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04화 (204/849)

〈 204화 〉 #28. 싱글 (6)

* * *

음악캠핑 방송국에 도착해 출근길에 팬들과 잠깐 만나는 시간이 있다.

우리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이 시간을 열심히 기다렸을 것이다.

“꺄아아악!!”

“에어!!! 에어야!!”

차에서 내리자 에어플레인, 우리를 부르는 팬들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처음에는 한줌도 되지 않았던 팬들이 어느새 이렇게 많이 모였나 새삼 신기하다.

가볍게 인사를 해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기 시작해서 하루 종일 기다림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일.

그래도 이젠 단독 대기실을 받았기에 예전처럼 힘들지 않았다.

다른 그룹과 함께 대기실을 써야 하면 피곤한 일이 많다.

‘사람이 모이면 그 중에는 꼭 또라이가 있다고들 하니까.’

상대편 쪽에서 별 거 아닌 일로 분위기를 곱창내면 덩달아 우리도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야 한다.

성격 좋지 못한 선배님이나 건방진 후배를 만나면 똥 밟았다고 생각해야 했다.

한 마디로 보지 않아도 될 못 볼꼴을 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단독 대기실을 받게 된 이후부터는 우리끼리만 모여 있어서 피곤 할 일이 없어졌다.

‘접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더 좋아.’

남자 아이돌 그룹을 노리는 여자들이 어찌나 많은지!

단독 대기실이 아니기에 아무나 들락날락 거릴 수 있다는 이점을 이용해서 당당하게 나타나 번호를 달라고 하는 여자들이 엄청 많았다.

“이제 여자들도 안 오네.”

“그러게요. 단독 대기실 받았을 때도 문 열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젠 완전 조용해졌어요.”

신기해하는 우리들이 귀여웠는지 로드 누나가 말했다.

“너희 급이 올라가서 그래. 좀 버겁긴 해도 비벼 볼만 하다가 이젠 그것도 안 되겠다 싶어서 몸 사리는 거지.”

“와~”

“완전 좋네요.”

“너희들은 여자 만날 생각이 전혀 없니? 다들 몰래몰래 만나고 다닌다고 들었는데.”

로드 누나는 이번에 새로 추가 고용 되어 우리 담당이 된 사람이다.

여태까지 운전을 해주었던 로드 매니저 누나는 이번에 승진을 해서 새로 매니저를 뽑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에 대해 아는 게 적었다.

“에이, 일하느라 바쁜데 여자는요.”

“저희들 애인은 팬이에요.”

이번 로드 매니저로 들어 온 사람은 호기심이 굉장히 많았다.

때문에 때로는 우리들에게 예민한 부분을 물어 볼 때가 있었다.

일에 적응하려면 궁금한 걸 우리가 말해줘야 한다고 해서 대답을 해주고는 있는데, 개인적인 부분을 서슴없이 물어보는 건 껄끄러운 일이었다.

계속 받아주면 해도 되는 줄 알고 점점 더 심하게 각종 실례적인 질문들을 할 게 분명했기에 이 정도에서 한 번 저지를 해줘야겠다.

“그런 개인적인 일까지 알아야 일을 할 수 있는 거에요?”

“어…음…혹시 불편 했어?”

내 직설적인 지적에 로드 누나가 굉장히 당황한다.

저런 질문을 해놓고 이런 말을 안 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더 신기하다.

“네. 실례 되는 질문이었어요. 일에 적응하는데 개인적인 질문은 상관없지 않아요? 일을 핑계로 개인적인 호기심을 채우진 말아주세요.”

“미안. 내가 아직 적응이 안 돼서….”

“적응이 안 된다고 이것저것 다 들쑤셔 놓는 게 정답은 아니잖아요.”

“미안하다. 앞으로는 조심할게.”

“부탁드릴게요.”

“그…내가 뭐 사올까? 마시고 싶은 거 있어?”

연예인들에게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일까?

그건 바로 활동을 앞뒀을 때일 거다.

몸 관리가 빡세게 들어가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먹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활동에 들어가면 활동 직전보다는 챙겨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온다.

많은 활동량에 먹는 걸 조절하면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말은 활동을 시작하게 된 우리도 이젠 먹고 싶은 것을 하루에 하나쯤은 먹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어…저 민트초코 넘 먹구 싶은데….”

“우연이는 민초, 다른 애들은?”

“전 녹차라떼요!”

활동이 시작 돼서 아예 다 먹지는 못해도 먹고 싶은 거 하나는 먹을 수 있는 상황임을 깨달은 멤버들이 눈을 번뜩이며 먹고 싶어 했던 것을 외쳤다.

덕분에 어색했던 분위기가 풀려서 로드 누나도 안도하는 눈치였다.

음료수를 사러 누나가 대기실을 나가자 멤버들끼리 묘한 눈짓을 주고 받았다.

이내 제키가 내게 엄지를 치켜드는 것으로 멤버들은 다시 각자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굳이 입 밖에 내봤자 뒷담화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 ?

“뭐라고 할 거에요?”

“글쎄, 일단 믿게 만드는 것부터가 문제 아닐까?”

“뭘 믿어요?”

“우리가 해솔이 애인이라는 거.”

“그걸 안 믿는다고요? 왜요?”

“걔에 대해서 조사하다가 알게 됐는데, 해솔이 팬들이 그 여자를 괴롭혔나봐.”

“??”

감을 잡지 못하는 아현이에게 로즈가 부연 설명을 했다.

“나도 얘기로 들었던 적이 있는 일인데,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경우에는 상대방 팬들한테 협박 받는 경우가 있다더라. 드라마 촬영 하다가 현장에서 정 쌓여서 만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미리 손을 쓰는 거지. 우리 오빠한테 접근하면 널 죽여버릴 거다 이런 식으로.”

“헉! 그런 짓을 해요?”

아현이의 눈이 댕그래진다.

똘망똘망한 눈 안에 충격이 가득하니 지금 우리가 하려는 짓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순진하다, 순진해. 이런 애를 믿고 작전을 짜도 되나? 나만 또 옴팡 뒤집어쓰는 거 아니야?’

내가 없는 사이에 그 여자한테 홀랑 넘어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더군다나 지금 그 여자한테 연락을 하는 이유가 사생팬들이 했던 짓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이아현이 너무도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너 정말 잘 할 수 있겠어?”

“또 그건 왜 물어봐요? 잘 할 수 있어요!”

“우리가 하려는 짓이 사생팬들이 한 짓이랑 비슷한데 뭐 그렇게 놀라나 해서. 마치 나는 그런 일을 왜 하지?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야.”

“어…우, 우리가 하려는 짓이 그런 짓이였어요?! 협박은 범죄에요!!”

누군가가 아현이의 뒤통수를 때린다면 그녀의 눈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이 커진다.

로즈는 너무 놀라서 굳어버린 아현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물론 진짜 협박을 하겠다는 건 아니야. 근데 사생팬들이 하는 행동이랑 우리가 하려는 행동이 비슷하다는 건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었어.”

“협박은 못해요! 해솔이가 알게 되면 분명 화낼 거에요!”

“나라고 할 줄 알아서 하자고 하는 줄 알아? 그리고 협박하려는 거 아니잖아?! 그냥 먼저 만나서 서열 정리 하자는 거지.”

진해솔에게 딱 달라붙어 있을 한민영이라는 여시를 잡아내기 위해 뭉친 두 사람.

하지만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많은 고민과 머뭇거림이 있었다.

더군다나 실행으로 옮기는 것도 굉장히 까다롭다.

일단 공인인 한민영의 연락처를 알아낼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해솔이의 핸드폰을 뒤져서 한민영의 전화번호를 따낸다는 의견이 나왔던 적도 있다.

‘아현이 쟤가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뛰어서 포기했지만.’

덕분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민영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는데 말이다.

인맥을 총 동원하여 겨우겨우 알음알음 한민영의 지인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한민영의 전화번호를 따냈다.

그러기 위해 그 친구에게 들였던 돈과 시간이 얼마인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만든 친분이었기에 그 사람에게 억지로 비위를 맞춰야 했었다.

그렇게 겨우 얻은 연락처.

이미 갈 데까지 간 로즈는 절대 중간에 포기할 수 없었다.

“일단 연락하기 전에 뭐라고 말할지 정하고 해요.”

“너는 한 건 아무 것도 없으면서 바라는 건 되게 많다?”

“으으…죄송해요. 그치만 아닌 건 아닌 거에요!”

“얄미워서 안 되겠다. 너 이리와.”

로즈가 아현이의 통통한 뺨을 잡아 쭈우욱 늘리며 화풀이를 한다.

아현이는 너무 염치가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순순히 당해주었다.

“토실토실해서 아휴, 한입 깨물어 먹고 싶네.”

“안 대에…!”

“왜? 네 뺨은 해솔이 거라서?”

“끄우우우!!”

아현이와 로즈는 진해솔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친해져 있었다.

로즈가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곳에 항상 아현이가 출근을 하다 보니까 점심이나 저녁을 항상 함께 먹게 됐고, 어느덧 정말 친구와 같은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거기다가 한민영이라는 공동의 적까지 나타난 상황에서 두 사람은 똘똘 뭉칠 수밖에 없었다.

“아…마따!!”

“깜짝아. 왜?”

“오늘 해솔이 컴백 무대 방송하는 날이에여!!”

“어머? 그러고 보니 그걸 깜빡하고 있었네. 지금 몇 시지?”

“곧 방송 시작이에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민영에게 전화를 해서 무슨 얘기를 할까에 대한 고민 때문에 근심 걱정이 가득했던 두 사람은 언제 그런 고민을 했냐는 듯 재빠르게 TV 앞에 앉았다.

“아직 방송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안 나왔나봐.”

“휴우~ 다행이다.”

“출출한데 치킨이나 시킬까?”

“그럴까요? 제가 시킬게요!”

“맛집 있어?”

“네. 치킨은 이 집이 최고에요. 바로 저희 집 앞에 있거든요. 시키면 30분 안에 와요.”

두 사람은 친구처럼, 친자매처럼 지내는 두 사람.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진전이었다.

정작 두 사람은 서로 굉장히 친해졌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번에 노래 너무 좋더라. 그게 해솔이가 만든 곡이라는데 걔는 까도까도 계속 뭔가가 나오네.”

“재능 덩어리에요. 저랑 작곡 같이 하는데 정말 대단해요. 불쑥 와서는 뚝딱 곡을 만들어내요. 앉은 그 자리에서 10분도 안 되는 시간만에요!”

“자랑스러운가 보네.”

“당연하죠. 자랑스럽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보통 이런 경우에는 라이벌처럼 서로 막 견제하지 않아?”

아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로즈의 살벌한 말을 부정했다.

“해솔이랑 저랑 그런 걸 할 리가 없잖아요! 언니는 해솔이가 언니보다 노래 더 잘 부르면 기분 나빠요?”

“아니? 내가 가르쳤는데 당연히 기분 좋지. 내가 그만큼 잘 가르쳤다는 거니까. 그리고 솔직히 이젠 해솔이가 나보다 노래를 더 잘 불러.”

“저도 비슷해요.”

“엄청 사랑하나보네~ 자주 보지도 못하는데. 한참 뜨거워야 하는 사이인데 말이야.”

“해솔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일을 해야 해서 그런 건데 이해해야죠. 언니는 해솔이한테 불만이라도 있는 거에요?”

“아예 없을 수는 없지. 근데 걔랑 섹스하면 다 풀려버려.”

“!!”

로즈의 말에 아현이도 차마 아니란 소리를 못했다.

해솔이의 압도적인 섹스 실력에 매번 기진맥진해져서 기절하듯 잠들어버리는 게 그녀였으니 말이다.

“아잇! 야한 얘기 그만해요! 해솔이 무대 봐야 하는데!!”

아현이의 두 볼이 상기 되기 직전.

때마침 치킨 배달이 와서 아현이가 후다닥 도망을 쳤다.

꽁지 빠져라 도망치는 아현이를 보며 킥킥 웃은 로즈가 음악방송 MC들이 에어플레인을 언급하는 것을 듣고 시선을 돌렸다.

치킨을 받아 온 아현이도 소리를 듣고 도망칠 때보다 더 빠르게 TV 앞으로 되돌아왔다.

그녀들이 기대하고, 기대하던 진해솔의 컴백 무대가 막 시작 되고 있었다.

???

[에어플레인, 심상치 않다! 차트를 점령한 에어플레인의 신곡. 돌풍 예고!]

[이제 음악은 아이돌 노래가 대세! 차트를 점령한 남자 아이돌 신곡. 인기의 비결은 역시 비주얼? No!]

[2주 연속 1위! 에어플레인, 1위 굳히기 돌입하나?]

[빈집털이라지만, 노래가 너무 좋다! 작곡가는 무려 멤버 제키,진해솔 공동작곡.]

[에어플레인 ‘I need some time alone’ MV 빠르게 천만뷰 돌파.]

[MV 속 멤버들 패션 화제! 입고 있는 옷 하나 가격이 무려 천만 원대.]

에어플레인의 신곡 반응이 심상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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