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47화 (247/849)

〈 247화 〉 #36. 라운드 (2)

* * *

“씨발, 미쳤어!!!!!!!!!!!!!!!”

에어플레인의 팬덤 ‘wing’에서 활동하는 팬인 나주영은 가족과 함께 이민을 와서 좋았던 게 손에 꼽는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 낯선 문화, 없다고 할 수 없는 은근한 인종차별까지.

그녀의 목표는 최대한 빨리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을 선언해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항상 돌아가고 싶어 했던 그녀는 이민을 온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싹 지워냈다.

이민을 오지 않았다면 어메이징 스타의 관객이 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우리 애들 너무 예쁘잖아!! 으허어엉~!! 사랑해!!! 꺄아아악!! 에어플레인!!! 애들아!! 나 여깄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먼치킨이란 말인가?

저렇게 예쁜 애들이 노래까지 잘 부른다.

그냥 잘 부르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무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주영은 눈물을 줄줄 쏟아내며 주변 사람들이 쳐다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에어플레인을 연호했다.

그녀는 에어플레인의 노래가 하이라이트에 도달했을 때, 뒷골에 띵! 하고 거한 충격을 받았다.

‘왜, 왜 이런 걸 이제야 보여준 거야?’

눈물이 쏟아졌다.

소속사에서 크게 잘못하고 있다.

이번에 활동했던 노래도 훌륭하긴 했다.

활동이 끝난 지금도 TOP100에 올라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 임팩트를 주는 음악은 아니었다.

‘레전드다, 레전드!!’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가져놓고 왜 실력을 숨기냔 말이다.

애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닐 테니, 소속사가 제대로 뒷받침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마침내 노래가 끝났을 때.

그녀는 쉬어 터진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외쳤다.

“잘했어!!! 너무 잘했어!! 애들아!!! 사랑해!!!!!!”

목이 터져라 외친 덕분일까?

강준과 해솔이 무대를 내려가다가 그녀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꺄아아아악!!!!!!”

애들의 미모는 여기 애들도 통하는지 주영의 주변에 있던 관객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너희들 쳐다 본 거 아니거든?!’

동양인이라며 무시할 때는 언제고, 동양인 남자한테 환장하는 양키들에게 고운 표정이 나오질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강준과 진해솔이 무언가 속닥거리다가 그녀를 향해 손가락 하트를 보여주는 것을 보며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미쳤어!! 나한테 손가락 하트 해준 거야?’

이게 바로 성덕이 아닐까?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팬카페에 올리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아쉽고 억울했다.

에어플레인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현장에서 반응은 어땠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때 모두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특히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팬카페에 몰려 온 각종 분탕러들일 것이다.

‘아주 코가 납작해지겠네. 바퀴벌레들 쫓아낼 약으로 팩트 폭행만한 게 없거든.’

그동안 얼마나 이를 바득바득 갈았던가.

각종 음해와 조작에 시달리느라 팬카페가 조용한 날이 없었다.

애들이 잘나서 어메이징 스타에 나간 건데, 스폰을 받아서 출연권을 따낸 거라느니, 엔터빨로 나간 거라느니.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의 음해였다.

‘우리가 뭐 때문에 악플 PDF만 따면서 인내했는데! 그년들 부들부들거릴 거 생각하니까 10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간다.’

1라운드에서 패배해 패잔병으로 돌아 올 거라고?

그들은 틀렸다.

­승자는 에어플레인!!!

와아아아!!!!!!!

“꺄아아아아악!!!!!!!!!!!! 이거지이이~!!!! 이게 정의 구현인 거거든!! 아하하핫!!”

목소리가 쉬었는데도 그걸 뚫어버리고 고음이 내질러진다.

집에 돌아가서 당장 팬클럽에 들어가 이 소식을 팬들에게 알릴 것이다.

‘1라운드 이겼다는 건 말 못하지만, 걱정 말라는 말은 할 수 있는 거잖아. 방영 시작 되면 벌레들 퇴치 쌉가능이라 하면 눈치 채겠지.’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똘똘 뭉쳐서 더 단단해진 팬들이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기세에 눌려서 점차 팬카페 활동이 뜸해지는 사람도 있었다.

나주영은 어메이징 스타가 방영 되면 벌레들이 팬카페에 얼씬도 못하게 될 것이고 부산스러웠던 팬카페가 깔끔하게 정리가 될 것이다.

우리 애들이 어메이징 스타에서 얼마나 잘했는지 알게 된다면 불안이 싹 가실 것이다.

나주영은 무대 위를 내려가는 에어플레인을 두 눈에 꾸역꾸역 담아내며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 ? ?

어메이징 스타 1라운드 대결 무대를 끝내고 승리를 거머쥔 우리는 아래로 내려와 페코와 인사를 나눴다.

페코는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우리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사실 질 거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고 있었어요. 대단한 사람들이랑 대결하게 된 걸 알았거든요.

­페코씨 노래도 굉장히 좋았어요. 이번에 무대 준비하면서 페코씨 노래를 많이 듣게 됐는데 팬이 됐습니다. 대결을 해야 하는 사이로 만났지만, 무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저야말로 팬이 됐어요. 오늘 보여주신 무대는 제 상상을 뛰어넘었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보여주던 카리스마 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은 수줍음 많은 소녀였다.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하는 시간이 지나가고, 우리는 SNS에 올릴 사진까지 찍었다.

“올리비아 트리 무대 시작한다!”

“이건 무조건 봐야지.”

“어우, 누님들 미쳤네.”

두 명의 섹시한 여전사가 무대 위를 장악한다.

쿵쿵! 화르륵! 화르륵!

우리가 보여주었던 무대보다 더 화려한 불꽃이 빵빵 터진다.

올리비아 트리는 두 명의 여성 듀오 팀이다.

한 명 한 명 대단한 실력자인데, 다재다능하기까지 하다.

그녀들의 다재다능을 설명하려면 페이지가 부족할 것이다.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수로도 대단하지만, 그녀들은 따로 사업도 하고 있고 책을 쓴 작가이기도 했으며 연기도 하고 모델로서 활동도 했다.

‘어릴 적부터 친했던 단짝이자 소꿉친구인데, 두 사람 다 집이 잘 살아서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사는 재능 적폐들이지.’

재능이라도 좀 적당했으면 말을 안 하겠는데, 하고 싶은 걸 했음에도 불구하고 곧잘 해내는 괴물들이다.

사람들이 괜히 1위 후보로 손에 꼽는 게 아닌 것이다.

특히 올리비아 트리가 위협적인 이유는 남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그룹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 세계에서 남자들한테 먹힌다는 게 대단한 거긴 해.’

집이 잘 살고 본인도 재능이 넘쳐나니 아무리 남자라 해도 지고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남자들은 그런 당당한 태도에 매력을 느꼈는지 그녀들에게 꿈뻑 죽었고 말이다.

‘남자한테 인기가 많다는 건 그만큼 이성에게 매력적이라는 거고, 여자들은 그런 올리비아 트리를 워너비로 삼을 수밖에 없지.’

뭐 하나 빠지는 곳 없이 완벽한 그녀들이기에 우리는 무대를 진지하게 살펴봤다.

2라운드에서 그녀들이 우리의 대결 상대가 될 게 분명하니 말이다.

“진짜 잘한다.”

“친해지고 싶다. 멋있어!”

“어떻게 하는지 적진 살펴보라고 했더니 너희들이 반해버리면 어떡하자는 거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봐둬. 다음 상대라고.”

“이길 수 있을까? 관객들이 다 미쳐서 날뛰는데?”

“우리 무대에서도 저랬었어. 이길 생각만 하자.”

잠시 술렁이느라 소란스러웠던 멤버들이 금세 올리비아 트리의 무대에 넋을 놓고 집중한다.

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목소리 너무 좋은데.’

음색에서 기선제압을 해버리니까 고음을 내지르는 상황도 아닌데 압도 되어 버린다.

나도 노래 능력치를 올렸을 때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부분이 음색이었다.

노래를 잘 부르려면 좋은 가르침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음색이 굉장히 중요하다.

음색이 특별하지 않으면 안타깝지만, 노래를 잘 불러도 사람들에게 기억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올리비아 트리는 괜히 재능 적폐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올리비아 트리의 무대가 끝나고, 상대 팀이 무대에 올라와 노래를 시작했지만 대결이 무색한 무대를 보였다.

‘안타깝네.’

차라리 그들이 먼저 하고 올리비아 트리가 다음 무대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형편없는 무대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관객들은 이미 올리비아 트리에 흠뻑 빠져 있었고, 대결 상대인 그들은 불청객일 뿐이었다.

“가뿐하게 승리했네.”

“이길 줄 알았어.”

“저쪽은 페이스를 완전히 잃었잖아. 평소 실력에 반의 반도 못 보여줬으니 진 건 당연한 거야.”

“쉿쉿! 우는 것 같아요.”

“내가 저 사람이었어도 울었을 것 같아. 억울하잖아.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대로 못 보여줬으니까.”

그들을 사랑하는 팬이 관객들 사이에 있을 것이고, 그들에게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주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면 정말 많이 슬플 것이다.

무대를 올라가자마자 우리 팬을 발견했는데, 그녀는 무대가 끝나고 눈물을 보일 정도로 감격스러워했다.

‘기분 좋아.’

팬이 우리 무대에 만족을 한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부끄럽지 않은 무대이긴 했다.

나중에 강준이 내 옆구리를 찌르면서 숨 넘어 갈 뻔했다고 투정을 부린 것 빼고 말이다.

“무대 계속 볼 거에요?”

“봐야지. 이런 수준 높은 무대를 언제 또 보겠어. 미리미리 봐두고 빼먹을 수 있는 건 빼먹어야지.”

“난 머리가 좀 아파서 쉬고 있을게.”

올리비아 트리의 무대가 끝난 이후에는 즐기는 마음으로 무대를 구경했다.

구경할 사람은 구경하고, 대기실에서 쉴 사람은 쉬면서 말이다.

그들 중에는 대결에서 승리하여 나중에 우리와 대결을 할 가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정 되지 않은 일로 전전긍긍해 하면서 무대를 구경하기엔 너무 아까운 무대였다.

온전히 즐길 가치가 있는 무대였다.

16팀이 모두 무대를 마치자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내려앉은 시간이 되었다.

­승리 팀은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십시오.

“드디어 퇴근이구나!”

1라운드 대결이 마무리 되고, 살아남은 출연진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2라운드 대결에 관련 된 공지가 전달되었다.

16명에서 훌쩍 줄어들어 8명의 출연진만이 살아남은 상황이었다.

2라운드 대결이 끝나면 여기서 또 반토막이 날 테고 말이다.

‘살아남아야지.’

멤버들은 2라운드까지만 살아남으면 선방 한 거라고 말하는데, 내 목표는 오로지 1등이었다.

솔직히 올리비아 트리와의 대결만 잘 넘긴다면 1등 못 할 건 없다고 본다.

‘저 팀이 문제인데…저걸 어떻게 이기지?’

­다음 조입니다. 에어플레인 VS 올리비아 트리!

술렁~!

예상한 대로 우리의 다음 상대는 올리비아 트리였다.

강력한 출연진들의 대결 성사에 주변이 술렁인다.

MC짐도 마찬가지였는지 우리 대결을 언급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 이번 팀은 정말 2라운드가 기대 되네요. 강력한 팀끼리 대결이 성사 됐습니다. 오늘 1라운드에서 가장 투표수가 많았던 팀이 올리비아 트리와 에어플레인이었죠. 두 팀이 너무 일찍 대결하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지켜보실 팬분들은 환호 할 수밖에 없는 대결이지만요. 다른 출연진들이 속으로 깨춤을 추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하하하!

­소감을 안 들어볼 수가 없는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올리비아 트리?

MC짐의 질문에 올리비아 트리가 카메라를 향해 찡긋 윙크를 보냈다.

­우리가 이길 거에요. 그건 당연한 일이죠.

­아름다운 남자들을 울려야 하는 건 내키지 않은 일이에요. 나쁜 여자가 되는 건 짜릿한 일이긴 하지만요.

­하하하! 당신들은 이미 나쁜 여자에요! 오늘 상대 팀을 울렸잖아요.

­그러니까요. 저흰 남자라고 봐주는 일 없어요.

­거짓말 하지 마. 네가 아까 좀 봐주기로 하고 번호 따볼까? 라고 했었잖아.

­어어?! 지금 굉장히 위험한 발언을 하셨는데요!? 에어플레인! 가만히 있을 겁니까?

‘봐줄 테니까 번호 줄래?라 이거지.’

여기서 우리가 제대로 받아주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어진다.

어스타가 참가자의 자극적인 신경전을 주목해서 보여주지 않는다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보이는 신경전까지 편집해버리지는 않았다.

무대를 즐기기 위한 올바른 신경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할까?”

“이번엔 내가 할게.”

내가 나서기도 전에 제키가 마이크를 들어올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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