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27화 (227/849)

〈 227화 〉 #32. 제안 (2)

* * *

화보 촬영이 끝나고 우리를 고용한 쪽에서 제안한 작은 파티가 이어졌다.

­귀엽지 않아?

­그러게. 한 입에 넣고 꿀꺽 삼키면 목에 걸리는 것도 없이 꼴딱 넘어가겠어.

­나는 동양인은 다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얘네들은 확실히 다르더라.

­너무 매력적이야. 난 강이 좋아.

­난 진!

­나도 진.

­근데 역시 동양인이라 그런지 쑥스러움이 많더라.

­우리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닐까?

­왜 마음에 안 들어? 우리가 함락시킨 남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잊었어?

각종 유명 스타들과 작업을 할 기회가 많았던 그녀들의 추파는 함께 작업을 하는 스타들에게 향했고, 꽤 많은 이들을 침대로 끌고 왔다.

일단 그녀들이 남자에게 구질구질하게 달라붙을 생각이 없고 그저 하루 재밌게 놀기를 바라는 의향이 크다는 점이 스타들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던 것이다.

­저쪽 매니저가 엄청 참견하는 중이야. 통역사한테 우리가 하는 말을 전달해주지도 않는 것 같던데?

­온실 속 화초네.

­침실에서도 그러려나? 그럼 좀 별론데. 난 화끈한 게 좋아.

­넌 아직 그 맛을 모르는구나? 그런 스타일도 한 번 맛보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어. 카이셀 알지? 카이셀이 딱 그 스타일이거든. 침실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데 진짜 귀여워.

­카이셀이 침대에서 그런다고? 그 근육질 섹시가이가?

­그러니까 말이야. 울먹이면서 허리 흔드는데 진짜 귀여워서 미칠 뻔했다니까.

음란한 말을 서슴없이 하는 그녀들이 현재 노리는 사람은 동양에서 온 보이그룹 ‘에어플레인’이었다.

인종의 차이를 넘어설 만큼 대단한 외모를 가진 그들에게 흠뻑 빠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더욱이 함께 화보 촬영을 하는 모습에 큰 매력을 느낀 상태이기도 했다.

­쟤네들도 건드리려고 하나본데?

­애들 난리 났네. 아니, 이렇게까지 인기 많을 건 없지 않아?

­우리들은 모르는 애들이었잖아. 근데 쟤들은 에어플레인을 원래 알고 있었나봐.

­저럴 정도로 대단한 스타인 거야? 좀 알아보고 올 걸 그랬나.

꺄아아~

팬이라며 접근한 스태프들이 싸인과 사진을 받더니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른다.

단순히 얼굴과 스타라는 명예만 보고 접근했던 여자들은 과할 정도로 좋아하는 동료 스태프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군거렸다.

콧대 높은 명품 회사 직원이 하기엔 품위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스타를 유혹해서 호텔방으로 부르는 것도 그다지 품위 있는 행동은 아닌데도 말이다.

­이대로면 아무래도 우리한테 안 올 것 같은데 어떡하지? 딱 붙어 있는 저 매니저라는 여자가 막을 것 같은데.

­쟤네들 호텔방 번호 알아볼까?

­할 수 있겠어?

­화보 촬영 때문에 알려달라는데 안 알려줄 리가 없잖아.

사방에서 에어플레인을 노리는 좋지 않은 손이 쏟아지고 있었다.

???

화보 촬영이 있고 다음날 아침.

우리 회사 직원들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피곤해서 저러나 했는데, 뭔가 심각하게 상의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 있었어요?”

“음…혹시 너희 우리 몰래 여자랑 만나려고 했었어?”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저희 어제 숙소 들어오자마자 쓰러져서 잤어요. 아시잖아요.”

멤버들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숙소에서 깔끔하게 잠들었다.

아무도 깨지 않고 지금까지 푹 잠을 자고 있는 중이었기에 직원의 말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역시 그렇지?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워낙 그쪽에서 우기다보니 확인 차 물어볼 수밖에 없었어. 미안하다.”

“그러니까 나도 아닐 거라고 했잖아요. 괜히 애들 기분 나빠지게.”

직원의 수군거림이 심상치 않았다.

“누가 그런 소릴 했어요? 우리가 방에 여자 불렀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 어젯밤에 너희 방에 침입하려는 사람이 있었어.”

“저희 방이요? 우리 방을 어떻게 알고 들어와요?”

우리들이 묶는 숙소는 아무나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제 촬영했던 스태프들이 급한 일이 있다는 걸 핑계로 방 번호를 알아간 일이 있었대.”

“그 말을 믿고 방 번호를 알려줬던 거에요?”

“응, 그래서 큰일 날 뻔했지.”

다행이도 우리 호텔방에 들어가기 전에 직원한테 들켰다고 한다.

그들을 붙잡은 직원은 경찰을 불러 넘기려고 했고, 위기감을 느낀 범인이 화보 촬영장 직원임을 밝혔다.

그리고 우리들과 따로 약속을 잡아서 호텔방에 가려고 했던 거라고 변명을 했던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저흰 그런 적 없어요.”

“알지알지. 물어보기 전에도 알고 있었어. 우리가 설마 너희를 의심했을까. 그래도 저쪽에서 계속 우기니까 확인한 거야. 확인.”

“아닌 거 확인 됐으니까 우리가 그쪽이랑 얘기해서 확실하게 해결할게. 너희는 신경 쓰지 마.”

“만약 직원분이 못 발견했으면 큰일 날 뻔할 수도 있는 거였잖아요. 근데 이걸 조용히 해결할 수 있어요? 그냥 경찰에 신고해서 해결하는 게 낫지 않아요?”

누군가가 호텔 방문을 두드렸다면 우리는 당연히 직원일 거라고 생각하고 문을 열었을 거다.

그럼 그 여자들이 우리 숙소에 들어왔을 것이고, 굉장히 일이 복잡해졌을 것이다.

우리가 그런 적 없다고 변명을 해도 방 안에 들어온 적 있는 것과 없는 건 큰 차이가 될 테니 말이다.

“경찰은 안 돼. 그랬다간 기껏 찍은 화보 작업 다 엉망 된다.”

“그쪽 회사가 지금 상황을 알고 있는 거에요?”

“당연하지. 상황 전달받고 난감해 하는 중이야.”

“난감은 무슨.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인지 은근히 지들 직원 감싸주려는 것 같더만.”

“아잇, 그런 얘기를 왜 애들 앞에서 해요. 아무튼 너희는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우리가 잘 해결할 테니까.”

내 생각으로는 경찰에 신고해서 해결하는 게 제일 나은 것 같았는데, 직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경찰은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경찰이랑 얽혔다가 기사라도 나면 진짜 곤란해. 여긴 해외잖아. 이 나라 경찰이 썩 깨끗하질 않거든. 자기 안마당이니까 배짱부리는 것 같은데, 조이사님이랑 얘기하는 중이야.”

“일 크게 만들면 기껏 찍어놓은 화보 못나갈 수 있다고 조용히 해결하자고 해서…후.”

“아무리 우리가 을인 게 맞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갑질이 너무 심하잖아.”

“띠꺼워도 사이가 틀어질 정도로 압박하는 건 안 돼.”

“알지알지. 아무튼 지금 상황이 되게 복잡해. 너는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있어. 멘탈 관리 해야 돼.”

직원들도 이번 일 때문에 머리가 많이 아픈 모양이다.

“잘 해결 될 수 있는 거에요?”

“경찰에 넘기지는 못해도 그런 짓을 했는데 멀쩡하게 내버려둘 순 없지.”

“조연주 이사님이 얘기 듣고 바로 움직이기 시작하셨어. 믿고 기다려.”

“혹시 사과 받고 싶다거나 그래?”

“아뇨, 굳이 그런 사람들이랑 얼굴을 마주하기 싫은데요.”

어제 끈질기게 달라붙었던 여자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워낙 많은 사람이 우리들에게 말을 걸고 관심을 표했었다.

“거봐, 알아봤자 기분만 나쁘잖아.”

“다른 멤버들한테는 네가 말해줄래? 우리가 말하는 것보단 해솔이 네가 차분하게 말해주는 게 충격이 덜할 것 같은데.”

“아…그건 제가 할 수 있죠.”

“잘 해결 될 테니까 너희들은 이 일에 신경 쓰지 마. 스케줄 치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이런 일에 신경 쓰면 힘들어.”

직원들은 우리들이 이번 일로 충격을 받지 않고 가볍게 넘겨주기를 바라는 듯했다.

“하여튼 사리분별 못하는 년들 때문에 골치 아프다니까.”

“애들 경호를 좀 더 늘려야 할 것 같아.”

“너희들 묶은 방 호수 함부로 알려준 직원은 징계 받을 거야.”

직원들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생각을 정리해봤다.

일어나자마자 복잡한 얘기를 들어서 머리가 팍팍 돌아가질 않는다.

“일어나자마자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네요.”

“정신없긴 하지? 우리도 정신 하나도 없어. 이게 뭔 날벼락인지.”

“발견 못했으면 어쩔 뻔했어? 다시 생각해도 아찔해.”

직원들 눈이 퀭한 것이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았다.

“앞으로 경호에 더 신경 쓸 거야.”

“지금보다 두 배로 늘려야 돼.”

촬영장에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에게도 은근슬쩍 다가와 추파를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평소에도 어디를 가든 여자들의 과도한 추파는 늘상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걸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제대로 당할 뻔한 것이고 말이다.

정신없어 하는 직원들 사이에 계속 남아있기 뭐해서 먹을 걸 대충 챙겨서 방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멤버들을 하나씩 깨워서 상황 설명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와….”

“무섭네요.”

“문단속 앞으로 잘해야겠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거지?”

“소름 돋아.”

어제 파티장에서 우리들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의 육탄 공격에 초식 동물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견뎠던 게 새삼 떠오른다.

“그래서 들킨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요?”

“경찰에 신고하는 건 우리 쪽에 불리한 일이라서 못했고 회사 쪽에 항의해서 그쪽으로 징계를 주는 식으로 끝낼 생각인 것 같아.”

“엥? 범죄를 저지른 건데 그런 식으로 끝낸다고?”

“그쪽 회사랑 일이 얽혀 있잖아.”

어처구니없어 하는 멤버들에게 차분하게 우리 상황을 전달했다.

나도 처음에는 욱하는 마음이 들어 경찰부터 부르는 게 맞는 거 아니냐고 따지고 싶긴 했었다.

멤버들도 내가 열심히 설득을 하니 상황을 이해하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조이사님이 와서 일을 해결해주겠다고 하시니까 우리는 좀 기다려보자.”

“알았어.”

“근데 진짜 몸 조심해야겠다.”

우리들은 한층 더 몸 사릴 것을 다짐했다.

특히 여자 문제는 지금 서로 양해를 하고 몸가짐에 주의를 하자고 약속까지 했다.

적어도 연애는 그룹에 문제가 되지 않을 때 하는 게 맞다고 합의를 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급하게 조연주 이사님이 우리가 묶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다들 얘기 들었을 거에요. 어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어요. 우리 쪽에서 큰 실수를 했죠. 애들 정보를 함부로 알려줬으니까요.”

““…….””

조연주 이사의 카리스마 있는 지적에 직원들과 우리들 모두 긴장감으로 침을 삼켜냈다.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우리의 해외 활동이 크게 좌지우지 될 예정이었다.

“일단 에어플레인한테 사과할게요. 우리 쪽 실수로 큰일을 치를 뻔했어요. 앞으로 지금보다 보안에 두 배, 세 배는 더 신경 쓸 생각이에요. 인원도 늘리고, 여자들에 대한 대비도 확실하게 할 겁니다. 물론 말로 사과를 하는 걸로 끝낼 생각은 없어요. 그쪽 회사에서 범행을 저지른 직원들을 모두 해고하기로 했습니다.”

“!!”

“해고요?”

“아니, 분명 저희들이 얘기 했을 땐 콧방귀도 안 뀌었었는데….”

조연주 이사의 폭탄 같은 발표에 직원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놀란 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해고까지는 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쪽이랑 얘기 다 끝냈습니다. 설득시키느라 고생 좀 했어요.”

“와아….”

“정말 대단하세요.”

“어떻게 설득을 하셨지…?”

조연주 이사의 말에 직원들과 우리는 절로 박수가 나왔다.

“이번 일로 크게 상심했을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네요. 비록 우리가 그 사람들을 처벌시키지 못하지만, 그쪽 회사는 그렇지가 않거든요. 범행을 저지른 직원들이 평소에도 여러 문제로 회사에 피해를 준 게 많았다고 해요. 비리를 싹 모아서 소송을 걸 생각이라고 하니, 해고가 끝이 아닐 겁니다.”

“!!”

해고뿐만 아니라 거액의 돈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될 거라는 조연주 이사의 말은 꽉 막혀 있던 속을 뻥 뚫어주기 충분했다.

“저희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사님.”

“감사합니다, 이사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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