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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25화 (225/849)

〈 225화 〉 #31. 휴식 (6)

* * *

“얘기 들었어. 제이슨한테 청혼 받았다며?”

“소문이 정말 빠르네. 이틀 전에 받은 청혼을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

“그만큼 대단한 일이니까 그렇지. 잘 나가는 디자이너에 그 제이슨의 아내라니! 솔직히 나 지금까지 널 인정 안 하고 있었거든? 근데 이젠 인정해. 정작 넌 나 같은 사람 인정 따위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말이야.”

“난 전에도 네 인정은 필요 없었어.”

“재수없는 년.”

압도적인 감각을 가진, 감동을 주는, 천재적인.

그동안 조안나를 향한 수식어는 많았다.

하지만 그 수식어는 모두 모국에서만 인정받았던 재능이기도 했다.

천재이긴 하지만, 무언가 2% 정도 부족함이 보이는.

전형적인 포텐이 터지지 않은 유망주였던 조안나.

그런 그녀가 확 바뀐 채 모국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다른 나라에 파견 되었다가 돌아 온 그녀는 예전의 조안나가 아니었다.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감동적인 디자인으로 마음을 뒤흔들었다.

더 이상 유망주로 부르기 힘든,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마침내 천재성을 터트리다! 패션 디자이너 조안나에게 찬사를!]

[조안나에게 투자하라. 럭셔리함의 기준을 다시 쓰다.]

전 세계 패션인들의 놀라움과 찬사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조안나는 본격적으로 세상에 자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다니던 회사를 돌연 퇴사하여자기 이름을 건 브랜드 ‘안나’를 창설하면서 한층 더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자기 브랜드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는 법이었다.

자기 브랜드를 만든 조안나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건이었다.

사람들이 찬사를 했던 천재성을 자기 회사에 잘 녹일 수 있을지 말이다.

디자인을 하는 것과 회사를 운영하는 건 엄연히 다른 이야기였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한 발작 뒤에서 조안나를 지켜봤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었다.

그녀의 재능에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가 나타난 것이다.

제이슨.

여성편력으로도 유명하지만, 투자 감각이 굉장히 좋은 것으로 유명한 제이슨이라는 남자가 조안나의 투자자였다.

그는 재능 있는 여자에게 투자하기를 좋아했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투자를 받은 여성 대부분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이슨, 이번엔 디자이너 조안나를 찜하다!]

[그의 천재적인 투자 감각이 이번에도 통할까?]

사람들의 기대감이 다시 조안나에게 향했다.

제이슨이‘조안나’에게 투자를 했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다행이도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조안나가 빠르게 패션계에 자리를 잡았다.

조안나의 천재적인 디자인과 제이슨이 연결해준 유능한 사장의 서포팅이 빛을 본 것이다.

이제 업계에서 조안나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낸 패션은 유행이 되고, 패션 세계의 흐름이 되었다.

“아무튼 하지도 않을 결혼, 이미 끝난 것처럼 말하지 말아줘. 난 제이슨이랑 결혼할 생각 없어.”

조안나가 명예를 얻고, 마침내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을 때.

제이슨으로부터 의외의 제안을 받게 됐다.

그가 그녀에게 청혼을 해버린 것이다.

'미리 의논이라도 하고 할 것이지.'

평소 선을 긋고 깔끔한 관계를 유지하던 두 사람이었기에 전혀 예상 못한 청혼이었다.

제이슨은 잘못 생각해도 크게 잘못 생각했다.

아마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는 여자가 이 세상에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을 거다.

이렇게 빨리 소문이 퍼진 것은 제이슨의 잘못이 컸다.

‘하필 공개적인 장소에서 청혼을 해서….’

그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그의청혼을 받아줄 수 없었다.

제이슨과 결혼을 하게 되면 훨씬 빠르게 원하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녀가 바라는 목적과 방향이 다른 성공이 된다.

“뭐? 거절?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아니면 날 조롱하려는 건가?”

그녀에게 질투심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고 있는 여자의 물음에 조안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속고만 살았나본데, 거짓말 아니야.이미 청혼은 거절했어.제이슨도 알겠다고 깔끔하게 물러났고.”

제이슨은 매너가 좋은 남자였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 청혼을 거절당했지만, 조안나를 원망하지 않았다.

만약 조안나가 진해솔이라는 남자를 몰랐다면 그의 청혼을 거절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쁘지 않은 남자였다.

하지만 조안나는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의 뮤즈가 멀쩡하게 다른 나라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으니까.

‘…보고싶다.’

조안나는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며 영감을 받는다.

패션인들이 경악했던 천재성은 모두 그로부터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그와 함께했던 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조안나도 없었을 것이다.

고로 그녀는 진해솔이 아니면 안 됐다.

‘기다리고 있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당당하게 데리러 갈게.’

아직은 부족하다.

그녀가 성장하는 것만큼 진해솔도 성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의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려면 지금의 위치도 부족했다.

정상을 목표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쉼터는 그녀를 멈추게 만들지 못했다.

“미쳤니? 너한테 청혼한 남자, 제이슨이야.”

“대단한 남자인 건 알고 있어.”

얼굴도 잘 생기고, 본인 능력도 대단한데다 성격도 매너 있고 깔끔한 사람이다.

그뿐인가?

아내가 고작 3명인데 아이를 14명이나 낳은 남자다.

아이가 많다는 건 남자의 정력이 대단하다는 뜻!

여자들에게 제이슨은 동화책에서 나오는 왕자님과 다를 바가 없었다.

“복에 겨워서 제정신이 아니구나.”

여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안나는 내가 청혼을 거절한 게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었나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생각나는 게 있어 말했다.

“아…그러고 보니 너 제이슨을 좋아하고 있었지?”

“!!”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는 듯 여자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조안나가 제이슨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게 밝혀졌을 때, 오늘처럼 자신의 앞에 나타나 온갖 비아냥과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던 여자이다.

그녀가 브랜드 ‘안나’를 성공시킨 지금에서야 인정을 했다고 말할 정도로 조안나를 싫어하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조안나가 청혼을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복장이 터질 지경인데, 그 귀한 청혼을 무참히 거절해버렸다고 하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쟤는 날 싫어할 수밖에 없겠어.’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싫어하던 사이, 이제서 바뀐다고 대단히 특별할 건 없었다.

“아니야!!이, 이젠 안 좋아하거든?!”

“이걸 사과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미안. 네 입장에선 내가 재수 없을 것 같긴 해. 근데 내가 청혼을 받아들인 것보단 낫지 않아?”

“아니라고 했지!!너 하나도 재수 안 없어!”

내가 너무 잘나서 네 입장에선 재수 없어 하는 것도 이해한다는 조안나의 말에 여자가 펄쩍 뛴다.

아득바득 이 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여자는 분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안나는 무덤덤했다.

저 여자가 느낄 저급한 감정 따위, 조안나에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조안나 디자이너! 축하해요. 결혼한다면서요?”

“네?”

“결혼 정말 축하해요. 제이슨은 정말 멋진 남자죠.”

“아니에요.”

“제이슨이 멋진 여자를 낚아챘네요. 축하합니다. 조안나씨.”

“저 결혼 안 해요!”

여자와 투닥거리는 것도 잠시.

그녀의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결혼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해왔다.

조안나는 청혼을 받았다는 게 왜 바로 결혼으로 넘어가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두들 그녀가 제이슨의 청혼을 거절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왜 그런 오해를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청혼을 받았으니 당연히 결혼인 거 아닌가요? 혹시 약혼부터 할 생각이에요? 요즘에는 약혼 잘 안 하는 추세인데. 뭐 약혼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요.”

“저희가 눈치가 없었네요.보통 약혼하고 애가 생기면 결혼하는 경우도 있긴하거든요.”

“아~ 그럼 조안나씨도 그런 경우?”

그런 식의 약혼인 경우, 여자가 임신을 하지 않으면 결혼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기에 여자 입장에선 좋은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지는 가운데, 조안나가 인상을 팍 쓰며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으나 옆에 있던 여자가 불쑥 끼어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

“약혼은요, 무슨.그런 거 아니에요. 얘, 제이슨한테 받은 청혼 거절했대요.”

“네?”

“에엥?아니, 왜요?”

“하하, 농담하시는 거죠?”

자기가 거절한 것도 아닌데, 여자는 기세등등해져서 외쳤다.

“그렇죠? 황당하죠? 근데 얘는 제이슨으로 만족을 못하겠나 봐요. 더 대단한 남자라도 끼고 있는 걸지도 모르죠. 순진하고 가련한 제이슨이 이용 당해버린 거네요.”

무려 ‘제이슨’을 거절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조안나에게 다른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생각보다 가능성 있게 다가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조안나에게 쏟아진다.

여자는 조안나가 추문에 쌓이길 바라고 한 거짓말이었지만, 운 좋게도 예리하게 사실을 꼬집은 것이었다.

물론 이곳으로 떠나오면서 진해솔과 ‘이별’한 상태였기에 공식적으로 솔로인 것은 맞았다.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말이다.

“제이슨과 저는 처음부터 그런 관계가 아니었어요. 투자를 받은 것도 제 재능을 보고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결론을 내려서 한 거지, 사적인 관계로 얽혀서 받은 게 아닙니다. 솔직히 이걸 왜 변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당사자들끼리 끝난 문제에요.”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제이슨이 한 청혼을 거절한 거야? 그걸 우리보고 믿으라고?”

조안나가 악의가 가득 찬 여자를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꼭 저렇게 되도 않는 수작질을 부려댄다.

그런다고 그녀에게 큰 흠집이 생기지도 않는데 말이다.

“내가 왜 너한테 믿음까지 줘야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래도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 같으니 대답할게요. 제이슨이 좋은 남자인 건 저도 동의해요. 하지만 그게 제이슨을 사랑하는 이유가 될 순 없어요. 그리고 지금은 일에 더 집중하고 싶은 게 커요. 사업에 한참 재미를 느끼고 있는 중이거든요. 만약 가정이 생긴다면 지금처럼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자신하지 못하겠어요.”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긴 하죠.”

“남자에 한 번 빠지면 답이 없긴 해.”

“제이슨처럼 대단한 남자를 옆에 두고 일에 집중하라고 하면 절대 못하지.”

제이슨이 옆에서 유혹하는데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다며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슨 상상을 했는지 아줌마들의 얼굴이 발그레지기도 했다.

“정말 대단해요. 보통 여자라면 절대 제이슨을 거절하지 못했을 텐데.”

“주책이지만 저였어도 거절은 못했을 거에요. 사랑이라는 감정보단 당장 내 앞에 올 이득이 눈에 보이니까요.”

주변 사람들이 조안나의 단호한 대답에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남자에 흔들리지 않고 사업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한 조안나 덕분에 브랜드의 신뢰도가 상승하기도 했다.

“혹시 투자 필요하면 말해줘요. 나도 한 발 끼고 싶네.”

여자는 또 다시 상황이 조안나에게 유리하게 흘러가자 와락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조안나는 여유롭게 사람들의 말을 받아 넘기면서 여자를 힐끔 바라봤다.

귀찮은 날파리일 뿐 크게 거슬리지 않아 내버려뒀는데, 아무래도 깔끔하게 치워두는 게 나중을 위해서라도 나을 것 같았다.

‘제이슨한테 말해둬야겠어.’

그녀가 아는 제이슨이라면 ‘사업’에 위험이 되는 여자를 치워달라는 말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제이슨이 그녀에게 청혼한 이유가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녀와 이어졌을 때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안나와 제이슨은 서로에게 완벽한 ‘비즈니스 파트너’였다.

“조안나!”

“제이슨!”

“제이슨이야!”

웅성웅성­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진다.

제이슨은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환하게 미소를 짓곤 하는 그 사람처럼.

‘어쩌면 제이슨이 내 뮤즈가 됐었을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역시 저 남자는 아니야. 아니, 세상 모든 남자들이 안 돼. 내 옆에 있을 남자는 진해솔 그 사람밖에 없어.’

최고의 남자를 아는데 그보다 못한 남자로 만족이 될 리 없었다.

조안나는 익숙하게 얼굴에 가면을 쓰고 제이슨에게 인사를 건넸다.

“제이슨, 안녕. 오늘 멋지게 하고 왔네.”

“당신은 오늘도 여전히 아름답고.”

제이슨은 화이트 정장을 입고 있었다.

매력적인 제이슨의 미모가 화이트 정장과 만나 화려하게 꽃 피웠다.

근처에 있는 여자들 모두 제이슨에게 반해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공들여 화장하고 꾸민 티가 났다.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그렇게 꾸민 거야?”

“당연히 당신이지. 내가 얼마나 대단한 남자인지 보여주면 좀 아쉬워하지 않을까 싶어서.”

안타깝게도 제이슨은 다시 한 번 실수를 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예의상 맞춰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미안. 내가 빈말을 못해.”

“…정말 냉정한 여자라니까. 이렇게 날 굴욕적이게 만든 여자는 당신이 처음이야. 축하해.”

“그것도 별로 관심이 없는 일이야.”

“…….”

제이슨은 정말 너무하다는 듯 그녀를 따가운 시선으로 째려봤다.

평소에는 이런 농담을 하면 예의상 받아주곤 했는데, 그가 그녀에게 청혼을 한 이상 틈을 보일 순 없었다.

조안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능청스럽게 그의 째림을 받아 넘겼다.

“청혼은 거절당했지만,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인 건 여전하지?”

“물론이야. 삐져서 투자금 빼겠다는 말만 안 한다면.”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니까 그럴 일 없어.”

“아! 이분께서 회사에 투자를 하고 싶으시대. 내가 당신 청혼 거절한 거에 크게 감명 받으셨나봐.”

“…그건 또 굉장히 의외인데.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신 건가요, 마담?”

“조안나씨가 일에 집중하기 위해 제이슨씨 청혼을 거절했다고 하니 절로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물론 당신한테는 좋지 않은 일이었겠지만요.”

“하하, 오늘 제 얼굴이 많이 부끄러운 날이군요.”

청혼을 거절 당한 걸 부끄러워하는 척 했으나 제이슨의 속마음은 다를 것이다.

아마 결혼을 하지도 않았는데, 결혼을 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에 기뻐하고 있을 거다.

실제로 그는 조안나를 향해 사람들 몰래 엄지를 치켜세웠다.

조안나는 그 엄지를 보지 못한 척 고개를 돌렸다.

그녀 입장에선 이번 일로 해솔이를 더 빨리 데리러 갈 수 있기만 하면 나쁠 것이 없었다.

제이슨은 투자 의사를 표하는 사람들을 능숙하게 다루며 이득을 챙기고 있었다.

그녀의 브랜드 ‘안나’에겐 최고의 호재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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