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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45화 (245/849)

〈 245화 〉 #35. 밝히다 (3)

* * *

반응이 어째 내가 상상하던 것과 다르다.

“뭐야,그 반응은? 설마 알고 있었어?”

“당연히 알지.네가 숨기는 것 같아서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던 것뿐이야.”

에엥?!

“…어떻게? 아니, 어쩌다가 알았는데? 나 진짜 조심했는데.”

어안이 벙벙해져 묻는 내 말에 누나가 나를 흘겨보며 대답했다.

“조심하기는 개뿔.지금까지 네가 보여준 게 있는데 어떻게 몰라?모르는 척 구는 게 더 힘들었거든?”

“내가 보여줬다고? 나 그렇게 허술하게 군 적 없어!”

진짜 억울하다.

들키지 않기 위해 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아이템을 써왔다.

그런데 누나 앞에선 그 노력이 모두 허사였던 모양이다.

주아 누나가 어림도 없다는 듯 조목조목 따져드니 할 말을 잃었다.

“밖에 나갔는데 사람들이 널 안 쳐다봤잖아. 그게 말이 되니? 너처럼 잘 생긴 남자를?”

“아.”

“그리고 해외에 나가 있으면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것도 이상했고, 가끔 네가 주는 물건들도 시중에 파는 물건이 아니었잖아. 근데 성능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좋고.”

누나는 그뿐만이 아니라며 지금까지 모르는 척 해왔던 이상한 일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다 들어보니 지금까지 모르는 척 해준 게 대단해보였다.

“너 잘 때 시험해본 적도 있어. 콘돔은 죽어도 안 낀다는데 왜 그러나 싶었거든. 안에서도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고, 다른 여자들한테 막 정액 싸주고 다닐 게 보이는데 왜 콘돔을 안 끼겠다는 건지 원인은 알아야 할 거 아니야.”

“헐!”

“처음에는 자 봐라 콘돔이 나쁜 게 아니다! 하면서 따끔하게 가르칠 생각이었는데 네 자지에 뭔 저주라도 걸렸는지 끼우기만 하면 콘돔이 저절로 찢어지더라?”

“와, 상상도 못했어.”

“한참 꿀잠 자고 있을 때 몰래 한 거니까.”

나를 펠라로 깨울 때가 종종 있어서 잠을 잘 때 자지에 무언가 감각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을 확률이 높다.

“콘돔 10개 버리고 나서 인정하기로 했어. 네가 콘돔이 싫어서 안 끼는 게 아니라 못 끼는 거라는 걸.”

“…….”

누나가 너그럽게 넘어가주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상점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빼앗겼다면 큰 낭패가 됐을 거다.

“그거 외에도 엄청 많아. 네가 준 물건들 덕분에 태양이 키우는 게 얼마나 편했는데. 잠투정이 심하다고 하면 이상한 모빌 구해 와서 뚝딱 잠을 재우질 않나, 수상했던 거 말하려면 하루가 부족할 걸?”

“나름 숨기려고 노력했던 건데….”

잘 숨기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내 과거가 부끄럽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빨개졌는데, 누나는 그런 내가 귀엽다며 킥킥 웃으면서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은 아는 척 해도 괜찮은 거야?”

“응. 괜찮아.”

“문제 생기는 거 아니지?”

누나는 갑자기 비밀을 털어놓은 내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지 걱정부터 해왔다.

나는 그녀를 꽉 안아서 괜찮다고 재차 말했다.

그러다가 문득 주아 누나의 배려가 너무 고마워져 말했다.

“아니, 근데 쫌 많이 감동이네? 왜 모르는 척 했어. 많이 궁금했을 텐데.”

만약 내가 누나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궁금증부터 풀었을 것 같다.

“지금도 엄청 궁금한 거 많아. 특히 네가 가져다주는 물건들. 그거 써도 괜찮은 거 맞아? 어디서 나는 거야? 성능이 말도 안 되게 좋은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고. 애가 천장에 달려 있는 모발만 보면 1초 컷이야.”

꽤 많은 코인을 주고 구매한 아기 전용 모빌이다.

4세 이하에만 적용이 되는 기능이며, 아기가 모빌에 관심을 주면 그 어떤 잠투정도 없이 푹 잠을 잘 수 있는,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최고의 잇템인 것이다.

“이 세상 너머에는 누나가 모르는 특별한 존재들이 있어. 나는 그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그 사람들한테 통용 되는 화폐가 있는데, 그걸로 물건을 사는 거야. 대신 조건이 있는데 사람들에게 내가 쓰는 물건이 어디서 왔는지, 이 물건이 얼마나 특별한지 들켜선 안 된다는 거였어.”

“들키면 어떻게 되는데?”

“전부 회수되는 거야. 상점에서 물건 구매할 수 있는 자격까지 전부.”

회수 된다는 말에 누나의 눈이 동그래졌다가 점차 경악으로 바뀐다.

아마 당장 물건을 다 회수한다고 하면 곤란해지는 건 나보다는 누나일 것이다.

태양이를 키우는데 내가 가져다 준 물건들의 도움을 쏠쏠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야아~! 그럼 말하질 말았어야지!! 난 하나도 안 궁금했단 말이야.”

“아하하!! 지금은 괜찮아. 괜찮으니까 말 한 거지. 누나가 쓰고 있는 거 돌려달라고 해도 안 줄 텐데 그것도 생각 안 하고 말했을까.”

“그럼 안 가져가는 거야?”

“어. 안 가져가. 계속 써도 돼.”

아무래도 배우를 지망하다 보니 주아 누나를 위해 화장품 같은 것들을 자주 사다줬는데, 그 효과를 엄청 잘 보고 있는 중이었다.

가뜩이나 활짝 꽃 피울 나이인 20대 초반에 특별한 화장품까지 만나 미모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이다. 깜짝 놀랐네. 그럼 나 네 능력 같은 거 물어봐도 되는 거야?”

“응. 궁금했던 거 있으면 물어봐. 대답해줄게.”

생각보다 주아 누나가 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다.

이렇게 궁금한 게 많은데 그동안 어떻게 숨기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네 말도 안 되는 정력!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에는 완전 괴물이 됐잖아. 그거랑 사람들한테 안 들키는 거. 그거 두 개 정도는 확실하게 알고 있는데, 그 외에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다 알려줬으면 좋겠어.”

내 정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걸 주아 누나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뭔가 좀 부끄럽다.

나는

“사실 내가 누나한테 솔직하게 다 밝힌 이유가 그것 때문인데, 사실 내가 언제 어디에 있든 거리에 상관없이 누나 앞에 나타날 수가 있거든. 오늘도 비행기를 타고 여기에 온 게 아니야.”

“순간이동 같은 거야?”

“맞아.”

“그래서 내일 촬영 있으면서 네가 여기 와 있을 수 있는 거고?”

“그렇지.”

“나한테 들킬까봐 지금까지 제대로 못 쓰고 있었겠네?”

“이제부터는 마음껏 쓸 수 있지. 누나가 알고 있으니까.”

“그럼 매일 집에 와서 잘 수도 있어?”

“매일매일 들어올 수 있다고는 못해. 내가 자리를 비울 수 있는 건 잠을 잘 때니까.”

“아! 멤버들한테는 말 못하니까 네가 자리를 비워도 아무도 안 찾는 순간이 필요하겠구나.”

주아 누나는 내 고충을 단숨에 눈치 챘다.

덕분에 나는 내가 순간이동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일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주아 누나의 센스에 엄지를 치켜드니 그녀가 꺄르륵 웃는다.

“그리고 또 있어?”

“그거 말고는 딱히…? 신기한 걸 쓸 수 있다고 엄청 대단해지는 건 아니거든. 일상 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받는 정도니까.”

“남들은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대단한 거지!”

“코인이 없으면 결국 다른 사람이랑 다를 바 없는 걸, 뭐.”

나는 내가 특별한 게 아니라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 특별한 것이라고 누나에게 재차 설명했다.

그 물건을 구매하려면 코인이라는 게 필요한데, 대단한 부자가 아닌지라 쓰고 싶은 물건을 구매할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한계가 있다는 말에 주아 누나는 자연스레 실망감을 표했다.

“돈으로는 못 구하는 거야?”

“우리가 쓰는 돈이랑은 차원이 다르지. 그 사람들이 우리가 쓰는 돈을 줘봤자 뭐에 쓰겠어. 그 사람들한테 돈은 못 쓰는 종이인 거야.”

처음 상점을 쓸 수 있게 됐을 때, 하루 종일 상점에 있는 아이템을 눈팅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내가 가진 코인으로는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할 어마어마한 상품들을 보며, 저게 나에게 있으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곤 했다.

상식적으로 초능력이 생겼는데 그걸 안 쓰고 베기겠냔 말이다.

어떻게든 그걸 쓰고 싶어서 환장하는 게 정상이다.

누나라고 이 상점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여자라서 더 위험해.’

그녀가 바라는 모든 것이 상점에 존재한다.

그것도 내 구매력으로도 살 수 있을 정도의 값어치로 말이다.

누나에게 상점에서 물건을 고를 수 있는 특혜를 준다면, 그녀는 하루 만에 내가 가진 코인을 모두 탕진시킬 자신이 있을 것이다.

“돈으로도 못 구하는 거면 어떻게 코인을 구하는데?”

“미션이라는 걸 해.”

“미션?”

“하기 힘들면 힘들수록 보상 코인을 많이 줘.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주아 누나와 나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코인을 어떻게 버는지, 상점에는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내가 누나에게 선물한 물건들의 진짜 기능은 무엇인지 등등이 우리의 대화 주제였다.

그리고 누나 이외의 다른 여자들에게도 내 능력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자주 얼굴을 보러 오고 싶다는 것까지 모두 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적당히 거짓말을 섞어 넣었다.

‘섹스해서 코인을 번다고 어떻게 말을 해.’

그리고 내가 다른 세계에서 온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너무 과한 진실은 긁어 부스럼일 수 있었다.

적당히 숨길 것은 숨기고 알게 된 진실에 주아 누나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이 비밀, 나한테 제일 처음으로 알려준 거 맞지?”

마지막에는 기어코 살벌한 질문까지 했는데,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는 다른 대답을 내어놓은 채 말이다.

‘민영 누나한테 양해를 구하고 말 맞춰놔야겠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때론 진실도 숨기고, 거짓말도 해야 하는 법이다.

? ? ?

쇠뿔도 단김에 뽑으랬다고, 주아 누나는 복순 누나에게 찾아가보라며 나를 집밖으로 보내려 했다.

“나 정말 가?”

정화씨와 실컷 섹스를 하긴 했지만, 주아 누나가 오면 2차를 뜨려고 했었다.

그녀라고 성욕이 쌓이지 않았을 리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주아 누나는 너무도 쉽게 복순 누나에게 나를 넘겼다.

“어. 빨리 가. 앞으로 여기보다 거길 더 자주 가도 돼. 물론 아기 낳을 때까지 만이야. 출산 이후에는 다시 우리 집이 1순위여야 돼.”

“아~ 그거 때문에 가보라고 했던 거였어?”

알고 보니 주아 누나는 임신을 한 복순 누나가 걱정 됐던 모양이다.

“그거 때문이 아니라 나도 겪어봐서 하는 말이야. 난 엄마라도 옆에 있었지, 그 언니는 혼자 있잖아. 많이 외로울 거야. 네가 자주 가서 달래줘.”

“진짜 왜 이렇게 착해. 응? 가뜩이나 예쁜데 계속 예쁜 짓만 하네. 이럼 내가 누나를 안 사랑 할 수가 없잖아.”

“계속 그렇게 사랑해줘. 난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착한 주아 누나의 마음씨에 감복해 그녀와 진한 키스를 나누면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막 깨어난 태양이와 인사를 나누고 복순 누나의 집 앞으로 이동했다.

복순 누나는 내 방문에 깜짝 놀랐다가 주아 누나에게 했던 것처럼 내 능력에 대해 설명을 하자 놀라울 만치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농담하는 거냐고 묻지도 않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여유로운 태도였다.

역시 복순 누나도 주아 누나처럼 내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앞으로는 자주 보러 올게요. 능력을 숨기지 않아도 되니까 지금보단 훨씬 자주 올 수 있을 거에요.”

“자주면 얼마나 자주인데?”

“일주일에 서너번 정도는 올 수 있지 않을까요?”

“…서너번이나? 정말?”

“될 수 있으면 누나 옆에서 잘 수 있게 노력해볼게요.”

“!!”

앞으로 지금보단 훨씬 더 자주 얼굴을 보이겠다는 내 말에 크게 감동했던 걸까?

“우, 울어요?!”

복순 누나가 눈물을 보였다.

“흑, 애 때문에 그러는 거야. 나 원래 안 울어. 알잖아.”

금방 그치긴 했지만 자주 얼굴을 보이겠다는 말에 울 정도로 외로워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와~ 내가 진짜 나쁜 놈이었네. 미안해요, 앞으로 진짜 자주 올게요. 많이 외로웠죠?”

"아니야아!! 임신해서 그런 거야! 안 울었어!"

아니라고 발버둥치는 복순 누나를 꼭 끌어안고 둥가둥가 해주며 그녀를 달랬다.

사실 다른 사람이 신경을 써준다고 해도 내가 직접 들여다보는 것과 같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티가 안 나기도 했고, 나 스스로가 바빠서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핑계거리는 많았지만, 그걸 다 염두하더라도 내 잘못이 컸다.

‘주아 누나가 괜히 복순 누나한테 가보라고 했던 게 아니었네.’

주아 누나는 눈치 채고 있었을 것이다.

직접 경험해본 당사자니까.

그녀가 느끼고 있을 외로움을 모를 수가 없었던 거다.

‘내가 진짜 죽일 놈이다.’

그녀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

간도 쓸개도 지금이라면 다 떼어서 줄 수 있을 것 같다.

“시골에 다녀올래요? 어머님 보고 싶지 않아요?”

“됐어. 내일 학원은 어떡하라고. 그냥 내 옆에 있어줘. 그걸로 충분해.”

“학원 걱정은 안 해도 돼요.말 했잖아요. 순간이동 있어서 1초도 안 돼서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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