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36화 (236/849)

〈 236화 〉 #33. 어메이징 스타 (6)

* * *

­흥.

베이는 스톤 밴드가 끼어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고개를 휙 돌려서 대화를 차단해버렸다.

한 마디로 ‘너랑 말하기 싫어.’ 라는 거다.

하지만 스톤 밴드는 끈질겼다.

대놓고 대화하지 않겠다고 구는 줌베이에게 계속 다가가 말을 걸었던 것이다.

­쪼끄만 게 사람을 자꾸 무시하네?

­그쪽은 못 생겨서 싫어.

­뭐, 뭐?!

­못 생겼다고?!

­너희들한텐 관심 없어. 대화하고 싶지 않으니까 저리 가.

가뜩이나 우리를 견제하고 있던 스톤 밴드 입장에선 눈이 뒤집혀질 말이었다.

우리에겐 잘 생겨서 좋다고 했는데, 스톤 밴드한테는 못 생겨서 싫다고 말하니 말이다.

“쟤네는 또 왜 발작이야?”

“베이가 우리한테 잘 생겼다고 칭찬했는데 쟤네들한텐 못 생겼다고 했거든.”

“…아직 아이라서 그런지 솔직하네.”

“너무 솔직했지.”

처음 데뷔했을 땐 그래도 멤버들끼리 외모 수준 차이가 좀 있었다.

하지만 3년 가까이 전문가들에게 각종 피부 관리, 몸 관리를 받고 스타일리스트가 챙겨주는 옷까지 입고 다니다 보니 다들 상향평준화가 된 상태였다.

물론 여전히 내 외모가 압도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제 다른 멤버들도 어디 가서 외모로 부족하단 소리를 들을 수준이 아니었다.

모두들 훌륭한 미남들이다.

‘내가 어느 정도 케어해준 것도 있고.’

조금씩 도움을 줬던 부분들이 충분히 현재 멤버들의 미모를 상향시킨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내가 수시로 애들에게 써줬던 ‘체력 주머니’.

피로가 피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피곤한 스케줄을 뛰어도 체력주머니를 통해 피로가 관리 되니까, 흔한 피부 트러블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쓰는 미용 용품들을 하나씩 빌려서 쓰기도 했고.’

팍팍하게 굴려고 했으면 연습 때 녀석들에게 쓰던 파스도 공유해주지 않았을 거다.

아예 물건을 구해다 주진 못해도 내가 쓰는 걸 빌려 쓰는 건 얼마든지 봐주겠다고 하니 구해달라는 말이 쏙 들어가더라.

아무튼 그렇게 소소하게 내가 쓰는 물건의 도움을 받은 멤버들의 미모는 데뷔초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업그레이드 된 상태였다.

“말려야 하는 거 아닐까? 저러다가 진짜 싸우겠는데?”

“여자애가 절대 안 물러나는데?”

한편, 스톤 밴드는 17살짜리 소녀와 점점 더 격렬하게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덩치도 크면서 17살짜리와 진지하게 싸우고 있는 모습이 어처구니없다.

­우리가 왜 못 생겼어! 우리 팬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응, 화장발~

­야아!! 네가 봤어? 봤냐고! 본 적도 없으면서 화장발이라고 하냐?!

­안 봐도 난 다 알아. 두꺼운 가면으로 숨기고 있지만 어림없지.

­그렇게 치면 쟤네들도 화장발이야!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스톤 밴드의 모습이 무척이나 애잔하다.

아이돌 화장이 두꺼운 건 사실이지만, 스톤 밴드의 화장 두께도 만만치가 않았다.

내가 장담하건데 쟤네들이랑 맨얼굴로 누가 더 잘생겼는지 비교하면 승자는 매우 빨리 결정 될 것이다.

‘아~ 질 자신이 없다고.’

화장을 떡칠해도 우리보다 못 생긴 주제에 감히 맨 얼굴을 비교할 생각을 하다니.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진짜 해보자고 하면 어쩌려고!

­어른스럽지 못하게 뭐하시는 겁니까?

­애가 헛소리를 하니까 훈계하는 거잖아.

­훈계가 아니라 싸우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요? 불만이 있으면 입싸움이 아니라 실력으로 이기세요.

­괜찮아. 저런 건 귀 담아 듣지 않으니까.

베이는 끝까지 스톤 밴드를 도발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인원이 많은 우리들이 나서서 베이를 옹호하고, 주변 사람들도 슬슬 우리를 주시하는 것 같아 보이자 스톤 밴드는 분해하면서도 물러났다.

­그래, 말로 해봤자 소용없지. 우리랑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좋을 거야. 바로 탈락할 테니까.

콧대를 세우며 스톤 밴드가 자리로 돌아갔다.

그 모습이 나중에 두고 보자고 말하고 도망치는 악당과 똑같았다는 걸 알려나 모르겠다.

­도와주지 않아도 됐었지만 그래도 고마워. 도와주려는 마음이 예뻤어. 역시 예쁜 애가 마음씨도 고운 법이지.

­음, 그래. 하하하!

확실히 당돌한 소녀다.

그 당돌함에 머리가 어질거릴 지경이었는데, 때마침 스태프가 인터뷰를 하러 오라며 우리를 불렀다.

­인터뷰하러 가볼게.

­응. 라이벌.

이젠 오빠도 아니고 라이벌이라고 부르는 거야?

마지막까지 당돌한 소녀를 뒤로하고 인터뷰실로 이동했다.

­어서 오세요, 에어플레인. 저쪽 의자에 앉으시면 됩니다.

우리를 위해 준비 되었을 6개의 의자에 쪼르륵 대형대로 앉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Q : VCR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는지.]

[A :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어요. 하나같이 대단한 실력자들이었으니까요.]

[Q : 어떤 팀과 대결을 하고 싶은지, 어떤 팀과 제일 대결하고 싶지 않은지.]

[A : 아무래도 추구하는 음악 장르가 많이 다른 분과 대결을 하게 되면 승패를 가르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가 퍼포먼스 그룹이면서도 음악적인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가창력이 좋은 팀이나 퍼포먼스 팀과 대결을 하는 건 자신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분야에선 약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우리 무대가 더 좋았나? 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거죠.]

미리 의견을 합쳤던 것만큼 겸손한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자기 실력에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한 상태였다.

제작진은 인터뷰에서까지 분량 포기를 하진 않을 셈인지 꽤나 화끈한 질문들을 날려댔다.

우리는 정확히 누구를 견제한다고 팀을 꼬집어 말하진 않았지만 짐작은 가능하도록 말을 했다.

[Q : 어메이징 스타를 지켜보고 있을 시청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다른 나라에서 온 가수가 많이 낯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두꺼운 벽을 치지 말고 저희를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정말 잘 해드릴 수 있거든요. 이게 참 좋은 건데 말로 설명이 안 돼서 안타깝네요.]

누군가가 아이돌이 다른 나라 가수와 비교 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묻는다면 단언컨대 ‘팬조련’이라 답 할 것이다.

일단 아이돌은 외국 가수들에게선 보기 힘든 애교라는 것이 장착 되어 있다.

아이돌이 하는 끼부림은 일반인이 번접할 수 없는 영역에 들어 있었다.

그 오글거림은 어메이징 스타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평소 하던 대로 눈웃음과 손가락 하트를 보여주며 카메라를 향해 끼를 부렸다.

그것을 본 시청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이, 이게 뭐지?’

‘미친…!! 남친도 아니면서 우리한테 이런 애교를 부린다고?’

낯선 나라에서 온 잘생긴 미남들의 애교는 애꿎은 어메이징 스타의 스태프들의 가슴을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었다.

? ? ?

[어메이징 스타 1위 후보는 누구?]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파이 피디를 믿는 신자야.

시즌11 뚜껑이 열리고 안에 든 게 뭔지 보기 전까지 욕하지 말아줬으면 해.

현재 시즌11에 출연할 참가자들의 신상이 전부 밝혀졌어.

이번 시즌은 완전 무명을 섭외한 게 아니라서 1위 후보가 대충 가려지고 있는 건 알고 있지?

다만 팬들끼리 개싸움이 붙어서 완벽하게 1위 후보가 결정 된 건 아니야.

나는 내 개인적인 1위 후보를 꼽아보려고 해.

참고로 철저히 내 주관적인 순위니까 태클은 받지 않아! (ω

­내 마음 속 1위 후보­

* 올리비아 트리

* 줌베이

* 애나

* 스톤 밴드

일단 스톤밴드 얘기부터 할게.

보자마자 욕 할 것 같아서.

얘네는 내 최애 밴드가 아니야.

아마 1위 후보 중에 가장 실력도 떨어질 걸?

그런데도 올린 건 얘네가 남자이기 때문이야. ( Ĭ ^ Ĭ )

노래를 귀가 아니라 눈으로 보는 년들은 분명 얘네를 찍을 걸?

그래서 본의 아니게 스톤 밴드도 끼워 넣었어.

다음으로 올리비아 트리!

holy shit!!!!

올리비아 트리가 어메이징 스타에 나온다고?

미쳤다.

얘네가 1위를 하지 못하면 도대체 누가 1위를 하지????

그래, 숨기지 않을게. 내 최애가 바로 올리비아 트리야.

이 언니들은 그냥 보자마자 holy shit!!!!이 절로 튀어나오는 존재잖아?

길게 말할 필요도 없어.

끝! END!

└뭐야? 줌베이랑 애나는 어디 갔어? 1위 후보로 꼽아놓고 언급도 없냐.

└holy shit!!!!!!!!!!!!!!!

└여기 올리비아 트리 팬 게시판이야?

└그만큼 올리비아 트리를 사랑하신다는 거지.

└줌베이도 1위 후보로 언급해줄만 하지 않아?

└애나는 노래의 여신이야! 애나는 노래의 여신이야! 애나는 노래의 여신이야!

└쓴이도 분명 스톤밴드 빠는 년 중에 1명 아닐까? 다른 애들 스킵한 거 보면 굳이 언급할 필요 없었는데 제일 처음 말했잖아.

└그래도…사랑하시죠?

└ROFL!

[어스타 시즌11에 에어플레인 나온 댄다. 국뽕이 치솟는다.]

제곧내

└시바. 울 애기들 외 저깃어…?

└주모: 슬슬 장사 시작해볼까?

└가서 발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나라 망신시키고 돌아오겠네.

└쟤네는 몬대 우리나라 대표 아이돌로 나갔냐? 쟤네보다 더 나은 그룹이 쎄고 쎘는데.

└ㅈㄹ하지마라. 얼굴은 아무도 못 따라온다.

└반박할 수가 없네, 시바...진해솔이 너무 사기야.

└그냥 ㄹㅇㅋㅋ 나 쳐.

└에☆어☆플☆레☆인☆사☆랑☆해

└그래서 언제 방송하냐.

└ㅁㄹ

└외국어 어질어질하다.

└해줘!!!!번역해줘!!!!!

└외국 반응 어때?

└무관심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어플레인 듣보잡인데 관심을 줄 리가 없지.

└차라리 욕이라도 먹었으면 덜 쪽팔렸을 것 같은데.

└나 에어플레인 팬인데...아무리 팬이라지만 꼭 어스타에 나갔어야 했을까 싶긴 해. 나가서 탈락이라도 하면...그 망신살을 어떻게 할 거냐구.

└네가 에어플레인 팬이라고? 개소리 ㄴ

└?? 나 정말 팬 맞는데?

└팬코하지마라 ㅡㅡ 애들이 탈락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네가 팬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애들 실력 좋거든?

└실력 좋기는ㅋㅋㅋ우리나라에 뛰어난 아이돌이 얼마나 많은데. 에어플레인이 대표로 어스타에 참가할 짬은 아니지ㅋㅋ 시즌11 안봐도 망한 거 보임.

└아마 허니 엔터에서 돈 찔러주지 않았을까? 거기 해외지사 빽이 좀 세잖아.

└이게 정답이다 ㅋㅋ 시즌10때부터 간당간당하더니 시즌11 때 폭망으로 떨어지네.

에어플레인이 어메이징 스타에 나온다는 소식이 다른 나라에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에어플레인의 해외 진출 소식에 대해 아는 게 없던 일반 사람들은 국내에서 잘 활동하던 아이돌이 갑자기 외국의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하다는 말에 어리둥절해 하는 한편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았고, 아이돌 팬덤에서는 쟤네가 왜 어스타에 나가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곳이 많았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도 어스타에 나가서 잘 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하, 미치겠네. 응원해줘도 부족할 판에 다들 욕하느라 정신없잖아.”

한편, 에어플레인의 팬클럽은 아직까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해외에서 잘 활동하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뜬금없이 어메이징 스타에 나간다고 하니 걱정이 안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유명한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으로 순수하게 만족하고 좋아한 팬들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냥 좋아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다른 팬덤에서 넘어 온 이들이 온갖 견제와 분탕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에어플레인이 너무 잘 생기고 잘난 애들만 모여 있어서 다른 팬덤으로부터 견제 당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있어왔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집중사격 당하는 일은 없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견제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이러다가 진짜 1라운드에서 탈락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팬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상상만 해도 끔직한 소리다.

그녀는 못된 소리를 한 자신의 입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스스로에게 내리는 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엔 걱정이 가득했다.

만약 정말 1라운드 때 탈락한다면, 지금도 견제하느라 온갖 조롱을 해대는 팬 게시판에 ‘에어플레인 조리돌림’의 장이 열릴 것이다.

과연 에어플레인은 그 조리돌림을 견뎌낼 수 있을까?

가뜩이나 탈락해서 우울할 텐데 위로해주는 사람없이 저렇게 비웃고 조롱하는 댓글을 본다고?

'안 돼!'

상상만으로도 온 몸에 소름이 돋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다.

무언가 수를 써야만 했다.

온갖 악의를 가진 채 팬 게시판에 침투한 팬덤들을 처리해야만 한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