극을 받아 크기를 키웠던 꼬무룩해져가던 중이었는데, 아현이가 준 자극에 다시 기뻐 활짝 기지개를 편다.

“아현아?”

“나 몸이 달아올라서어….”

부끄러운지 두 귀가 빨개진 상태로 꿋꿋하게 신호를 보내온다.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누나랑 어울려 다니더니 토깽이가 야해졌다!

“우리 토끼가 언제 이렇게 야해진 거지? 정말 놀랍네.”

“네가 해외로 나가버려서 이렇게 된 거야.”

가끔 돌아와서 아현이와 섹스를 하긴 했지만, 그게 아현이의 외로움을 완전히 지워주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하긴, 내가 국내에 있을 땐 수시로 만나서 잠자리를 했었으니까.’

그 주기가 갑자기 일주일 길면 이주일에 한 번으로 늘어나니, 아무리 아현이라 할지라도 성욕에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던 거다.

나는 기꺼이 아현이가 바라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사실 나도 하고 싶긴 해.’

아현이가 음악 얘기를 너무 즐겁게 해서 내가 주책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도 사실 마음은 딴 곳에 있었던 것이다.

아현이의 몸을 번쩍 들어올려 세우고, 나도 함께 일어났다.

“가자.”

“응.”

배시시 웃는 아현이의 손을 꼭 잡고 작업실을 나왔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당연하게도 아현이의 자취 집이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