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9화 〉 #32. 제안 (4)
* * *
스태프가 전부 빠져나가고 20분 정도가 흘렀을 때.
호텔방의 벨이 울렸다.
문을 열어주니 나처럼 옷을 갈아입은 조연주 이사가 한 손에 술병을 들고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가볍게 술 괜찮…음, 혹시 바깥에 나가려고 했어요?”
바깥에 나갈 생각으로 옷을 두껍게 입은 나와달리 조연주 이사의 옷차림은 가벼운 실내복이었다.
조연주 이사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트 신청을 하셔서 당연히 바깥으로 나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오해를 했나보네요.”
여태까지 딱딱한 여성 정장을 입은 모습만 보다가 가벼운 옷을 입은 걸 보니 내가 알던 조연주 이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가 주로 입고 다니는 스타일은 노출이 최대한 적은 검은색, 회색 계열의 톤이 어두운 정장들이었다.
머리 또한 대체적으로 바짝 올려 묶은 머리 머리였는데 지금은 머리를 풀어 부드럽게 웨이브진 머리를 내보이고 있었다.
옷 또한 파스텔 톤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말이다.
‘생각보다 몸매가 더 좋네.’
얇은 파스텔 톤의 원피스는 숨겨져 있던 조연주 이사의 몸매를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녀의 벗은 몸을 알고 있는 나였기에 자연스레 그걸 보며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특히 엉덩이가 예뻤지.’
허리에 비해 골반이 컸고, 엉덩이도 힙업 된 예쁜 엉덩이였다.
특히 허리가 잘록해서 여자 특유의 S라인이 굉장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 갑자기 몸이 바뀌어서 경황이 없어 그녀와의 섹스를 온전히 기억하지 못한다.
상황파악 하기도 전에 냅다 섹스부터 해버렸는데, 오랜만에 하는 섹스여서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내가 했던 섹스 중에 제일 짜릿한 섹스였어.’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에는 조연주 이사와 했던 섹스가 최고의 섹스였다.
압도적인 쾌감과 내 위에서 정신없이 흔들리던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끈한 욕설까지.
그녀와 했던 섹스가 아마 ‘진해솔’의 동정을 가져간 섹스이기도 해서 더 그랬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함부로 바깥에 나갈 생각을 했어요? 어림도 없죠. 앉아서 술 한 잔하는 걸로 참아요.”
“음, 그럴까요?”
그녀가 내놓은 술을 받아 들어서 주방 찬장을 뒤져 투명한 컵 두 개를 꺼냈다.
“안주로 할 만한 게 없네요. 룸서비스라도 시킬까요?”
“이미 시켰어요. 곧 올라올 거에요.”
“!”
그녀는 사적인 상황에서도 유능했다.
잠시 후, 정말 룸서비스가 도착했고 우리는 꽤 로맨틱한 자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호텔에서 자체적으로 꾸며 놓은 꽃병이 테이블 위에 다소곳하게 올려져 있었던 것이다.
“…….”
“…….”
그렇게 자리가 마련 됐는데….
‘뭐라고 말해야 되지?’
선뜻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조연주 이사도 마찬가지였는지 눈알을 굴린다.
결국 우리는 술을 한 잔씩 따라서 마셨다.
이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갈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하, 좀 어색하네요.”
“제가 많이 불편하죠?”
“이사님으로서는 괜찮지만, 여자로서는 어색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네요. 그날 이후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그날은 대표실에서 나눴던 대화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녀도 나도 모두 알고 있는 그날을 말하는 게 분명하다.
“우선 사과부터 할게요. 제가 어른스럽지 못하게 행동했어요. 미안해요. 나쁜 길로 빠지려는 걸 막아줬어야 하는 입장인데 동조를 해버렸죠. 사실 그날 일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변명이 아니라 정말이에요.”
“…기억이 전혀 안 난다고요?”
“물론, 우리가 함께 했던 밤은 똑똑히 기억해요. 몸부터가 잊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
몸이 기억한다라….
그녀도 나처럼 그날 밤을 떠올렸는지 얼굴에 홍조가 돌았다.
조연주 이사와 일을 하면서 성적인 자극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지금 이 순간은 그녀가 엄청난 자극으로 덮쳐왔다.
내 몸이 명백히 그녀를 ‘여자’로 인지하고 달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둘 다 당시의 섹스를 떠올린 탓에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술을 마시는 것뿐.
꿀꺽꿀꺽
우리 둘 다 술을 퍼마시면서 열기를 식히는데 성공하고.
맨 정신이었을 때보단 나은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놀라웠던 것은 내가 그녀에게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연주 이사가 날 껄끄럽게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녀는 나를 한껏 의식하고 있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얼굴이 그렇게 사무적이었으면서 날 의식하고 있었다는 게 놀랍다.
조금의 여지라도 보였더라면 오늘 데이트 신청을 한 게 그렇게까지 놀랍지 않았을 거다.
“말 편하게 하세요. 이사님.”
“나 혼자만 편하게 하면 쓰나. 해솔씨도 편하게 불러주겠다고 하면 그렇게 할게요.”
“음, 그럼 누님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누님? 후후후! 그런 호칭으로 불렸던 게 언제인지 모르겠네. 설렌다. 이렇게 설렌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어.”
빙글빙글.
연주 누님이 술이 담긴 투명한 컵을 빙글빙글 돌렸다.
술이 빙글빙글 회오리칠 때마다 내 마음도 회오리치고 있었다.
사무적이기만 하던 얼굴이 이렇게까지 유혹적이고 도도한 여자가 될 줄이야.
이래서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나보다.
“근데 저랑 이렇게 얽히는 거 괜찮으신 건가요? 부담 되진 않으세요?”
“…나야 말로 늙은 아줌마가 주책 부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중이야.”
“그럴 리가요. 이렇게 아름다우신데요.”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 처음에는 너한테 부담 되게 이러지 말자고 생각했어. 너에 대한 관심을 억누르려고 일부러 더 냉정하게, 사무적으로 대했던 거야. 그런데 결국 널 잊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이렇게 용기를 낸 거야. 지금이 아니면 용기 내지 못할 것 같았거든.”
그녀의 손이 테이블 위에 있던 내 손 위에 살포시 얹어진다.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그녀가 지금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더불어 이 자리를 요청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손이 땀으로 촉촉해져 있었다.
‘이렇게 긴장하고 있었을 줄 몰랐는데.’
여유롭게 나를 유혹해서 긴장하지 않은 줄 알았다.
연주 누님의 포커페이스가 나를 자꾸만 오해하게 만들고 있었다.
“항상 주변에서 누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얘기를 들어왔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긴장을 하고 계신 줄 몰랐네요.”
나는 손을 움직여 누님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움찔!
내 힘을 느낀 연주 누님이 몸을 움찔 떨었다.
침을 꼴깍 삼키는 것도 보인다.
그런데 얼굴은 여전히 무덤덤 그 자체.
다만 두 볼에 떠오른 홍조가 연주 누님의 기분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도 사람인데, 마음이 가는 남자 앞에서 태연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우리 첫 만남이 썩 긍정적이진 않았지. 그래서 더 마음을 표현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
“그날 일은 저도 잘못한 일이에요. 데뷔반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해져서….”
내가 한 짓이 아니었기에 정확히 그때의 일을 말할 순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포니가 연주 누님의 기억을 조정해서 기억나지 않게 만들어둬서 적당히 얼버무리는 게 가능했다.
“그날 일이 아니었다고 해도 너는 분명 눈에 띄었을 거야. 누가 봐도 넌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우리 회사 직원들이 무능하지 않거든. 실력이 부족했어도 무조건 데뷔시켰을 거야. 굳이 날 설득할 필요가 없었던 거지.”
차마 몸 로비 한 것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는지 ‘설득’으로 바꿔서 언급하는 그녀다.
여기서 그래요, 참 아쉽네요. 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의 손을 주물주물 만지면서 말했다.
“전 후회하지 않아요.”
“…그날 일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이 좋다고 달라붙어 버렸는데?”
“그날이 없었으면 연주 누님이 저 같은 사람을 남자로 봐줬을 리 없겠죠. 오히려 저한테는 기회가 됐네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해외 활동을 하면서 조연주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게 됐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번 해외 활동은 시작조차도 못했다.
이번 어메이징 스타에 우리를 출연시킨 것도 모두 그녀의 힘이 컸다.
그런 능력 있는 여성의 관심인데, 싫을 남자가 어디 있겠나?
“네.”
긍정의 대답을 들은 연주 누님이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어째 그 웃음이 야하다.
얇은 원피스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그녀의 젖가슴이 나를 유혹하듯 흔들리고 있었다.
마주 잡고 있던 손이 거미처럼 움직이며 내 손을 역행하기 시작한다.
톡, 톡, 톡.
슬금슬금 올라가는 손가락이 내 피부에 소름을 돋게 만든다.
끈적끈적한 의도를 담아 내 팔을 쓸어내리는 연주 누님의 손가락이 긴장감을 더해주는 가운데.
스윽
연주 누님이 슬그머니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내 팔에 가슴을 꾸욱 누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말이야.”
“…….”
뒤늦게 눈치 챘는데, 연주 누님은.
“나 좀 위로해줄 수 있겠니? 네가 항상 그리웠어. 마음도, 몸도.”
속옷을 입지 않고 이곳에 온 상태였다.
팔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뿔뚝! 하고 열기가 하체에 쏠린다.
고개를 돌려 연주 누님의 얼굴을 바라보니, 깜빡이는 눈동자에 잔뜩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꿀꺽
이걸 거절하는 놈은 100% 고자일 것이 분명하다.
이미 나는 연주 누님의 외로움을 위로해줄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옆에 바짝 붙어 온 연주 누님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연주 누님도 알아차린 것이다.
내가 이미 흥분해 있었다는 것을.
남자를 흥분시킨 여자의 얼굴에 흐뭇하고 앙큼한 미소가 떠오른다.
팔뚝에 머물러 있던 손이 과감해진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 ? ?
“흐으으응~! 씨발, 좋아! 하악…아앙…!”
쯔걱쯔걱쯔걱
“가슴, 가슴 깨물어줘…시발 더어…아흑!”
퍽퍽퍽퍽!
방아를 찧는다는 게 이런 것일까?
연주 누님은 섹스 스타일이 확고했다.
내 위를 차지한 그녀는 열심히 아래, 위로 움직이며 내 자지를 괴롭혔다.
그 뿐만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자신의 명령에 따르며 애무를 하길 바랐다.
“빨리! 뭐해!”
“네, 넵.”
누님이 상체를 숙여 내 얼굴에 젖가슴을 대줬다.
나는 아기가 된 듯 그녀의 가슴을 입에 한껏 물고 쭙쭙 빨아주다가 잘근잘근 깨물었다.
“하읏!! 좋아아아…!”
“윽!”
팡팡팡팡!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단숨에 도끼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는 탓에 반항도 못했다.
그녀의 섬뜩한 눈빛에 쫄아버린 것이다.
‘이렇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첫 섹스 때도 화끈했던 욕설을 잊지 못했는데, 지금이라고 달라질 리가 없다.
하지만 당황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한 과거와 달리 정력 쪽으로 많은 발전을 한 나다.
이대로 계속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
“윽!”
“씨발, 더 버텨! 싸면 죽여 버릴 거야! 하앙…아앙…앙! 굵고 뜨거워…이거야…이게 그리웠다고!”
쿵! 쿵! 쿵! 쿵!
찰싹찰싹찰싹!
그녀의 엉덩이와 나의 사타구니가 맞부딪치며 야하고 찰진 소리가 났다.
육덕진 몸매를 가진 그녀는 놀랍도록 유연했고, 허리를 돌림은 환상적이었다.
나는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쫀득한 보지 안에 정액을 토해내고 말았다.
“윽!”
“아?”
내 위에서 정신없이 허리를 놀리던 연주 누님이 움직임을 멈추고 싸늘하게 나를 내려 봤다.
“쌌어?”
꿀꺽
“…죄송해요.”
예사롭지 않은 질벽의 압력과 노련한 기술에 버티질 못했다.
최근에는 정화씨와 복순 누나와 섹스를 할 때도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연주 누님은 그녀들과 비견 될 아니, 그 이상의 쾌감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나 의외로 욕 들으면서 하는 게 취향인 걸지도….’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빨리 쌀 리가 없다.
어쨌든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아야만 한다.
싸늘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연주 누님의 시선이 너무도 차가웠다.
“아냐. 괜찮아. 너무 오랜만이라 내가 조절을 못했어. 그래도 젊으니까 한 번 더 가능하지?”
무너진 자존심에 절로 욱하게 만드는 연주 누님의 말이었고, 내가 아니라도 이런 말을 들은 남자라면 누구나 젖 먹던 힘까지 써서라도 자지를 세웠을 것이다.
쾌감이 사라지면 과격해지는 성격이 사라지는 모양인지, 연주 누님은 다시 정상적인 얼굴로 돌아와 말갛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짓밟힌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두 번째 판은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나는 힘을 줘서 힘이 풀리려고 하는 자지를 세우고 말했다.
“바로 할 수 있어요.”
“…바로?”
“네. 지금도 작아지지 않았잖아요.”
“어? 정말이네? 분명 쌌는데…. 어떻게 안 작아진 거야?”
여전히 단단하게 서 있는 자지가 신기했는지 연주 누님이 자지 기둥을 만졌다.
뜨겁고 단단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