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196화 (196/849)

〈 196화 〉 #27. 나의 주인님 (5)

* * *

툭 하고 떨어진 음식.

그와 동시에 어쩐지 스산한 침묵이 맴돈다.

“…….”

“…….”

내 질문이 불편했던 걸까?

실비아와 멜리사, 두 사람 사이에 알 수 없는 신경전이 흐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적을 끝내기 위해 멜리사의 입술이 움직였다.

“죄송합니다. 실수를 했습니다.”

멜리사가 떨어진 음식을 뒤로하고 다시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내 밥그릇에 살포시 얹어주었다.

떨어진 음식을 치우는 솜씨도 깔끔했다.

‘좀 이상한데.’

장난인 거 맞겠지?

슬슬 불안감이 맴돌기 시작한다.

“저 혼자 이걸 다 먹으라는 거에요? 두 사람도 이제 그만하고 같이 먹어요.”

“여기에 있는 음식 모두 주인님을 위한 것들입니다. 저희는 신경쓰지 마시고 편하게 드세요.”

“허이고…”

다소곳하게 말하는 실비아.

만약 실비아 혼자서 이런 짓을 했다면 더 심한 모습으로 나타났어도 당황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멜리사가 함께였기에 당황스러운 거다.

그녀가 이런 낮부끄러운 장난에 장단을 맞춰줄 거라고 상상 못했으니 말이다.

‘멜리사를 처리하겠다더니, 처리는커녕 사이가 엄청 좋아졌잖아.’

하지 말라고 한들 안 할 그녀들이 아니기에 그냥 이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로 했다.

“정말 나 혼자 먹어요?”

“예, 주인님.”

“이 고기부터 드셔 보시겠어요. 맛있게 잘 됐어요. 살이 야들야들하고 양념이 잘 베어있답니다.”

실비아와 멜리사가 본격적으로 내 음식 시중을 들기 시작한다.

밥그릇에 그득그득 쌓이는 맛 좋은 음식들.

무지하게 부담스럽다.

‘참자. 여기까지만 참고, 이게 무슨 짓인지 꼭 듣고야 만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식사가 끝났음에도 두 메이드의 컨셉 놀이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주인님, 이제 씻으세요!”

“내가 왜 씻어요. 이제 그만하고 대화를 좀 나눠요. 왜 이러는 건데요?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아이 참! 왜 이러긴요. 메이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죠.”

“들어가 보시면 아마 제가 왜 권했는지 이해하실 거에요. 마사지도 해드릴 거니까 빨리요~ 메이드가 해드리는 마사지, 받고 싶지 않으신 가요?”

실비아가 탐스러운 가슴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며 나를 유혹한다.

남자로서 구미가 당기는 유혹임은 맞다.

더군다나 메이드 복장은 실비아의 야심작인지 굉장히 야한 편이었다.

결코 집안일을 하기 위한 기능성 옷이 아니다.

보기 좋으라고 만든 코스프레 의상.

가슴은 푹 파지고, 치마는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았으며, 잘록한 허리 라인에 착 달라붙어 있는 메이드 복장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남자들이 환장할 수밖에 없는 옷이기도 했다.

아까부터 살짝살짝 움직이면서 보이는 가슴골과 새하얀 허벅지 그리고 앙증맞은 분홍색 팬티까지.

이성으로는 보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본능에 따라 자꾸만 눈동자가 돌아가니 환장할 지경이었다.

“얘기 좀 나누자니까 뜬금없이 웬 마사지에요?”

“저희들이 준비한 서비스를 다 받으시면 자연스레 궁금해 하는 걸 아시게 될 거에요.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겨주세요. 네?”

“…나중에 다 설명해주는 거 맞죠?”

“그럼요.”

멜리사만 옆에 없었으면 실비아의 꿀밤부터 때리고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여자의 육탄 공격에 결국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수상해…무지하게 수상하단 말이지.’

구린내가 풀풀 풍기는데 증거가 없으니 답답했다.

멜리사가 없었으면 명령이라도 해서 당장 무슨 상황인지 말하라고 했을 텐데….

‘멜리사를 끼워넣은 것도 내가 명령하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인 것 같은데.’

불안하긴 했지만 실비아가 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시키는 대로 해보기로 했다.

더군다나 별장의 시설이 나를 현혹시키고 있었다.

실비아의 말처럼 그녀가 안내해준 곳으로 들어가니 엄청난 시설이 날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뒤통수가 간질거려서 후다닥 5분 만에 샤워를 끝내고 했던 마음이 싹 사라진다.

솨아아아 솨아아아­

“목욕탕에 있어야 할 게 왜 여기에 있냐?”

호랑이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끈뜨끈한 온수.

무언가를 물에다가 탔는지 물 색깔이 뽀얗다.

아마 건강에 좋은 무언가일 것이다.

해외 활동이 끝나고 유일하게 그리워했던 게 있다면 바로 온천이었는데, 온천 부럽지 않은 시설을 떡하니 보게 되니 절로 마음이 흐뭇해졌다.

“어우, 이거지.”

뜨끈뜨끈한 탕에 몸을 푸욱~ 담그니 신체적, 정신적 피로가 싸악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릴 적에는 어른들이 뜨거운데 왜 시원하다고 하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내가 어른이 되어보니 왜 ‘시원하다’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지금 온 몸이 시원했으니 말이다.

드르륵­탁!

“…하.”

눈을 담고 뜨거운 물을 즐기며 있기를 몇 분.

불청객이 날아들었다.

“목욕 시중을 들겠습니다.”

“주인니이이임~ 기다리셨죠오옹~”

딱딱하게 굳어 있는 목소리와 낭창낭창하게 간드러지는 목소리의 불청객들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

이걸 예상 못했으면 진짜 눈치 없는 놈인 거다.

그동안 나를 호시탐탐 노리던 실비아인데,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않은가?

때문에 나는 미리 준비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불청객1이 내 모습을 확인하고 시무룩해져서 말했다.

“엑!? 가운으로 몸을 왜 가리고 계세요??”

그렇다.

난 일부러 가운으로 몸을 꽁꽁 싸맨 채로 탕에 들어왔다.

이렇게 있어도 피로가 풀리는 건 똑같았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내 알몸을 보고 싶어 했을 실비아는 노골적으로 아쉬워했다.

“네가 이럴 것 같아서요.”

“아앗, 역시 저는 주인님한테 안 되는군요. 제 행동을 예측하고 계셨을 줄이야! 너무너무 아쉽네요.”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나가요. 대충 닦고 나갈 테니까.”

“목욕 시중 때문에 들어온 건데 그냥 나갈 수는 없죠. 자아~ 주인님을 위한 마사지도 준비 되어 있으니까 긴장 푸시고 몸을 저희들한테 맡기세요~!”

실비아가 육탄공격을 시작했다.

“야야야야! 뭐하는 거야?! 옷을 왜 벗어!”

“목욕 시중들려면 어쩔 수 없잖아요. 헤헤!”

“안 돼! 벗지 마! 아니, 벗지 말아요!”

나 벗길 걸 생각했지, 얘가 벗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다!

“엣! 너무해요. 주인님! 제가 마음에 안 드세요?”

네, 맘에 안 들어요. 이 사디스트야. 포기하고 나가!!

“히힛! 사실 그럴 줄 알고 멜리사를 데려온 거에요. 멜리사? 저 대신 목욕시중 잘 해드릴 수 있죠?”

“엉?”

“네. 잘 할 수 있습니다.”

실비아의 말에 놀랍게도 멜리사가 순순히 그러겠다며 대답을 했다.

멜리사는 거짓말로 한 대답이 아닌 걸 보여주듯 메이드복을 하나씩 벗어던졌다.

“헉! 메, 멜리사씨!? 그만그만! 뭐하시는 겁니까? 빨리 옷 다시 입으세요!!”

실비아는 분홍색 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멜리사씨는 하얀색 피부와 잘 어울리는 흰색 속옷을 입고 있었다.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멜리사는 메이드복을 모두 벗고 뽀얀 나신을 드러냈다.

꿀꺽­

‘핑두…!’

말로만 듣던 핑크색 유두와 흰 찹살떡을 연상시키는 흰 피부가 눈을 현혹시킨다.

“멜리사 몸 정말 예쁘죠? 보지도 핑크색이에요.”

넋을 놓고 그녀의 몸을 보고 있던 나는 실비아의 속닥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앗! 비밀인데 그건….”

“빨리 말해.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건데? 둘이 자매잖아!”

자매 사이니까 아는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나는 실비아가 멜리사의 몸을 억지로 탐했을까 걱정이 됐다.

정상이었던 사람을 한 달 만에 저렇게 만들려면 꽤 엄청난 충격을 줘야 하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비앙카의 몸을 가진 실비아에게 멜리사는 꽤나 손쉬운 먹이였을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물으면 그냥 봤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는 걸요. 제가 보여 달라고 했고, 멜리사가 보여줬을 뿐이에요.”

나는 이때부터 지금 상황이 장난이 아닌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장난이라기엔 선을 넘었어.’

어떤 자매가 거길 보여 달라고 하고, 그걸 또 보여주고 있냔 말이다.

더군다나 나와 멜리사는 장난을 위해 서로에게 알몸을 보일 정도로 친분이 깊은 관계가 아니었다.

“멜리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멜리사, 실비 아니, 비앙카가 무슨 짓 했어요? 나한테 말해봐요.”

“…주인님, 무슨 의미로 물으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무 일도 안 당했습니다. 저는 정상이에요.”

“아뇨, 지금 정상 아니에요. 전혀 안 괜찮아 보여요.”

멜리사는 진심으로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이 상황은 컨셉 놀이가 아니었던 거다.

이 사태를 만든 실비아를 째려보니 그녀는 무슨 문제냐며 도리어 의문을 담아 말했다.

“주인님께 약속드렸잖아요. 멜리사를 확실하게 처리해드리겠다고요. 저는 그 명령을 받고 멜리사를 처리해드린 거에요.”

“사람을 저렇게 만든 게?”

“네! 주인님께 도움이 될 만한 일이었어요. 아예 폐기시키기엔 멜리사가 너무 아깝잖아요.”

폐기?!

사람에게 쓰기엔 살벌한 말이었다.

“그래서 주인님께 멜리사를 두 번째 인형으로 만들어 드리자고 생각했어요. 그럼 더 이상 귀찮을 일도, 걱정하실 일도 없는 거잖아요. 절 만들어주신 제작자님처럼 완벽하진 못해도 이 정도면 처음치고 정말 잘 하지 않았나요?”

내가 생각한 처리는 비앙카가 가진 힘과 권력으로 멜리사를 포기시키는 것이었지, 그녀의 정신을 개조시키는 게 아니었다.

“멜리사? 뭐해, 네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니까 주인님께서 자꾸 거부하시는 거잖아. 내가 그렇게 머뭇대고 있으라고 가르쳤니?”

“흣! 아, 아닙니다. 열심히 할 수 있어요.”

멜리사가 실비아의 말에 흠칫 하더니 알몸인 채로 그대로 탕 안으로 들어왔다.

“그만해요. 원하지 않은 일을 할 필요 없어요.”

“주인님을 모실 수 있는 영광스러운 일인데 싫을 리가요. 부디 봉사할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간절하게 바라보는 멜리사의 눈빛은 진심이 가득하다.

혹시 나 모르게 실비아가 멜리사의 몸에 다른 인형을 집어넣은 건 아닐까?

고작 한 달 만에 생긴 변화라기엔 믿을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멜리사는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네, 맞아요. 저는 뭐든 할 수 있어요. 시켜만 주세요. 따르겠습니다.”

두 여자의 초롱초롱한 눈동자.

하지만 그 눈동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광기를 엿볼 수 있었다.

“정말이에요. 주인님, 기회를 주세요!! 최선을 다해서 모실게요. 잘 할 수 있어요.”

멜리사는 명백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내가 알던 멜리사가 아니었다.

이러다가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았기에 일단 그녀를 달래기로 했다.

“멜리사가 잘못해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비앙카한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겁니다.”

불안에 떠는 그녀의 뺨을 도닥이며 위로했다.

“정말요? 제가 잘못하지 않은 거 맞죠?”

‘하, 시발. 이쁘긴 오지게 이쁘네.’

피부가 정말 투명한데, 거기다가 화룡점정으로 핑두까지 갖고 있어서 참기가 힘들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가슴을 빨아 삼키고 싶었다.

가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내 하체는 잔뜩 성이 난 상태였다.

“네. 잘못 안 했어요. 오히려 제가 멜리사한테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머리가 아프긴 한데…. 생각 좀 해보고 최대한 멜리사한테 피해 없도록 해결해볼게요.”

“주인님, 저는 괜찮아요. 그리고 주인님도 괜찮으신 거면 이제 마사지 해드려도 되나요?”

“…이 상황에서요?”

“네에, 꼭 해드리고 싶어요.”

멜리사는 진짜 인형인 실비아보다도 순종적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나를 위해 봉사하는 것밖에는 들어있지 않은 것 같았다.

‘환장하겠네.’

계속 성욕을 누르는 것도 힘들다.

“일단 나갑시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나가자는 내 말은 결국 마사지를 안 받겠다는 뜻이었고, 이를 눈치 챈 멜리사가 내 팔에 매달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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