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 #33. 어메이징 스타 (2)
* * *
[어메이징 스타 시즌11!! 영광의 자리에 앉을 최고의 가수를 가린다! 오로지 무대 위에서 싸우고 경쟁하라!]
└어스타 시즌11? 이제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어?
└어스타! 드디어 볼 게 생기는 구나.
└시즌10은 너무 재미없었음. 이번 참가자는 좀 제대로 된 애들로 섭외하라고!
└망한 거 아니었음? 시즌11이 어떻게 나와?
└망한 것까진 아니야.
└시즌11? 10은 어디로 가고?
└와우, 시즌10 한 줄도 모르는 사람이 있는데 이래도 안 망했다고?
└파이 피디가 제발 정신 차렸기를 바란다.
└시즌10처럼 똑같이 가면 시즌11도 망할 걸?
└참가자가 워낙 별로 였어서 망한 거지, 어스타 자체엔 문제없었음.
└일단 난 참가자에 남자 없으면 안 볼 거임.
└발정 났냐? 프로그램에 남자 없으면 안 본다고 하게?
└칙칙한 여자들만 잔뜩 나와서 시즌10 망한 거 모름?
“역시 아직은 안 죽었어.”
부정적인 의견이 다분한 어메이징 스타 게시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 피디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단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저런 의견조차도 없을 때가 욕먹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인 거다.
‘참가자 공개를 언제 하느냐가 제일 중요하겠어.’
너무 뜸을 들이면 사람들의 흥미가 식어버린다.
그렇다고 일찍 공개를 해버리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정작 방영 날을 아무도 기억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적절한 시기를 결정내리는 것이 피디의 몫.
그녀는 오늘도 게시판의 글을 정탐하며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시기를 조절하고 있었다.
“출연자가 밝혀지고 욕 좀 먹는 기간이면 2주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 3주는 좀 아슬아슬한가?”
파이 피디는 잠시 참가자들이 발표 되고 있을 일을 떠올렸다.
3주라는 시간은 그들이 욕을 배불리 먹을 기간이 될 것이다.
‘최고에서 최악이 되었던 시즌6. 그리고 최악에서 다시 최고로 만들어준 시즌7. 그 두 시즌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 겪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야 돼.’
그때의 혼란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예전 골수팬들은 현재 어스타는 진짜 어스타가 아니라며 지금까지도 보지 않을 정도로 배신감에 떨던 시기였다.
난동에 가까운 항의를 하는 사람들을 상대할 땐 정말 어스타가 이대로 망하는 건가 싶어 울기도 많이 울었더랬다.
하지만 시즌7은 기적의 시즌이라 불릴 만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떠나가 버린 팬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새로운 팬들을 만들어낼 만큼.
어마어마한 스타를 불러다가 경쟁을 시키는 것도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기회를 얻지 못해 묻혀 있던 실력자들을 스타로 만드는 것도 굉장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고작 욕먹는 걸로 다시 그날의 기쁨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내고야 만다! 시즌11은 두 번째 전설이 될 거야!’
사람들의 흥미는 빠르게 바뀐다.
그녀가 돈 잘 버는 유명 피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트렌드를 읽고 따르기 보단 트렌드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 번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다.
열 여섯팀 참가자와 그들을 서포터 하기 위해 뛰어난 솜씨의 전문가들을 말이다.
“이건 성공하지 않고는 못 베기는 시스템이야.”
월드컵이 그러하듯.
올림픽이 그러하듯.
“나라대 나라로 싸우는 건데 인기를 안 끌 수가 없는 법이지.”
파이 피디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 ?
만약 어스타가 나한테 섭외요청을 했다면 바로 출연하겠다고 했을 거야. 나 정도면 어스타에 출연할 수 있는 급이잖아. 그렇게 생각 안 해?
지금은 참가할 수 있는 기준이 다르잖아.
맞아. 그게 참 아쉬워. 언제까지 어중이떠중이들 데려다가 소꿉장난이나 하고 다니려는 건지. 어메이징 스타에는 변화가 필요해! 다시 예전으로 말이야. 이젠 시간이 꽤 지나서 그 사이에 최고의 스타가 많아졌잖아.
가령 너같은?
하하하! 바로 그거야!
아로! 빨리 가야 돼!
이런, 나중에 만나면 더 얘기 나누자고, 친구.
그래, 아로.
처음에는 우리를 경계하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정말 대단한 변화였다.
이는 우리가 계속해서 이곳저곳에 나와 얼굴을 알린 덕분이 컸다.
그렇게 여러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런 배경을 가진 연예인은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다.
결국 우리가 저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은 연주 누님의 힘이 컸다는 뜻이다.
“아로가 뭐래?”
“어스타에 자기가 나왔어야 했다고 그러네.”
“어메이징 스타 얘기가 튀어나와서 들킨 줄 알고 깜짝 놀랐어.”
“어스타 인기가 장난이 아니구나. 아로가 거길 나가고 싶어 해?”
“옛날에는 대단한 스타만 불러다가 경연 시켰잖아. 어메이징 스타가 예전처럼 바뀌면 자기가 섭외 될 거라고 생각하나봐.”
“아…아로가 그 급인가?”
“살짝 애매하긴 하지. 어메이징 스타에 나온 참가자들은 전부 전설이었잖아.”
“아로가 전설이진 않지.”
그렇다고 해서 아로가 대단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비록 키가 작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잘생긴 얼굴과 매력적인 목소리 그리고 탁월한 노래 솜씨까지 갖춘 솔로 가수인 아로는 어마어마한 팬을 몰고 다녔다.
다만 과거 어메이징 스타에 나왔던 전설적인 가수들과 비교하기엔 부족함이 있는 것뿐.
“어우, 속 울렁거리려고 해. 저기에 우리가 섭외 됐다고 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뭐라 할 거야?”
“내가 말했잖아. 우리가 어스타에 섭외 된 건 엄청난 영광이라고.”
“욕 엄청 먹겠지?”
“장난 아닐 걸.”
본격적으로 어스타 시즌11의 홍보가 시작 되자 그 여파가 우리에게 미치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연예인들조차 팬으로 만들어버린 어메이징 스타의 위력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오늘도 연습 콜?”
“무조건 콜이지.”
진짜 잘 하지 않으면 x 될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 압박감을 뚫고 본 실력을 내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피나는 연습이지.’
연주 누님이 우리를 위해 힘을 써주고 있는데, 언제까지 누님의 힘으로 활동을 할 순 없다.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의 힘으로 활동을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순간을 어스타 출연 이후로 보고 있다.
어메이징 스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해외 활동의 승패가 결정 된다.
“좀 심심하지 않아? 뭔가 여기서 더 빵 터트려주고 싶은데.”
“변화를 주자고? 이미 다 연습해놨는데?”
“연습 열심히 해서 맞춰놓긴 했는데, 우리 무대가 1등 할 정도로 완벽하진 않은 것 같아서.”
어깨에 올려진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무대에 대한 욕심도 커지고 있었다.
기껏 다 맞춰놓은 안무를 바꾸는 것도 서슴없었다.
어떤 방법이든 최고의 무대를 만들 수만 있다면 다 괜찮다는 게 현재 우리의 의지였다.
“으앗!”
그러다가 발목이 삐끗하는 사고가 생기기도 했지만.
“괜찮아?”
“으…삐끗한 것 같아요.”
얼핏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강준의 발목.
하지만 누구도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연습실에서 갈려나가는 우리의 몸을 위해서 구매해놓고 매우 요긴하게 쓰고 있는 파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치덕치덕 하얀 크림을 아픈 곳에 바른다.
“아~ 시원하다.”
통증이 있던 자리는 어느새 시원함이 채워지고 어느새 피로함에 비명을 지르던 근육통이 잔잔해진다.
“형! 저도 여기요.”
“진짜 이거 팔기 시작하면 무조건 대박일 거야.”
아는 지인 중에 가문 대대로 한의사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받아 온 가문 비법 파스라고 말해둔 상황이다.
때문에 이 상품을 어떤 곳에서도 구할 수 없음에도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나를 통해 대량 구매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는 있었다.
당연하지만 나는 그런 부탁들을 대부분 거절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코인은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하다.
코인을 멤버들에게 쓰는 건 아깝지 않다.
멤버들이 잘 되는 것이 내가 잘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상관없는 사람에게 쓰는 건 아깝다.
더군다나 코인 아이템을 얼굴 모르는 사람의 손에 맡긴다는 것 자체가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 일이었다.
“바꾼 안무가 진짜 빡세긴 하다. 벌써 다친 사람이 몇 명이야?”
“은규도 넘어져서 무릎 나갔었고, 준이도 방금 발목 삐었고, 제키 형도 허리 아프다고 병원 갔지.”
멤버들 중 아직까지 멀쩡한 사람은 나와 경태 형밖에 없었다.
“이 근육들이 외형이기만 한 건 아닌가봐.”
“효능이 있긴 한가봐.”
“거봐! 앞으로 내 근육 무시하지 마라. 내가 같이 운동하자고 할 때 같이 했으면 아플 일 없잖아.”
“춤추면서 연골 닳는데 운동하면서 또 연골 닳으면 나중에 다 닳아서 어떻게 살라고.”
연골을 핑계로 운동 같이 하자는 운동 무새의 요구를 쳐냈다.
내 몸은 운동이 필요하지 않은 몸이었다.
그 시간에 누나들에게 찾아가서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비추는 게 이득이다.
짝!
“다시 시작하자!”
“어우….”
도중에 안무를 바꿨고, 그런 만큼 연습 시간이 촉박해졌다.
처음 시작할 땐 한 달정도 남았었는데 안무를 바꾸고 남은 시간은 2주였다.
우리가 거침없이 안무에 변형을 줄 수 있었던 건 앞으로 2주마다 새 무대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어스타 출연에 앞서 미리 그걸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게 우리 모두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몸을 갈아 만든 무대를 3일에 한 번 회사 직원들을 모아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아냈다.
“너희들 정말 할 수 있겠어? 너무 욕심 부린 것 같은데.”
“시간 얼마 안 남았잖아. 그냥 예전 무대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어스타에서 처음으로 보여주는 무대인데 실수하면 큰일이잖아.”
처음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기존에 준비하던 무대가 나쁘지 않았던 만큼 자꾸 틀리는 우리들이 불안했던 모양이다.
“진짜 만만치 않네.”
“그나마 예전에 연습했던 무대가 있으니까 이 정도로 하는 거지, 아예 맨땅에서 시작하는 거였으면 분명 문제가 생겼을 거야.”
“몸이 안 따라주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된다는 건 머리로 이해했는데….”
“다들 힘이 빡 들어가서 긴장하고 있는 게 보여. 무대를 즐기는 모습은 아니야.”
“확실히 여유가 없다는 게 눈에 보이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다는 거다.
다만 그게 몸으로 표현이 안 돼서 문제였을 뿐.
우리는 여러 피드백을 받아 차츰차츰 나아갔다.
삭제 된 것처럼 시간이 사라져 훌쩍2주가 흐르고….
“어때요?”
“…진짜 대단하다. 이걸 결국 해내네.”
“그럼 합격?”
“합격!”
“만세!”
“오예!”
우리는 기어코 합격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2주 만에 이룬 합격은 앞으로 우리가 어메이징 스타를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과 든든함을 주었다.
첫 촬영 스케줄이 잡히고, 스케줄을 하러 이동하는 사이.
외부적으로는 베일에 감춰져 있던 어메이징 스타 시즌11의 참가자가 한 명, 한 명씩 벗겨지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참가자의 정체가 밝혀질수록 어스타의 골수팬들 사이에선 큰 동요가 일어나고 있었다.
[어메이징 스타 시즌11 베일에 감춰진 참가자의 정체가 밝혀지다!]
[어스타 시즌11 참가자들의 정체. 어안이 벙벙한 팬들, “이거 맞아?”]
[어스타 제작진들을 향한 항의 전화 빗발쳐…비상!?]
시작은 피디가 미리 예고했던 것처럼 엄청난 비난으로 시작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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