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31화 (231/849)

〈 231화 〉 #33. 어메이징 스타 (1)

* * *

“파이! 정말 얘들 캐스팅 할 거야?”

“가서 봤잖아. 실력은 나쁘지 않아.”

“아무리 그래도 퍼포먼스 그룹이잖아. 이런 애들은 소속사 꼭두각시 인형밖에 안 된다고. 랩 한 줄도 못할 텐데 뭘 믿고 질러?”

“시즌10이 망한 이유는 생각 못해? 언제까지 옛날 감성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거야.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건 변화야.”

지난 시즌10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실패했다.

그나마 어메이징 스타 줄여서 ‘어스타’의 골수팬들이 존재했기에 최악의 시청률이 나오는 건 막았지만 다른 시즌에 비하면 가장 저조한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았다.

시즌11까지 최악의 시즌이 된다면 골수팬들도 슬슬 어스타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우린 과거에도 한 번 이런 위기를 경험한 적 있고 훌륭하게 성공해냈어. 알지?”

시즌6때의 얘기를 꺼내자 스탭들의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안일하게 준비했던 시즌6.

그때를 떠올리면 결코 웃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위기를 넘기고 시즌11까지 온 것도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었던 게 시즌6이었으니 말이다.

“시즌10을 하면서 느꼈어. 이대로 계속 가다간 시즌11이 시즌6처럼 될 거라고.”

“여전히 팬들은 우리 프로그램에 환호하는데?”

“정말 변화해야 할 때인 건가….”

“근데 그 변화가 굳이 그런 가수 같지도 않은 참가자를 넣는 것일 필요는 없잖아.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내가 다 생각해봤어. 이게 최선이야. 장르를 넓혀버리는 거.”

처음에는 오로지 최고의 스타만을 섭외하여 경연하도록 했고, 두 번째는 재야에 묻혀 있는 고수들을 데리고 나와 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들어 화제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렇게 재야 묻혀 있다가 스타가 된 참가자들은 어스타의 화제성을 오래 끌고 가지 못했다.

프로그램의 힘을 입어 스타가 된 참가자들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관심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제정신 유지하기 힘든 환경이긴 해.’

연예인들을 관리해주는 음반사의 필요성이 여기서 나온다.

프로그램은 좋은 음반사까지 연결시켜주지 않았다.

청탁이 많이 왔지만 레코드 레이블의 입김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프로그램이 개판 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에 철저하게 접근을 막았다.

때문에 프로그램이 끝난 후부터 음반사의 접근이 시작 된다.

정말 운이 좋아서 괜찮은 레코드 레이블에 들어가 제대로 된 프로모션으로 인기를 유지하는 참가자도 있지만, 대부분 최고의 자리에서 점차 내리막길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반짝 했다가 잊혀지고, 사고 쳐서 스캔들로 비난 받고 사라지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인성이 아닌 오로지 실력으로만 참가자를 선택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괜찮은 사람도 갑자기 인기를 얻으면 인성이 변하기도 하고.’

기껏 띄워놓은 참가자들이 하나 둘 사고를 쳐서 연예계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그녀라고 기분이 좋지는 않다.

“장르를 넓혀도 너무 넓혔잖아.”

“내가 바라는 반응이 바로 이거야. 이렇게까지 장르를 넓힌다고? 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넓게 늘려놓을 거거든.”

“걔네는 인기 아이돌이야. 팬들이 어마어마하다고.”

“재야에 묻혀 있는 애들 그동안 많이 띄워줬잖아. 이젠 인기도에 상관없이, 장르도 상관없이 캐스팅할 거야.”

“이러다가 클래식도 하겠네?”

“못할 건 뭐야? 사람들이 원하면 뭐든 다 할 수 있어.”

시즌 11 시작하면 피디가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게 목표였다.

“욕먹는 게 목표라니, 어처구니가 없네.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야 돼?”

“우리가 뭔데? 뭐 대단한 사람인가? 그래봤자 시청률의 노예잖아. 노예가 무슨 짓을 못해. 주인님인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어. 피디가 왜 저러나, 미친 건가, 프로그램 말아먹으려고 하는 건가 각종 욕을 하면서도 보겠지. 왜? 궁금하니까. 이런 짓을 한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는지 궁금할 테니까!”

“…욕하는 사람들을 시청자로 만들겠다는 거야?”

“난 이번 시즌 자신 있어.”

“알았어. 다 좋아. 오케이. 이해했어. 네가 우리 선장이니까 선원인 우리는 따라야지. 한 번 해보자. 다만 기억해둬. 난 분명히 말렸어.”

배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

산으로 가고 싶지 않다면 선원은 선장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스태프들을 설득시키는데 성공한 그녀는 빠르게 섭외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섭외가 마무리 되자마자 어스타 시즌11에 대한 본격적인 홍보가 시작 되었다.

? ?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어스타 시즌11 촬영을 시작하기 전 사전 미팅 자리에 에어플레인에 도착했다.

훈훈한 미모를 뽐내는 남자 아이돌의 등장에 그들의 캐스팅을 반대했던 스탭조차도 숨기지 못하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상큼하네.’

‘킁킁, 냄새도 좋아.’

‘동양인이라서 실물 봐도 덤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랑 아예 종이 다른 것 같아.’

‘동양인들은 원래 다 이렇게 잘 생겼나? 아니면 잘생긴 애들을 모아둔 건가?’

퀘퀘한 아줌마 냄새가 나는 공간에 상큼한 남자 아이돌이 들어오니 평소에 그녀들이 생활하던 공간 자체가 달라보였다.

“만나서 반가워요. 무대 위에 있을 때 봤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반갑네요.”

“저희 무대 보러 오신 적 있으셨어요?”

“그럼요. 아무나 캐스팅 하는 게 아니니까 실력 검증은 필수에요. 그나저나 우리나라 말을 유창하게 잘 하시네요?”

“모두가 다 유창하게 하는 건 아니고 제키랑 제가 의사소통 할 정도로 합니다.”

다른 멤버들은 ‘단어’로 대화의 뉘앙스를 유추할 정도만 할 줄 알았다.

“좋네요. 적어도 의사소통으로 문제 되진 않겠어요. 저희 프로그램에 대해 아는 게 있으신가요?”

“그럼요. 아스타를 모를 순 없죠. 더군다나 저희 멤버 중에서 아스타 팬이 있거든요. 경태 형이 모든 시즌을 빼놓지 않고 다 봤어요.”

내가 감격에 차 있는 경태 형을 가리키며 말하자 감독의 시선이 경태 형을 향했다.

“여, 영광입니다! 피디님! 사진 한 번만 같이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경태 형은 아스타가 좋아서 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피디까지 덕질을 한 사람이었다.

피디님을 보면 꼭 사진을 찍을 거라면서 호들갑을 떨더니 결국 해낸 것이다.

그 모습에서 경태 형이 진짜 어스타의 찐팬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피디님이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물론이죠.”

프로그램이 성공하면서 파이는 스타 피디가 되었다.

거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스타 시즌11까지 피디가 바뀌지 않고 계속 프로그램을 맡은 것만으로도 그녀의 능력이 증명 되는 일이다.

경태 형이 그토록 바라던 파이 피디와 포토 시간을 갖은 후.

사전 미팅이 시작 되었다.

“프로그램이 진행 되는 동안 총 5번의 무대를 서게 될 거에요. 물론 승리를 한다는 전재 하에서 말이죠. 참가자는 총 16 팀으로 토너먼트 4라운드를 치르게 될 겁니다. 준비 기간은 1라운드 당 2주밖에 줄 수 없어요.”

2주 동안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만큼 완성 된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

아무리 프로라지만, 2주 만에 완성 된 무대를 보여주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연습 기간이 넉넉하게 있는 상태에서 하게 되는 무대와 시간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보여주는 무대의 퀄리티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프로 가수라 할지라도 어스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건 쉽지 않다.

“실수를 해도 두 번의 기회는 없습니다. 무대는 오직 단 한 번이에요.”

“네.”

꿀꺽­

통역사로부터 피디의 말을 전달해 들은 멤버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2주 만에 퀄리티 높은 무대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프로라 해도 긴장 될 수밖에 없다.

프로의 무대는 누구나 기본은 한다.

디테일의 차이가 무대의 차이를 만들게 되는데, 그 디테일은 연습 기간 동안 얼마나 몸을 갈아 넣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고 고작 2주라는 시간은 디테일까지 챙기기에 어려울 수 있는 기간이었다.

“저희가 너무 겁만 많이 줬나요?”

우리가 긴장한 게 눈에 보였는지 피디님이 장난스레 물었다.

“겁보다는 기대가 많이 되네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다는 것만으로도 저희한테는 굉장히 영광인 상황이라서요.”

“출연이 목표의 끝은 아니겠죠?”

“물론이죠. 1등할 생각으로 열심히 할 겁니다. 아, 그리고 출연진을 미리 알 수는 없는 건가요?”

“출연진은 왜요?”

“어메이징 스타에서 남자 아이돌 그룹을 섭외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걸로 압니다. 저희만 특별 취급을 받을 리 없으니 분명 다른 참가자도 저희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섭외를 하셨을 것 같은데, 미리 알면 무대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우리가 어스타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경태 형은 기뻐하는 한편, 왜 우리가 섭외 된 건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을 하곤 했다.

지금까지 어스타가 섭외했던 참가자 기준과 우리 그룹의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태 형은 피디가 시즌11때 시청자들이 예상하지 못할 파격적인 변화를 줄 것임을 추측했다.

만약 파격적인 변화를 줄 것이 사실이라면 미리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그녀가 계획하는 시즌11의 메안 테마를 짐작 할 수 있게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음, 확실히 그렇긴 하겠네요. 하지만 출연진을 미리 알려드릴 순 없어요. 출연진은 저희들 사이에서 가장 극비인 정보라서요. 여러분들이야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지만, 비밀을 아는 사람이 한 명씩 늘어갈 때마다 보안에 크게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거든요.”

“이해했습니다.”

“양해해줘서 고마워요. 그럼 이제 저희가 여러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들을 말할 차례가 왔네요. 여러분들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도움을 다 저희가 처리할 생각입니다. 뭘 원하든지 말만 하면 준비할 거에요.”

“모두 다요?”

“네. 저희가 바라는 건 오로지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는 것뿐이에요. 그리고 그런 무대를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저희 스태프입니다.”

상당히 파격적인 말이었다.

“다만 저희가 모든 걸 해드리겠다고 해도 과한 욕심을 부리는 건 지양해줬으면 해요. 저희도 사람이라서 여러분들이 요구 조건을 너무 과하게 해버리면 힘들 수밖에 없거든요. 마음으로는 뭐든 다 해드리고 싶어도 한계라는 게 분명 존재하니까요.”

한 마디로 없는 거 빼고 다 판다는 거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다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할 수 없는 일까지는 못하니 적당히 눈치 보면서 바라라는 것이다.

‘제작진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데 그 이상 바랄 게 뭐가 있겠어.’

“거기다가 열심히 준비를 해줬더니 제대로 소화도 못한다? 다음 무대에선 협조가 어려워질 겁니다. 저희는 실력에 따라 차별을 심하게 해요. 다들 프라이드가 있는 친구들이거든요.”

어스타를 하며 스태프들과 관계를 잘 맺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고 싶으면 그럴 만한 관계를 구축하고, 실력도 증명할 줄 알아야만 했다.

경태 형의 경고대로 역시 어메이징 스타는 쉬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무대 준비를 해야 하는 2주라는 시간이 우리에게 어떤 시간이 될지 상상이 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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