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33화 (233/849)

〈 233화 〉 #33. 어메이징 스타 (3)

* * *

어메이징 스타의 팬들은 당연히 시즌10과 비슷한 시즌11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란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닥뜨렸을 때 일단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어메이징 스타의 참가자를 본 팬들은 하나같이 물음표를 띄우며 항의를 하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일단 욕부터 박았다가 점점 상황을 넓게 보기 시작하는 거다.

└근데 이번 어스타 출연진 나만 괜찮아 보이는 거임? 다들 거품을 무네.

└뭐가 괜찮은데?

└솔직히 무명 가수 띄우는 거 좀 질렸잖아. 그래서 시즌10도 별로였고.

└시즌10은 참가자가 별로였던 거지 프로그램 자체는 문제없었음. 시청률 잘 나왔어.

└글쎄다? 시즌10이 정말 참가자만의 잘못이었을까? 좀 시들했잖아. 똑같은 레퍼토리, 비슷한 노래, 고만고만한 실력까지.

└무명은 무명인 이유가 있다.

└좀 진정 된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내가 평소 좋아하던 가수가 참가자로 나온다는 말에 너무 좋았어. 근데 다들 욕하더라. 나만 좋아하는 것 같아서 슬펐지. :(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있던 이번 참가자들의 팬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정확히 누굴 섭외한 건데. 나는 다 처음 보는 얼굴이야. 근데 나만 몰랐나봐. 아는 사람이 많잖아!

└여러 나라 아티스트를 섭외한 것 같아. 약간 대세들 있잖아.

└내가 정확히 공통점을 찾아봤어. 데뷔한지 5년 아래, 각 나라에 대세로 떠오르는 유망주들이더라. 거기다가 기본적으로 실력 인정받은 가수들이야.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거품 물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뭣도 모르는 놈들이 찡찡대는 거지.

어메이징 스타의 오랜 팬들은 파이 피디의 능력을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스윗가이들은 누굴까? 소년 그룹인 것 같은데 너무 잘 생겼어. 혹시 파이 피디가 반해서 출연시켰나? 숨겨둔 남자친구를 데려온 거야?

└에어플레인은 단순히 잘 생기기만 한 친구들이 아니야.

└얘네들 나온 프로그램 본 적 있어. 그때 노래도 잘하고 춤도 엄청 잘 추던데.

└저렇게 잘 생겼는데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른다고? 그게 사람이야?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

└하나도 웃기지 않아. 이번에는 부디 인성을 제대로 갖춘 가수가 나오길 바래. 어스타는 실력만 중요하고, 참가자의 인성은 신경쓰지 않더라 :(

└기껏 어스타를 보고 반해서 좋아했는데 사회 뉴스 쪽에 나와서 활동을 그만두는 걸 보면 너무 슬퍼.

└잠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놈들도 있잖아. LOL!

└이번엔 어떤 약쟁이들을 데려왔을까?

물론 여전히 압도적으로 현재 상황을 욕하는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말이다.

? ? ?

웅성웅성­

“하, 떨린다.”

“오늘 저 어때여?”

“예뻐.”

“여기 좀 구겨졌다.”

어메이징 스타 시즌11의 첫 촬영을 하기 위해 스튜디오로 이동한 우리는 어메이징 스타의 압도적인 촬영 장소에 놀랐다.

“여기가 촬영 때문에 다 지은 거라고?”

“응. 촬영 끝나면 싹 다 사라질 건물이야.”

“와~ 스케일 미쳤네.”

도대체 돈을 얼마나 퍼부은 거람.

“이 정도면 영화 찍어야겠는데?”

“무대부터 보러 가자.”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무대가 크다면 공간이 비어보일 수 있었기에 문제가 된다.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니 엄청난 수의 스태프들이 무대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와.”

“무대 엄청 큰데?”

“저길 우리가 다 채워야 한다는 거지?”

“얘들아! 이쪽으로 와!”

“어어…? 무대 쫌만 더 구경하면 안 돼요?”

“안 돼 안 돼. 복잡하니까 빨리 와.”

무대를 좀 더 살피고 싶었지만,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매니저 누나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뒤를 졸졸 쫓아 대기실로 이동했다.

“얼마나 기다려야 돼요?”

“오늘 무대는 무관객이니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오늘 우리가 여기서 해야 하는 일은 여태까지 열심히 준비한 무대를 선보이고 출연진들의 무대가 모두 끝나면 뽑기를 통해 토너먼트 순서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총 16 팀의 참가자가 무대를 모두 해야 해서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게 분명했다.

만약 무관객이 아니라 관객이 있는 상황에서 무대를 하고 촬영을 해야 했다면 훨씬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 거다.

“출연진들은 어디 있어요?”

“인사하게?”

“앞으로 계속 보게 될 텐데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요.”

내 말에 경태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기 친목 하는 곳 아니야. 먼저 찾아가면 싫어할 걸?”

“싫어해?”

“어.”

“왜? 경쟁이라서?”

“아마 염탐하러 왔다고 생각할 걸? 아니면 선전포고하러 왔다고 생각한다거나.”

엠바고였던 참가자의 명단이 풀렸을 때, 회사에선 친절하게도 참가자에 대해 조사해서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그들이 어떤 가수인지, 어떤 노래를 불렀고, 얼마나 많은 팬을 보유했는지, 평소 관련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소문에 따른 성격은 어떠한지.

꼼꼼하게 챙겨준 덕분에 우리는 파이 피디가 꽤 공정하게 참가자를 결정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해외 진출 할 만큼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잘 데려왔어.’

해외에 알음알음 이름이 퍼져나가고 있는 유망주들.

딱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 가수들이다.

우리가 계획했던 것처럼 그들 모두 어메이징 스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대량의 팬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처럼 그쪽도 어스타 출연에 사활을 걸었을 텐데, 갑자기 찾아와서 실실 웃으면서 잘 부탁한다거나 친하게 지내자고 하면 어떻겠냐?”

“사람에 따라 기분 나빠할 수도 있고, 좋아할 수도 있긴 한데…. 형 말은 여긴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는 거지?”

“어. 괜히 갔다가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지. 여긴 그래도 되는 곳이거든.”

파이 피디는 아티스트끼리의 신경전이나 다툼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다.

감정적으로든 뭐로든 싸워야 무대가, 대결이 더 격렬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싸우는 걸 촬영해서 보낸다면 출연진들은 결코 온 마음을 다해 싸우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파이 피디는 참가자들끼리의 감정적인 문제를 싹 다 들어내 버렸다.

그리고 그 모험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파이 피디가 결코 자극적인 감정싸움을 시청률을 위해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안 참가자들이 서로 마음껏 견제하고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어메이징 스타의 골수팬인 경태 형은 이런 상황을 알기에 인사하러 가겠다고 하는 멤버들을 만류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다가오면 적당히 받아 줄 수는 있지만, 우리가 먼저 행동하는 건 별로야.”

“그럼 분위기 좀 보자. 아무리 돗자리 깔아준다지만, 굳이 감정싸움 할 필요는 없잖아.”

팬들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입장인지라 아무리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누군가와 쌍욕하면서 싸울 것 같지는 않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인데, 시비가 걸릴 일이 있을까?

“우리가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멤버들은 경태 형의 경고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태 형의 말이 무엇인지 모두가 깨달았다.

우리가 잘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건 아닌 것이다.

­쟤네가 걸리면 좋겠다. 1승 딴거잖아.

­킥킥!

“저 새끼들이….”

여러 나라에서 뽑아 온 참가자들이기에 그들의 언어는 제각기 달랐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를 향해 대놓고 비웃는 말을 하면서도 당당했는데, 애석하게도 남은규가 알고 있는 언어를 말해서 알아듣고야 말았다.

“왜 그래? 쟤네들이 뭔 소리 했어?”

“비웃었어. 우리랑 싸웠으면 좋겠다고. 그럼 꽁승 아니냐고.”

“와, 그걸 대놓고 말한다고? 카메라가 다 찍고 있는데?”

경태 형이 그것 보라며 경악하는 우리들을 향해 검지손가락을 까딱였다.

“저 정도 도발은 도발도 아니야. 본격적으로 대결에 들어가면 더 심해.”

그제야 우리들도 슬슬 어스타 촬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고 있었다.

착한 척, 매너 있는 척 하는 건 제작진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었다.

서로를 물어뜯고, 짓이겨서 승리를 거머쥐는 것.

“싸움판을 만들어둔 거구나.”

“맞아. 우리는 그 싸움판 위에서 열심히 실력을 보여주면 되는 거지.”

“그렇다고 저런 질 낮은 도발에 걸려들어서 씩씩댈 필요는 없지. 우리가 못 알아듣는 줄 알고 저렇게 비웃는 거잖아. 쫄보도 아니고 추잡스럽게 저게 뭐하는 짓이야? 양아치처럼.”

“오….”

“우리가 상대할 사람은 저렇게 지들끼리 뒷담까는 쫄보들이 아니라 앞에서 당당하게 선전포고 하는 사람이야. 오케이?”

“오케이!”

“카메라 앞에서 이런 얘기하려니까 진짜 적응 안 된다.”

“계속 출연하려면 적응해야지.”

우리를 깠(?)던 3인조 그룹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3인조 밴드 그룹이었는데 두 명이 기타와 드럼을, 나머지 한 명이 베이스와 보컬을 맡고 있다.

훈남 3인조 팝락 밴드 ‘스톤’.

“혜성처럼 등장해서 인기를 끌고 있는 미남 3인조 밴드. 직접 작사 작곡도 하네.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인기를 끌기 시작했대.”

“실력은 괜찮다는 거네.”

“보면 알겠지.”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못하기만 해봐라, 비웃어주지! 라는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어떤 사람이 나를 이유없이 싫어한다면, 직접 이유를 만들어주라고.

우리도 그럴 생각이었다.

저 밴드가 우리에게 했던 추잡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싫어하게 만드는 방법 말이다.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서 멤버들끼리 옹기종기 모였다.

"이랬는데 우리보다 잘 하면 어쩌지?"

"야. 너 자신 없어?"

"우리 실력은 자신 있는데, 여기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팀이라는 뜻이니까 하는 소리야. 방심했다가 큰일나면 어떡해?"

"그만그만. 시작한다. 직접 보고 저 팀이 견제 해야 하는 실력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면 되잖아."

인성은 안 보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뽑는다는 게 파이 피디의 지론.

그것 때문에 파이 피디를 싫어하는 시청자도 존재한다.

기껏 좋아하게 만들었는데, 사회면 뉴스를 뜨겁게 달구다가 사라지면 팬 입장에선 그거만큼 허탈한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이 피디의 평소 지론은 그거였다.

'사람만 안 죽이면 됐지.'

무대에 대한 집착이 그녀의 생각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이 부분을 지적하는 언론들에게 항상 비슷한 대답을 해놨다.

'섭외 할 땐 문제 없었던 팀이다.인기에 취해서 변해버린 것을 자기가 뭐 어쩌겠나!'

파이 피디는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 생기는 논란을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녀가 바라는 건 어스타의 성공이며, 무대가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것이었다.

쿵­ 쿵­ 쿵­

신나는 드럼 소리.

지잉~ 징징징~ 지잉~

신명나는 기타 소리.

그리고.

­J’ai rendez­vous aujourd’hui. Elle est brune et belle.

어딘가 몽롱하면서도 시원하게 쭉 뻗어나가는 보컬의 목소리가 무대를 장악한다.

우리는 스톤 밴드 보컬이 주는 음색의 충격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관객석에서 듣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귀를 파고드는 스톤 밴드의 보컬이 엄청났던 것이다.

'어우씨, 귀르가짐 시발.'

저런 놈들의 노래에 몸이 찌르르 하게 떨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팍 상했다.

안타깝게도 실력과 인성이 비례하지 않는 케이스에 딱 맞아 떨어졌다.

저런 실력에 남자라는 이점까지 갖고 있으니 아마 팬을 몰고 다니지 않았을까?

저들에게 유감이 많은 우리조차도 이 노래를 관객 없이 들어야만 한다는 걸 안타까워하고 있지 않은가.

"잘...부르네."

"그러게요."

"음색이 미쳤는데."

"강준, 네 음색이 더 좋아."

"씨! 그건 당연한 거고."

"쫄지마. 쫄지마. 이길 수 있어!"

저들의 실력에 쫀 건 아니다.

지금도 스톤 밴드와 대결하라고 하면 하겠다고 할 거고, 이길 자신도 있었다.

우리가 쫄고 있는 이유는 파이 피디의 안목 때문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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