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35화 (235/849)

〈 235화 〉 #33. 어메이징 스타 (5)

* * *

­나라를 가리지 않고 특별한 인재를 모아 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본인의 나라에서 이미 인증 된 스타이기도 하죠. 여러분들은 이곳에 모인 스타들이 최고가 될 자격이 있는지 심사하셔야 합니다. 총 4라운드의 경쟁이 될 것이고, 1라운드부터 투표가 시작 될 겁니다. 무대에 앞서 참가자들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장면이 바뀌고, 참가자 소개가 담긴 영상이 틀어진다.

우리는 무대에 설치 된 의자에 앉아 영상을 보며 반응을 딸 예정이었다.

­첫 번째 참가자입니다!

처음으로 소개 된 가수는 여자 흑인 가수였다.

올해 나이 23살.

‘애나’라는 활동명의 팝가수인 그녀는 180cm는 훌쩍 넘어 보이는 키를 가진 육감적인 몸매의 여성이었다.

모델을 지망하고 있다가 우연히 노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되고, 스카우트 되어 가수로 데뷔했다.

엄청난 성량을 자랑하는데다 모델 지망생답게 워낙 몸매가 좋아서 남자 팬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거침없어서 여자들에게도 워너비 같은 여성으로 여겨지기 시작한다.

솔직히 여자 가수는 여성들에게 어필이 되지 못하면 안 된다.

인구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소수의 남자들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난 아니네.”

“귀가 뻥 뚫리는 느낌이야.”

우리들은 반응을 카메라가 찍는다.

애나가 엄청난 가창력으로 노래를 부르는 콘서트 장면이 나온다.

저절로 입이 쩍 벌려지는 압도적인 가창력이었다.

어마어마한 수의 팬들이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환호한다.

자연스레 참가자의 시선이 애나에게로 쏠렸다.

누구보다 경계해야 할 참가자임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애나는 경계심을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능숙하게 받아 넘겼다.

자신을 경계하는 상황은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 되기에 기쁘게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떨 것 같아?”

“장르가 다르다보니까 선뜻 자신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네.”

우리가 ‘애나’에 대해 수군대고 있는 사이 영상이 다음으로 넘어갔다.

다음 참가자도 만만치 않은 실력자였다.

한 명씩 한 명씩 참가자의 신상정보가 나오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다들 서로가 만만치 않은 실력자임을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우리를 향한 시선도 많이 줄어들었다.

공교롭게도 그즈음에 우리를 소개하는 영상이 시작 됐다.

우리의 소개는 뮤직비디오로 시작 됐다.

뮤직비디오로 우리 얼굴을 한 명씩 보여주고 다음으로 우리가 실제로 무대를 하는 모습,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짤막하게 나온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참가자들 사이에서 큰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

“뭐야?”

“…글쎄요.”

압도적인 가창력을 가진 무대를 봤을 때조차도 이 정도로 시끄러워지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기에 적당히 품위를 지킨 것이다.

우리라고 카메라에 완전히 자유롭진 않았고, 마찬가지로 최대한 솔직한 심정을 담아 리액션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었다.

한참 내숭부리면서 반응을 해주던 참가자들.

그런데 우리 소개 영상이 나오자 하나같이 과할 정도로 놀라는 리액션을 일제히 보여주고 있었다.

춤을 잘 추는 참가자가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노래를 잘 부르는 참가자가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문제가 있는 겁니까? 왜 그러시는 거죠?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다른 참가자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일제히 우리를 향해 보내는 과민한 반응은 자칫하면 인종차별로 보일 수도 있었다.

현재 어스타에 참가하는 동양인은 우리가 유일하니 말이다.

‘진짜 인종차별이면 많이 실망스러울 것 같은데.’

아무리 실력만 보고 참가자를 뽑는다지만, 인종차별 하는 것들과 부대끼며 무대를 해야 하는 건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회사에서 참가자가 발표 되자마자 정보를 건네줬고, 그로인해 미리 들어 본 그들의 음악은 절로 친근함을 만들기 충분했다.

친해져서 좀 더 심도 있게 음악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하지만 프로그램을 시작하자마자 제대로 견제 당하며 그러한 기대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진짜 저게 라이브인 겁니까?

­네? 라이브요?

여기서 라이브 얘기가 왜 나오지?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었지만 일단 대답은 해줬다.

­네, 라이브로 한 건 맞는데….

­들었던 대로 장난 아닌 친구들이네. 이럼 이미 1등은 정해진 거 아니야?

­설마요. 저희도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하고 있는 중인데요.

­진짜 저게 라이브라 이거지….

­다들 라이브 하는 거 나왔던 거 아닌가요? 우리 그룹만 특별한 건 아닌 것 같은데.

­특별하지 않다고? 맙소사. 이 친구들 하는 말 좀 들어봐!

내 말이 뭐가 문제였는지 우리에게 시선이 쏟아진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저렇게 춤을 추면서 라이브를 해놓고?

­아…아!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우릴 견제하나 했더니?!’

이제야 이유를 알겠다.

출연진들의 능력을 보면 퍼포먼스에 집중하거나 가창력에 집중하거나 둘 중 하나였지 두 가지가 전부를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없었다.

물론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뻣뻣하게 서서 노래를 부르는 건 아니다.

그들도 적당히 안무를 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우리처럼 빡세게 안무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

그 두 가지가 전부 되는 건 우리뿐이었던 것이다.

곧장 멤버들에게 상황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1등 후보?”

“에이, 너무 몸 사린다. 그건 아니지.”

“약자 코스프레잖아. 우리가 무슨 1등 후보야.”

오히려 우리 쪽에서 이기기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요주의 팀이 있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양아치처럼 질 나쁜 도발을 해대던 스톤 밴드조차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고 있었다.

우리 영상이 나온 이후로 계속해서 영상이 이어졌다.

한 번 물꼬를 튼 감탄사는 다음 영상에서도 활약 했다.

“장난 아니다.”

“저 팀이 팬 장난 아니게 많은 그 팀 맞지?”

“해외에도 팬이 굉장히 많다고 매니저 누나가 1위 후보 중에 하나라고 했어.”

우리라고 견제만 받으라는 법이 있나.

위협이 될 만한 팀을 우리도 어느 정도 파악을 해둔 상태였다.

각 팀 소개 영상이 끝나자 MC짐이 다시 무대를 올라왔다.

카메라가 MC짐을 주목한다.

­지금까지 참가자 분들의 소개를 확인해봤습니다. 이제부턴 팀별로 개인 인터뷰를 진행할 겁니다. 이후에 본격적인 토너먼트 조 추첨을 하게 될 예정이니 참가자 분들께서는 잠시만 대기해주십시오.

MC 짐의 말에 다시금 우리 사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개인 인터뷰를 끝내면 가장 중요한 조 추첨이 시작 된다.

이때 조를 잘 뽑아야 한다.

너무 센 조를 고르면 몸과 마음이 힘들 것이고, 탈락의 위험까지 있다.

그렇다고 너무 약한 조를 고르면?

‘화제성이 떨어지지. 팬 만들려고 출연한 프로그램인데 묻힐 순 없지.’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대결이 아니면 관심을 주지 않는다.

무대를 아무리 열심히 해본들 관객이 없다면 모든 노력이 쓸모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고의 조는 적당히 치열한 대결을 만들어줄 참가자가 있는 조야. 우리를 넘어설 만큼 대단한 실력자는 나중에 만나야지.’

나는 조 추첨을 앞두고 행운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이 행운 아이템이라면 가장 알맞은 조가 될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원래 무작의 뽑기에서 제일 필요한 스탯은 행운이 아니겠나?

­스톤 밴드 개인 인터뷰 찍겠습니다.

참가자들이 하나 둘 개인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애나, 개인 인터뷰 찍겠습니다.

아직까지 참가자들끼리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눈알을 굴리며 상황파악을 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그래도 좀 전보다는 낫네.’

우리가 아무리 1위 후보라지만, 영상을 보고나서도 마냥 우리만 경계 하진 않는다.

파이 피디가 그렇게 차이가 나는 캐스팅을 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1위 후보에 들 만한 실력 있는 그룹이 몇 팀 있었다.

덕분에 우리를 향하던 시선이 많이 흩어졌다.

이미 첫 인상을 제대로 조져버렸지만 말이다.

­저기. 영어 할 줄 알아요?

‘줌베이’라는 다소 우리 입장에선 독특한 발음의 이름을 가진 소녀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화려한 금색 장신구를 귀와 목 그리고 팔찌에 도배를 하듯이 착용하고 있는 소녀이기도 했다.

특히 목에는 금색 초커를 끼고 있어서 무척이나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쉽게 보면 절대 안 된다.

작은 몸집에 작은 키를 가진데다 나이도 고작 17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바로 우리가 1위 후보 중 하나로 꼽은 실력자였다.

­할 줄 알아요. 만나서 반가워요, 줌베이.

­베이라고 불러주세요. 친구들은 보통 베이라고 불러요.

친구들이 부르는 대로 부르라는 건 우리와 친해지고 싶다는 뜻인 걸까?

“뭐래? 또 시비거는 거야?”

“아니, 인사하러 온 것 같아.”

“오! 반가워!”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처음으로 긍정적으로 인사를 해온 사람인지라 다른 멤버들 모두 활짝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줌베이는 다소 부끄러웠는지 주춤하다가 수줍게 손을 내민 경태 형의 손을 마주잡았다.

“랩 기가 막히게 잘 하잖아. 나 너 알아. 말 좀 전해줘 봐.”

­이 형은 우리 그룹에서 랩을 맡고 있어요. 형이 평소에 베이씨를 알고 있었대요.

­아! 정말요? 감사해요. 저는 오늘 처음 알았어요. 미안해요.

베이가 경태 형을 알아보지 못한 것을 미안해했다.

경태 형은 상관없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앞으로 잘 해보자고 말 걸어봤어요. 사실 다들 너무 잘 생겨서 말 걸어보고 싶었어요. 이렇게 잘 생긴 남자랑 대화 나눠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베이의 수줍은 고백은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일단 그녀가 17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여서 더 그랬다.

­잘 했어요. 앞으로 자주 봐요. 서로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은 주기도 하고.

­그러려면 저랑 같은 조는 아니어야 할 거에요. 나랑 만나면 탈락할 테니까.

당당하고 당돌한 말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은 저 말이 결코 허세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었다.

­선전포고 하는 거야?

­만약 같은 조가 되면. 근데 오빠들은 될 수 있으면 늦게 만났으면 좋겠어. 기왕이면 결승전 같은 거?

­결승전까지 올라오겠다는 뜻이지?

­맞아! 난 무조건 결승까지 갈 거야. 그러니까 오빠들도 최대한 오래 살아남아. 나는 예쁜 걸 보는 게 좋거든.

당당한 소녀의 선전포고에 우리들도 한껏 고무 되었다.

저 소녀도 1위를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데, 우리라고 계속 움츠리고 있을 순 없었다.

제키에게 통역을 해서 소녀의 선전포고를 전해들은 멤버들이 씨익 웃었다.

“저렇게 어린애도 1등하겠다고 나서는데, 우리가 사리면 안 될 것 같지 않아?”

“인터뷰, 힘 빡주고 해야겠다.”

"내숭 버려요?"

"이런 상황에서 계속 내숭부리면 오히려 역효과 날 걸?"

실력자들의 영상을 보고나서 대결을 걱정하던 멤버들의 모습이 온데 간데없이 사라졌다.

다시 전투적으로 불타오르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때문에 나는 베이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멤버들이 힘을 잔뜩 받은 것 같아. 우리도 너랑 결승전에서 만날 수 있게 힘내볼게.

­오빠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야. 오빠들이 내 유일한 라이벌이야. 다른 팀 전부 짓밟고 올라와서 나랑 대결하는 거야. 약속했다?

만만치 않은 다른 팀들도 많고, 다른 팀원들이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다.

당연하지만 이런 소녀의 태도는 다른 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까 도저히 안 되겠네. 나이가 어리다고 마냥 귀엽게 봐줄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언제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왔는지 모를 스톤 밴드가 가장 먼저 태클을 걸어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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