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193화 (193/849)

〈 193화 〉 #27. 나의 주인님 (2)

* * *

휴가가 끝났으니 이제 다시 일을 해야 할 때.

슬슬 전담팀에서 우리의 다음 활동에 대한 계획을 말해줄 때가 됐다.

사실 우리 애들은 유닛활동을 기대하는 중이다.

기우연, 남은규, 강경태가 뭉쳐서 유닛활동을 하면 나와 강준은 연기 활동을, 제키는 언제나 그랬듯 작곡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생각이 좀 달랐다.

“싱글 앨범 내자.”

전담팀은 우리에게 유닛활동 대신 싱글앨범 활동을 제시한 것이다.

잔뜩 기대하고 있던 기우연, 강경태, 남은규가 시무룩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왜요?”

“왜냐니! 해외에서 반응이 좋잖아. 싱글 앨범으로 다시 노려봐야지!”

“유닛활동은요.”

“맞아요. 유닛활동 하게 해준다고 하셨잖아요.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얘들아! 생각을 해봐. 유닛활동은 결국 내수용이야. 싱글 앨범을 내야 해외 활동도 하지!”

“또 외국 나가요?!”

외국 생활을 하며 고생했던 게 떠올랐는지 멤버들이 울상이다.

“유명해지는 건데 울상을 지으면 어떡하니?”

“음식 안 맞아서 엄청 고생 했잖아요.”

“걱정 하지 마. 다음에 해외 나갈 때는 음식 공수해서 세끼 다 차려줄게. 아예 요리사를 고용할 수도 있고.”

“헐, 그래도 되요?”

“안 될 게 뭐야. 돈이 있는데.”

우리가 해외에서 돈을 많이 벌긴 벌었던 모양이다.

전담팀이 저런 플렉스를 해주겠다고 선뜻 나서는 걸 보면 말이다.

“야! 넘어가버리면 어떡해? 우리 유닛은? 해솔이한테 노래까지 받았는데!”

“형, 그거 비밀이라고 하지 않았어?”

“헉! 맞다.”

“…….”

경태 형이 사고를 쳤다.

당황했는지 나한테 노래를 받았다는 걸 말해버리고 만 것이다.

전담팀은 제키가 아닌 나에게서 노래를 받았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너…빨리 말해. 노래를 받았다니 무슨 소리야?”

“그냥 제키가 하는 거 보고 흉내만 낸 거에요.”

“상관 없으니까 들려줘!”

“…….”

경태 형이 미안한지 고개를 푹 숙인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설마 좀 끄적거린 걸로 작곡 멤버라면서 홍보하실 건 아니죠?”

“일단 노래 좀 들어보고.”

전담팀은 내가 천재인 줄 알아서 노래도 잘 만들 거라는 생각이 있었나보다.

경태 형이 정말 미안해하면서 내가 준 노래를 틀었다.

대충 가이드 녹음을 해놓은 노래지만 부른 사람이 나여서 그런지 참 좋았다.

섹스하면서 만들었던 노래를 준 건 아니었다.

‘애들 취향이랑 안 맞아….’

녀석들에게 준 곡은 멤버들의 장점을 떠올리다가 온 영감으로 썼다.

섹스를 할 때만 영감을 받는 게 아니더라고.

이제 소년에서 벗어나 남자가 되었으니 치명적인 매력으로 섹시하게 여성들을 유혹하겠다는 자신감이 돋보이는 컨셉의 노래였다.

기우연, 남은규, 강경태 모두 스물 초반의 나이였기에 컨셉과 잘 어울릴 거라고 자부한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심장을 쿵쿵 뛰게 만드는 거친 박자의 노래를 들려주니 전담팀은 완성도가 높은 곡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사도 있네?”

“가사는 대충 컨셉을 말해주니까 제키가 뚝딱 쓰더라고요.”

작곡에만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 작사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는 제키는 내 마음에 쏙 드는 가사를 만들어줬다.

“노래 완성도가 엄청나게 좋아! 너희들 진짜 유닛활동에 진심이었구나? 이런 곡을 꿍쳐두고 있었어.”

“노래까지 있는데 정말 저희 싱글 앨범 내야 해요? 준이도 연기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하는데.”

“끄응,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서 뭐라고 선뜻 대답을 해줄 수가 없네. 위에서는 당연히 싱글 앨범 내자고 결정한 상황이라서…. 싱글앨범 내면 유닛활동 하게 해줄 테니까 이번만 너희가 양보하는 게 어떨까?”

“…….”

“…….”

멤버들 표정이 좋지 않자 전담팀도 슬슬 난감해진 모양이다.

“회의를 좀 해볼게.”

“진짜요?”

“너희들이 정말 하고 싶어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근데 안 될 확률이 높아. 싱글 앨범을 냈을 때의 이득이 유닛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클 게 뻔하니까. 정 안 될 것 같으면 다음 활동은 무조건 유닛활동으로 못을 박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유~ 그래그래. 착하네. 착해.”

사실 멤버들이 싱글 앨범을 마냥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계속 뒤로 미루다보면 언제 유닛활동을 할 수 있게 될지 장담을 하지 못할 것 같아 일부러 투정을 부린 것이었다.

‘얘들아. 회의 들어가기 전에 우리끼리 말 좀 맞추자.’

나는 전담팀과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애들을 불러 모았다.

‘유닛활동 하고 싶지?’

‘네.’

‘응.’

‘당연하지. 해외까지 다녀왔는데 이제 유닛활동 허락해줄 때도 되지 않았냐?’

멤버들은 전담팀에서 당연히 유닛활동을 허락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만약 전담팀이 유닛활동 하지 말고 싱글 앨범 내자고 하면 어떡할 거야?’

‘유닛활동 시켜주겠다고 약속했어.’

‘그걸 믿어?’

‘…….’

애들이 순진해서 약속했으니까 당연히 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새치 혀로 얻은 약속의 가벼움을 잘 아는 나는 애들에게 만약 유닛활동을 거부 당했을 때 해야 할 행동을 알려주었다.

‘적어도 다음 활동에는 무조건 유닛활동 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돼.’

‘그거랑 지금이랑 무슨 차이야?’

‘그때는 확실하게 못을 안 박았잖아. 우리 언제 점심 먹어야지 하는 거랑 비슷한 약속이랄까? 근데 회의실에서 약속을 받는 건 다르거든. 유닛활동이 안 된다고 하잖아? 그럴 땐 이렇게 하면 돼.’

멤버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득실득실했다.

그리고 내 말을 들은 멤버들은 반신반의하면서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전담팀은 유닛활동 대신 싱글 앨범을 내자고 했고, 멤버들은 눈치 빠르게 내가 하라는 대로 떼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항상 고분고분하게 네네 하던 애들이 고집을 부리니까 아 뜨거워라 했을 거야.’

떼를 쓰는 것도 상황 보고 해야 하는 거다.

우리가 성공하지 않았다면 전담팀은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벌써부터 허파에 바람이 들어서….’ 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성공했고, 본전 이상의 돈을 안겨주는 존재가 됐다.

‘돈을 왕창 투자해야 하는 아이돌 그룹=을’이고 ‘돈을 벌어주는 아이돌 그룹=갑’이 되는 건 당연한 일.

예전처럼 시키는 걸 고분고분 따르기보단 자기주장을 해도 괜찮은 상황이었다.

‘예전 상황에선 구두로 약속한 걸 모르쇠로 넘길 수 있지만, 지금은 절대 못 넘기지.’

회의실에서 전담팀이 확실하게 못을 박아주겠다고 했으니 다음 활동 때는 유닛활동에 반대를 하면 항의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예쓰!’

‘만세.’

‘진짜 해솔이 형 말대로 됐네.’

‘저 형 나이 속인 거 맞다니까.’

남은규와 기우연이 몰래 손뼉을 치는 것을 보며 우리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계획대로 됐다!

? ? ?

“이분이 누구라고?”

“…주인님이요.”

“어떻게 해야 하지?”

“몸과 마음을 다해 모셔야 합니다.”

“이분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습니다.”

실비아는 척척 대답을 잘 하는 멜리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착해라~ 잘 했어. 이제 네가 한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돼.”

“…진심으로 한 말이었어요.”

“아니야. 거짓말 했잖아.”

“정말이에요. 진심으로 주인님을 모시고 싶어요.”

실비아는 멜리사의 깜찍한 거짓말에 배시시 웃었다.

주인님의 명령으로 멜리사의 몸에 해를 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은 몸에 해를 가하지 않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주지만, 항상 똑같은 음식만 준다면?

‘군만두.’

영화에서 참고해서 얻은 아이디어다.

멜리사는 삼시세끼를 모두 군만두로 해결하고 있었다.

물은 하루에 500ml짜리 물병 1개 뿐.

화장실은 점심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10분 만에 청결과 생리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그녀는 철저하게 관리 받았고, 정신적으로 몰려 있었다.

그런 가운데 실비아는 멜리사에게 주인님에 대한 정보를 주입시켰다.

주인님을 온 마음을 다해 모셔야 하는 ‘올바른 마음가짐’과 그분을 어떻게 모셔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였다.

“다시 교육 시작하자~”

“흑! 으흑흑! 정말이라니까아…! 진짜 진심으로 주인님으로 모시겠다고 했잖아!!! 당사자인 내가 맞다고 했는데 왜 아니라는 거야!!!”

“다음 식사부터는 만두 1개 뺄 거야. 반항할 때마다 너한테 허락 된 은혜를 거둬 가게 될 거라고 했지?”

“아아악!! 씨발년아!!! 아아아악!! 날 놔줘!!! 놔달라고!!! 꺄아아아아악!!!!!!!”

실비아는 싱그럽게 웃다가 슬쩍 시선을 돌려 분홍 곰돌이를 바라봤다.

‘분노하고 있니?’

바르르­

쌀 것 같았다.

처음부터 비앙카의 정신을 깨워두었기에 멜리사가 무너지는 모습을 모두 봤을 것이다.

어떤 심정일까?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점점 정신이 돌아오면서 멜리사가 절망하는 과정을 보고 함께 절망했을 거다.

더불어 자신의 몸을 자기인 척 움직이고 있는 걸 보며 느꼈던 감정까지 상상하니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젖어버리고 말았다.

‘절망하는 비앙카♡ 엄청 예쁠 거야.’

분홍 곰돌이 인형으로는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게 아쉬웠다.

실비아가 비앙카의 정신을 무너트리려고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정신 붕괴시켜서 분홍 곰돌이에서 빼내야지.’

정신이 붕괴 된 비앙카를 다시 몸에 넣을 것이다.

그녀와 한 몸이 되어 살아가게 되는 것!

그것이 분홍 곰돌이가 바라는 진정한 목표였다.

이후에는 착실하게 주인님을 위해 살아갈 것이다.

분홍 곰돌이는 비앙카만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얼마나 절망하고 있어? 아쉬워라, 주인님 명령만 아니었으면 더 완벽하게 조교했을 텐데.’

가장 확실한 수단이 제한되었기에 정신개조를 하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거였다.

하지만 분홍 곰돌이는 멜리사를 훌륭히 조교 할 자신 있었다.

‘날 탄생시켜준 분께 완벽하게 지식을 전달 받았으니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계기만 있으면 멜리사의 정신은 꺾인다.

그리고 그 계기를 실비아는 이미 모두 계획한 상태였다.

‘주인님께 처녀를 바치는 거야!’

지금처럼 불쑥불쑥 공격성을 보이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직은 오기가 남아 있는 상태이니까.

그 오기가 꺾이는 순간이 실비아가 바라던 순간이다.

멜리사에게 남은 감정은 순종밖에 없을 테니까.

그때 주인님에게 처녀를 바치게 함으로서 완벽한 메이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주인님이 좋아하시겠지? 칭찬해주실지도 몰라! 꺄악!'

실비아는 분홍 곰돌이의 영롱한 눈동자 안에 든 보석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저 보석은 평범한 보석이 아니다.

진해솔이 커스컴으로 추가해준 덕분에 눈동자에 박히게 된 보석에는 특별한 기능이 있었다.

“다시 교육 시작하자. 다리 벌려.”

“자,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교, 교육 바, 받고 싶지 않아요!!!! 교육만은 안 돼!!!”

흥분해서 욕설을 내뱉던 멜리사가 정신을 차렸는지 부들부들 떨면서 애걸했다.

납치당한 주제에 상황파악도 못하고 당당하게 풀어줄 것을 요구하던 멜리사를 기억하는 실비아였다.

“착하지? 공부는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거에요. 주인님을 잘 모시려면 꼭 필요한 거니까.”

실비아가 멜리사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뺨을 맞는 것도 아닌데, 질끈 눈을 감고 부들부들 떨던 멜리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얌전히 ‘교육자세’를 취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체로 가랑이를 활짝 벌린 음란한 자세.

그 모습을 의자 위에 놓인 분홍 곰돌이가 고스란히 목격하고 있었다.

“흐흑…! 흐윽…흑!!”

“임시로 분홍 곰돌이 인형이 주인님인 거에요. 진짜 주인님은 여기에 안 계시니까요. 이 정도는 이제 충분히 기억하죠?”

“네, 네에.”

삑­!

실비아가 주머니에서 리모콘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지이이잉­!

실비아가 가져 온 빔프로젝터가 작동을 시작하고, 벽에 영상이 나오기 시작한다.

영상에 나오는 사람은 놀랍게도 멜리사.

분홍 곰돌이의 눈에 들어 있는 보석의 기능 중 하나인 카메라 기능이 사용 되고 있는 중이었다.

더불어 저 카메라의 시선은 비앙카의 시선이기도 했다.

‘으흥흥!’

가랑이가 벌려져 음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멜리사.

그녀는 뚝뚝 눈물을 흘리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음란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히고 있기에 이곳에서 나간다 해도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예쁘게 찍히고 있어. 오늘로 13번째 작품이야. 오늘은 어떤 장난감을 갖고 놀아볼까?”

실비아가 히죽 웃었다.

그리고 준비해온 도구 하나를 멜리사의 손에 쥐어주었다.

두 손이 풀려 있었지만, 반항은 할 수 없었다.

양 쪽 발과 목에 족쇄를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족쇄는 방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갈 수 없는 길이였다.

"가르쳐준 대로 인사부터 해야지?"

"흑흑...안, 녕하세요. 멜리사 케이입니다. 저는 주인님을 모시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멜리사가 훌쩍이며 스스로를 소개했다.

지금 찍히고 있는 이 영상들이 1차적인 족쇄가 되어 줄 것이다.

즉, 멜리사가 이곳에서 탈출에 성공한다 해도 완벽한 자유를 찾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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