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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43화 (243/849)

〈 243화 〉 #35. 밝히다 (1)

* * *

칠리씨는 내게 지정 된 여성을 만나러 가는데 필요한 부분은 뭐든 제공해줄 수 있다며 끝까지 편의를 봐주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미리 챙겨오기까지 한 새심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내 손에 두둑하게 아이템을 안겨주고, 지정한 대상 여성의 신상정보가 적힌 종이까지 전달해준 칠리씨가 만족해서 돌아갔다.

그가 돌아가고 얼마 후, 말했던 것처럼 포니가 정신을 차렸다.

나는 어리둥절해 하는 포니에게 칠리씨의 방문을 말해줬다.

[ ]

“…음, 힘내라.”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쩍 벌린 채 굳은 포니.

공백인 말풍선을 한동안 띄우더니 창백해진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사라져버렸다.

“충격이 장난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

나는 참을 수 없는 동질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포니가 느끼고 있을 감정을 내가 모를 수가 없다.

자신이 해결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일을 상사가 갑자기 나타나서 뚝딱 해결해버린 상황.

그걸 알았을 때 부하 직원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아찔하다.’

비수가 날아와 심장에 꽂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기분일 것이다.

때문에 포니가 정신 못 차리고 훅 사라져버린 것에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

그저 녀석을 향한 인간적인 동정심만 느낄 뿐이다.

“그나저나 결국 넘어갔네.”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내가 바라는 걸 3가지나 얻었고, 모르는 여성을 임신시켜야 하는 꺼려지는 부분도 생각을 달리하면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생각을 어떻게 달리하냐고?

‘그야 그 여자도 내가 책임지면 되는 거잖아.’

임신을 시킨 여자를 책임을 질 생각을 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어지는 거였는데, 내가 그걸 미처 생각 못했다.

어떤 여자를 매치시켜줘도 그 여자를 아껴줄 자신이 있다.

더군다나 이제 내 능력에 관련 된 부분을 여자들과 공유해도 되니 거칠 게 없었다.

‘일단 민영 누나랑 말부터 맞춰야겠지?’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어중간하게 잘못 알고 있는 게 더 설명하기가 어렵다.

특히 그녀는 내 몸이 특별해서 여자들에게 좋은 보신(?)이 된다고 알고 있었다.

‘갑자기 생겼다고 하기엔 평소에 해왔던 행동들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할 텐데. 원래부터 이런 능력이 있다고 밝히면 이해해주려나.’

내가 아는 민영 누나라면 이해해줄 것 같기는 하다.

워낙 나한테 약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럼 민영 누나는 패스.”

그 다음은 누구한테 알려야 할까.

역시 조강지처 주아 누나가 아니면 누가 다음이겠나 싶다.

그리고 나머지는 만나게 되면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는 것으로 하자.

‘아니면 그냥 한 번에 다 모여서 밝힐까? 복순 누나는 좀 조심스러운데.’

아무래도 임신을 하고 있기에 놀래키는 게 꺼려진다.

그래도 능력 덕분에 앞으로 나를 자주 볼 수 있게 될 거라고 하면 좋아하지 않을까?

앞으로 내 능력을 밝혀야 한다는 큰일이 남아있지만 속은 편했다.

“그나저나 이 여자는 어떻게 만나야 되지?”

나는 칠리씨가 내게 주고 간 여자 프로필을 확인했다.

찰리씨가 지정해준 여자는 평범했다.

백인에, 주근깨 있는, 붉은색 머리의 21살의 적당히 예쁜 여자.

이 세계 평균에 비교해보면 정말 평범 그 자체일 것이다.

현재는 대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중산층의 어머니 아래에서 평범한 교우 관계를 유지하며 자라났다.

특별한 지병을 앓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성격이 특별하게 나쁘거나 특별하게 착한 편인 것도 아니었다.

‘나에페로는 어디 붙어 있는 나라지.’

프로필을 보며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너무 평범해서 황당할 정도였으니까.

정말 이 여자가 맞나 수차례 의심이 들었을 정도니까.

“…얼굴은 바꿔서 만나야겠지?”

칠리씨가 저 여성과 만날 때 얼굴을 바꾸고 가라며 아이템을 제공해줬다.

그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을 제공해줬다.

아이템 효과는 대체로 내 신분을 숨겨주는 기능과 여성을 임신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보조해주는 효과들로 구성 되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여성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이템도 있고, 이성의 호감도를 높여주는 향수 아이템도 있었으며, 1분간 여성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아이템도 있었다.

‘이런 걸로 무장하면 여자를 못 꼬실 수가 없겠다.’

잘 생긴 얼굴만 있어도 여자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속마음도 읽고 호감도를 높여주는 향수까지 있었다.

그뿐인가?

실시간으로 여성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니 우연히 마주치는 척 능청을 떨 수도 있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우연히 만나는 일이 계속 되면 안 넘어 갈 수가 없을 거다.

그 과정들이 ‘운명’으로 포장 되어 여자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 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인연을 끊어내는 가위까지 내 손에 쥐어졌다.

이 가위로 인연실이라는 걸 끊으면 나와 있었던 일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감정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그럼 결국 남는 건 뱃속에서 자라고 있을 아이에 대한 사랑만 남게 되는 것이다.

‘진짜 무서운 가위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끊어버리는 가위라니.

연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이라는 게 있다는데 그 실이 진짜 있는 것도 신기한데, 잘라버리는 가위도 있을 줄 몰랐다.

“이 가위는 킵.”

나는 내 아이를 가진 여성과의 인연을 함부로 끊어낼 생각이 없었다.

칠리씨는 내게 설명할 수 없는 대단한 운명선이라는 게 있다고 했는데, 그 운명선이 그렇게 대단한 거라면 내 이런 움직임도 충분히 참작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감히 이해조차도 못할 거라는데 그 정도 유능함은 있어야지.’

암암, 그렇고말고.

? ? ?

“어우, 빡세다. 목 아파.”

“목캔디 줘?”

“응.”

무대를 준비하면서 무쩍 애들 사이에서 목 관리가 이슈로 떠올랐다.

고음의 노래를 불러야 하다 보니 목이 갈려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짜 이거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형, 미안! 나도 하나만.”

“미안해하지 말고 목 아프면 바로바로 말해. 목 상하면 안 되는 거 알지?”

“내일이 무대인데 당연하지.”

어메이징 스타의 1라운드 무대를 위한 아이템 준비는 모두 끝난 상태였다.

멤버들의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는 체력 주머니.

목 컨디션을 책임져 줄 목캔디.

무대에서 혹시 모를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줄 행운 아이템.

그리고 다음날 무대에 대한 부담감에 밤잠 설치지 않도록 숙면하게 만들어주는 아이템까지.

적극적으로 아이템을 사용해서라도 어메이징 스타 1라운드 무대를 완벽하게 해낼 생각이었다.

“최고의 무대, 보여주자.”

마지막 연습 점검까지 끝마친 오후 6시.

우리는 내일 무대를 위해 평소보단 조금 일찍 연습을 끝냈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요. 내일 실수하지 말아야 하는데.”

“무대 오르는 게 이렇게 떨렸던 거 진짜 오랜만인 것 같아.”

“콘서트 때랑 비슷한 느낌이지 않아?”

“난 솔직히 지금이 좀 더 떨리는 것 같아.”

남은규의 말에 강준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어스타가 더 떨려?”

“어. 콘서트에서는 실수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거였고, 어스타는 실수하면 큰일난다라는 느낌이라서.”

“아~ 뭔 말인지 알겠다.”

오랜만에 일찍 끝나 휴식을 취해서 그런지 애들이 들떠서 수다를 떠는데 매니저 누나가 들어와 어허! 하면서 말했다.

“수다 그만 떨고 다들 푹 쉬어! 내일 무대 잘 해야지.”

“넹~”

“네엡~”

말 잘 듣는 멤버들이 후다닥 자기 방으로 흩어졌다.

나도 방으로 들어와 침대로 곧장 골인­

달칵!

“형! 밥!”

“난 패스.”

“아무것도 안 먹으려고?”

“간식 먹어서 배 안 고파.”

사실 주아 누나네 가서 저녁밥을 먹을 예정이었다.

“설마 잘 거야?”

“응.”

“와~ 진짜 잠돌이 장난 아니네. 그렇게 많이 자고 또 잠이 와?”

“잠은 잘 때마다 늘 새로워.”

대충 대답해서 밥 먹으라는 멤버를 쫓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도플갱어 인형을 꺼냈다.

“아차, 안경!”

안경을 빼놓고 가면 큰일난다.

준비를 끝내고 도플갱어 인형을 사용했다.

잠옷을 입고 잠에 빠져든 내 모습을 뒤로하고 주아 누나네로 곧장 이동했다.

띵동­ 띵동­

현관 앞에서 벨을 눌렀다.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지만 방에서 날 보면 혼비백산할 게 분명했기에 벨을 누른 것이다.

잠시 후, 정화씨가 놀란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해솔아?”

내일 어메이징 스타 촬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정화씨는 귀신을 본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저 왔어요.”

“어떻게 온 거야? 내일 촬영 있잖아. 촬영이 미뤄진 거니?”

“깜짝 서프라이즈에요.”

정화씨는 내가 대답을 하지 않고 멀뚱한 말을 하자 촬영이 미뤄진 거라 생각했는지 말했다.

“무슨 일로 미뤄진 거야? 안 좋은 일 생긴 건 아니지?”

“그런 거 아니에요. 저 배고픈데 밥 안 주세요?”

“어머! 빨리 들어와. 진작 온다고 알려줬으면 맛있는 거 했을 텐데….”

정화씨는 내 저녁을 차려주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기를 꺼내서 제육볶음이라도 해주겠다며 부지런을 떨기에 그녀의 허리를 잡아 식탁에 억지로 앉혔다.

“이걸로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시금치에 콩나물밖에 없는데….”

“정말 충분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정화씨가 해준 제육볶음이 이 반찬보다 맛있을 것 같진 않거든.’

마침 태양이도 밥을 먹을 시간이어서 내 무릎에 앉히고 밥을 챙겼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정화씨가 물을 떠서 내게 건네주며 다시 물었다.

“정말 무슨 일로 온 거야? 여기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거야?”

“안 될 게 뭐가 있어요. 보고 싶어서 온 건데 안 되는 거에요?”

“안 될 리가! 그냥 무슨 일 있나 걱정 돼서 그러는 거지.”

“누나는요?”

“오늘 좀 늦게 들어올 거야. 밤 늦게 촬영 있다고 했거든.”

“요즘 바쁜가보네요.”

주아 누나는 소속사에 들어간 이후 단역으로 조금씩 TV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출연하자마자 대단한 성과를 낸 건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얼굴이 먹어주니 뭐를 해도 중간 이상은 가는 모양이다.

“태양이 이리 줘. 힘들잖아.”

“안 불편해요. 오랜만에 만나는데 이렇게라도 아빠 노릇해야죠. 우리 태양이, 아빠 보고 싶었어?”

“으웅? 아바아!”

이젠 옹알이도 제법 잘 한다.

“태양이가 말이 많아.”

“네?”

“수다를 엄청 떨어.”

“정말요?”

그런 깜찍한 일이!

“응. 아무래도 또래보다 말을 빨리 틀 것 같아. 옹알이를 시도 때도 없이 하더라구.”

“으하하!”

우리 애가 천재인가?

옹알이를 잘 한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할 수 있지만, 부모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고작 그거라도 우리 애가 잘한다면 기쁘고 행복하다.

태양이 밥을 다 먹이고, 내 밥까지 챙겨 먹은 뒤.

주아 누나가 올 때까지 집에서 정화씨와 태양이를 옆에 끼고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츄웁, 쮸웁! 쪽!

태양이가 잠들었을 무렵에는 정화씨와 매우 질척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주물주물­

“가슴이 더 커진 것 같은데요?”

“으응~ 안 커졌는데에...너무 크면 징그럽지 않아?”

“말도 안 돼요. 이 가슴이 어떻게 징그러울 수 있겠어요.”

정화씨의 속옷을 훌렁 벗겨내자 부드러운 가슴이 출렁인다.

출렁이는 가슴 가운데 반짝이며 어여쁜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두 피어싱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잘 하고 있네요?”

“…그날 이후로 특별한 일 없으면 안 뺐어.”

주아 누나와 3P를 할 때 유두 피어싱을 몰래 빼고 왔었는데 그때 내게 따끔하게 혼이 나고 이후로는 착실하게 유두 피어싱을 하고 다녔던 모양이다.

나는 칭찬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숙여 어여쁜 그녀의 가슴을 한 입 베어 물었다.

"하흣!"

쭈웁, 하고 가슴을 빨아내니 도톰하게 튀어나온 피어싱이 혓바닥을 자극한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라인을 매만지던 손을 내려 탱글탱글한 엉덩이 감촉을 즐기다가 허벅지 사이로 쑤욱 짚어넣었다.

“젖었어요?”

“흐읏! 으응…조그음…?”

정화씨의 목소리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마치 그녀의 아랫도리처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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