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21화 (221/849)

〈 221화 〉 #31. 휴식 (2)

* * *

진해솔이 해외에 나간다는 소식은 여자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다 함께 술을 먹으러 갔고, 거기에서 다들 만취해버렸다.

“진해솔 불러!”

““불러!””

“해명해!”

““해명해!””

꺄아아악!

노래방에서 들려오는 괴랄한 목소리.

나는 선뜻 방문을 열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댔다.

저 마굴(?)을 들어가도 될지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진해솔을 내놓으라고 외쳐대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문 밖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머뭇대고 있을 순 없었다.

달칵­!

“저 왔…음.”

탁자 위에 올라가서 엉덩이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여자.

현란한 솜씨로 탬버린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는 여자도 보인다.

한 명은 술에 꽐라가 됐는지 장렬하게 전사하고 색색 잠들어 있는 상황.

문제가 있다면 저러고 있는 여자들이 모두 내 여자라는 점일 것이다.

만취한 여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맨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복순 누나가 나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왔네.”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복순 누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가 온 줄 모르는 두 여자가 신나게 노래를 불러 재끼고 있는 중이었다.

“보다시피 다들 술에 쩔었어. 너 데려오라고 술주정을 부려서 부른 거고. 처음에는 내가 챙겨보려고 했는데 점점 사람이 아니라 개가 되어가더라고. 내가 수습하기엔 선을 넘어버렸어.”

“잘했어요. 확실히 정상인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자아안이이인하아안~ 남자야~! 날 두고 가지 마아~♪”

“해소리 부울러어~!”

저렇게 목 놓아 부르고 있는 사람이 이미 도착했는데 당사자들이 보지도 않고 날 부르라며 난리다.

“해솔이 여기 왔잖아, 이년들아. 정신 좀 차려.”

내가 왔는데도 온 줄 모르고 나를 데려오라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여자1, 그리고 그 옆에서 고개를 식탁에 푹 박고 자고 있는 여자2.

마지막으로 잔뜩 취해서 여자1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고 있는 여자3까지.

“꺄아아악! 해소리다!!!! 해소라!!!”

술에 완전히 취한 아현이가 드디어 나를 발견했다.

“어디가!! 안대! 못가!”

내 무릎 위를 차지한 아현이가 내 목을 휘감더니 돌연 가지 말라면서 달라붙었다.

“나 방금 왔어. 어딜 간다는 거야?”

“가지마아아아…흐어어어엉!!”

이젠 울기 시작한다.

복순 누나가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가관이네. 가관이야.”

“윽! 누나!”

아현이가 내 무릎에 앉아 목을 끌어안고 울고 있다면, 민영 누나도 어느새 내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더니 내 이곳저곳에 뽀뽀를 해대기 시작했다.

“쪽쪽! 샤랑해, 해소라. 보고시퍼써. 해소리너무조아…하악…해소리냄새…킁킁킁…!”

“좀 진정들 해봐요.”

“안대에! 어디가려구우! 나만 두고 가지마아!!”

“안 가. 나 갈 곳 없어. 일 다 끝났어.”

“내꺼야야아아아아!!!”

“아니야아, 내꺼야아아!!”

민영 누나와 아현이가 서로 내 목에 달라붙어서 자리 싸움을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민영 누나는 뽀뽀를 넘어 내 몸을 핥으면서 침을 발랐다.

두 여자의 진상 짓에 복순 누나가 혀를 쯧쯧 찬다.

“쟤네들 평소에 엄청 얌전하더니 술 들어가니까 사람이 확 바뀌네. 어휴, 내 눈. 저런 스타일은 조심해야 돼.”

“좀 도와줘요!”

“싫어. 와서 딴 여자들이랑 붙어 있는데 뭐 보기 좋다고 구해줘? 네가 알아서 빠져나와.”

두 여자에게 제대로 걸린 나는 그녀들이 지처 잠이 들 때까지 계속 붙잡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복순 누나는 내가 시달리는 모습을 희희낙락하며 지켜봤다.

“어휴.”

“고작 여자 둘을 그렇게 못 다루면 어떡해? 여자를 5명이나 데리고 살 남자가 말이야.”

“…도대체 어쩌다가 술을 이렇게 마신 거에요? 주아 누나가 완전히 기절한 거 보면 장난 아니게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우리가 술 마실 일이 뭐가 있겠어? 당연히 너 때문이지.”

“나요?!”

“그래요, 너요.”

복순 누나의 말에 뒷골이 쎄~해졌다.

“저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심장이 쫄깃해진다.

“잘못이야 매일 하고 있지. 네가 우리한테 시간을 안 주니까.”

“시간이요? 아!”

왜 그녀들이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는가 했더니 내가 변명하기 힘든 부분을 꼬집고 나왔다.

“바로 해외 나간다며.”

“네. 스케줄이 있어서요.”

“그거 듣고 우리끼리 네 욕 하면서 술 엄청 마셨어. 안주가 맛있어서 그런지 애들이 자제를 못하더라고.”

“…절 안주로 신나게 물고 뜯은 거네요. 어쩐지 귀가 간지럽더니.”

“후후후, 콘서트에서 네가 너무 잘났더라고. 그래서 다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엥?

“콘서트 잘 보고 나왔는데 불만이 생겼다고요?”

“응. 질투심이지. 여자들이 너한테 환장을 하더라고. 어떤 여자는 무대 위에 브라를 던지던데? 처음에는 자랑스럽다가 여자들이 너무 좋아하니까 질투를 안 할 수가 없더라.”

“아…그거 보셨구나.”

짓궂은 관객 중에서 때로 자기 속옷을 무대 위로 던지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처음 속옷이 무대 위로 올라 온 건 외국에서였는데, 몇 번 경험을 하고 난 이후로는 익숙해져서 무덤덤해진 상태였다.

“그런 건 스태프들 손에서 처리 돼서 질투할 필요 없어요.”

“무슨 상관이야. 자기 속옷을 던져줬다는 게 중요한 거지. 아무튼 잘난 내 남자, 얼굴 보기 너~무 힘들어서 위기감을 많이 느껴. 이러다가 다른 년한테 홀랑 뺏기는 거 아닌가 몰라.”

“안 그래요.”

내 여자들이 수두룩한 방안에서 하는 말이라서 어쩐지 몸이 움츠러든다.

“엄청 미안한가 보네? 사실 나한테 미안해 할 필요 없어. 네 사정 다 알고 임신한 거잖아 난 괜찮은데, 얘네들은 아닌 것 같더라고. 너한테 의지하는 게 좀 심한 것 같더라.”

민영 누나는 특히 나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았다.

내 정액을 마약처럼 먹고 다니는 누나이다.

“아우~ 피곤해. 이제 집에 좀 가자. 얘네들 술주정 부리는 거 구경하느라 고생 많이 했단 말이야. 졸려.”

“그럼 먼저 차에 좀 가있을래요? 대리기사님이 가게 앞에 세워뒀으니까 말하면 문 열어드릴 거에요.”

회식 때 맥주를 마셨기에 대리기사를 불러 여기까지 온 거였다.

차도 매니저 누나의 차를 빌려서 온 것이었다.

“대리기사를 불렀어? 너 알아보면 어쩌려고.”

“친구들 데리러 온 건 줄 아니까 대충 말 좀 맞춰주세요.”

“안 들킨 거 맞아?”

“네. 안 들켰어요. 아시잖아요. 저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거.”

“그거 진짜 신기해. 네가 존재감이 없는 애가 아닌데 말이야. 무대 위에 있던 모습이 생생한데.”

현재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이 바로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꿀아이템이다.

정말 구매 코인이 아깝지 않은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거기 가서 쉬고 있어요. 한 명씩 챙겨서 나갈 테니까.”

“술 깨는 약이라도 사올게. 근처에 편의점 있었어.”

“네.”

복순 누나를 먼저 보내고.

내 목을 휘감고 잠든 민영 누나와 아현이를 천천히 떼어냈다.

깨어나지 않게 해야 했다.

자칫 잘못했다가 깨어나기라도 하면 감당 못한다.

얼굴이 알려져 있는 민영 누나의 머리에 모자를 씌우고 얼굴을 내 품으로 가리고서 가게 밖으로 이동했다.

복순 누나가 말을 해뒀는지 대리 기사님이 문을 열어두고 계셨다.

“아이고~ 친구 분들이 완전 꽐라가 되셨네요.”

“여자들끼리 모여서 노는 게 재밌었나 봐요.”

“에이~ 여자들이 모여 봤자 뭐가 있겠습니까? 친구 분들처럼 술이나 푸는 거죠.”

“죄송한데 바로 출발은 못할 것 같아요. 아직 안에 두 명 더 있고요.”

“어휴, 남자 분을 이렇게 고생시키면 안 되는데.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뇨. 운전 하시러 오신 분한테 그런 일을 시킬 순 없죠. 제가 하겠습니다. 애들 깨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게 감시만 좀 부탁드립니다.”

“예엡.”

대리기사가 한민영의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그녀의 몸에 담요를 덮어주고 다시 가게로 이동했다.

색색 잠들어 있었던 주아 누나와 아현이까지 모두 챙겨서 나오니 복순 누나가 편의점에서 술 깨는 약을 사와 차에 타고 있었다.

“너 하나 마실래? 회식가서 술 마셨을 거 아냐.”

“괜찮아요. 맥주 조금 마신 게 전부라서요.”

“그래? 그럼 이건 킵해둬야겠네. 근데 얘네들 다 어디다가 버릴 거야?”

“음, 그냥 주아 누나네에 데려가서 싹 다 재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누나 집에 데려다드릴게요.”

“나 혼자만? 얘네들 데려다주고 넌 어떡할 건데?”

“저야 숙…아니, 집에 가서 자야죠.”

“모처럼 오랜만에 얼굴 본 건데 이렇게 간다고? 얘네들도 너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는데?”

“…많이 보고 싶었어요?”

“응. 회식하다가 달려왔으면서 그냥 가는 건 너도 아쉽잖아. 그냥 우리 집에 다 재우고 너도 하루 자고 가.”

“흠, 생각 좀 해볼게요.”

일단 나는 복순 누나의 집으로 가기로 결정을 내리고 이동을 시작했다.

누구 집을 가든 꽐라가 돼서 잠든 여자들을 챙기긴 해야 했다.

? ? ?

“흐앙! 으응…학! 응…!”

어쩌다가 이렇게 됐느냐고 묻는다면 시작을 한 건 민영 누나였다.

복순 누나의 집에 데려와서 한 명씩 눕혀놓고 숨을 돌렸는데, 안 잡아먹을 테니 자고 가라는 말에 그렇게 하기로 하고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내가 샤워를 하고 있는 사이, 민영 누나가 벌떡 일어나서 구토감을 호소했고.

샤워를 하고 있던 욕실이 벌컥 열리며 민영 누나가 변기를 부여잡았다.

웨에엑­ 우에엑­!

“아…누나.”

시원하게 쏟아지는 구토소리를 애써 샤워기 소리로 묻으며 겸허히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구토를 끝내고도 민영 누나는 정신을 못 차렸다.

해서 이때까지만 해도 색텐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변기 부여잡고 토하고 있는 여자한테 꼴릴 미친놈이 어디 있겠냔 말이다.

나는 샤워를 중단하고 정신 못 차리는 민영 누나의 옷을 벗겼다.

옷에 덕지덕지 묻은 토를 그냥 묻힌 채로 재울 수는 없었다.

솨아아아­

“으우우웅….”

“자아, 착하죠? 이것만 씻고 코 잡시다. 누나.”

머리에 토가 많이 묻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누나의 머리도 감겨야 했다.

기왕 홀딱 벗긴 김에 싹 깨끗하게 해주고 싶었던 욕심이었다.

“우물우물 퉤.”

“퉤에­”

아예 정신이 날아간 건 아니라서 시키면 순순히 시키는 대로 움직여주기까지 했다.

민영 누나를 이빨까지 닦이는데 성공한 나는 뿌듯함을 느끼며 수건으로 누나의 몸을 닦아냈다.

그렇게 한 눈을 파느라 몰랐다.

희미하게 정신을 차린 민영 누나가 내 고추를 노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콱­!

“누, 누낙! 거기 안 돼!”

“히히히.”

“남은 다급해 죽겠는데 순진하게 웃고 있으면 안 되죠!! 거기 그렇게 막 움켜쥐고 그러는 곳 아니에요. 떽! 혼나요.”

“히이잉.”

“울상만 짓고 있지 말고. 손에 힘 좀 뺍시다. 누나에게 인간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거긴 놔줍시다. 아야해요.”

“아야? 아야야? 히히히.”

아무래도 이 누나 제정신 차리는 걸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아니야! 머거!”

뭘?

“냐암!”

그리고.

민영 누나는 말리기도 전에 사고를 쳤다.

이게 의도적인지, 술기운에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술에 취했다기엔 고추를 빠는 펠라 솜씨가 너무 능숙하고, 자극적이었다.

반면 제정신으로 했다기엔 평소 내가 아는 민영 누나의 성격과는 너무 다른 대범한 행동이었고 말이다.

어찌됐든 나는 술에 취한 민영 누나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 펠라를 받아야 했다.

부디 내 고추를 빨기만 하고, 이빨로 깨물지 않기를 속으로 기도하며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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