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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13화 (213/849)

〈 213화 〉 #29. 주아vs로즈 (7)

* * *

“꺄아아악! 이게 정말 내 선물이야?”

‘마음에 들어요?’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 너는 뭐 이런 비싼 걸 가져왔어. 정말 고마워, 해솔아~! 쪽쪽쪽! 너무 고맙다아~ 내가 평생 받아 본 선물 중에 제일 좋아♡”

‘어허헛…! 뭐 이 정도로. 흠흠!’

“자기이~ 이리 와방~ 내가 오늘 제대로 서비스 해.줄.게♡”

히­죽!

“상상 만해도 흐뭇한걸.”

복순 누나에게 어떤 선물을 해줘야 저렇게 격한 반응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묵직한 선물을 해주고 싶은 이유는 누나가 임신에 성공했음에 감사함과 고마움 그리고 나 또한 행복이의 탄생을 기뻐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를 임신했다는 건 누나에게 많은 부담을 전가시키는 일이었다.

복순 누나는 스스로를 믿고 계획한 일이지만, 모든 걸 누나에게 맡길 생각으로 임신에 동의한 게 아니었다.

나도 책임질 부분은 최선을 다 해 책임질 것이다.

일단 이미 한 번 해본 일이라서 크게 부담이 안 된다.

처음보다는 두 번째로 하는 게 아무래도 더 능숙하고 잘 할 수 있는 법이 아니겠나?

‘여자 친구 선물 검색하는데 왜 다 드립인 거냐.’

문제는 이 세계에서 여자친구 선물에 대해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거다.

[본인 남자한테 선물 받는 꿈 꿨음. 진지하게 이거 예지몽 아닐까?]

­ㅈㄹㄴ

­ㅋㅋㅋㅋㅋㅋㅋ 네가?

(작성자) 뭐! 나는 꿈도 못 꾸냐?

­덕분에 신나게 웃고 갑니다 ^^

­근데 무슨 선물 받은 거임? 은근히 궁금하네.

(작성자) 비웃지 않는다고 하면 말해줌.

­ㅇㅋ 안 비웃을게.

­절대 안 비웃음. 그럴 수도 있지. 꿈에서라도 선물 받은 게 어디야. 나는 꿈에서도 못 받아 본 거임.

(작성자) 정성스럽게 접은 학 천 마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색히 남자한테 학 1천마리 접고 고백했다가 차인 적 있다 100%

­시발, 기왕 꿈에서라도 선물 받을 거면 근사하게 다이아몬드 반지라도 받을 것이지 학이 뭐냐? ㅈㄴ 개불쌍하네.

(작성자) 시발 안 비웃는다며….

학 천 마리….

여기서도 접어주는 사람이 있구나.

나름 되게 정성스럽게 접어주는 걸 텐데.

아무튼 대부분이 이런 분위기였다.

남자한테 선물을 받는다는 것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여자들에게 가치 있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거나 주고 싶지 않은데.”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행복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선물을 학 천 마리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쓰읍, 목걸이?”

코인 상점을 뒤적이며 고민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제일 선물하기 편한 것이 있다면 장신구다보니 절로 그곳에 시선이 갔다.

특별한 능력이 없긴 하지만, 뛰어난 디자인을 갖고 있어서 여자에게 선물을 하기가 이것보다 좋은 게 없다.

‘결혼반지를 또 따로 해줘야겠지?’

복순 누나에게는 현재 내가 준 커플 반지가 있다.

주아 누나에게 줬던 반지보다는 가볍게 일상생활에서 낄 수 있는 반지였기에 이번에 선물을 주는 것도 나쁠 것 없기는 했다.

하지만.

‘결혼반지는 결혼할 때 주는 게 맞는 거지.’

반지는 역시 다음에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임신했다고 핸드백을 사주는 것도 웃긴 일인 것 같은데.

‘복순 누나한테 필요한 게 뭐지?’

선물이라는 게 원래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게 제일이지 않은가?

누나에게 필요한 게 무얼까 고민하다가 비앙카에게 연락을 넣었다.

“임신 기념으로 누나한테 선물을 주고 싶은데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말씀만 하세요.

“복순 누나한테도 보안 좋은 집을 구해주는 게 맞는 것 같아.”

주아 누나에게는 해줬는데 복순 누나에게는 해주지 않을 순 없는 거다.

­예, 그럼 집은 진주아씨 자택과 가까운 곳으로 할까요? 같은 동으로 구하라고 하시면 구할 수 있어요.

“어…그건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잠시 상황을 따져봤다.

주아 누나와 복순 누나가 가깝게 산다면?

아무래도 서로 왕래하기 편하기는 할 거다.

하지만….

‘단점이 더 많아.’

적당히 거리가 있을 때가 서로를 위해 좋을 것 같다.

특히 누나는 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끼리 꽤 활발하게 친분을 나누고 있다고 들었다.

굳이 여러 생각을 떠올려보지 않아도 무조건 문제가 생길 게 분명한 상황.

아예 문제가 시작 되지 않게 하는 게 나았다.

“굳이 거기 말고 다른 곳에도 보안 괜찮은 곳으로 구할 수 있지 않아?”

­그럼요. 당연히 가능하죠.

“될 수 있으면 복순 누나 학원 근처로 구해줘.”

­근처에 보안이 괜찮은 집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수소문 해볼게요.

“그래.”

실비아가 비앙카와 몸이 합쳐진 이후로, 나에게 껄떡거리는 것이 많이 사라졌다.

초반에는 바뀐 게 있나?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젠 확실히 둘이 합쳐진 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격이 바뀐 것이다.

‘덕분에 믿고 맡길 수 있어서 좋단 말이지.’

바뀐 성격이 아쉽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아도 대답할 거다.

오히려 전보다 더 나에게 깍듯하고 혹여나 얘가 무슨 돌발 행동을 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 [잘 지냈냐.]

“왁! 까, 깜짝이야.”

비앙카와 전화를 끊고 몸을 빙글 돌린 순간.

갑자기 눈앞에 튀어나온 말풍선에 화들짝 놀랐다.

이 말풍선을 보지 못한지 몇 개월째인지 모른다.

“뭐야, 너! 언제 왔어?”

[방금 왔다. 아주 기특한 일을 해냈더라?]

“아~ 왜 왔나 했더니. 복순 누나 임신 때문이었어?”

별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긴 해도 나는 이쪽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이곳으로 온 사람이다.

그러니 내 피를 받아 태어날 아이가 한 명 더 생겼다는 것은 세계가 멸망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는 뜻이 된다.

[요즘 신경을 많이 못 써줘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일을 잘 해주고 있었더라고. 너무 기특해서 선물을 주려고 찾아온 거야.]

“요즘 신경을 못 써준 게 아니라 원래부터 나한테 별로 관심 없었잖아. 내가 부르지 않을 때 온 적이 드문데 새삼스러운 말이네.”

[아둔한 인간은 모르는 사정이 있단다. 쯧쯔~! 내가 널 배려해준 것들을 말해주면 아마 나한테 고마워서 절이라도 해주고 싶을 걸?]

포니가 나를 예의 주시하지도 못할 정도로 바쁘게 만든 이유는 내가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얘가 얼마나 내게 무신경한지는 여전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상태창’을 예전에 포니가 쓰던 상태창으로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증명이 된다.

‘그나저나 이놈, 날개가 푸석푸석한데? 지금도 엄청 고생하는 중인가보네.’

내가 신고를 한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때의 일이 수습이 되지 않은 걸까?

대놓고 물어볼 수 없는 문제였기에 나는 생각을 다른 쪽으로 바꾸기로 했다.

궁금증 때문에 일을 크게 만들 순 없었다.

“도대체 그 배려라는 게 뭔데? 항상 날 위해 대단한 걸 해주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정작 나한테 설명해주는 건 하나도 없잖아. 아는 게 없는데 은인 대접을 바라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나라고 말 안 해주고 싶은지 알아? 하등생물인 네가 알 수 있는 지식이 아니니까 말을 못해주는 거다.]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고 싶어 하는 네가 말을 안 해주고 참을 때부터 이상하다 싶더니 강제로 말을 못하게 되어 있었던 거였어? 그런 거면 그냥 생색도 내지마. 모르는 일로 은인 취급 해줄 생각 없으니까.”

[이익! 너 같은 놈이랑 계약하는 게 아니었는데!! 프로젝트가 완전히 뒤집혀서 네놈이 나가리 될 뻔한 걸 구해줬더니!!]

프로젝트가 완전히 뒤집힐 뻔 했다고?

‘내가 신고했던 일 때문에 전수 조사라도 받았나?’

부정이 끼어든 곳은 싹 다 털렸을 것이고, 연관 되어 있는 일들이 뒤집혀지는 건 회사를 다녀본 나에겐 쉽게 추측이 되는 순서였다.

‘근데 얘가 나한테 완전히 손을 떼는 게 나한테 나쁜 일인가?’

만약 포니와 연락이 완전히 끊겨버리게 됐다면?

코인을 수급할 방법이 내게 존재하고, 상태창에 걸려 있던 불법 개조는 해결 된 상황이다.

포니가 없어도 잘 먹고 잘 살았는데 굳이 내가 이 녀석 관리하에 계속 있을 이유가 있을까?

“프로젝트가 뒤집힐 뻔했다는 건 더 이상 너랑 만나지 못하게 된다는 뜻인 거지?”

[알려고 하지마! 지금 알려준 것만으로도 과분한 정보니까.]

“이것까지만 알려줘봐. 내가 예상한 게 맞아?”

[맞다. 내가 손을 쓰지 않았다면 넌 더 이상 나를 만나지 못했을 거야. 어때, 이제 좀 무서워졌어?]

“…글쎄다. 그게 왜 나한테 큰일인 건지 이해가 안 되는데. 난 너 없어도 잘 먹고 잘 살고 있어. 오히려 네가 가끔 찾아와서 귀찮게 구는 게 더 싫은데.”

(Д) [뭐시라?! 이놈이!! 오냐, 그렇게 내가 귀찮으면 이대로 가주마!]

쌩하니 가버리려고 하는 포니를 어림없다는 듯 손으로 휙! 낚아채 잡았다.

[끄아악! 이거 놔!!]

“어허이! 어디서 밑장을 빼려고 하냐? 프로젝트인지 뭔지가 끝난 게 아니잖아. 저번에도 임신했을 때 선물 왕창 줬었는데 이번엔 뭐 없어? 줄건 줘야지. 나한테 안 주면 네가 꿀꺽 할 거잖아.”

[크윽! 달면 삼키고 쓰면 뱉겠다 이거냐?]

“당연히 그래야지. 빨리 줘. 바빠 죽겠다면서. 언제까지 나한테 붙잡혀 있으려고.”

[일단 이것부터 좀 놔아!!]

작디 작은 손을 옴팡지게 쥐고 자기 몸을 낚아챈 내 손을 마구 때린다.

애석하게도 요정의 신체 능력은 형편없어서 전혀 아프지 않았다.

시끄러운 날개짓 소리 때문에 귀가 시끄러웠을 뿐이다.

위이잉 위이이이잉­!

‘모기소리 완전 극혐.’

[하여튼 안 예쁜 녀석! 옛다! 먹고 떨어져라!]

포니는 질색을 하며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상자를 소환했다.

어서 이걸 전달해주고 돌아가고 싶은 눈치였다.

“상자네? 안에 뭐 들었어?”

[아마 보면 깜짝 놀랄 거다. 지금 너한테 꼭 필요한 물건이니까. 내가 고심해서 골라온 건데 대접을 이따위로 하다니…!]

“나한테 필요한 물건?”

[헹! 너 같은 놈은 상점에서 구경하면서 침만 질질 흘렸을 상품이다.]

포니는 내가 갖고 있는 코인의 숫자를 모른다.

“지금 바로 까 봐도 되는 거지? 이제 내거잖아.”

[보고 까무러치지나 마라. 울면서 무릎 꿇고 날 찬양해도 오늘의 무례는 잊지 않을 거니까.]

“참나, 네 돈으로 선물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생색은.”

상자를 까서 안을 확인했다.

[성향 추가 커스텀 카드팩]

“이게 뭐야? 웬 카드가 들어 있어?”

그렇게 자랑질을 했으면서 나오는 건 타로 카드처럼 생긴 카드들이었다.

황당해서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는데, 이 카드로 미래라도 예언해주나 싶었다.

안타깝게도 내 짐작은 완전 틀렸다.

포니는 여전히 콧대를 세우고 카드의 사용처를 설명해주었다.

[여러 여자를 거느리는 게 이쪽 세계에선 합법이긴 해도 아예 문제가 없는 건 아닌 걸 알고 있다. 이 아이템은 그런 걱정을 싹 사라지게 만들어줄 최고의 카드야.]

“이게? 어떻게 사용하는 건데?”

[간단해. 이 카드를 네가 적용시킬 대상의 몸에 접촉시키면 되지.]

“몸에 접촉시키면 어떻게 되는데.”

[이 카드는 말 그대로 사람의 성향을 바꿔준다. 네가 만났던 여자들이 앞으로 만나게 될 여자들한테 질투 하지 않게 해주는 거지.]

“…….”

설명을 들어 보니 왜 포니가 현재 나에게 꼭 필요한 카드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확실히 며칠 전만 해도 매우 걱정하고 있었던 일을 단숨에 해결 할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거기다가 카드팩에는 단순히 여자가 질투심을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카드가 다양하네.”

[카드를 보충하고 싶으면 상점에서 구매를 해야 돼. 카드 한 장당 무려 1,000코인이나 하니까 중요한 사람한테 써야 할 거야.]

“이거 종류를 상점에서 다 판매하는 거야?”

[그래, 코인만 있으면 얼마든지 구매해서 쓰면 되는 거지. 다만 가격이 비싸서 네 녀석은 아마 엄두도 못낼 거다. 뭐 지금처럼 계속 임신을 시키는데 성공하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상점은 정말 보물창고다.

이런 아이템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선물은 이게 끝? 코인은 안 줘?”

[미션 열심히 깨면서 모와! 나한테 맡겨 놓은 코인도 없으면서 날강도 같이!]

“코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그렇지. 솔직히 말해봐. 정말 나한테 코인 떨어진 게 없어?”

[없어! 선물이면 됐지 뭘 더 바라는 거야?]

수상한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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